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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치앙마이 님만해민 도미토리, 우유 게스트하우스해외여행 2012. 11. 18. 06:48
한국 사람들은 여태까지 오랫동안 눈길을 주지 않았지만, 치앙마이는 태국 제 2의 도시였고, 지금도 그렇다. 짧은 휴가를 이용해서 태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방콕이 주로 널리 알려져 있고, 방콕의 인기가 시들해진 요즘은 공항에서 바로 푸켓이나 파타야 등의 해변으로 직행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치앙마이는 아직도 많은 한국인들에게 조그만 시골마을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치앙마이를 간다고 하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별 볼 것도 없는 그 도시를 왜 가냐고 반문하곤 한다. 차라리 빠이나 치앙칸 같은 북부의 작은 시골마을을 가는 것이 낫지 않냐고, 은근히 진심어린 조언을 해 주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여행이란게 어디 그렇던가. 제 아무리 널리 인기있고 꼭 가봐야 하는 곳이라 떠들어도, 내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그 뿐. 스치듯 지나다가 연결되는 교통편이 없어 발이 묶여서, 어쩔 수 없이 하루 묵을 수 밖에 없었던 곳이라도, 내 마음에 들면 며칠이고 머물 수도 있는 일.
어차피 여행이라는 것은, 일상의 반복으로 연결되는 인생길에서, 내 마음대로 뭔가 할 수 없었던 억눌린 욕구들을 단 며칠만이라도 내 마음껏,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기 위한 여정 아닌가. 그래서 여행을 하다보면 이해가 갈 지도 모른다, 나만의 감각으로 나만의 여정을 꾸려가는 안 모씨의 깊은 속내를. 물론 나는 그 경지에 이르지 못 했지만.
치앙마이 님만해민
치앙마이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알음알음 뜨고 있는 지역이 바로 '님만해민'이다. 흔히들 치앙마이의 청담동이라 말 하기도 하는 이 지역은, 태국 치고는 꽤 분위기 좋은 예쁜 카페와 술집, 레스토랑, 클럽 등이 즐비한 곳이다.
현지인들도 님만해민 만의 분위기를 즐기려고 일부러 시간을 내서 놀러오기도 하고, 요즘은 중국인 관광객들도 꽤 많이 보이며, 이곳을 중심으로 장기 투숙하는 한국인, 일본인들도 많다. 그래서 거의 볼거리가 사원 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치앙마이에서, 즐거이 노닥거리며 한 숨 돌리기 좋은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데, 물론 그걸 즐기려면 돈! 돈이 필요하다.
방콕보다도 전반적으로 물가가 낮은 치앙마이에서, 님만해민 지역은 꽤 높은 물가를 자랑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오래 묵으려면 각오를 좀 하는 것이 좋다. 물론 태국이라는 나라 전체의 특성상, 아주 럭셔리한 여행을 하지 않는다면야 한국보다는 싸게 지낼 수 있지만, 님만해민에서는 그것이 바로 함정이다.
'치앙마이는 방콕보다 싸구나'라는 생각이, '님만해민은 그래도 한국보다는 싸'라는 생각으로 바뀌면서, 미리 계획했던 여행 예산에 펑크가 나고, FM대출(파더 마더 송금)을 받다가, 급기야 카드를 긁기 시작하면, 정부는 당신을 모른 채 할 것이다.
방만하게 운영해서 부도를 맞이한 대기업은 구제해줘도, 여행하다 펑크나서 길거리에 나 앉은 당신의 인생을 위한 안전망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대로 먹고 죽어도 좋아!'라고 생각한다면 님만해민에서 길고도 달콤한 여행을 한 번 꾸려 보시든지.
우유 게스트하우스
그렇게 위험한(?) 님만해민에서도 오아시스 같은 곳이 있으니, 바로 '우유 게스트하우스'다. 젊은 한국인 사장이 운영하는 곳이고, 더군다나 도미토리가 주력 상품(?)이라서, 님만(해민)에서는 감히 엄두도 못 낼 가격대비 성능을 자랑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가장 큰 특징이라면 가격이 싸다! 젝일!
가격이 싼데 왜 젝일이 붙느냐면, 이런 곳에서도 싼 숙소를 찾아 돌아다닐 수 밖에 없는 나와 당신의 인생이 서글퍼서다. 어떤 아저씨들은 골프장 투어를 마구 돌면서, 치앙마이 호텔이래봐야 한국의 주말 모텔비 밖에 안 된다며 싸다싸다 연발하며 다니던데, 나는 주말에 모텔을 못 가봤어! 모텔비를 몰라! 그렇다고 혼자 갈 순 없잖아! 누가 나 좀 주말에 모텔 좀 데려가 줘! 젝일!
