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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니들이 나가사키 짬뽕 맛을 알아?!
    해외여행 2011. 4. 5. 03:49

    짬뽕같은 세상에 짬뽕같은 일들이


    여행을 좀 했다는 사람들은 가끔, 사람들 앞에서 뭔가 아는 척을 할 때가 있다. 사람에 따라 자기도 모르게 가끔 툭 튀어 나오는 경우도 있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떤 경우는 정말 재수 없을 정도로 심한 사람도 있다. 그 내용도 정말 아는 것을 그대로 말 하는 사람이나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그 언저리 정도만 경험해 보고는 아는 척을 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경우든 공통적인 것은, '내가 가 봐서 아는데'라는 말은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다는 거다.

    그렇지만 정말 경험 해 본 입장에서 안타깝고, 이건 아닌데 싶어서 광화문 네거리에서 막 외치고 싶은 경우가 있다. 말 하자니 재수없다 할까봐 못 하겠고, 하지 말자니 입이 근질근질하고. 그래서 차라리 그런 경우를 애초에 만들지 않거나, 회피해 버리는 것이 내 방법이다. 그래도 가끔 나도 모르게 툭 튀어 나와버려서 후회할 때가 있지만.



    예전에 회사에서 외부 손님이 와서 몇몇 사람들이랑 밥을 먹으러 나간 적이 있다. 근데 이 손님이라는 사람이 두 마디 하면 한 마디는 꼭 내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해서 미운털이 팍팍 박힌 사람이었다. 그날따라 이 사람이 또 나가사키 짬뽕을 먹으러 가자고 해서 일단 가긴 갔다.

    그런데 짬뽕 나오니까 '아, 이거 오리지널하고 똑같네~ 이 집이 내가 발굴한 대표적인 집이지' 이런 말을 하길래, 난 웃으며 딱 한 마디 던져줬다. '나가사키, 언제 갔다 오셨어요?'.

    물론 한 번도 갔다오지 않은 그 사람은 갔다왔다고 뻥을 치면 나한테 들통 날 게 뻔하니까 똥 씹은 얼굴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그 이후로 오리지널 타령은 할 수 없었고, 골치를 썩이던 외주 문제는 깔끔하게 캔슬하는 걸로 결론이 났고. 이래저래 아름다운 한 판 이었다.



    최근에 몇몇 사람들이랑 밥을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나가사키 짬뽕 집을 가게 됐다. 사람들은 일반 짬뽕하곤 맛이 틀리다며, '아, 이것이 나가사키 짬뽕이구나'하며 감탄을 연발했다. 연발하고 연발하고, 또 연발하고. 급기야 나는 나도 모르게 버럭하고 말았다. '이딴건 나가사키 짬뽕이 아니야! 국적 불명의 한국식 멀건 국물 짬뽕이지!'. 식당 사람들 다 돌아보고, 주방장 나와서 현지 물자 공수에 차질이 있어서 제대로 맛을 못 냈다며 죄송하다 하고. 이 쯤 되니 내 스스로 나는 진상이구나 싶고.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고.

    그래서 독자따위 신경쓰지 않고 마음껏 지껄이는 글로 하고싶은 말을 적어보기로 결심한 거다. 읽고싶은 사람만 읽으면 그만, 읽고나서 맘에 안 들면 까먹으면 그만. 나 역시도 말보다는 글이 편하고. 왜 이런 글 썼냐 그러면 보기 싫으면 꺼지라 하면 되고. 두루두루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논리 따윈 맞추지 않아! 논리적인 글을 원하면 당장 도서관이나 서점을 달려가란 말이다 이 게으름뱅이야!).




    웃기는 짬뽕


    한국의 짬뽕은 짜장면과 함께 19세기 인천에서 중국인들에 의해 개발되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짜장면의 표기는 자장면으로 해야 옳다. 국립국어원은 짜장면도 병용표기를 허용한다 했으나 표준어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그 말은, 짜장면으로 쓰는 것을 허용은 해 주지만 옳지는 않다는 뜻으로, 공식적인 자료 등에서는 표기를 자장면으로 해야 한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짬뽕도 짜장면처럼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된 음식이라는 거다.

    짜장면도 중국에 가서 먹어보면 국물이 흥건한 게 영 짜장면 같지 않은 느낌이다. 마찬가지로 짬뽕도 그 원형이라 하는 차오마멘을 먹어보면 영 짬뽕이라 할 수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따라서 짜장면도 그렇듯이 짬뽕도 중국에서 들어오긴 했지만, 이미 토착화 된 한국 음식이라 불러도 무리가 없다는 것.
     


