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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맑은 산 아래 천년고찰 - 대구 팔공산 동화사
    국내여행/경상도 2010. 5. 11. 04:28

    동화사는 팔공산 남쪽 기슭에 위치한 대구의 대표적인 사찰 중 하나이다.

    서기 493년에 세워졌고 그 후 832년에 다시 세워졌는데, 그 때 오동나무 꽃이 만발해서 이름을 동화사로 고쳐 지었다 한다. 오래된 곳인 만큼, 신라시대 때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다양한 유물들이 보존되어 있다.

    마애불좌상, 석조비로자자불 좌상, 비로암 삼층석탑, 금당암 삼층석탑, 동화사 당간지주 등, 보물 등으로 지정돼 있는 수많은 유물들이 있는 곳이다.   



    마침 석가탄신일이 코 앞이라 사찰 내에는 등이 즐비하게 걸려 있었다. 이런 등은 밤이면 참 예쁜데...



    대웅전 올라가는 입구에 놓여져 있는 동그란 돌덩어리 세 개. 봉황의 알이란다. 저걸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대한민국에 소원 이루게 해 주는 장치들은 참 많고도 많은데, 왜 내 소원은 안 이루어질까. 라는 의문에 대한 시원한 답을 해 드리겠다. 소원을 이루어 준다고는 했지만, 언제 이루어 준다고는 하지 않았잖아. 그러니까 죽기 바로 직전에 이루어질 수도 있고, 때론 죽은 후 천 년이 지난 후에 이루어질 수도 있다~라는 거. ㅋ



    대구를 대표하는 사찰이라 하는 만큼, 등도 참 많이 달려 있었다. 안타까워라, 밤에 보면 더 고왔을 것을.









    동화사 본전 문의 문양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 하면서도 느낌이 색달랐다. 그 느낌을 어떻게 제대로 표현은 못 하겠다. 다만 반듯하게 제 빛깔 그대로 보이는 깨끗한 색깔보다는, 세월의 때가 묻어 약간 빛바랜 모습이 더 고와 보였다.

    최근에 서점에서 우연히 책 한 권을 집어들었는데, 주로 사찰을 다니며 감상하고 사진을 찍는 분의 책이었다 (제목도 기억이 안 나지만). 그 책에 나오는 어떤 분은 아무리 작은 절에 가더라도, 그 절에 있는 탱화나 문양, 기와, 각종 장식 등을 보면서 최소한 세 시간은 혼자 놀 수 있다 한다. 아는만큼 보인다라는 표현이 그 분에게 딱 들어맞는 말인 듯 싶다.

    그 책을 읽으면서 나도, 사찰이나 건축물, 혹은 들꽃이나 각종 풀꽃, 하다못해 토양의 질이라든가 하는 그런 것들에 전문적인 지식을 좀 갖추어서 여행을 하면 더 즐겁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여행하다가도 컴퓨터를 보면, 사양이 어찌되고 대충 가격이 어느정도고, 왜 느리게 동작하는지 따위를 감상(?)하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만... 그건 좀 아니잖아. ㅠ.ㅠ  

    어디선가 우연히 줏어듣고는 가슴을 후벼파는 아픔에 몇 날 며칠을 잠 못 이룬 말이 하나 있다. '나이 먹는 것을 슬퍼말고, 인생이 녹슬고 있음을 안타까워하라'. 아아, 나도 이제 취미삼아 어떤 것에 전문적인 지식을 좀 갖춰야지. 인생을 이대로 녹슬게 가만 내버려 두기엔 너무너무 아깝잖아.



    경내에 매어놓은 연등들이 마침 불어온 바람에 일제히 휘날렸다. 무심히 보고 지나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저 등들 하나하나는 저마다 누군가의 사연들이겠지.

    그렇지만 저렇게 미풍에 흩날리는 것을 보면, 참 번뇌라는 것도 하잘것 없다라는 생각이 든다.

    내 것 또한 마찬가지아닐까. 작은 바람 한 줄기에 흐트러져버릴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고뇌랍시고 껴안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은 그만. 이제 그만 바람에 번뇌를 날려버리자. 그러려면 바람이 필요하지. 그러니까 여행을 떠나자 (라는 이상한 결론).



    너무 번뇌하셔서 머리가 깨지신 사천왕. 고민은 사천왕도 깨어버린다구. 어쩌면 비파에 줄이 없어서 화가 나신 건지도 모르겠지만. ㅡㅅㅡ;
    어쨌든 머리가 깨질 정도로 고민하지 말자구. 그딴거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잖아. 차라리 깨 부수고 뒤집어 버리자! (으하하하 기다려라, 내가 다 뒤집어 버릴테다!!!)



