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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아기천사 인형 신드롬 - 인형을 사람처럼 대접해외소식 2016. 2. 10. 15:47
태국은 지금 '아기천사 인형'이 사회적 현상으로 널리 퍼지면서 이에 따른 논란도 크게 일고 있다.
아기천사 인형은 아기 모습을 한 인형이다. 거의 인간의 아기와 비슷한 크기로 만들어진 인형들이 주를 이루는데, 태국어로는 이를 '룩텝 (look thep, luk thep)이라고 한다. 룩텝이라는 말 자체가 아기천사라는 뜻이다. 그래서 영어로는 angel child doll 이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그저 인간 아기 크기의 인형을 집에 놔두거나 하는 정도라면 별 문제가 되지도 않을 테지만, 이걸 정말 아기처럼 취급하며 놀아주기도 하고, 밥상도 차려주고, 길을 함께 나서기도 한다. 게다가 아기천사 인형을 사람처럼 취급하는 미용실이나 식당이 생기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그냥 특이한 사람들이 좀 많네 정도였지만, 비행기 탈 때도 이 인형을 데리고 타서 빈 좌석에 놓거나 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났고, 급기야 1월경에 태국의 한 항공사가 아기천사 인형과 함께 탑승하는 승객을 위한 서비스 지침을 내놓으면서 큰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천사인형이라는 이름으로 티켓도 끊어주고 인형에게 기내식도 제공해준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거기다가 치앙마이 공항 주차장에 버려진 인형에서 마약이 발견되어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아기천사 인형 관련 뉴스들이 마구 쏟아져나왔다.
> 아기천사 인형과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방콕포스트 사진들 링크
아기천사 인형 붐은 한 라디오 DJ가 아기천사 인형을 키웠더니 좋은 일이 생겼다고 알린데서부터 시작했다는 설이 있지만, 정확히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어쨌든 아기모양 인형을 애지중지 키우면 행운이 생긴다는 말이 퍼져서 너도나도 인형을 입양(?)하고 있다. 인형은 딱히 정해진 것이 없고, 아기 크기의 아기 모양을 한 인형이면 아무 것이나 된다. 하지만 여기에 영혼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이유로 사찰에서 승려에게 영혼을 불어넣는 의식을 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이런 인형들이 너무 많이 들어오기도 하고, 사찰 여기저기에 버려지기도 하는 등의 문제가 생겨서 대형 사찰들이 더이상 받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을 정도다.
('꾸만 통'의 한 예. 사진: 위키피디아)
그런데 이 아기인형 현상이 전혀 뜬금없이 불어닥친 것은 아니다. 태국의 신앙(신) 중에는 '꾸만 (꾸만 통)'이라는 것이 있다. 일종의 아기신이라 할 수 있는데, 아기 모양의 석상 혹은 인형을 집에 모셔다 두고 끼니마다 잘 대접하고 보살피면 집에 부유해진다는 믿음이다. 그래서 주로 장사를 하거나 사업을 하는 집에 가보면 아기 모양을 한 작은 인형이 집 입구에 놓여있는 걸 흔히 볼 수 있다.
아기천사 인형은 이 '꾸만(Kuman)'에서 살짝 변형된 형태라 할 수 있는데, 기존의 꾸만은 집에 놔두고 살짝살짝 보살피는 정도였다면 아기천사 인형은 들고 다니며 더욱 집착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꾸만도 사실은 옛날에는 사산한 태아를 말려서 놓는 것이 정석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인형으로 대체됐다는 다소 끔찍한 이야기가 있는데, 끔찍하니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이렇게 복을 받기 위해 아기인형에 집착하는 것이 사회적 현상으로 대두될 정도로 문제가 됐다는 것은 단순한 유행이라기보다는 현재 태국이 처해 있는 현실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닌가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정치적으로 불안하기도 하고, 경제적으로 좀 어려줘지기도 한 현실을 어떻게든 벗어나보려는 몸부림일 수도 있다고.
p.s. 국내기사들
* 태국항공사, '아기천사' 인형에 '사람 대접' 서비스
* "영혼 지녔다" 태국 '아기천사' 인형, 천덕꾸러기로 전락
* 태국 항공당국 "아기천사 인형은 사람 아냐" 성명..왜?
p.s.2 참고
* Thais turn to 'child angel' dolls as economy struggles (reuters)
* Child Angel doll owners warned to be wise (bangkokpost)
* Child Angel dolls: Cute or scary? Religious or ridiculous? (bangkokpost)
* End of Look Thep mania: 'Child Angels' dumped as orphans at temple (coconu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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