    기억하는 분이나 경험하신 분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70~80년대 까지만 해도 한국에도 국물이 멀건 짬뽕과 뻘건 짬뽕 두가지가 있었다. 어릴적 살던 동네 근처의 시장 변두리에, 나를 기억하고 귀여워 해 주던 화교 아저씨가 있었는데, 그 허름한 집의 짜장면 맛이 일품이었다. 조그만 가게가 항상 사람으로 들어차 언제 가도 자리가 없었는데, 내가 가면 카운터 옆 자리나 주방 안쪽 작은 테이블에 항상 앉혀주곤 했다.

    그런데 어느날 고개를 돌려보니, 나 말고는 다들 짬뽕을 먹고 있는 게 아닌가. 나중에 알고보니 그곳은 짜장면보다 짬뽕으로 더 유명한 집이었는데, 그 때는 왠지 어린마음에 짬뽕은 어른들만 먹는 음식이라는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어서 차마 짬뽕을 시켜 먹지는 못 했다. 거기서 국물이 멀건 짬뽕과 뻘건 짬뽕을 구경했다.

    그때 차마 그 맛을 보지 못 한 것이 한이 될 정도로 안타깝긴 하지만, 그 안타까움도 한참 지나고 나서 느끼게 된 것 뿐이다. 사실 그 때 당시 몇 달에 한 번 용돈 타서 갈까말까 하는 중국집에서 어찌 짜장면을 포기할 수 있었겠는가. 엄마가 끓여주는 짜파게티 따윈 싫어, 제대로 된 짜장면이 먹고 싶어! 하다가 빗자루로 맞아 본 사람이라면 이해 할 테다. 중국집에서 짜장면 말고 다른 음식은 눈에 보이지 않았던 그 어린 시절을. 그리고 중국집 짜장면은 엄마의 짜파게티 따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진실을.

    진실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 나가사키 짬뽕은 나가사키의 나가사키 짬뽕 맛이 아니다'라는 진실을 알려줘봤자 실제로는 아무 쓸모도 없다. 그래서 뭐 어쩌자고? 명품녀처럼 짱뽕 먹으러 나가사키 가요~하고 비행기 타고 가자고? 그건 아니잖아. 그러니까 그냥 그 짬뽕을 나가사키 짬뽕이겠거니 하고 먹는게 행복에 좀 더 도움이 되는 거고, 결국 진실이란 건 행복과는 별 상관 없는 거고. 진실진실 해봤자 그거 알아서 뭐 할 건데. 사람들은 잘 포장된 진실처럼 보이는 그 어떤 것을 원할 뿐이야. 진실따윈 필요 없어. 그러니까 웃기는 짬뽕 (이미 말했지만 뭔가 불만에 가득찬 글이다, 앞으로도 더 나올테다).





    어쨌든 나가사키 짬뽕도 19세기 말부터 유래되었다 한다. 가장 유력한 설은, 그당시 중국에서 넘어와 중국집을 운영하던 사람이, 가난해서 밥을 굶고 다니던 중국인 유학생들을 위해 대접한 국수 요리가 나가사키 짬뽕의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나가사키 짬뽕과 인천 짬뽕이 만들어진 시기는 거의 비슷하다. 그도 그럴 것이, 1880년대 쯤에 중국인들이 인천과 나가사키를 거점으로 집단 이주를 했기 때문이다.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의 짬뽕과 한국의 짬뽕이 발음이 비슷해서 둘 다 짬뽕으로 이름이 굳혀졌다 한다. 실제로 일본에 가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는 없지만, 짬뽕을 짬뽕이라 부를 수는 있다.

    나가사키 짬뽕을 주문할 때도 안 되는 영어나 일본어로 골머리 썩지 말고, 그냥 한국어로 '짬뽕 주세요'하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물론 주문받는 사람이 일본어로 재차 물어올 것이다. '국물 있는 걸로 드릴까요, 국물 없는 걸로 드릴까요?' 이 말을 일본어로 들으면 마치, '빨간 짬뽕을 줄까, 파란 짬뽕을 줄까'처럼 괴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고민되는 분들은 국물을 일본어로 외워 가시든지. 내 경우는 그냥 '히히' 웃으니까, 지 기분따라 아무거나 그때그때 내 주더라.