그래서 우유 게스트하우스의 도미토리 가격은 2012년 11월 현재, 1박에 150 바트다. 한국 돈으로 치면 육천 원 좀 안 되는 금액이다. 물론 하나의 방에 이층침대가 여러개 놓여있는 도미토리라서, 단체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불편함이 조금 있을 수도 있지만, 운이 좋으면 샤워하고 대충 가리고 나오는 아낙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횡재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여성들에게 장점이라면... ... ... ... ...? 모르겠다, 니가 찾아라. 밥을 떠먹여 줘야 되냐.
장점을 말 해 줬으니 단점도 말 해주지. 이런 여행지에서 도미토리의 가장 큰 단점이라면, 나 같은 놈 만나서 사랑에 빠질 수도 있다는 거다! 음화화화 무섭지?!!!
우유와 게스트하우스
우유 게스트하우스는 님만해민의 끄트머리에서도 좀 외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인터넷이나 입소문으로 알음알음 이곳을 오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길을 못 찾아서 다른 곳으로 가는 일도 종종 벌어지곤 한다.
이건 참 딜레마인데, 주인장에겐 좀 미안한 일이지만, 이미 들어와 있는 손님들에겐 좋은 현상이다. 길을 못 찾아서 찾아오지 못 하는 손님들이 많다면, 항상 적당한 인원이 적당히 널찍한 공간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경우도 며칠동안 넓은 도미토리를 혼자 독차지하고 쓴 적도 있다.
그래서 솔직히 일정 시기까지는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지 말자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이곳을 널리 알리려는 이유는, 난 이제 여기를 나왔기 때문이다.
난 널찍하게 잘 지냈으니, 너네들은 박 터지게 뻑쩍지근하게 지내봐라, 라는 앞서 간 사람의 심술이랄까. 라기보다는, 주인장이 장사 안 된다고 자꾸 적자라고 징징거리는 것이 좀 불쌍하기도 했고, 좀 더 코드 맞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싶다라는 공식적으로 바람직하게 보여야만 할 때 사용하는 립 서비스용 멘트를 날려본다. 믿거나 말거나 알아서 판단하라, 어차피 립서비스 용으로 수첩에 쓴 글 읊으면, 믿고 싶은 사람들은 믿겠지 뭐.
주인장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여기 주인장은 자신을 '우유'라고 소개한다. 그래서 여기 이름도 '우유 게스트하우스'다. 주인장이나 사장님이라고 불리는 것 보다 '우유'라고 불리는 것을 더 즐거워하는 약간 오타쿠적 성향을 보이는 이 사람은, 영어 이름도 밀크가 아니라 우유라고 강조하곤 한다. 그러니 영어 좀 한다고 밀크라 부르며 혀 굴리면 맞을 수가 있다.
게다가 이곳은 님만해민에 있는 다른 한인숙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슬쩍 풍기는데, 이 곳에 맞는 나름의 코드가 저변에 깔려 있다.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어떤 것이긴 한데, 제 아무리 뻔뻔한 철면피 같은 나방이라도 감히 가까이 다가올 수 없는 종이컵 속의 촛불 같은, 그런 분위기가 있다. 일단 다른 한인숙소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 잘났어 아줌마 아저씨'들이 잘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으로 대략 함축할 수 있겠다.
눈치를 보니, 주인장 기준으로 '진상 손님'이라 판단되면, '남는 방이 없다'라는 이유로 손님을 거절하곤 하는 듯 하다. '그래도 예쁜 여자 손님이면 받아주지 않나요?'라고 슬쩍 떠 보니, 전장에 나가는 장수 같이 결연한 표정으로 '아무리 예뻐도 진상은 싫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니까 나름 어디선가 자기 예쁘다는 소리 좀 들었는데 여기서 퇴짜를 맞았다면, 지나온 인생을 찬찬히 되돌아 보기 바란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이 좀 진상이라는 것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이 게스트하우스에 꼭 한 번 묵어보고 싶다는 사람들을 위한 꼼수는 있다. 예약하면 된다. 가까운 시일 내라면 예약을 받아 주는데, 전화나 페이스북을 통해 예약을 받곤 한다. 전화나 페북 주소는 직접 검색하라. 나한테 많은 걸 바라지 마라, 귀찮다. 지금 이 글도 우유에게서 맥주 얻어 마시고 은근한 압박 속에서 쓰는 거란 걸 내 어찌 내 입으로 밝히리. 인생이 다 그런 거다, 깊이 알려면 스스로 득도하라.
우유 게스트하우스 찾아가는 방법
'우유 게스트하우스'를 처음 찾아가는 건 좀 성가시고 귀찮은 일이다. 사람에 따라 어려울 수도 있고 아주 쉬울 수도 있는데, 어떤 사람은 이곳을 찾기 위해 한 시간을 헤맨 반면, 어떤 사람은 한방에 아무 어려움 없이 찾기도 했다. 그러니 쉽게 찾을 수 없다 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찾고 또 찾아보자. 그곳에 당신의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처음 여기를 찾아간다면 어디서든 썽태우를 잡아타고 '아이베리 카페(iberry cafe)'로 가는 것이 좋다. '스리망칼라야 Srimankhalaja 로드의 빅토리아 호텔'을 찾아가는 게 더 편하긴 하지만, 초행이라면 더 헷갈릴 수도 있고, 쌩태우 기사가 길 이름을 못 알아 들을 가능성도 높다.
