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서울에서 방을 구할 때 일이었다. 딱히 원하는 동네는 없었고 그저 싸기만 하면
들어갈 요량이었기 때문에, 거의 서울 전지역을 걸쳐서 싸다 싶으면 다 연락해서 가 봤다.

그러다가 하루는 한양대 근처 동네에서 어떤 집을 보게 됐다.
집 주인 아줌마가 이 정도면 강남하고 비슷한 수준이라며 막 자랑을 늘어놓았다.

비바람만 대충 막는 반지하 방이 대체 어떤 의미에서 강남하고 비슷하다는 건지
난 도무지 이해가 안 됐지만, 가격 면에서는 강남과 똑같았다.
그래서 가격이 맞질 않아 그냥 나오게 됐는데, 뒤에서 아줌마가 이런 소릴 했다.

"요즘 같은 때에 무조건 싼 방 구하려면 도둑놈 심보지!"

그래서 난 뒤돌아 나오며 한 마디 해 줬다.

"강남도 아니면서 강남하고 똑같이 받으려는 것도 도둑놈 심보지!"



주위에 의외로 기회만 되면 지방에 내려가서 일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시도해 본 적도 있다.
최근에는 한 친구가 몇 개월에 걸쳐서 면접 보고 하다가 최종 포기했다.

지방에서 살고 싶지만 서울을 뜰 수 없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고,
지방 업체와 구직자들 모두에게 각각의 문제가 있다.
그 모든 걸 한 마디로 압축하자면 이렇다.

구직자는 자신이 쌓아놓은 것들을 포기 하려 하지 않고,
지방 업체는 그들의 핸디캡을 인정 하려 하지 않는다.



지방에 내려간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많은 기회들을 포기한다는 의미가 된다.

다른 분야는 깊게 알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많은 부분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지방에서 개발자로 일 할 때의 불이익 몇 가지 뽑아보자면 이렇다.


1. 유행(트랜드)에 둔해진다

서울 지하철과 부산 지하철을 탔을 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 하는 것,
대화 주제 등이 굉장히 다른데, IT 분야에서는 아무래도 지방에서 생활하면
이런 생활차이 때문에 유행에 뒤처질 수 밖에 없다.


2. 각종 행사, 교육, 체험 기회가 없다

각종 행사, 세미나, 전시회 등이 서울에만 집중적으로 열리기 때문이다.


3. 인간관계가 좁아진다

동종업계 사람들과의 유대나, 친목활동, 소모임 등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4. 이직할 때 문제가 생긴다

이게 사실 가장 큰 문제다. 
어쩌다 마음에 드는 좋은 회사에 입사했다 하더라도, 
나중에 이직을 해야 할 때가 오면, 지방에서는 이직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결국 이직할 때가 오면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 일이 생긴다.


5. 대우가 좋지 않다.

지방은 옮길 데도 없고, 비교 할 다른 회사가 없고 해서 그런지 몰라도,
대체로 서울 쪽 회사들보다 대우가 나쁜 편이다.
각종 복지정책이라든지, 임금인상, 근무환경 등에서 대체로 열악한 편이다.



따라서 지방에서 근무하고자 하면 이런 점들을 고려하고 일정부분 포기할 부분은
포기해야 하는데, 일체 포기 못하겠다가 되면 쓴 맛만 보고 돌아올 수 밖에 없는 거다.



이에 반해서 지방 업체들의 문제점을 짚어 보자면...
너무 길어지니까 그냥 큰거 딱 하나만 짚겠다.

오해가 없도록 미리 해명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나는 지방균형발전을 지지한다.
대한민국 경제가 서울에만 집중되는 것이 옳지 않고, 지방이 골고루 발전해야 한다는
그런 의견에 전적으로 찬성하고 지지하는 입장이라는 거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지방 업체들은 지방이라는 이유만으로 핸디캡이 있다.
그걸 인정해야 한다.

아니 솔직히 말 해서, 지방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그거 다 안다.
근데 사람 뽑을 때만 이상하게 자기 회사는 서울쪽과 비교해도 꿀릴 것
없기 때문에 똑같은 가격에 똑같은 기준으로 뽑는다고 말장난들을 하시는 거다.

인력파견업체에 등록해서 프리랜서로 일 할 때,
수도권 이외의 지방으로 파견되면, 이미 협상한 월급 외에
월 백만 원 정도를 체재비 명목으로 더 준다.
이게 바로 객관적인 핸디캡인 거다.

지방업체들이 구인을 할 때는 이런 핸디캡을 스스로 인정해야지,
안 그러면 구라쟁이들의 농간에 넘어가기 딱 좋다.



게다가, 말 나온 김에, '사람 키워 놓으면 다 서울로 가더라'라면서
한사코 사람 키울 생각은 안 하고, 서울 쪽보다 더 좋은 스팩의 경력자를
뽑으려 하는 업체들도 많은데...

