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국적으로 벚꽃이 한창이다. 개화 시기에 맞춰서 봄꽃축제를 여는 곳도 많고,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그런데 주말에 유명한 꽃놀이 장소를 가보면 어김없이 사람들로 꽉꽉 들어차서, 꽃 구경은 커녕 마음대로 걸어다닐 수도 없어서 짜증나기 쉽다. 그렇다고 평일 낮에 시간이 막 나지는 않고. 그러면 평일 야간을 한 번 노려보자.

 

물론 유명한 곳은 야간에도 사람이 많긴 한데, 그래도 주말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다. 게다가 도심의 벚꽃 명소는 낮시간과 밤시간의 풍경이 사뭇 다른데, 밤에는 또 밤에만 볼 수 있는 경치가 있어서 한 번 쯤은 경험해 볼 만 하다. 꽃은 생각보다 빨리 지니까, 꽃놀이를 해야겠다 생각이 들면 조금 무리해서라도 밤에 한 번 나가보자.

 

잠실 석촌호수 야간 벚꽃놀이, 꽃놀이 사랑놀이 모두가 순간이라

 

잠실 석촌호수 야간 벚꽃놀이, 꽃놀이 사랑놀이 모두가 순간이라

 

서울의 벚꽃 명소로 손꼽히는 석촌호수에 다시 나가봤다. 이번엔 평일 밤이다. 밤이라고 해봤자 오후 8시 정도. 우리동네로 가는 버스는 11시에 끊기기 때문에 가볍게 한 바퀴 둘러보고 간다. 꽃놀이를 가서 뭔가 맛난 걸 먹고, 어디 들어가서 놀고 어쩌고 하는 욕심을 버리고, 가볍게 한 바퀴 산책을 하는 정도로만 즐기면 충분히 즐겁다. 그래서 꽃놀이는 혼자 가야한다.

 

 

사실 모든 좋은 곳은 혼자 가야한다. 연인과 함께 너무 많은 곳을 가다보면, 나중에 헤어지면 가는 곳마다 기억이 있어서 다른 연인과 갈 때 실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면 또 싸우고 헤어지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러니까 애초에 좋은 곳은 혼자 가는 습관을 기르자.

 

잠실 석촌호수 야간 벚꽃놀이, 꽃놀이 사랑놀이 모두가 순간이라

 

잠실 석촌호수 야간 벚꽃놀이, 꽃놀이 사랑놀이 모두가 순간이라

 

잠실 석촌호수 야간 벚꽃놀이, 꽃놀이 사랑놀이 모두가 순간이라

 

 

석촌호수는 동호와 서호가 있다. 송파대로로 연결되는 잠실호수교를 중심으로 둘로 나누어지는데, 물론 산책로는 다리 아래로 연결되어 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잠실호수교 아랫쪽 산책로에도 윗쪽과 아랫쪽을 이어주는 다리가 생겨서, 크게 한 바퀴를 돌지 않아도 동호나 서호만 한 바퀴 작게 돌 수도 있다.

 

동호는 롯데월드타워가 있는 쪽이고, 서호는 롯데월드와 매직아일랜드가 있는 쪽이다. 서호는 호수 가운데 놀이공원이 있고, 거기에 자이로드롭과 모노레일 등이 있어서, 수시로 비명소리를 들을 수 있다. 어쨌든 낮이든 밤이든 꽃 구경을 하려는 사람들이 주로 모이는 곳은 동호다. 아마 롯데타워도 있고, 관광안내소와 작은 광장 같은 공간들이 있어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서호는 그에 비하면 약간 한적한 편이다.

