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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같은 내인생
    사진일기 2007. 7. 3.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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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같은 내인생


    태평양의 꽁치처럼 둥둥 떠다니는거다.
    PKO도 없이 GG도 없이 CRITICAL HIT 하나 없이
    그냥 개기는 거다, 아니 남아있는 거다 대강대강.
     
    마치 NPC처럼 체력 낮은 슬라임처럼
    잡아봤자 경험치에 아무 도움도 안 되는 귀찮은 존재로
    액션 히어로가 거들떠 보지도 않아 살아남아 있는거다
    화면 한 귀퉁이 혹은 저 먼 어느 구석탱이 어둠 구석에.
     
    그래도 생각은 그렇게 한다, 작은 버그 하나가
    전체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고 자위하는거다
    메트릭스를 붕괴시킬 힘이 작은 존재에도 있다며 위안하는거다.
     
    열정따위 개나 줘라 먹이를 찾아 하이에나처럼
    쓰레기 봉투 찢어발겨가며 밤 골목 먹고 살려 기쓰는 고양이에게도.
    결국 갈매기처럼 새우깡 한 조각에 고향마저 등지겠지.
    본성마저 잃어버린 동물은 도대체 뭐냐, 버러지냐 신발.
     
    꽃같은 내인생에 내가 과연 치열하게 살았던 적 있었던가
    도적놈들의 강도떼들의 노략질에 유희에 밟히고 찢기고 태워져
    만신창이 폐허 그 하늘 위에 뜬 태양 아래 니 기미 주근깨다.
     
    해는 다시 떠오르고 닭 모가지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
    프라하에 봄은 수백번 수천번은 왔지만 내 내일은 언제 오느냐
    내 등짝에 칠성판 깔리는 날에야 깨닫게 되겠지, 뭔가 왔다고.
     
    꽃같은 뱀 한 마리 아스팔트 위를 기어가고
    뒤뚱뒤뚱 길을 걷는 쥐알같은 빙산
    쇠심장을 녹아내리는 한 줄기 RH-A
     
    화장지가 없어 만원짜리 지폐로 뒤 닦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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