거, 정말 제대로 사람 하나 키워 보고 그런 소리 하는지 모르겠다.

저런 말은 소위 CEO라는 자의 입에서 나올만 한 말이 아니다.
실력없는 사람은 못 믿겠다는 뜻 아닌가.
결국 사내에 못 믿을 놈들이 많다는 뜻도 되고.
저런 말은 하고싶어도 혼자 꾹 삼키고 있으시라.

(마인드야 쉽게 바뀌지 않는 거니까 굳이 바꾸라 말씀 드리진 않겠다
 하지만 저런 마인드를 가진 경영자 밑에서는 일 하기 싫다)



말 하다보니 너무 길어져 버렸는데,
어쨌든 얼렁뚱땅 급 마무리를 해 보자면,
최소한 프로그램 개발 쪽으로는 서울보다 지방이 일자리 구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 되겠다.

결론은, 더러워도 서울에. ㅠ.ㅠ



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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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시태 2009.11.17 22: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웹쪽인데 저도 언젠가 한 번 지방쪽에서 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었거든요. 근데 포스트를 읽고나니 긍정이 되네요.

  2. rince 2009.11.17 23: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날카롭게 현실을 이야기해주고 계시네요.

  3. 산다는건 2009.11.17 23: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데 정말 서울은 물가가....어이쿠. 일을 똑같이 하는데 임금을 적게 받는 건 물가를 보면 왠지 맞는 것 같기도 하지만 사실은 말도 안 되는...ㅡ.ㅡ

    • 빈꿈 2009.11.18 03: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방은 물가가 싸니까'에 대해서도 적을까 하다가 너무 길어지는 듯 해서 안 썼지요.

      집 사고, 자식 키우고 한다면 분명히 지방이 쌉니다.

      하지만 독신으로 월세생활 하는 입장에선 지방이나 서울이나 별 차이 없습니다.

      월세 가격이야 지방 소도시들도 다 서울과 비슷하고(일부 엄청 비싼 곳 빼구요), 생활비도 어차피 대형마트나 수퍼마켓 이용하니까 차이가 없죠. 게다가 요즘은 인터넷 쇼핑도 많이들 하니까 더욱 차이날 게 없죠.

      점심때 사 먹는 밥값이 조금 쌀 수는 있지만, 서울 명동에서도 4천 원 짜리 백반식이 있다는 걸 감안한다면 그리 싼 것도 아니죠. 더군다나 지방은 대중교통이 서울보다 비싼 경우도 많구요 (환승제도 미비 등).

      단지 놀러 다닐 곳이 마땅치 않고, 눈을 유혹하는 매장들이 많이 없고, 사람(친구) 만날 일이 별로 없어서 돈을 아낄 수는 있을 테지요. ^^;

  4. 씨디맨 2009.11.17 23: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생이랑 같이 보다가 한참 웃었네요 ㅎ 개발자의 현실이란 ㅎ 동생하고 잠들기전에 한참 이야기좀 하다가 잘듯하네요. 잘봤습니다 ^^

  5. anyjava 2009.11.18 01: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주 캐공감하는 것입니다... 지방에서 IT하기란 힘들죠.. 그래도 광역시는 그나마 낫죠^^ ㅋㅋㅋ 어쩔수 없는것 같애요 ^^ㅋㅋ

  6. 개미탐험가 2009.11.18 01: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서 능력 되면 미국으로 나가고 그러는 거 같습니다. 일단 연봉은 더 높으니까요.

  7. codercay 2009.11.18 08: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봤습니다. 균형발전도 그렇고 정부의 중소기업 지방 기업 홀대가 빚어낸 문제 같네요. 지금 당장의 상황을 서울과 지방 대놓고 비교하기엔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들고.. 복잡한 문제네요..^^

  8. 쮸니 2009.11.18 08: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딱 공감가는 카툰이네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지방으로 내려와 8년동안 지방에서만 직장을 구하면서 생활하고 있는데 월급이나 대우가 형편없는곳이 많죠.
    혼자 살때는 그런데로 먹고 살만했는데 결혼을 하고 나니 많이 힘들어지네요.
    더 나이가 들면 진짜 지방에서는 받아주는 회사도 없을거같고 그래서 다시 서울이나 외국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 요거 카툰 제 블로그에 담아가도 되나요??
    물론 출저는 철저히 남기겠습니다. ^^

  9. 월하 2009.11.18 09: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지금 게임 기획자로 서울에서 일하고 있죠.
    처음 취직 할 때만 해도 그래도 부산에 몇몇 회사가 있겠지...했는데
    전부 유령회사더군요. ㄷㄷㄷ
    뭐 지금은 몇몇 회사가 생기기는 했지만...

