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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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경찰과 시장, 그리고 처절한 바다 - 스리랑카, 니곰보 Negombo해외여행/스리랑카 2009 2012. 3. 21. 18:44
니곰보(Negombo)는 일찍부터 서구 문물이 드나들었던 곳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찍부터 서양 열강들의 침탈이 시작된 곳이라고 해야겠다. 스리랑카 서쪽 해안지역은 이미 오랜 옛날부터 질 좋은 계피(cinnamon) 생산지로 알려져 있었는데, 17세기 초반 포르투갈이 니곰보를 중심으로 한 서해안 지역을 침략하면서 오랜 제국주의 통치의 막이 올랐다. 포르투갈의 침략을 보고 스리랑카 왕조는 네덜란드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이들 역시 계피 교역권을 독차지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그렇게 작은 섬나라 하나를 두고 두 나라가 투닥투닥 싸우다가, 결국은 영국이 인도와 함께 스리랑카를 모두 삼켜버렸다. 그리고 1948년이 돼서야 스리랑카는 영국연방의 일원으로 독립하게 됐다. 아직도 스리랑카에 서구식 건물들이나 기념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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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과 반나절 - 스리랑카, 니곰보(Negombo)해외여행/스리랑카 2009 2012. 3. 19. 18:08
니곰보(Negombo)는 스리랑카의 작은 휴양도시다. 도시라기보다는 마을이라 표현하는 게 나을 정도지만, 그래도 시내 쪽으로 가면 제법 소도시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스리랑카의 유일한 국제공항인 '반다라나이케 (Bandaranaike) 국제공항'에서 약 7 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어서, 스리랑카에 처음 발을 딛거나 마지막 여정으로 출국 전에 편안한 휴식을 취하기 좋다. '반다라나이케(Bandaranaike) 국제공항'은 주로 '콜롬보(Colombo) 국제공항'으로 불리는데, 그건 콜롬보라는 도시가 스리랑카에서 꽤 유명하면서도 큰 도시이기 때문이다. 이 공항에서 남쪽으로 35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콜롬보가 위치해 있는데, 콜롬보는 스리랑카의 옛 수도이지만 아직도 대통령과 총리 관저, 중앙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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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없는 날개를 섬에 접었다 - 스리랑카해외여행/스리랑카 2009 2011. 1. 14. 17:30
스리랑카 국제공항은 거의 아무런 제재 없이 그냥 통과였다. 인도의 공항들은 나갈 때도 금속탐지기와 수작업으로 짐 검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리랑카는 그렇게 깐깐하게 굴지 않았다. 단지 조금 귀찮았던 것은, 공항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스리랑카에 왜 왔냐'고 묻는 것. 그 비행편에서 내가 유일하게 인도인도, 스리랑카인도 아닌 외국인이어서 그랬던 건지, 원래 외국인들에게 다 그렇게 묻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귀찮았다. 나도 모르는 이유를 너네가 알아서 뭐 하려고. 그래도 입국할 때 이런 질문을 할 것을 대비해서 준비해 둔 답변이 있었다. 얘네들은 뭔가 이상하면 어떤 꼬투리를 잡을지 모르니까, 준비할 수 있는 건 미리 준비하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그다지 머리 굴리기도 싫었던 내가 준비한 답변은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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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트리키(티루치라팔리), 스리랑카로 가는 가장 싼 비행편이 있는 곳해외여행/스리랑카 2009 2011. 1. 13. 12:21
자유로운 영혼, 돈 없는 육신. 그래서 언제나 선택은 가장 싼 것. 인도에서 스리랑카로 넘어가는 항공권 중 가장 싼 것을 달라고 했다. 곰 세마리가 들러붙어 할퀴고 간 느티나무처럼 생긴 느끼한 목소리의 사내는, 역시나 패키지 투어 어쩌고 저쩌고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난 니가 아무리 씨부려도 듣지 않아 라는걸 보여주기 위해, 첫 마디 말 허리를 딱 끊고 잘라 말했다. '닥치고 제일 싼 거. shut up 'n the cheapest one'. 싼 항공편의 특징은 시간이 지랄같다는 거다. 버스로 갈 수 없는 이른 아침에 출발한다든지, 목적지에 늦은 밤 혹은 새벽에 도착한다든지. 또는 중간 대기시간이 아기 셋을 낳을 정도로 길다든지. 한 때 돈 오만 원 아끼려고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열 네 시간 대기 한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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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 - 스리랑카 여행기해외여행/스리랑카 2009 2011. 1. 11. 12:21
(2009, Sri Lanka, Galle) 내 삶은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 어떤 음식을 먹어도 맛있지 않았고, 어떤 사람을 만나도 즐겁지 않았으며, 늘 가던 그 길은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었다. 어떤 책을 읽어도 흥미롭지 않았으며, 어떤 영화를 봐도 쉽사리 지쳤고, 어떤 그림을 봐도, 어떤 연극을 봐도, 어떤 전시를 봐도 내 눈빛은, 더이상 호기심에 반짝반짝 빛나지 않았다. 무심한 듯 하면서도 시선을 떼지 않고 지켜보던 세상도 이젠 모두 다 지겨웠고, 때때로 그리던 그림도, 때때로 쓰던 글도, 때때로 부르던 사랑의 노래들도, 다 귀찮고, 다 부질없고, 덧없는 짓거리로 여겨졌다. 활기를 얻겠다며 떠난 국내여행에서는 참담한 외로움만 잔뜩 안고 돌아왔으며, 바쁘게 지내다보면 나아지겠지 해서 벌이고 또 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