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령시(藥令市)는 조선시대에 한약재를 전문적으로 취급했던 특수한 시장이다. 17세기 후반기 이후 의약학의 발달로 인해 약재 수요의 증가 등으로 등장하게 된 시장이다.

약재 중에 경상도 쪽에서만 나는 한약재도 있고, 이 지역에서 당시 공납하던 약재 수량도 엄청났다. 그러다보니 공납하던 약재 중 질이 떨어진 것이 섞여서 문책을 받기도 했다 한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약령시'라는 한약재를 사고파는 특수시장이었다. 아무래도 수요자와 공급자가 한 군데서 대규모로 만나게 되면 좋은 품질을 약재를 구하기도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효종 때부터 쭉 열린 약령시는 점차 전국적으로 퍼져서, 다른 곳에서도 열리게 됐다. 옛부터 유명한 3대 약령시로는 대구, 전주, 원주가 손꼽히는데, 그 중에 대구의 약령시는 단연 으뜸이라 한다. 한 때 사람들이 많이 모일 때는 수만명이 약령시에 들어찰 때도 있었을 정도다.

그 약령시가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 대구 중구 남성로에 '약전골목'이라 불리는 곳이 바로 그곳이다. 약전골목에는 지금도 한약방과 한약상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대구시에서는 이 자원을 이용해 매년 5월에 '대구 약령시 한방 문화축제'도 개최하고 있다.





옛날에 약령시는 약재의 채취, 출하시기에 맞춰 봄, 가을 두 차례만 열리던 특수시장이었다. 한 해에 두 번만 열리는 시장이니 그 때를 맞춰 몰려드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엄청날 수 밖에 없었을테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그렇게 시기를 맞춰서 열 필요 없으니 상설시장이 되었다. 그와 함께 한꺼번에 몰리던 인파도 때를 달리하여 분산되어, 옛날처럼 크게 붐비는 모습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요즘도 5월 초, 축제기간이 되면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다.

안타깝게도 내가 찾아간 때는 축제가 끝난지 며칠 지난 때. 조금만 빨리 찾아갔어도 사람들로 붐비는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있었을텐데. 뭐니뭐니해도 시장은 일단 사람들로 붐벼야 제맛인데.



대구 약령시 한방 문화축제 홈페이지를 보니, 매년 '청년 허준 선발대회'도 한다고 나와 있었다. 뭐, 그것 자체도 재미있긴 하겠는데, 대구는 미인으로 유명하기도 하니까 '소녀 장금 선발대회'도 하면 좋지 않을까. 그래서 한약재로 음식 만들어서 홍보도 하고, 판매도 하고 그러면 재미있을 듯 한데.

뜬금없는 말이지만, 한약재로 좀 더 다양한 음식들을 좀 개발했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 나와있는 음식들도 좀 있긴 하지만, 특유의 한약냄새가 너무 많이 난다. 향과 맛을 좀 더 부드럽게 해서, 한약 스파게티, 한약 피자, 한약 버거, 한약 과자 등을 만들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난 콜라를 좋아한다. 계피 들어가잖아. 나름 한약음료라구. ㅡㅅㅡ;;;;;;;;;;;;;;;;;;





그 유명한 약재골목(약령시)에 왔으니, 골목을 나돌아다니며 여기저기 기웃거려보고 싶었다. 하지만 단체관람에는 일정이란 게 있는거라. 안타깝지만 '약령시 한의학 문화관'만 달랑 구경하는 걸로 만족해야만 했다.

한의학 문화관 앞에는 한 인간이 평생 먹고도 남을 만 한 커다란 약탕기와 약재뭉치가 놓여 있었다. 우리 전통 한의학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노력한 사람을 위해 준비해놓은 상품이라 한다 (라고 헛소문 퍼뜨리면 한의학 알리려고 기를 쓰고 노력하는 사람도 생겨나지 않을까 ㅡㅅㅡ;).





'대구 방짜유기박물관'도 그랬지만, '약령시 한의학 문화관'도 단순히 한의학 재료들만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깨끗하고 간결하면서도 다양한 정보들을 전시해 놓았다. 관람자들이 자신의 체질을 알아본다거나, 간단한 건강체크를 할 수 있게끔 해 놓은 것도 돋보였다. 

정보를 전달하는데 단순히 판때기에 글자 몇 자 주루룩 써 놓고 끝내는 데 그치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게 꾸미려고 노력한 모습이 보였다. 도시 전체 슬로건인 '컬러풀 대구'에 맞추려고 일부러 그랬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전시관들은 잘 꾸며 놓았다. 사실, '약재'라는 소재가 던져주는 다소 고리타분할 것 같은 이미지를, 조금은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다.





