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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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사랑 (Maudie) - 낡은 양말 한 쌍 같은 사랑 이야기리뷰 2017. 10. 7. 19:11
선천적 관절염으로 몸이 불편한 여자 모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친오빠가 모든 재산을 물려받았지만 그걸 다 날려먹고 집을 팔아버려 고모댁에 얹혀 산다. 딱히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친척집에 얹혀 산다면 대략 어떤 생활이 펼쳐질지 안 봐도 뻔하다. 어느날 동네 가게에서 가정부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망설임 없이 에버렛의 집으로 간다. 에버렛은 고아로 조그만 집에서 살며 물고기와 장작 등을 팔면서 생활하는 남자. 괴팍하고 사회성 없는 성격으로 동네 사람들이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둘이 만나서 조금씩 천천히 서로에게 물들어가는 사랑 이야기. 영화 '내 사랑', 원제 '모디(Maudie)'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캐나다 전통 화가로 평가받고 있는 모드(Maud)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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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우리 - 라다크와 사람 이야기리뷰 2017. 10. 2. 17:18
'라다크'와 '티벳' 두 단어만 보고, 이건 꼭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영화다. 다큐멘터리 영화가 다 그렇듯, 상영관 찾기가 쉽지 않아서, 거의 밤을 새고 새벽에 집을 나서서 조그만 상영관을 찾아갔다. 영화 보러 가는 길 자체가 하나의 여정이었을 정도였는데, 극장 가는 길도 이 영화에 어울리는 여정이었을 듯 싶다. 그렇게 만날 운명이었겠지. 지인은 이 영화를 보고 펑펑 울었다고 했다. 실제로 조그만 극장 안, 몇 안 되는 관객들 중에서도 영화 중간에 훌쩍훌쩍 눈물 훔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나이를 뛰어넘은 인간애와 우정, 다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는 고향을 향한 그리움, 그리고 앞을 알 수 없는 암담한 상황 등이 아름다운 영상과 합쳐져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눈물이 쏟아지게 만들기 충분하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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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덩케르크 - 이래저래요래해서 대영제국 만세!리뷰 2017. 7. 21. 12:27
'덩케르크'는 어쩌면 사람들이 극찬하는 유명한 천재감독의 영화라는 후광 때문에 보기도 전에 객관성을 잃은 영화일지도 모른다. 감독의 이름은 빼버리고 영화 그 자체로 본다면 어떨까 한 번 생각해봤다. 일단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니, 덩케르크 실화에 대해 조금 알아보자. 덩케르크 철수작전 - 다이나모 작전 영화의 배경이 된 실제 사건은 1940년 5월 26일부터 6월 4일까지 있었던 '다이나모 작전'이다. 2차 세계대전 초기에 독일군에게 밀려서 프랑스 덩케르크 해변에 포위된 연합군을 영국으로 철수시킨 작전이다. 총 338,226명의 병사(영국군 192,226명, 프랑스군 139,000명)가 구출됐는데, 화물선, 어선, 유람선 등 여러가지 민간선박이 징발되어 작전에 투입된 것으로 유명하다. 작은 소형 민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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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버린 울버린 - 로건잡다구리 2017. 3. 13. 16:04
영화 '로건'은 비록 세대교체를 위해 종지부를 찍는 성격의 영화였으나, 처절한 이야기와 함께 여러가지 생각해볼 거리가 있었다. 깊이 생각하면 암울해지는 주제들이 많아서, 그냥 키워드 별로 간략하게 언급만 해 보겠다. 노화 엑스맨의 대장 격인 찰스는 알츠하이머에 걸렸다. 스쳐가는 대사로는 자기도 모르게 많은 사람을 죽인 것 같기도 하다. 엄청난 능력을 가진 수퍼히어로의 말로가 이러하다면 참 씁쓸한 일이다. 물론 로건 또한 노화라고 할 수 있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그 모습 또한 영 암울하다. 불로불사 설정의 수퍼히어로가 아닌 이상, 영웅들도 노화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당장 생각나는 캐릭터만 해도 배트맨,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등이 늙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아무리 타고난 능력이 있고, 첨단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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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없고 돈도 없고 빌어먹을 세상 - 영화 인 타임 In Time리뷰 2011. 10. 30. 05:49
