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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난뱅이는 도둑놈?
    웹툰일기/2009 2009. 12. 2. 07:30




    이왕 화두가 던져진 김에 경찰이라는 조직에 대해 주절거려보겠다.
    옛날에 경찰 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친구가 술자리에서 찔찔 짜면서
    "경찰이 이런 건 줄 몰랐다"라며 하소연을 해 댔다.
    거 참, 한 편으론 불쌍하면서도, 한 편으론 모르고 들어간 니 잘못이지 뭐, 그런 생각.

    그 녀석은 치안유지라는 순수한 정의감에 들어간 거였지만,
    그런 시각으로는 대체 저 집단이 왜 저러는가, 어째서 저렇게 하는가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 이미지는 대민 홍보용으로 만들어 낸 이미지 중 하나기 때문이다.

    현대 국가 체계에서 경찰은 다양한 임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임무 딱 하나만 꼽으라면 뭘로 꼽겠는가.
    민생치안? 땡, 틀렸다. 답은 '체제 유지의 위협 요소 제거'다.
    한마디로 집회, 시위 막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임무라는 거다.

    물론 각종 범죄가 판을 치게되면 그것 또한 체제 유지에 위협을 가할 수 있으므로,
    그것 또한 임무 중 하나이긴 하다. 하지만 어느 수준에 이르기 전까지는
    큰 위협을 가하지 않으니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거다.
    기득권층이 범죄에 노출되거나 불안감을 느끼면 조금 달라지긴 하는데,
    그렇다고 꼭 기득권층을 더 높이 받들어 모신다고는 볼 수 없다.
    체제유지에 기득권층이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런 판단은 상급기관에서 해 주니까.

    어쨌든 '집단행동 대처'와 '민생 치안' 부분을 적절히(라고 쓰고 교묘히라고 읽는다)
    조합해 둔 덕(?)에, 큰 효과가 생겼다(라지만 애초에 의도했을 수도 있다).

    바로 시위대를 범죄자와 동일시하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거다.
    일단 경찰이 민생치안 이미지를 걸고 있기 때문에, 경찰의 반대는 범죄라고 되는 거다.
    경찰은 정의의 편이야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어린아이들의 꿈과 희망의 반영 그 자체.
    그래서 미디어가 시위대의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경찰의 불쌍한 모습을 보여주면
    대다수의 시민들은 시위대에게서 등을 돌리게 되는 거다.
    달동네 철거할 때도, 용역깡패가 말 그대로 깡패짓 할 때 경찰이 뒤에 병풍치고 있는 것
    만으로, 철거민들이 법질서를 무시하고 땡깡부린다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거다.
    게다가 시위 막느라고 범죄율 높아졌다라고 슬쩍 흘려주면, 
    사람들은 더욱 길길이 날뛰지. 저 빨갱이들 때문에 도둑놈 늘어났다고.

    그 외에도 인력 충원의 정당성 확보 같은 것도 있다.
    치안을 위해 조직을 크게 유지하겠다는데 누가 반대하겠나.
    참 교묘한 부분이지. 그렇다고 두 부분을 떼 낼 수도 없게 만들어 놨잖아.
    효율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말이지.
    그래서 그들이 좀 불쌍한 것도 사실이다. 열심히 뺑이쳐야 하거든.

    이런 부분은 현대국가체계의 한계성 때문에 생기는 건데,
    근본으로 파고 들어가면 법 체계부터가 비정상적이라서 그런 것도 있다.
    현제 지구상의 거의 모든 국가의 법 체계는 전혀 평등하지 않은데도
    평등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또 그렇게 믿어지고 있다는 것.

    생각해보라, 가난뱅이의 벌금 백만원이 부자의 벌금 백만원과 같은가.
    예를 조금 단순화시켜보면, 더치패이의 환상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강호동과 이효리가 함께 삼겹살 먹고 더치패이하면 공평하다고 생각하나.
    물론 예상외로 효리가 많이 먹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마찬가지다. 엎어치나 메치나.

    그래서 현대 법률은 가난뱅이에겐 처벌로, 부자에겐 면죄부로 작용하게 된 거다.

    에잇 재미없다. 이런거 책 몇 권만 읽으면 다 아는 사실인데
    혼자 아는 척 떠들려니 무척 지루하다. 이만 끝내자.
    이런 거대담론 편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모르고 사는 게 속 편하다.



    p.s.
    현대국가가 민주국가로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려면
    시민과 국가간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은 경찰을 국가는 군대를 각각 나누는 게 이상적이다.
    사실 치안유지는 민병대로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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