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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짜증났던 블로거 컨퍼런스
    웹툰일기/2008 2008. 3. 1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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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고속터미널 센트럴시티에서 열린 '블로거 컨퍼런스'라는 행사에 갔다.
    네이버와 다음이 공동주최하는 행사라 호기심도 있었고,
    듣고싶은 강연도 있고 해서 무진장 귀찮음을 이겨내고 발걸음을 한 것.
     
    점심도 공짜로 준다고 하길래, 밥 한 끼 먹으면 차비는 빠지겠네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곳에서 많은 사람들 속에 휩싸여 혼자 멀뚱멀뚱 먹는 밥의 어색함을 익히
    알고 있는지라, 아무리 공짜 밥이라도 체할 가능성이 있어 점심은 집에서 먹고 갔다.
    (오전 강연들도 별로 내키지 않았고.)
     
    점심시간 끝나고 오후 1시 좀 넘어서 어슬렁어슬렁 행사장에 나타나서 등록했더니,
    내 명찰의 번호가 910 번 이었다.
    2000 여 명 규모로 진행한다고 하더니, 절반도 참석하지 않은 걸까.
    아니면 숫자는 그냥 숫자일 뿐인걸까.
     
    어떻든 상관 없지만 행사장 내부를 보니, 절반 정도만 참석한 것이 맞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차지 않으니 여백의 미(?)가 있어서 난 오히려 좋았다.
     
     
     
    그나마 행사 전체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큰 강당에서의 강연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강연 내용은 둘째치고, 다른 세미나나 강연회의 분위기와 별반 다를 게 없었기에
    그럭저럭 강연 내용에 집중해서 듣고 있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조그마한 방에서 블로거들이 나와 강연하는 곳을 가 보니 가관이다.
    앞에선 강연자가 발표를 하고 있고 자리에선 많은 사람들이 그걸 듣고 있는데,
    지가 뭐라도 되는 양 일어서서 여기저기 배회하며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있다.
     
    주최측이라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지만 추최측도 아니었고,
    잠시의 행사 스케치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강연 내내 그랬다.
     
     
     
    물론 뒤에서나, 자리에 앉아서, 혹은 귀퉁이에 서서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고
    조용히 사진을 찍는 것을 가지고 뭐라 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그럴 수 있다.
    내가 짜증났던 것은 앞에 서서 강연 내용 다 가려가며 알짱거리는 인간들이다.
     
    한 두명이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도 다 따라하는 분위기가 돼 버렸는지,
    너도나도 강연은 귓등으로 듣고 사진 찍기 바쁜 모습들.
     
    물론 그렇다 해도 조용히 강연을 듣는 사람들 수가 훨씬 더 많았지만,
    남에게 피해 주며 사진 찍는 사람들의 수가
    다른 세미나나 강연회보다 몇 배는 더 많았다.
     
    블로거들이 모이다보니 다들 자기 블로그에 사진 올리려고 그러는 것이었을까.
    저렇게 사진만 열나게 찍고 강연은 귓등으로 듣고는,
    자기 블로그에 사진 엄청 올리면서 '강연 너무 재밌었어요~ 강동적이었어요~'
    그런 글 올리겠지.
     
     
     
    도저히 강연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런 상황을 한 번 생각해보라.
    극장에 가서 영화 보는데 몇몇 사람들이 앞에서 알짱거리며 사진 찍는 모습!
    학교에서 수업하는데 앞에 누가 일어서서 알짱거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게다가 내가 알기로는 요즘 카메라(또는 폰카)들은 모두 셔터음을 끌 수 있다.
    그런데 왜 다들 작지도 않은 셔터 소음 당당하게 내 가며 사진 찍는거냐!!!
    이런 강연회에서 그런 소리를 낸다는 것은,
    휴대전화 벨소리를 계속 울려대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기본적인 예의중에 예의이니 그걸 몰랐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고,
    알면서도 그 잡음 내 가며 사진 찍는다는 건데, 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는 걸까?
    '나 멋있게 사진 찍고 있으니, 날 좀 보소~' 그런건가? 관심이 필요해?
     
     
     
    그런 짜증나는 상황 속에서도 그래도 꿋꿋이 참으며
    집중 하나도 안 되는 상태에서 강연을 듣고 있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하나라도 배워가자는 발악이었는데...
     
    내 인내심의 한계를 벗어나게 만드는 일이 결국 발생하고 말았다!!!
     
    어떤 미친ㄴ이 내 바로 옆에서 아주 대놓고 카메라 들이대고는
    내 모습을 찍는게 아닌가!!!
     
    처음엔 황당해서 대체 이거 뭐 하는 건가 싶었다. 아는 사람인가 싶기도 했고.
    그런데 아는 사람도 아니고 행사 관계자도 아니었다.
    대체 무슨 짓인지... 기나긴 외로운 밤을 사람들 사진을 보며 자위하려는 걸까?
    인물 사진 찍으러 컨퍼런스 온 걸까? 대체 뭐지?
     
    가만 있다보니 화가 점점 치솟아 올라서, '안 되겠다, 저 ㄴ 카메라를 때려 부수자!'
    라고 결심하고 일어섰으나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 때 기분을 표현하자면, 한 놈 제대로 걸리면 그냥 밟아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이미 인내심의 한계를 훌쩍 넘어서 버린 거다.
     
    그래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급히 행사장을 빠져 나왔다.
     
     
     
    주최측 입장에서는 애써 마련한 행사가 자신들이 어쩔 수 없는 부분에서
    문제가 일어났다는 점에서 좀 슬플 수도 있겠다.
    그런 면에서 나는 행사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다고 말 하고 싶지 않다.
    이미 행사 자체를 판단하기에 앞서 상당히 짜증이 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행사 다녀와서 20여 개가 넘는 후기들을 읽어 보았는데,
    아무도 이런 내용을 언급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역시 나만 이상한 놈일까.
    다들 그냥 그 정도는 이해하고 넘어가는 분위기인가.
     
    모르겠다, 앞에 서서 남에게 피해 줘 가며 지 욕심만 차리는 찍사들도 이해 안 되고,
    남들 신경쓰지 않고 멋있게 셔터 소리 연속으로 착착착 내 주시는 분들도 이해 안 되고,
    완전 기분 다 망치게 한 그 미친ㄴ은 대체 무슨 생각인지 더더욱 이해 안 되고...
     
    아마 그 사람들은 자신들이 남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사실초차 인지하지 못하겠지?
    자신들의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의심조차 해 본 적 없겠지?
    그러니 다음에도 이런 행사 있으면 또 나타나서 또 그런 짓을 반복하겠지?
     
    그래서 난 이제 이런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p.s.
    DSLR의 경우는 아무리 노력해서 기기 자체가 소리가 납니다.
    그 소리를 더 줄일 수 있지 않나라고 생각했었는데 불가능하다는군요.
    사실 저 역시 한 두 컷 '찰칵'하고 찍는다고 화 낼 정도로 까칠하진 않습니다.
    문제는, 제가 화를 내고 있는 그 분들은 강의내내 계속해서 그 소음을 냈다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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