    집에서 짬뽕 만들어 먹으려면 집부터 사라


    한국의 짬뽕은 주로 닭 육수를 이용해서, 제철 채소와 해산물 등을 넣어 만든다. 여러가지 재료들이 들어가 섞였다고 해서 이름이 짬뽕이라고 했을 만큼 다양한 재료들이 들어간다. 앞서도 말했지만, 한국에도 대략 80년대 까지만 해도 그냥 짬뽕은 멀건 국물이었다. 뻘건 국물은 매운짬뽕이라 해서 따로 분류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구분이 없어지고, 그냥 짬뽕 하면 빨간 국물의 매운짬뽕을 일컫게 됐다. 멀건 짬뽕 줘봤자 고춧가루 뿌리고 김치 섞어서 벌겋게 해 먹는데 굳이 그걸 줄 필요는 없잖나. 내가 주방장이라도 맘 상해서 메뉴 하나로 통일 시켰겠다.

    여기서 일부 주부들이 착각하는 부분이 있는데, 짬뽕 만든답시고 해산물만 들입다 넣어서는 고추기름이나 고춧가루 막 뿌리고 면 넣어서 '자, 짬뽕' 하는 분들이 있다. 그건 짬뽕이 아니라 해물탕이다. 짬뽕국물은 해물육수가 아니라 닭이나 돼지 육수다. 해물로만 아무리 지지고 삶고 볶아봤자 짬뽕 맛 안 나온다.
     
    특히 집에서 만드는 짬뽕과 중국집 짬뽕 맛이 다른 것은 불의 세기다.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화력을 일반 가정집에선 도저히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애초부터 중국집 맛을 내기란 좀 어렵다. 그래도 어느정도 따라가려면, 야채를 볶을 때 식용유 대신 쇼팅기름을 쓴다든가, 고춧가루와 함께 고추기름을 쓴다든가, 소금과 설탕을 적절히 조금씩 넣는 방법 등이 있다. 물론 고기를 푹 고아서 육수를 판타스틱하게 고아 낸다면 중국집 짬뽕에 능가하는 맛을 낼 수도 있는데, 그런 아낙이 있다면 당장 신고해 주시기 바란다 내가 데려가겠다.

    오해하지 말 것은, 마치 중국집 짬뽕이 더 좋은 듯 써 놓기는 했는데, 그런 뜻은 아니다. 사실 요즘 중국집 짬뽕, 맛은 있지만 그리 신뢰는 안 간다. 여러가지 신뢰가 안 가는 점들이 있지만 작게는 매운맛만 해도, 쉽게, 싸게 맛있는 매운 맛을 내기 위해 매운맛 소스를 넣는 곳이 많다. 그게 과연 나쁜가는 모르겠지만, 몇년 전 그런 소스를 만드는 사람을 만나서, 커피껌에 커피가 안 들어간다는 말과, 불고기 소스 같은 것도 화학적 조합일 뿐이라는 말에 충격을 먹고 나서는 그냥 꺼림직하다. 그래서 집에서 만들어 먹는게 건강 상으론 좋지만, 아 너무 비싸! 집에서 만들어 먹으려면 우선 집부터 있어야 하잖아! 젝일.




    한국의 중국집을 가면 짬뽕 종류도 몇가지가 있다. 삼선짬뽕이라고 해서 죽순, 새우, 해삼을 비롯해 일반 짬뽕보다 해산물이나 재료들이 더 많이 들어간 짬뽕도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잘 팔지는 않지만, 비빔짬뽕 혹은 볶음짬뽕이라고 해서 국물 없이 볶거나 비빔면 형태로 나오는 짬뽕도 있다. 그리고 굴의 시원한 맛을 살리기 위해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맑은 국물 그대로 나오는 굴짬뽕도 있다.

    대략 한국에서 먹었던 나가사키 짬뽕이라는 것은 이 굴짬뽕에 가까운 가까운 것들이었다. 물론 한국에서 먹은 나가사키 짬뽕이라 해봐야 다섯 번 정도 밖에 안 되지만, 그 때마다 실망했으니 내 실망감은 어떠했겠나. 완전 본전 생각 나는 거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그냥 한국식 짬뽕을 먹고 말지, 이건 뭐 재료 비슷하다고 아무 이름이나 갖다 붙이면 된다는 식으로 내 오니 기가 찰 노릇.