    올라올 때는 버스로 쭉 올라왔는데, 내려갈 때는 사찰 내부를 구경하며 걸어내려갔다. 그런데 내려가면서 보니까 사찰 내부가 상당히 넓고 높았다. 거의 등산이라해도 될 듯. 걸어서 올라왔으면 중간에 뻗는 사람 꽤 있었을 듯. 그 긴 여정 중 108 계단은 아주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108계단 난간에 새겨진 용은 여의주를 입에 물고 있었는데, 얼마나 꽉 깨물고 있었는지 여의주가 찌그러져있었음. 아하- 여의주는 말랑말랑한 거였구나, 라는 걸 새롭게 알게됐음. ㅡㅅㅡ;






    부산 쪽에서도 팔공산은 유명하다. 특히 불자들 사이엔 이 절도 꽤 유명한 편.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대구는 와 볼 기회가 없었다. 전국에 꽤 유명한 산은 거의 다 가봤지만, 팔공산은 처음으로 와 봤다. 어쩐지 대구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연이 비켜나가는 곳인 듯 한 느낌. 해외여행 때 만났던 예쁘장한 대구여인도 대판 싸우고 헤어졌고~ 잇힝~ ;ㅁ;



    팔공산 동화사 아랫목엔 돈으로 가득한 섬이 하나... 밤에 가서 수거하면... ㅠ.ㅠ






    계속해서 이어지는 동화사 내부. 한참 내려와서 이제 끝인가보다 했지만, 그 때 떡하니 나타난 거대한 축조물들. 마침 공사중이라 제대로 된 깨끗한 모습을 볼 수 없어서 조금 안타깝긴 했지만, 그래도 규모 면에서 참 대단했다.

    중간에 있는 석불은 '통일약사여래대불'이라고 하는데, 약사라는 이름처럼 중생들을 치료해 줄 약함을 손에 들고 있다. 통일을 기원하며 세워진 불상으로, 좌대 높이가 13m, 불상 높이가 17m, 총합 30m의 높이다. 108명의 석공들이 약 7개월간 만들었다 한다 (만든지 그리 오래돼 보이진 않았다).



    동화사를 설명해주시던 문화해설사 분이 말씀 하시기를, 이 석불이 세계에서 가장 큰 석불이라 한다. 어라? 내가 알고 있던 지식과 좀 다르다. 제차 확인해봤지만, 틀림없다 하셨다.

    인터넷으로 '동화사 통일약사대불'을 검색해보니, 네이버 백과사전에도 '세계 최대규모의 불상'이라 나온다.



    어라, 이상한데...? 처음엔 바미얀 석불이 파괴되어서 그런가 했다. 바미얀 석불은 아프가니스탄의 바미얀 석굴에 있는 많은 석불 중 하나인데, 높이가 53m에 달했다. 역사도 오래되어, 6세기 즘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이었다.

    그런데 '신은 하나 뿐이다'라며 탈레반 정권이 로켓포 한 방으로 완전 산산조각 내 버렸다. 최근들어 다시 복원을 하느냐, 아니면 어리석은 만행을 알리는 차원에서 그냥 두느냐 논란이 일고 있는데, 어쨌든 지금은 부숴진 채로 빈 자리만 덩그라니 남아있다. (관련자료1, 관련자료2)



    그래서 그 바미얀 석불이 파괴되었으니 동화사 석불이 가장 큰 것이 되는건가 했는데, 조금 더 찾아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중국 쓰촨성의 러산이라는 곳에 러산대불(낙산대불)이 있기 때문이다. 이 석불은 높이만 71m 이다. (관련자료1, 관련자료2, 관련자료3)

    이 불상도 사실 세계최고 혹은 세계최대 석불이라고 불리지는 않는다. 단지 중국최대라 불릴 뿐이지. 일본 어딘가에도 꽤 큰 규모의 석불이 있다고 듣기도 했고. 아마 찾아보면 더 나올 듯 싶다. 

    핵심은 어째서 동화사 석불이 세계 최대규모라고 하느냐는 것. 높이나 크기면으로 봐선 아무래도 세계 최대가 아닌데 말이다. 혹시 약사대불 중에서 세계최대라거나, 혹은 21세기에 세워진 세계최대 석불이라거나 그러면 좀 이해가 갈 수도 있을텐데. 이 부분은 동화사 측과 문화해설 하시는 분들이 참고하셔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으면 싶은 마음에서 자세히 적어 봤다. 혹시나 다른 분들이 가서 해설 듣다가, 동화사는 뻥이 심하더라라는 인상을 받게 되면 서로 안 좋은 일이니까.



    그런데, 이런거 저런거 다 집어치우고, 내 생각엔 동화사가 세계최대의 석불이 있는 사찰이기보다는, 세계에서 가장 자비를 많이 배푸는 곳으로 알려지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는가 싶다.







    어쨌든 동화사도 동화사지만, 팔공산도 듣던만큼 아름답고 온화한 산이더라. 언제 시간나면 팔공산으로 조용히 산행을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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