  10. 가지 2009.11.18 09: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주도 사는 개발자준비생으로 참 공감됩니다...하-..-

  11. 젠틀맨 2009.11.18 10: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방에서 살고싶은 맘은 굴뚝같지만 여건이 ... 공감가는 글이네요.. 서울은 다 좋은데 집값이 너무 비싸~~ 인생을 바쳐서 집사는데 올인하는 그런 인생이 되어야 하는 것인가??

  12. heestory 2009.11.18 11: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감 100배..ㅋㅋ 저도 지방에 내려가서 조용히 살고 싶다..라는 말을 가끔합니다..그러나 막상 생각해보면 위에서 언급하셨던 내용들 때문에 섣불리 실천에 못 옮기게 되더라구요....어쩔수 없이 IT 하려면 서울에 있어야 경쟁력이 생긴다는...에효ㅠ

  13. 퓨리 2009.11.18 12: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왜 서울에서 일하다가 지방가고 싶은지도 그려주시면 재밌을듯 한데요 ㅋ
    전 사람들 바글바글 대는거 땜에 (집이 지방이기도 하고) 옮기고 싶었는데... 지방가서 다 빨리면 치킨집 차려야 된다는 얘기를 들어서 포기 =_=

  14. cw 2009.11.18 13: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감합니다.
    지방 중에서도 전남 광주같은 곳에선 4, 5년 이상의 경력자도 겨우 월 150정도에 부려먹을려는 회사가 많습니다.
    그러면서 사람이 없네. 지방에서 사업하기 힘드네 등등의 택도 없는 말들을 하지요.
    정작 사업한다는 본인의 개념은 안드로메다에 가 있는줄 모르고...
    최소 십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신 분들이 이제 정말 지방에 내려가서 일하고 싶다면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을 하시는게 가장 최선이지 않을까 싶네요.
    제가 아시는 분들 중에서도 그렇게 해서 일인기업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몇분 있습니다.
    물론 치킨집으로 가신 분들도 있구요.^^
    지방에서는 사무실 임대료나 뭐 그런게 반에반 이상으로 저렴하구요.
    물론 가끔 영업이나 피티등의 이유로 서울에 올라오는 건 감수해야겠지요.
    하지만 개발하고 뭐 유지보수하고 그런건 지역에 상관없으니까요.
    물론 일부 클라이언트가 강남에 있는 업체가 아니고 지방업체라고 해서 불이익을 준다면 그런것도 역시 감수해야 할테구요.
    어쨌거나 지방에서 일반적인 개발업체에 취직해서 서울에서만큼 아니 그 70%정도만큼이라도 대우를 받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 빈꿈 2009.11.22 04: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무래도 지방은 회사를 차릴 때 즘 되면 가는 게 좋겠네요. 근데... 회사를 차린다는 건 웬지 좀 제 인생하곤 상관 없는 일 같은 느낌이 들어요 ^^;;

  15. Counter to flow 2009.11.18 15: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죄송한데요, 꼭 IT분야 이야기가 아니랍니다.
    저같은 제조업종사자들 다 마찬가지입니다.
    기회가 되고 숙박문제만 어느정도 해결할수있다면 수단방법가리지
    않고 올라가려고 아우성인게 당연합니다.
    - 개인 사정상 절대로 지방을 못벋어나고 사는 1인;;;;

  16. LinSoo 2009.11.18 20: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몇달전 구직할때 생각나네요.
    지방의 모업체였는데 경력 5년 이상 팀장급 뽑습니다 해놓고
    연봉 표기는 월150
    그것도 본봉 100에 수당 50 이라고 하더군요.
    몇달 정도는 매번 구인란에 올라오더군요.

  17. idjung 2009.11.19 15: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돌이는 **진?

  18. 2009.11.21 23: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방에서 살다가 수도권으로 왔는데, 부동산은 지방이 확실히 쌉니다... 같은 가격의 고시촌인데 방크기가 다름.
    남자 혼자살면 거의 부실하게 먹으니 차이가 없을 수 있는데 저처럼 이거저거 요리해먹으면 농산물은 조금 싸서 좋더군요.

    주변에 놀러갈 산도 가깝고 탁트인 도로도 많아서(인구가 적어서 그런거지만)자전거 타기에 좋죠. 반대로 취미가 공연 같은 문화쪽 이라면 쥐약...이런저런 모임도 인구자체가 적으니 어쩔 수 없고ㅡ.ㅡ

    가장 큰문제는 이직과 취업의 어려움이고 나이있는 사람의 경우 아이들 교육이겠죠.
    실제로 저도 사람에 치이는걸 싫어해서 월급 좀 짜도 지방에서 일해보자고 했는데 일단 일자리 찾기가 엄청 힘들어요. 게다가 월급은 짠데도 근무시간은 엄청나죠..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