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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정 넘어 눈이 왔다
    사진일기 2007. 7. 2.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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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정 넘어 눈이 왔다


    자정 넘어 눈이 왔다.
    눈은 누이의 목덜미처럼 삼단같은 까만 밤을 아스라히 타고 내렸고,
    비밀인 듯 아찔한 정적 속에 나는 마냥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소복소복 온 세상에 따스한 기운이 감돌았고,
    참다 못해 맨발로 마실 나간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다.
    정말로, 정말로 괜찮다, 괜찮다 하는 소리가 들려서
    그만 나도 모르게 어느 골목 그림자에 주저앉아 버렸다.

    다정한 손길처럼 닿을듯 닿을듯 내 앞에 있는데도
    눈 앞이 너무 흐려 시린 손 허공만 휘저어 보다가,
    너무나 답답해 하늘로 긴 한 숨 내쉬었더니
    어느새 내 안에서 잊지 말아라하며 차갑게 식었다.

    못내 아쉬워 뒤를 돌아 보아도 내 발자욱만 덩그라니 놓여 있고,
    저 멀리 밤길을 채촉하는 자동차 소리가 쏴하고 하늘을 쓸어내리는데
    아직도 토닥토닥 내 등을 두드리는 희미한 눈 소리에
    나는 이제 그만 됐다며 집으로 도망쳐 버렸다.

    자정 넘어 눈이 왔고 눈은 밤 새 올 것 같지만,
    나는 이제 마실을 나가지 않으려 한다.
    아스라히 반짝이는 눈동자에 손 내밀어 보아도
    이젠 다시 따스한 그 손길 느낄 수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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