    그건 마치, 객관적 사실을 열거하면 마치 그게 진실에 다가서는 것인 양 생각하는 이 사회 풍토와도 비슷하다. 객관적이라는 것은, 제 삼자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거나 생각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까 객관적 사실이라고 해 봐야, 제 삼자의 주관일 뿐이다. 고로 객관 또한 주관이다. 그런 객관을 뭘 그리들 좋아하시는지. 그 객관 할 사람이 멍청이, 바보, 쪼다면 어쩔건데. 객관적으로 안 하는 것 보다 더 나쁜 것 아닌가. 그러니 세상이 짬뽕인거다. 이런 짬뽕같은. 이렇게 말 하면 객관적이란 건 그런게 아니라고 말 하는 사람 꼭 있지. 먼저 국어사전부터 찾아보시지.



    그래서 나가사키 짬뽕의 육수 베이스는 돼지, 닭, 해물, 멸치 등이다. 일본 라멘의 영향으로, 짬뽕 국물 또한 라멘의 영향을 많이 받은 편이다. 그러니 한국에서는 차라리 일본 라멘을 찾거나, 우동을 떠올리는 편이 나가사키 짬뽕에 가까운 맛을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이다.
     
    나가사키 짬뽕의 육수는 주로 돼지와 닭 육수를 혼합해서 만든다. 그 외에도 가게마다 다른 육수 베이스가 있다. 버섯을 끓여 만든 국물이나 조개 국물, 심지어 소금으로 간을 맞춘 우유까지 들어가기도 한다. 그 오묘한 조합이야말로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 낸 그 가게만의 비법이라 할 수 있다.
     
    그 외에는 눈에 보이는 재료들이다. 면과 각종 채소와 해산물, 어묵이 들어가기도 하고, 어떤 집은 시원한 국물을 위해 파와 양파를 많이 넣기도 하는 등의 기교들이다. 대강 열거한 내용을 봐도 알 수 있듯, 일본 라멘처럼 나가사키 짬뽕도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다. 특히 한국인들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어서, 딱히 이게 최고야라고는 말 못 하겠다. 단지 나가사키에는 나가사키 짬뽕을 하는 집들이 수없이 많이 있으니, 이왕 간다면 여러군데 들어가서 각각의 독특한 맛들을 즐겨 보라고 하고 싶다.




    나가사키 짬뽕을 원한다면 케이카엔으로 고고씽


    최근 나가사키에서 엄청난 나가사키 짬뽕 맛을 보았는데, 나가사키 역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케이카엔(keikaen, 慶華園)이라는 곳이다. 이곳을 알게 된 것은, 은근히 여행자들 사이에 알음알음으로 유명해져 있는 나가사키의 게스트하우스 아카리(akari) 주인장을 통해서다. 완전 강추한다고 해서 별 생각없이 가봤는데, 처음에는 숙소에서 가까워서 그냥 대충 가서 먹기 편해서 그러는 건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짬뽕맛에 반해서 그 근처에 숙소를 차린게 아닌가 의심 될 정도로 훌륭한 맛이었다. 뭐 그렇다고 한 입 떠 먹으면 선녀들이 노니는 무릉도원이 연상될 정도 까지는 아니고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선녀들이 짬뽕 먹는 모습이 잘 떠오르질 않는다. 뭔가 그건 아닌듯). 그래도 분명한 것은 주인장이 추천한 말처럼, 나가사키에서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의 짬뽕 맛을 자랑한다는 것 만큼은 틀림 없다. 국물은 멀겋지만 마늘로 살짝 간을 했는지,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이 일품이었다.

    볶음짬뽕도 있길래 시켜봤지만, 그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분명 입맛에 맞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이미 그 화려한 국물맛에 혼이 뺏겨 버린 마당에 볶음짬뽕은 그저 모래 씹는 맛일 뿐. 아마 화성에서 얼음을 녹여 라면을 끓여 먹으면 이런 맛이 나지 않을까.

    물론 내가 나가사키에 머무는 동안 매일 한 끼 씩은 이 중국집에서 짬뽕을 먹은 것은 순전히 짱뽕 국물 맛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홀에 치파오를 입고 서서 상냥하게 웃어주는 두 여인이 예뻤던 것과는 전혀, 아무런 상관도 없을 수도 있다. 단지 일반적인 식사시간 외에는 내부에 손님이 아무도 없을 정도로 한가했다는 것과, 이 근처가 사람이 그리 붐비지 않는 주택가라서 동네 자체가 조용하다는 것 또한 이 가게를 매일 찾아간 이유들이었다.  나름 창 밖으로 내다 보이는 풍경도 적당히 이국적이면서도 좋았는데, 특히 내가 머물 때 거의 매일같이 비가 쏟아져서 더욱 좋았다. 진짜 좋았다. 아 좋았다구, 어차피 혼자 가는 여행인데 비 오는 게 뭔 상관이냐.