그러니까 일단 썽태우를 잡아타고 이렇게 말 하라. '님만해민, 아이버리 카페'라고. 이 카페는 태국의 유명한 코미디언이 만든 카페라는데, 치앙마이의 젊은이라면 누구나 아는 곳이다. 영어 발음으로는 아이베리지만, 태국인들은 아이버리라고 발음한다. 이 때, '버'는 낮게, '리'는 높게해서 쭉 길게 끌며 발음해야 한다. 글자로 표기하자면, '아이버리이~' 되겠다.
혹시나 썽태우 기사나 택시기사가 아이버리 카페를 모른다면, 제일 좋은 건 다른 차를 타는 거지만 그래도 꼭 그 차를 타고 가야겠다면, '님만해민 쏘이 씹카오(19)'라고 하면 된다. Soi 19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래도 나는 그렇게 말 해서 초반에 잘 다녔다. 일단 님만해민까지 가면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잡고 물어도 아이베리 카페를 거의 다 알기 때문에, 이 카페까지는 문제 없이 갈 수 있다.
어찌됐든 일단 아이베리 카페 정문 앞에 섰다면, 카페 안쪽으로 나 있는 길로 들어가자. 작은 건물이 하나 있는데, 그 건물을 왼쪽으로 살짝 비켜가서 앞으로 걸어가면, 조그만 뒷문으로 빠져나올 수 있다. 뒷문으로 나오자마자 왼쪽으로 꺾어서 길을 쭉 따라 올라가면 '우유 게스트하우스'를 찾을 수 있다. 거의 아무것도 있을 것 같지 않은 동네이기도 하고, 길 끝까지 가야하기도 하니까, 포기하지 말고 계속 걸어가보기 바란다.
아래 지도에 대략의 위치를 표시해 놓았다. A로 표시된 곳이 아이베리 카페이고, 빨간 점으로 표시된 곳이 바로 '우유 게스트하우스'다. 회색으로 아이베리에서 게스트하우스 가는 길도 표시해 놓았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그런데 구글지도에 나와있는 도로 이름은 모두 이상하게 나와 있기 때문에, 구글지도를 보고 표기된 지명을 말 해봤자 태국 사람들은 못 알아듣는다. 구글 지도를 가지고 여행 할 바에야 차라리 집에서 이불 뒤집어 쓰고 있지. 하지만 돈 비 이불.
소개를 마치며
'우유 게스트하우스'는 너무 이른 아침이나 너무 늦은 밤에는 체크인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대략 오전 9시 부터 밤 9시 까지 체크인 할 수 있는데, 주인장이 필 받아서 클럽을 간다며 일찍 문을 닫기도 한다. 그러면 다 팔자려니 생각하고 노숙을 하시든지, 미리 계획을 잘 짜시든지.
1층은 식당으로 운영되어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있는데, 매일 2시 부터 5시 까지는 쉬는 시간이라, 그 사이에 도착했다면 식당에서 멍 때리고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일요일은 식당 영업을 하지 않는데, 물론 숙박을 위한 손님은 일요일에도 받는다.
이렇게 설명하면 참 까다로운 곳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는데, 모든걸 운명에 맡긴다면 크게 거슬릴 것은 없다. 다만, 잘난 몇 푼 내면서 그래도 손님이라고 왕 대접 받아야겠다며 극진한 대접을 바라는 사람들이라면, 크게 거슬릴 일 많을 테다. 그런 생각 가진 사람들이라면 애초에 접근하지 말기를 권한다.
이제 태국 치앙마이, 님만해민에 위치한 도미토리 '우유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마치겠다. 마치면서 빠트린 게 있다면, 여기도 나름 더블룸이 두 개 있다는 것과, 도미토리에 7일 치를 선불로 내면 하루치 숙박비를 깎아 준다는 것 정도다. 그리고 여기서도 트래킹 상품을 예약할 수 있다는 것과, 이상하게 싸이코가 많이 모인다는 것 정도다.
여행이라는 것이 원래 자기 취향대로, 가고싶은 데로 갈 수 있는 자유라서, 다른 사람이 아무리 좋다고 추천해봐야 자기 입맛에 맞지 않으면 그저 싸 놓은 똥일 뿐이다. 그렇지만 만약, 이미 이곳에 알 수 없는 끌림으로 다가가고 싶다는 유혹을 받기 시작했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오래전 헤어진 센타우르스 감마 별의 주민일 가능성이 있다. 정말 당신이 그렇다면 여기에서, 은하철도의 밤을 맞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나의 목소리가 들릴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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