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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공항에서 문득 쓸쓸함을 느낀다면 - 인천 용유도 을왕리 해수욕장
    취재파일 2011. 11. 7. 05:01

    지금은 영종도와 붙어서 섬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져버린 용유도. 인천공항이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배를 타고 드나들어야 했다는 이 섬은 이제, 공항에서 버스 한 번만 타면 갈 수 있을 정도로 접근하기 편한 곳이 됐다.

    영종도에서도 또 서쪽으로 더 나아가, 가히 서쪽 끄트머리라고 할 수 있는 이곳엔 왕산, 을왕리, 마시안 등의 해변이 바닷가를 따라 줄줄이 이어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을왕리 해수욕장은 옛날부터 아름답기로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었다 한다.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어도 그 명성은 그대로 남아, 아직도 을왕리엔 사람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곳에 비해 접근하기도 비교적 편하고, 해수욕장 뒷편으로 횟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서 조개구이나 회를 비롯한 각종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기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곳에도 횟집이 있긴 있지만, 을왕리 해수욕장엔 용유도 일대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라 할 만큼 각종 편의시설들이 많다. 서해안에서 갓 잡아온 해산물을 바로 판매하기에 많은 횟집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데, 그래서 행인과 자동차들을 붙잡고 호객하는 과도한 경쟁이 다소 부담스럽기도 한 곳이다.

    해산물도 해산물이지만, 하룻밤 묵어야 한다면 거의 무조건 을왕리로 가야 한다. 이 일대에는 인천비치호텔을 비롯해서 모텔과 민박 등이 많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쓸쓸한 바다를 좋아하는 성향이라도 때로는 사람 많은 바다에서 사람 구경 하며 멍하니 앉아있고 싶을 때도 있는 것. 성수기를 제외하면 그렇게 많은 사람이 복작거리지도 않으니, 적당히 모여든 사람들의 다양한 생태들을 관찰하기 딱 좋은 곳이다.














    인심 좋은 주인을 만나면 조개는 부족하면 얼마든지 주겠다는 호의를 받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과식하면 탈이 나서 일박 이일 방구석에 드러누워 조개들의 반란을 온 몸으로 느낄 수도 있으니 조심. 하지만 더욱 문제는 그렇게라도 먹고 싶어도 혼자 가면 사실 좀 부담이 돼서 덜컥 들어가 불 하나 차지하고 구워 먹기는 좀 어려운 일이라는 것.

    그렇더라도 낭만을 포기하진 말자, 나 혼자 있을 땐 어쩐지 쓸쓸해 지지만, 그럴 땐 소주를 부르자 하늘 위의 갈매기하고. 그렇게 갈매기 한 잔, 나 한 잔 대작하는 사이 저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면 이제 자리를 파할 때가 됐다는 신호. 더 멀리 나가면 저너머 중국이 있겠지만, 거기까지 갈 순 없어 언제나 정도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

    그러니까 떨어지는 태양을 내 마지막 불꽃처럼 소중히 바라보다 문득, 어둑시니 다가와 나를 삼킬 시간이 다가왔다 싶으면 발길을 옮기자, 정처 없이 떠돌아도 어딘가 갈 데 있는 개미처럼 부지런히.
































    때때로 인천공항에 누군가 배웅하러 나갔다가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나서 쓸쓸할 때, 혹은 누군가 맞이하러 나갔다가 이미 와 있는 애인과의 다정한 모습에 아는 척도 못 하고 뒤돌아 나와야 할 때, 아니면 아무도 반기지 않는 여행 후 입국에 쓸쓸한 발걸음으로 다시 혼자 싸늘히 식은 방에 들어가기 싫어질 때, 그리고 어느 아무 일 없는 바람 맑은 날 떠나는 사람들의 기운을 느끼고자 무심히 찾은 공항에서 덩그러니 앉아있다 하루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 그런 때 용유도는 작은 도움이 될 테다, 작은 기운을 줄 테다, 작은 위안이 될 테다. 속는 셈 치고 한 번 가보라, 밑져야 버스비다.











    이렇게 혼자 훌쩍 떠나는 쓸쓸한 이들을 위해서만 배려하는 이유는, 애인이나 가족과는 어딜가도 즐거울 수 있으니까. 세상 많은 여행지가 애인이나 가족들 위주로만 소개 되니까, 그게 돈이 되니까. 하지만 솔로도 사람이다, 세상에 솔로 아니었던 사람이 어디 있나.

    괜찮다, 괜찮다, 수많은 연인들과 가족들 속에 당신 혼자 외로이 바닷가를 거닐어도, 똑바로 고개 들고 하늘을 보라. 어차피 혼자 왔다 혼자 가는 인생, 무엇에 부끄럽고 위축될 필요가 있는가, 오히려 홀로 훌쩍 떠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자.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저 차가운 어둠 시린 모래밭에 털썩, 주저앉을지도 모를 당신과 나를 위해, 괜찮다, 다 괜찮다, 우리는 다시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아니다.

    그러니까 이제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 발걸음을 옮기자.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 나를 배신했던 그 사람, 그 인생, 그 세상, 그 모든 어떤 것들에게 따귀를 날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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