    그래서 결론은 나가사키에 가면 아카리 게스트하우스 바로 옆에 있는 케이카엔이라는 중국집에서 꼭 짬뽕을 먹어보라는 거다. 택시 타고 말 해봤자 못 찾는다, 미리미리 준비해 가거나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수 밖에. 이래서 결국 이 글은 맛집 포스팅이었다. 나름 반전이다 (나는 전쟁이 싫다. 그러니 싸우자고 덤비지 마라). 읽느라 수고하셨으니 오늘은 짬뽕 한 그릇 하심이 어떤가. 난 요즘 '짬뽕 잘 하는 집, 홍콩반점 0410'의 짬뽕맛이 좋더라. 집에서 만들어 먹는 짬뽕은 삼양에서 나온 볶음짬뽕 면이 좋고. 싫으면 소주에 해물탕 드시든지.




    ▲ 제대로 된 나가사키 짬뽕 맛을 보여주는, 나가사키의 중국집 케이카엔. 손님들도 대부분 짬뽕을 시킨다.



    ▲ 일반인 사람들이 식사시간이라고 정해놓은 시간대를 제외하면 거의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다. 원래 밥은 혼자 먹는 거다, 똥을 혼자 싸는 것 처럼.



    ▲ 일단 들어가면 얼음물 한 잔과 메뉴판을 준다. 그런데 메뉴판 봐봤자 뭔지 모르겠어서 그냥 짬뽕만 내리 주문했다. 나가사키 짜장면은 어떨까 궁금하긴 했지만 차마 실험해 볼 순 없었다. 차라리 먹고 죽으면 상관 없는데, 가격 비싼 건 시도할 수 없다. 이 짬뽕 가격은, 지금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900엔 정도 했던 걸로 기억된다. 나가사키에는 의외로 맛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요시노야 같은 것들이 그리 발달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식비가 좀 많이 들어가긴 하지만, 다 먹기 위해 사는 건데 먹을 건 먹자.



    ▲ 곱배기 개념은 없다. 그냥 짬뽕 시키면 이렇게 큰게 나온다. 완전 세숫대야다. 여자들이 더 많이 먹는다는 거 이미 알기 때문에, 여자라면 무리일 수도 있다는 말 따윈 하지 않는다. 내숭떨지 마라. 공기밥도 파니까, 밥도 비벼 드시라.



    ▲ 나는 그리 규칙적인 인간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처럼 정해진 식사시간에 꼬박꼬박 배가 고프다거나 하지 않다. 그래서 아무때나 배 고플 때 가서 먹어서 거의 사람 없을 때만 갔다. 딱 한 번 끼니 때 맞춰서 가봤는데, 그 때도 자리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좀 붐비기는 했지만.






    ▲ 볶음짬뽕을 시켰다기보다는 뭔 날인지 종업원이 볶음짬뽕을 내 오더라. 난 그냥 주는데로 먹을 뿐이고. 사실 따로 시키기도 귀찮고. 짬뽕 구다사이 하면 지가 알아서 갖다 줄 뿐이고. 근데 볶음짬뽕은 내 취향은 아니었다. 소스가 달짝지근하니 맛있긴 했지만, 짬뽕의 생명은 역시 국물이었다!



    ▲ 그래서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국물 있는 짬뽕만을 먹었다는 이야기. 나가사키가 항구도시기 때문에 해산물 또한 엄청나게 넣어 준다. 정말 제대로 된 짬뽕이라 칭찬할 만 하다. 여기 외에도 짬뽕을 먹은 곳이 있긴 있지만, 그냥저냥 고만고만해서 그다지 소개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 이렇게 생긴 짬뽕 집이다. 기회 되면 잘 찾아가 보시기 바란다. 아카리 게스트하우스를 먼저 찾는 것이 훨씬 편하다.



    ▲ 짬뽕 집 앞은 나름 귀신 나올 것 같이 아름답다. 이곳은 나가사키 여행 안내서 같은 곳에 나오는 관광명소 중 하나다. 개천을 따라 돌다리들이 쭉 늘어서 있는데, 그건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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