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전의 기술

해외여행 2011.04.04 02:24

* 주의: 이제부터 쓸 내용은 그다지 포스팅 거리가 되지 않으나, 주위 사람들의 요청으로 일부 사람들만을 위해 쓰는 내용이다. 다른 분들도 참고를 해도 좋긴 하지만,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불이익이나 사고 등이 있을 수 있음을 명심하시라. 그런 이유로 이 글은 읽기 편하지 않게 작성한다. 진정 목 마른 사람만 습득하면 되니까.



내 여행 스타일은 번갯불에 비행기 구워 먹기다. 최근에는 다음날 아침 7시에 출발하는 해외여행 비행기를 전날 밤 8시에 사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해외로 가는 항공편을 공항 데스크에서 바로 구입하는 것은 너무 비싸기 때문에, 그건 아직 못 해봤다. 제주도는 몇시간 뒤에 출발하는 항공편을 공항에서 사 본 적도 있지만.

어쨌든 그렇게 어디로 튈지 내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여행 스타일이라서, 웬만하면 항상 달러는 어느정도 준비해 놓는 편이다. 어느 화창한 날, 세상이 덧없고, 인간들 꼴 보기 싫을 때, 어느 때라도 후다닥 떠나버리기 위해서다. 그렇다 하더라도 종종 환전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글은 살다보면 한 번 쯤 있을 지도 모르는 그런 때를 위한 지식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최근 일본으로 여행을 떠날 때, 엔화가 전혀 없어서 어떻게든 환전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 '아 몰라몰라, 무조건 떠나는 거야!'하고 항공권을 끊고 보니, 그 때가 마침 금요일 저녁. 이미 은행문은 꽉꽉 닫힌 상태. 다음날 아침 일찍 간다 해도 토요일이라 은행에서 환전하기는 불가능. 

이런 상황이라면 대부분 공항 환전소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비싸게 환전하는 것을 택할 테다. 공항 환전소가 환율이 어이없다는 건 다들 알 터. 소액을 조금 바꾸는 거야 상관 없지만, 금액이 커질수록 손해 폭도 커진다. 물론 나같은 가난뱅이 배낭여행자가 환전을 해 봐야 백만 원도 안 되겠지만, 그래도 나름 피땀흘려 번 거다. 그런 돈을 은행 수수료 따위로 지불할 순 없지 않나, 그것도 손해 봐 가면서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사설 환전소다. 한국이든 외국이든 주로 외국인들이 많이 오가는 곳에 이런 사설 환전소들이 밀집해 있다. 물론 나라에 따라서 쇼핑몰이나 금은방 등에 있는 환전소가 더 좋은 곳도 있다. 이건 그 나라 경제사정이나 그 동네 특색에 따라 다른 것이고, 한국과는 큰 상관 없는 내용이므로 그런 것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넘어가면 되겠다.



자, 한국(서울)에서 외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 하면 어디가 떠오르는가. 아마 다들 대충 정답을 말 하리라 본다. 그렇다, 이태원, 명동, 종로 정도 되겠다. 그래서 이런 곳에서는 어렵지 않게 사설 환전소를 찾을 수 있다. 특히 명동은 사설 환전소들이 꽤 많기 때문에 굳이 찾아 헤매지 않아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5번 출구 쯤으로 나와서, 외환은행 맞은편 골목을 가보면 환전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특이한 것은 세븐일레븐에서도 환전을 하고 있다는 것. 아무래도 확실한 점포니까 다른 곳들 보다는 신뢰가 높다. 접근성도 높아서 여기는 일본인들이 거의 항상 북적이는 곳이다.

한국의 사설 환전소들이 특징은 주로 외국 돈을 한국 돈으로 바꾸는 용도로만 쓰여지고 있다는 거다. 내국인들은 거의 이런 환전소를 찾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은행 환율이나 환전소 환율이나 크게 차이가 없다. 그런 경우라면 안전하고 확실한 은행을 찾는 것이 대다수 사람들에겐 마음 놓이는 일이다.



그래서 나 역시도 굳이 사설 환전소를 찾아가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웬만하면 그냥 은행을 이용하라는 말을 할 뿐.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사고를 나 때문에 당하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에겐 은행 가라 하고, 나는 주로 환전소를 찾는다. 왜냐면 환전소가 그래도 조금이라도 환율이 더 좋기 때문이다. 게다가 은행 업무시간 외에도 찾아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거듭 말하지만, 환율이 더 좋다고는 하지만 일부러 차 타고 찾아갈 정도는 아니다. 엔화의 경우 1만 엔을 환전했을 때, 사설 환전소가 은행보다 1천 원 정도 이익인 수준이다. 물론 사설 환전소는 환전소마다 환율이 좀 다르기 때문에 좋은 곳을 찾아가면 이것보다 약간 더 이익을 볼 수도 있다.

참고로 명동은 일본인과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니 만큼, 엔화와 위엔화를 환전하기에 좋다. 그리고 이태원은 주로 달러를 환전하기에 용이하다. 어느 곳이든 유로는 사기가 좀 어려운데, 그나마 이태원 쪽이 조금 낫다. 뒤져보면 나오긴 나오니까. 환전소마다 취급품목(?) 변동이 심한 편이고, 환율 변동폭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어디가 좋다라고 추천해 줄 수 없다. 발품이 진리다.

