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팔공산 한 자락에 위치한 '방짜유기박물관'은 전국에 단 하나뿐인 방짜유기 테마 전문 박물관이다.

2007년 개관한 이 박물관은, 우리의 전통문화유산인 방짜유기와 그 제작기술을 보존하고 전승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유기' 정도를 전시하니까 규모도 작을 거다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큰 규모였고, 건물 외에도 야외공연장 등의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이 박물관의 주요 소장품들은 중요무형문화제로 지정된 유기장 이봉주 옹께서 평생 직접 제작하고 수집한 것들을 기증받은 것이다. 그분은 아직도 문경의 공방에서 유기를 만들고 계신다.



방짜유기는 쉽게 말해서 두드려 만든 그릇이다. 물론 그릇 말고도 악기, 제기 등의 다양한 물품들을 만들기도 한다. 박물관 입구 바로 옆에 있는 큰 징도 방짜로 만든 것이라 하는데, 그 크기를 보니 얼마나 망치질을 열심히 했겠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독특한 소재로 만들어진 박물관이라 특별한 의미를 가지기는 하지만, 사실 그릇들을 구경한다는 것이 그리 재미있는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어떤 체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다른 관람객들도 그런 생각이었는지, 한 무리의 관람객들이 등장하자마자 거의 뛰듯이 휙휙 지나가더니 십 분도 안 돼서 퇴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세계적으로 방짜 기술을 보존하고 있는 나라가 매우 드물다고 하니, 그 중요성이나 보존 가치는 충분히 있다. 그러니 일반인들에게 쉽고, 편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 박물관이 계속 꾸준히 해 나가야 할 숙제가 아닐까.






물론 기존의 오래된 박물관들과는 다르게, 지금도 다양한 기술들을 이용해 예쁘고 다양한 모습들로 전시물들을 보여주고 있다. 시간이 없어 못봐서 그렇지, 동영상 자료들도 한 번 즘 볼만 한 관심가는 것들이 몇몇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박물관이라도 만들어 놓고 유지하는 데만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될 테다. 이미 여러모로 세상이 '구경'만 하는 것에 싫증을 내고 있으니까 말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식기들. 이런 놋그릇들은 그 자체만으로 살균기능도 있고, 독극물 검출 기능도 있다 한다. 그래서 옛날에 연탄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놋그릇들이 변색이 되어, 스테인레스 그릇들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한다. 그런 것을 이용해서 이야기를 잘 갖다 붙이면, 어떤 감마파 같은 것이 나와서 인체에 좋은 효과를 준다라는 등으로 놋그릇의 전성기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ㅡㅅㅡ;

박물관 한 쪽 옆에 식당이나 매점을 차리고, 저런 식기들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코너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가끔 음식에 독극물을 섞어서 놋그릇 색이 변색되게 만든 다음, '어 이거 이상한데요'하면 '당첨되셨습니다~'하며 그 놋그릇을 선물로 주기도 하는 이벤트도 하고. 뭐, 모르고 먹다가 죽으면 할 수 없고... ㅡㅅㅡ;;;






한 쪽 옆에는 옛날에 놋그릇을 만들고 팔던 모습을 재현해 놓은 곳이 있었다. 마네킹들이 다들 슬퍼보여서 관람하기가 좀 서글펐던 곳. 여기 가시면 마네킹 얼굴들을 한 번 보시기 바란다. 삶에 찌든 듯 한 그런 표정을 아주 잘 살려내고 있다. 그런데 너무 슬퍼보여. 좀 웃는 얼굴로 만들지... ㅠ.ㅠ




박물관 옆에는 별관처럼 해서 놋그릇 등을 판매하는 가게가 있었다. 그런데... 두둥-!






제일 싼 숟가락 하나도 만 원이란다.
아닌데... 오만 원이라 했던가?
젓가락 한 짝에 만 원이라 했던가? 몰라! 여튼 엄청 비쌌음! ㅠ.ㅠ

옛날에 어릴 때 지내던 시골에서는 개 밥그릇도 저런 놋그릇을 사용했는데. 물론 내 숟가락도 저런 거였고.

하루는 엄마가 외할머니께 여쭤 봤단다. 그 많은 놋그릇들 다 어쨌냐고. 그랬더니 예전에 시골 마을로 마을로 다니며 저런 것들만 수집해가는 사람들이 있었단다. 마루밑에 굴러다니는 다 찌그러진 그릇들도 싹 걷어가면서 고물보다 조금 더 돈을 쳐 줬다고. 그래서 그 때 다 팔고 스테인레스나 도기 그릇으로 바꿔버렸단다. 에고, 할머니, 그거 그대로 뒀으면... 엉엉... ;ㅁ; (내가 쓰던 숟가락이라도 좀 놔두실 것이지~)



시대가 바뀌고 세월이 흐르면서, 가까운 과거의 것들은 쓰레기 취급을 받지만, 오래된 과거의 것들은 골동품 취급을 받는다. 그걸 잘 알면서도 보존하기보다는 버리고 바꾸기 일쑤.

옛날의 5.25, 3.5인치 플로피 디스크들 잘 놔두면 나중에 가보가 될지도 모르잖아. 게다가 오래된 카세트도 나중엔 지금의 전축 대접을 받을지도 모르고, 테두리가 누렇게 변해버린 손글씨로 꾹꾹 눌러 쓴 오래된 일기장도 고문서 취급을 받게 될 지도 모르며, 다이얼 전화기, 연탄집게, CRT 흑백 TV 등도 골동품으로 큰 대접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 버렸지 뭐야~ 음하하하하하~ OTL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들은 자연스럽게 그대로 놔두자. 그런 것들은 더 좋게, 더 빛나게, 더 깨끗하게, 더 편리하게 바꾸고 고치는 것보다, 그 모습 그대로 놔 두는 것이 좋다는 것을 결국엔 깨닫게 되지 않는가. 그러니까 강도 좀 그대로 놔두자. 한 번 발로 차서 찌그러진 주전자는, 잘 두드려 펴도 찌그러진 주전자 밖엔 안 되니까.



역시 대구는 더웠음. 그래서 선물로 받은 부채를 펴 들고 판소리 한 구절을 읊...으려다 말았음.
선물로 받은 부채 꽤 좋은 것이었는데~ 안 보여 줄거임! ㅡㅅㅡ/


혹시나 이 박물관이 끌리는 분들은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기 바람.
대구방짜유기박물관 http://artcenter.daegu.go.kr/bangjja/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