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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에서 개발자로 살고는 싶지만
    웹툰일기/2009 2009. 11. 17. 22:46




    몇 년 전에 서울에서 방을 구할 때 일이었다. 딱히 원하는 동네는 없었고 그저 싸기만 하면
    들어갈 요량이었기 때문에, 거의 서울 전지역을 걸쳐서 싸다 싶으면 다 연락해서 가 봤다.

    그러다가 하루는 한양대 근처 동네에서 어떤 집을 보게 됐다.
    집 주인 아줌마가 이 정도면 강남하고 비슷한 수준이라며 막 자랑을 늘어놓았다.

    비바람만 대충 막는 반지하 방이 대체 어떤 의미에서 강남하고 비슷하다는 건지
    난 도무지 이해가 안 됐지만, 가격 면에서는 강남과 똑같았다.
    그래서 가격이 맞질 않아 그냥 나오게 됐는데, 뒤에서 아줌마가 이런 소릴 했다.

    "요즘 같은 때에 무조건 싼 방 구하려면 도둑놈 심보지!"

    그래서 난 뒤돌아 나오며 한 마디 해 줬다.

    "강남도 아니면서 강남하고 똑같이 받으려는 것도 도둑놈 심보지!"



    주위에 의외로 기회만 되면 지방에 내려가서 일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시도해 본 적도 있다.
    최근에는 한 친구가 몇 개월에 걸쳐서 면접 보고 하다가 최종 포기했다.

    지방에서 살고 싶지만 서울을 뜰 수 없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고,
    지방 업체와 구직자들 모두에게 각각의 문제가 있다.
    그 모든 걸 한 마디로 압축하자면 이렇다.

    구직자는 자신이 쌓아놓은 것들을 포기 하려 하지 않고,
    지방 업체는 그들의 핸디캡을 인정 하려 하지 않는다.



    지방에 내려간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많은 기회들을 포기한다는 의미가 된다.

    다른 분야는 깊게 알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많은 부분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지방에서 개발자로 일 할 때의 불이익 몇 가지 뽑아보자면 이렇다.


    1. 유행(트랜드)에 둔해진다

    서울 지하철과 부산 지하철을 탔을 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 하는 것,
    대화 주제 등이 굉장히 다른데, IT 분야에서는 아무래도 지방에서 생활하면
    이런 생활차이 때문에 유행에 뒤처질 수 밖에 없다.


    2. 각종 행사, 교육, 체험 기회가 없다

    각종 행사, 세미나, 전시회 등이 서울에만 집중적으로 열리기 때문이다.


    3. 인간관계가 좁아진다

    동종업계 사람들과의 유대나, 친목활동, 소모임 등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4. 이직할 때 문제가 생긴다

    이게 사실 가장 큰 문제다. 
    어쩌다 마음에 드는 좋은 회사에 입사했다 하더라도, 
    나중에 이직을 해야 할 때가 오면, 지방에서는 이직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결국 이직할 때가 오면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 일이 생긴다.


    5. 대우가 좋지 않다.

    지방은 옮길 데도 없고, 비교 할 다른 회사가 없고 해서 그런지 몰라도,
    대체로 서울 쪽 회사들보다 대우가 나쁜 편이다.
    각종 복지정책이라든지, 임금인상, 근무환경 등에서 대체로 열악한 편이다.



    따라서 지방에서 근무하고자 하면 이런 점들을 고려하고 일정부분 포기할 부분은
    포기해야 하는데, 일체 포기 못하겠다가 되면 쓴 맛만 보고 돌아올 수 밖에 없는 거다.



    이에 반해서 지방 업체들의 문제점을 짚어 보자면...
    너무 길어지니까 그냥 큰거 딱 하나만 짚겠다.

    오해가 없도록 미리 해명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나는 지방균형발전을 지지한다.
    대한민국 경제가 서울에만 집중되는 것이 옳지 않고, 지방이 골고루 발전해야 한다는
    그런 의견에 전적으로 찬성하고 지지하는 입장이라는 거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지방 업체들은 지방이라는 이유만으로 핸디캡이 있다.
    그걸 인정해야 한다.

    아니 솔직히 말 해서, 지방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그거 다 안다.
    근데 사람 뽑을 때만 이상하게 자기 회사는 서울쪽과 비교해도 꿀릴 것
    없기 때문에 똑같은 가격에 똑같은 기준으로 뽑는다고 말장난들을 하시는 거다.

    인력파견업체에 등록해서 프리랜서로 일 할 때,
    수도권 이외의 지방으로 파견되면, 이미 협상한 월급 외에
    월 백만 원 정도를 체재비 명목으로 더 준다.
    이게 바로 객관적인 핸디캡인 거다.

    지방업체들이 구인을 할 때는 이런 핸디캡을 스스로 인정해야지,
    안 그러면 구라쟁이들의 농간에 넘어가기 딱 좋다.



    게다가, 말 나온 김에, '사람 키워 놓으면 다 서울로 가더라'라면서
    한사코 사람 키울 생각은 안 하고, 서울 쪽보다 더 좋은 스팩의 경력자를
    뽑으려 하는 업체들도 많은데...

    거, 정말 제대로 사람 하나 키워 보고 그런 소리 하는지 모르겠다.

    저런 말은 소위 CEO라는 자의 입에서 나올만 한 말이 아니다.
    실력없는 사람은 못 믿겠다는 뜻 아닌가.
    결국 사내에 못 믿을 놈들이 많다는 뜻도 되고.
    저런 말은 하고싶어도 혼자 꾹 삼키고 있으시라.

    (마인드야 쉽게 바뀌지 않는 거니까 굳이 바꾸라 말씀 드리진 않겠다
     하지만 저런 마인드를 가진 경영자 밑에서는 일 하기 싫다)



    말 하다보니 너무 길어져 버렸는데,
    어쨌든 얼렁뚱땅 급 마무리를 해 보자면,
    최소한 프로그램 개발 쪽으로는 서울보다 지방이 일자리 구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 되겠다.

    결론은, 더러워도 서울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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