은행 문 닫아서 어쩔 수 없을 때나, 놀러 간 김에 겸사겸사 준비하고 싶을 때 등에 이용하기 바란다. 그리고 약간의 꽁수인데, 환전소 앞에 있는 외국인들에게 말 잘 해서 맞교환 하는 수도 있다. 이 경우는 서로 상당히 이익을 볼 수 있는데, 문제는 상대가 나를 믿어주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이건, 내가 알기론 불법 혹은 탈법이다. 그래봐야 굉장히 미미한 수준이긴 하지만.

사실 사설 환전소 중에도 불법 혹은 탈법을 하는 곳들이 있다. 단순히 환전하는 입장에선 그런 것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지만, 그래도 찝찝한 건 어쩔 수 없는 일. 이런 이유 등으로 다른 사람들에겐 환전소를 적극 추천하지 않는다.



내친김에 더 말하자면, 사설 환전소 말고도 환전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중국가는 배를 탈 수 있는 인천여객선터미널, 일본 가는 배를 탈 수 있는 부산여객선터미널 등에는 환전상들이 돌아다닌다. 이 사람들은 대부분이 불법이다. 그래도 나름의 영역이 있어서 한 군데서 오래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소액 정도는 교환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여행객들은 누가 오래됐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 방법은 가급적 피하라고 말리고 싶다.

게다가 배 타려고 기다리고 있을 때, 혹시나 환전하라고 말 걸어오는 사람이 있다면 무조건 거절하라. 이런 사람들은 문제가 생길 소지가 아주 높다. 진짜 오래된 안전한 사람들은 그런 짓 하지 않는다. 그냥 기다릴 뿐이지.



말 나온 김에 사족을 좀 더 달자면, 사람들이 환전에 대해 크게 착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은행에서 미끼로 던져주는 '환율우대쿠폰'이다. 환율우대쿠폰에 큼지막하게 '50%할인'이라고 적혀 있으면, 굉장히 이득을 볼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일부러 멀리 있는 은행을 찾아갈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1달러가 1,000원 이라고 하자. 그리고 살 때 가격이 1,100원 이라고 하자. 그럼 보통 사람들은 환율우대가 '살 때 가격 - 매매기준율'에서 할인을 해 주는 걸로 생각한다. 즉, (1,100 - 1,000 = ) 100원에서 50%를 할인받아, 1,050원에 1달러를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엄청난 착각이다. 살 때 가격 혹은 팔 때 가격은 은행 수수료 외에 이것저것 포함된 가격이다. 그리고 여기서 은행수수료 부분은 아주 작게 책정한다. 다시 말하자면, 1,100원에서 은행 수수료로 책정되는 부분은 10원 정도다(웃기지만, 마진은 수수료가 아니다). 따라서 여러분들이 50% 할인 쿠폰을 들고 가서 할인 받아봤자, 1달러를 1,095원에 살 수 있을 뿐이다.

물론 1달러를 쿠폰 없이 1,100원에 사는 것보다야, 1,095원에 살 수 있는 것이 더 이익이긴 하다. 1억 달러 환전하면 5억 원이나 이익이다! 우와~ 좋덴다. 이건 예를 든 거고, 실제로 할인율은 은행따라 다른데, 이것보다 훨씬 안 좋을 때도 있다. 그러니까 환율우대쿠폰에 목숨 걸려 하지 마시라는 것.

차라리 FX외환거래 등을 잘 이용해서 수수료 면제 혜택을 딜 해 보는 쪽이 더 좋다. 해외여행을 자주 가거나, 외환 말고라도 은행을 자주 갈 일 있는 사람이라면 번호표 무시하고 한적한 시간에 가서, 이쁜 은행원 하나 콕 찍어서 단골이 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돈 얘기 나오면 언제나 그렇듯, 가장 좋은 방법은 돈 많이 버는 거다. 그것이 진리. 어쨌든 좋은 방법 찾아서 여행 잘 하기 바란다. 아 참, 이런 노하우를 잘 습득하면, 해외에 나가서도 환전소를 잘 이용할 수 있다. 그래도 사기 당할 운이면 당하겠지만, 최소한 안전하다 아니다, 혹은 금은방이 좋을지 쇼핑몰이 좋을지 정도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사실 한국에도 환전소 말고 환전할 수 있는 곳이 있긴 있다, 여기까지는 그다지 알리고 싶지 않다).

여행 자주 하실 분이라면 연마해 두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지만, 다시 당부하지만 혹시나 있을 지도 모르는 사고에는 주의를 하셔야 한다. 한국에서는 거의 없지만, 위조지폐를 준다든가, 금액을 속인다든가, 환전하고 나올 때 깡패들이 둘러싼다든가, 기타 등등. 아... 다 말 해 주려니 또 귀찮네. 마 그냥 해외에서도 은행 이용하시라. 주말에 돈 없으면 그냥 굶으면 된다. 인간은 물만 있으면 일주일은 살 수 있다더라. 끝.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