갑갑한 일상에 지쳐 몸이 점점 축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운동 겸 산책 겸 동네를 배회하다가, 문득 배가 고파져 주머니를 뒤져보니 나오는 돈 천 원. 편의점에 들어가 삼각김밥을 사고, 바로 옆에 극장 건물 출입문에 놓여진 팜플렛들을 살펴보다가 눈에 띈 영화 '인 타임 (In Time)'. 개봉한지 며칠 됐지만, 그 때까지 이 영화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던 상황에, '시간을 화폐로 이용하는 미래'라는 설정에 끌려서 바로 그날 밤 심야영화로 봤다. 일단 이 영화의 감독인 '앤드류 니콜'은 영화 시몬, 터미널, 그리고 특히 '로드 오브 워(Lord of war)'로 인상 깊었던 사람이기에 별 망설임 없이 선택. 남자 주인공이 저스틴 팀버레이크라는 점이 조금 걸렸지만, 그래도 이제 엔싱크 때를 벗어나 많은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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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론에 나오는 뉴스가 왜 새롭지 않은지 알고 있다 - 트루맛쇼리뷰 2011. 7. 25. 19:55
나는 TV에 나오는 맛집이 왜 맛이 없는지 알고 있다 "나는 TV에 나오는 맛집이 왜 맛이 없는지 알고 있다". 영화는 이 짧은 나레이션 하나로 시작한다. 영화를 위해 그럴듯한 식당을 하나 차리고, 식당 여기저기에 카메라가 감춰진다. 그리고 진짜로 영업을 했고, 마침내 방송이 미끼를 덥썩 물었다. 홍보대행사와 브로커, 프로덕션 그리고 방송국. 맛집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좀 많은 사람들과 얽히게 된다. 그리고 뒷돈. 그 돈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정확히 추적하진 못했지만, 어쨌든 돈을 내라는 말과 함께 돈을 건낸 증거까지 확실히 확보한다. 촬영은 한 편의 코미디다. '트루맛쇼'에서 미리 준비한 가짜 손님들을 방송국에서 섭외해 데려다 놨다. 제법 대본까지 있고, 즉석에서 연기 지도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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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밑 아리에티]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그들리뷰 2010. 9. 20. 03:01
이 험한 세상에, 이 더러운 곳에 작고, 힘 없고, 보잘것 없는 그들도 귀하고, 소중하고, 아름답게 열심히 온 힘을 다하여 살아가고 있다. 그래, 됐다, 그거면 됐다. 온갖 미사여구따위 필요 없다, 그거면 됐다.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 것은 바로 '살아간다'일테니까. 굳이 생존이라는 치열한 표현이 아니더라도, 그렇다고 일상이라는 지루한 느낌이 아니더라도,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눈물겹게 아름다운 그 어떤 것이니까. 그래, 됐다, 그거면 됐다. 열심히 살아가는, 그 모습 하나로 충분히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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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미친 세상의, 목숨보다 중요한 책 - 일라이리뷰 2010. 5. 9. 03:21
* 스포일러 있음. 전쟁으로 세상이 멸망한지 몇십년 후, 주인공 '일라이'가 서쪽으로 책을 운반한다는 내용의 영화. 영화 초반에는 책의 존재를 감추지만, 그 책이 무슨 책인지는 금방 드러난다. 물 한 모금 얻어 마시기도 어려운 멸망한 세상 속에서, 목숨 걸고 지키려는 책이 설마 요리책은 아닐 테니까. 일라이는 소위 말하는 계시를 받고 그 책을 서쪽으로 운반하는 소임을 맡았다. 마치 그 일을 위해 오래 전부터 준비된 전사처럼, 다가오는 많은 적들을 혼자서 무자비하게 무찌르면서 말이다. 강도 셋 정도는 눈 깜빡 할 사이에 해치울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의 고통에는 무심하다. 자신의 임무는 오직 책을 운반하는 것 뿐이니까. 카네기는 그 책의 위력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 책을 이용하면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