약초 하나를 설명하는 데도 깔끔하게 조명 잘 사용해서 전시해 놓았고, 전시관 여기저기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것도 마음에 들었다. 더군다나 약제 손질 모습을 재현해 놓은 마네킹에도 이쁜 아줌마 마네킹을 사용했다능... ㅡㅅㅡ/

내 경우는 약재나 한의학 정보를 얻기보다는, 전시관 내부에 설치된 시설이나 조명같은 것들(인테리어)에 더욱 관심이 갈 정도였다.








동의보감도 전시 돼 있고, 사상체질, 음양오행 등에 대한 간단한 설명판도 있었다. 이런 설명들도 글과 그림에서 벗어나 좀 더 체험적인 어떤 것들로 재미있게 꾸미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도 있었다.

어쨌든 여기서 설명 들은 건데, 태양인, 소음인 같은 체질 분류가 한 사람에게 완전히 딱 들어맞는 게 아니라는 것. 태음인에 가깝다라든지, 몇 프로는 태음인이다 정도로 측정할 뿐, 너는 태음인이다라고 단정지어 말 할 수도 없고, 그렇게 말 하지도 않는다 한다.

그렇다면 나는 OO인이니까 이런이런 음식들을 많이 먹어야지 하는 것도,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는 뜻. 고로 음식 가리지 말고 있는대로 그냥 다 퍼먹으면 장땡 되겠다. 밥이 보약이라잖아. ㅡㅅㅡ;

참고로 나는 태양인도 태음인도 그 무엇도 아니다. 그냥 '자연인'일 뿐! 몸에 좋은거고 어떤거고 그게 뭔 상관? 오늘 하루 안 굶어 죽었으면 다행인거지!!! ㅠ.ㅠ








전시관 내부를 다니며 이런저런 설명을 해 주시던 안내원 분 왈, 이 전시관은 일본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곳이라 한다. 일본인들이 이런 것에 관심이 많다고 (라지만, 관심 많은 일본인들이 여기 온 것 아닐까라고 생각되는데...). 어쨌든 그러면서 나를 흘끔 쳐다보는 이유는?! ㅡㅅㅡ+

이번 여행 시작을 동대구역에서 했다. 동대구역에서 함께 할 일행들을 기다리다가 배가 고파 '리아'에 갔다. 리아는 정말 오랜만이라 천정에 들러붙은(!) 메뉴판을 구경하고 있는데, 이쁜 알바게 내 곁에 와서 하는 말. '메뉴와 아리마스'. 그리고 건네주는 일본어 메뉴판. OTL

웬지 일본어로 주문해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였는데... 새우버거는 일본어로도 새우바가더라.
뭐니 이게, 대구 나한테 왜 이러는 거니? ㅡㅅㅡ;








약전골목에 와서 거리도 못 거닐어보고, 전시관 하나만 덜렁 보는 걸로 끝냈다. 그런데 거리를 흘끗 보니, 딱히 구경할만 한 것도 크게 없는 듯 싶었다. 약재를 사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간다면 큰 의미가 있겠지만 말이다. 

이 거리를 보다가 부산의 영도다리 옆쪽으로 있는 약재골목이 떠올랐다. 그곳은 아직 허름한 가게들로 이루어져, 볕 좋은 날이면 약재들을 길거리에 내 놓기도 하기 때문에 두런두런 구경하기 좋았다. 물론 규모는 아주 작지만.

약전골목 뒷골목에도 온갖 한약재들을 밖에 내놓고 파는 그런 시장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본 것은 전시관 근처 큰 길 밖에 없으니, 이것만 보고는 뭐라 말 할 수는 없겠다. 그래도 이곳 약전골목도 너무 깨끗하고 정비된 모습으로만 가려고 하지 말았으면 싶다. 시장이라면 잘 단장된 깨끗한 점포들만 있어서는 맛이 안 사는 것 아닌가. 옛 모습과 적절히 섞어서, 축제 때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구경하며 즐길 수 있는 할 수 있는 어떤 것들을 끊임없이 계속 마련한다면,  인기있는 관광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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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elisa 2011.03.30 01: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헉.. 대구에 살면서도 약전골목에 저런곳이 있는 줄 몰랐네요;;
    먼저 우리 도시부터 관심을 가져야겠어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