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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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병신 마음도 병신 인생도 병신웹툰일기/2009 2009. 11. 3. 02:59
갑상선 수치가 조금 높게 나왔다. 의사 말로는 일시적으로 흔들렸을 수도 있고, 만약 이상이 있다 해도 그 정도는 일상생활 하는 데 큰 무리가 있을 정도는 아니란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몇 달 간 준비해 왔던 것들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무슨 일인지는 나중에 티비 토크쇼 하게 되면 알려 주겠음. ㅡㅅㅡ; 어쨌든 요즘 심히 우울하다. 당신 몸은 이제 병신이오 라고 인증받은 것 같아서 화가 난다. 몇 년 전만 해도 술 먹은 다음날 신체검사를 해도 모두 정상으로 나왔는데. 열심히 야근하고 밤샘하고 일했던 결과가 이런 것인가 싶어 씁쓸하기도 하다. 시력도 점점 나빠져서 이제 0.5 라니, 정말 몸이 전체적으로 점점 안좋아지는 것 맞는 듯 하다. 최근 언젠가부터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부익부는 몰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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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릭트9 - 외계인이 지구에 착륙하지 않는 이유웹툰일기/2009 2009. 11. 2. 19:51
인간은 어쩌면 본디 악한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만의 권익을 챙기려 애쓰고, 이 세상 무엇보다도 자신의 생존이 우선이고, 나보다 못한 것들은 최대한 이용해먹고 밟고, 상대방에게 뭐 얻어먹을 건덕지가 있으면 잘 해 주지만 아무것도 없으면 무시하고 모욕하고. 어쩌면 세상을 살아가면 갈 수록 성선설을 부정하고, 성악설을 믿게 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일 런지도 모른다. '디스트릭트 9'에 나온 인간 군상들이 낯설어 보이지 않는 것은, 실제 삶을 살면서 그런 류의 인간들을 많이 봐 왔기 때문일테다. 애초에 외계인들이 금은보화를 많이 갖고 있었다든지, 인류가 뭔가 얻어먹을 건덕지들을 잘 포장해서 내 놓았다면, 인간들은 외계인들을 그렇게 대접하지 않았을테지. 뭔가 얻어먹을 게 있다면 앞에서 헤헤거리고 비굴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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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케이트그림일기 2009. 10. 29. 04:16
출구가 없다. 출구가 없다. 모든 길이 폐쇄되고 출구가 없다. 그런데 난 왜 그들의 규칙을 따라야 하지. 왜 나는 동의하지도 않았던, 그들만의 규칙 속에서 허덕여야 하는 거지. 눈 앞에 뻔히 놓인 길을 보고 있으면서도 길이 없어 갈 수 없다 한다. 하지만 그들은 간다, 그들은 간다, 폐쇄된 길을 그들은 간다. 어차피 길을 못 건너 굶어 죽으나, 길 건너다 치여 죽으나. 들어왔던 곳으로 다시 나가지 않을테다, 그들이 가리키는 길은 거부할테다, 이대로 곱게 쓰러지지 않을테다, 한 길에 내 피라도 흩뿌리리라. 내 길을 따라서 바다로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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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장미는 웃어줄거야, 비록 내일 시든다해도그림일기 2009. 10. 29. 03:54
석양은 짧고 어둠은 깁니다, 술 취한 사마귀처럼 이별이 다가옵니다. 나의 소박한 꿈은 취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달팽이같은 세상이었습니다. 이제 술이 비면 떠나야하는 우리는, 이 다음에 또 어디서 무엇으로 다시 만날지. 기약 없는 어둠이 빠알간 사과같은 졸음과 함께 한 입 떨어집니다. 약속은 짧고 이별은 깁니다, 우리의 덧없는 시간은 술잔 속에 머뭅니다. 그래도 우리 서로 가슴에 조그만 장미꽃 한 송이 나누었다면, 짧기만 했던 만남의 시간도 그렇게 덧없기만 한 것은 아닐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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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피같은 피를 돌려달란 말야웹툰일기/2009 2009. 10. 22. 01:16
신체검사를 몇 번 받기는 했지만, 초음파나 심전도(?) 이런 걸 받아보기는 처음이었다. 말로만 듣던 최첨단 의료시설(?)을 접하니, 뭔가 제대로 검사를 받는 느낌이 들긴 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했던 그 수많은 신체검사들은 다 야메였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ㅡㅅㅡ; 어쨌든 신체검사. 나같은 인간은 웬만해선 일어날 수 없는 꼭두새벽에 실시해서는, 늘 신체검사만 하면 시력은 평소보다 엄청 안 좋게 나온다. 잠 깬지 얼마 안 되는 퉁퉁 부은 눈으로 시력검사 하는데 제대로 나올 리가 없잖아! ;ㅁ; 게다가 신체검사에서 가장 싫어하는 피 뽑기. 이번에는 무슨 에이즈 검사까지 한다면서 피를 세 번이나 뽑고... 흑흑 OTL. 빈혈인 사람한테 피 뽑기란 피 짜내기다. 헌혈할 때 가만히 누워서 피 뽑을 때도 보통 사람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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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 없었던 것 처럼그림일기 2009. 10. 22. 00:36
비 오는 날엔 재미있게 즐길 것이 너무나도 많다. 비 맞으며 길거리 방황하기, 비 맞다가 우산 쓰고 길거리 방황하기, 비 맞다가 우산 쓰고 길거리 방황하다가 어딘가 죽치고 앉기, 혹은 방황하다가 비 맞기, 방황하다가 비 맞다가 우산 쓰기, 방황하다가 죽치고 앉아서 비 맞다가 우산 쓰기 등등, 비 오는 날엔 정말 즐길 것이 너무너무 많다. 어느날 밤에 갑자기 약속도 없이 찾아온 죽음처럼 비가 내렸다. 나는 얼른, 사냥감을 본 사냥꾼처럼 밖으로 뛰어 나갔고, 그대로 비를 맞으며 몇 시간이고 걷고 또 걸었다. 그 날 산책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비 맞는 쓰레기통과 공중전화박스였다. 어쩌면 아무 상관도 없을 법 한 이 두가지가 그날따라 유난히도 단짝처럼 잘 어울려 보였다. 어쩌면 어차피 대화같은 쓰레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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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바닥 인생그림일기 2009. 10. 22. 00:17
이 세상에도 언젠가 보름달이 뜬 적 있다. 회반죽으로 얼기설기 대충대충 마감한 옥상에 건조한 바람이 불던 때였다. 날이 어두워 보이진 않았지만 작은 모래알들이 날려 내 얼굴을 연신 때리고 있었고, 옥상 너머 펼쳐진 세계에서는 사람들이 아옹다옹 살아가는 소리들이 들렸다. 아니, 사람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다만 사람들이 내는 소리일 거라고 짐작 가는 기계들의 소리만 들렸을 뿐. 깡마른 회색빛 사막같은 그 곳이, 그 날은 특별하게도 푸르스름한 빛으로 감싸여 있었다. 마치 바다 밑으로 내려온 것처럼 한없이 투명한 블루, 바람에 나부끼는 작은 가지 나뭇잎처럼 파르르 떨리던 그 설익은 색깔. 보름달은 그렇게 끝없는 회백색을 배경으로 불안하게 희미하게 떨리는 파르스름한 빛의 가장자리에 자리잡고 있었다. 주변과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