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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사랑 못 한 한 인간의 일생
    리뷰 2007. 11. 6. 03:11
    사랑 받고 싶었고, 사랑 하고 싶었습니다. 인생에 거창한 목표나 대단한 포부 없습이 그냥저냥 흐르는 대로 살아가지만, 한 사람을 사랑하고, 또 사랑 받으며 살아가는 것은 삶이 주는 가장 큰 행복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 하려 애썼고, 사랑 받으려 애 썼습니다. 아무리 더럽고 흉한 세상이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단 둘이서라면, 예쁘게, 아름답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인생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꼬이게 된 건지 알 수 없지만, 언젠가부터 인생은 꼬이기 시작했고, 전혀 생각지도 않은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사랑했던 사람은 떠나고, 사랑이라 믿었던 감정도 흔적 없이 사라져, 껍데기만 남은듯 그렇게 살아갑니다. 삶이라는 거대하고도 힘찬 물살의 흐름을 거스를 힘이 없었기에, 그대로 순응하고 살아가며 또 다른 사랑을 찾아 헤맵니다.



    사랑, 사랑, 노래 가사에도, 드라마에도, 영화에도, 책에도, 심지어는 몇 초 안 되는 짧은 광고들 속에서도 사랑을 외칩니다. 너무나도 많이 들어, 너무나도 흘러 넘쳐,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사랑들 속에서 허우적거리지만, 또 사랑, 사랑, 사랑을 외칩니다. 세상이, 사람들이 그렇게 외치고, 또 외치며, 외치는 것은, 어쩌면 세상 속에 사랑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아니 최소한, 그들이 사랑을 갈망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확실하지요. 아무리 되뇌이고, 또 되뇌이고, 또 되뇌여도 부족한 사랑은, 아마도 유효기한이 길지 않아서 늘 새로운 사랑이 필요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어느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랑의 유효기한은 천 일이라고 합니다. 천 일, 삼 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처음 만났을 때 빛나던 그 사람의 얼굴도 더이상 빛나지 않게 됩니다. 뇌 속 저 깊은 곳의, 동물적인 본능에 의한 충동을 불러 일으키는 부분도 삼 년이 지나면 더 이상 활성화 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마냥 보기만 해도 좋고, 행복하고, 돌아서면 또 보고싶고, 헤어진 지 십 분도 되지 않아 그립기 시작하던 그 애절한 마음도, 삼 년, 삼 년, 삼 년이면 모두 끝입니다.

    처음에 사랑을 시작할 때 느끼는 감정들이 평생동안 계속 유지된다면, 인간은 생활을 제대로 이어 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하긴 그 말도 맞습니다. 사랑을 해 본 사람들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처음 사랑을 시작했을 때, 이성을 잃고, 주변의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며, 그 사람이라면 내 모든 것들을 갖다 바쳐도 아깝지 않았던 그 시간들. 그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아무도 제대로 살아 나갈 수 없을테지요.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사랑이 끝난다는 것, 너무나 아쉬운 일입니다.



    사랑은 변하지 않습니다, 다만 사라질 뿐입니다. 대개는 그렇게 유효기한이 지나 사라져버린 사랑을 곱게 흘려보내고, 의무, 책임, 습관, 반복, 안정, 편안함 등의, 흔히들 말하는 '정'에 의지하여 살아갑니다. 여기서 마츠코가 대다수의 '일반인'들과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안정을 찾지 못하고, 계속해서 사랑을 찾아 헤메인다는 것입니다. 물론 자의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가만 보면 마츠코의 인생이 제대로 되지 못 한 것은 역시, 평생 사랑을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마츠코의 인생은 그렇다 치고, 그녀가 사랑을 주었던 사람들은 어찌하면 좋을까요. 사랑을 주고, 또 주고, 또 줬지만, 그들은 결국 떠나고, 버리고, 배신합니다. 사랑을 주는 것은 고사하고, 받을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 이 세상은 마츠코를 그렇게 함부로 대했습니다. 마츠코의 바램은 단지 사랑하고 싶었던 것 뿐이었는데 말이지요.


    정말 아둔하고, 바보같고, 혐오스럽습니다. 그렇게 차이고, 버림받고 내팽게쳐지면서도, 그래서 죽으려고 했으면서도, 그녀는 또 다른 사랑을 찾고는 이렇게 말 합니다.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운명적인 사랑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는 그 운명적인 사랑에게 또 상처를 받습니다. 그러면 또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그 때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옵니다. 그러면 그녀는 다시 또 이렇게 말 하지요.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운명적인 사랑이 찾아왔습니다.'.

    영화를 아무리 뮤지컬 형식으로 아름답고, 활기차고, 반짝반짝하게 꾸며 놓았다 한들, 마츠코의 일생이 가여운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가엽고, 불행하고, 슬프고, 측은해서 한 편으로는 밉고, 화가 나서 혐오스럽기까지 합니다. 늙어서 추하게 살 쪄서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작은 골방에 홀로 살면서도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하는 마츠코의 모습이 보일 때는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랑, 사랑, 그 모든 게 그 사랑때문입니다. 홀로 눈 뜨는 아침이면 한숨부터 나오는 것도, 홀로 길을 걸으면 괜시리 시선이 바닥을 향하는 것도, 그러다가 시린 바람이라도 가슴을 파고 들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도는 것도, 지친 다리를 쉬려고 벤치에 앉았어도 편히 쉬지 못하고 급히 일어나는 것도, 사람 많은 거리에서 더욱 쓸쓸해 지는 것도, 반짝반짝 빛나는 강 언저리와 숲의 햇살이 왠지 서글퍼 보이는 것도, 산 너머 기우는 하루 해의 노을이라도 보이면 급히 눈 돌리는 것도, 차라리 해 기울고 달도 없는 깜깜한 골목이 견디기 쉽게 느껴지는 것도, 모두 다 그 사랑, 사랑, 사랑 때문입니다.

    마츠코처럼 살아서는 안 되겠습니다. 사랑하며 살아서는 안 되겠습니다. 운명적인 사랑을 믿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다가오는 사랑들을 모두 물리칠 수 있도록 강해져야겠습니다. 마음의 상처에 소금을 뿌려, 다시는 낫지 않게 간직해야겠습니다. 혼자 있어도 외로움따위 느끼지 않게 강해져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꽁꽁 묶어두고, 그 어떤 유혹에도 다시는 열지 않도록 굳건한 문지기가 되어야겠습니다. 바보같이 살아서는 안 되겠습니다, 바보처럼 굴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어차피 사랑의 유효기한은 삼 년 이니까, 어차피 떠날테고, 어차피 사라지고, 어차피 슬플 테니까, 다시는 사랑해선 안 되겠습니다. 다시는, 다시는, 다시는, 아,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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