 

잠실 석촌호수 야간 벚꽃놀이, 꽃놀이 사랑놀이 모두가 순간이라

 

잠실 석촌호수 야간 벚꽃놀이, 꽃놀이 사랑놀이 모두가 순간이라

 

잠실 석촌호수 벚꽃축제 야간, 롯데월드타워

 

잠실 석촌호수 벚꽃축제 야간, 롯데월드타워

 

서호 남쪽편에 가면 호수 일대를 내다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석촌호 교차로 바로 아랫쪽 공간인데, 전철역과 약간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비교적 사람이 적은 편이다. 평일 야간에는 이쪽을 호수 야경을 보며 잠깐 멍때리는 곳으로 활용해도 좋다. 물론 비교적 사람이 적다는 것이 아주 한적하다는 뜻은 아니다.

 

잠실 석촌호수 벚꽃축제 야간, 롯데월드타워

 

잠실 석촌호수 야간 벚꽃놀이, 꽃놀이 사랑놀이 모두가 순간이라

 

롯데타워와 벚꽃이 잘 어울리는 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그래서 인트타 같은 SNS에 자랑용으로 올릴 사진 포즈 트랜드를 알 수 있다.

 

왜 뛰는지 알 수도 없는데다가 딱히 멋있거냐 예쁘게 나오지도 않는 그 이상한 점프샷은 이제 다 옛날 얘기가 돼서 아무도 하는 사람이 없고, 요즘은 뒷모습을 찍는게 유행이더라. 완전히 뒤 돌아서 찍는 사람도 많고, 뭔가를 배경으로 해서 뒷모습을 찍기도 하고, 얼굴에 자신이 있다면 뒤로 돌아서 고개를 살짝 카메라 쪽으로 돌리는 행태가 관찰되었다. 물론 여전히 차렷 자세는 만인이 애용하는 포즈다.

 

 

잠실 석촌호수 벚꽃축제 야간,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

 

서쪽 호수는 비교적 사람이 적은 편이라 산책하기 좋긴 한데, 계속해서 매직아일랜드의 소음이 들려온다. 놀이기구를 타는 사람들의 비명소리 뿐만 아니라, 뭔가를 알리는 방송 소리도 계속해서 들려서 좀 소란스럽다. 이것도 나름 이곳의 분위기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즐기는 수 밖에.

 

잠실 석촌호수 야간 벚꽃놀이, 꽃놀이 사랑놀이 모두가 순간이라

 

잠실 석촌호수 야간 벚꽃놀이, 꽃놀이 사랑놀이 모두가 순간이라

 

잠실 석촌호수 벚꽃축제 야간,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

 

확실히 평일 야간에는 싸우는 커플이 적었다. 주말 낮에는 여기저기서 싸우거나 토라져서 훽 가버리는 커플들을 볼 수 있었는데, 확실히 장소가 약간 여유로워지니까 사람도 여유가 생기나보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는 하루를 끝마칠 시간 쯤이라 싸울 기력이 없어서 그런 건지도 모른다.

 

어느정도 지쳐 있을때 만나면 싸울 기력이 없어서 그냥 다 그러려니 할 수 있는데, 주말에 넘치는 기력을 가지고 만나서는 인파에 휩쓸려 급속도로 기력이 소진되면 짜증이 나면서 싸우기 쉽다. 그러니까 용도에 따라 잘 선택해서 불러내면 되겠다. 물론 제일 좋은건 혼자 구경하는 거다. 이런 힘든 일은 혼자 감당하는게 예의다. 아이고 힘들어. 

 

잠실 석촌호수 야간 벚꽃놀이, 꽃놀이 사랑놀이 모두가 순간이라

 

잠실 석촌호수 야간 벚꽃놀이, 꽃놀이 사랑놀이 모두가 순간이라

 

이왕 하는 김에 호수 위에 뭐 하나 띄워놓으면 좋을 텐데. 용가리 같은 거 띄워 놓고 불 뿜으면 야경이 더욱 멋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말고.

 

잠실 석촌호수 야간 벚꽃놀이, 꽃놀이 사랑놀이 모두가 순간이라

 

잠실 석촌호수 야간 벚꽃놀이, 꽃놀이 사랑놀이 모두가 순간이라

 

호수 바로 옆에 저렇게 높은 빌딩이 있는게 과연 안전할까 싶기는 한데, 어쨌든 오래되기 전에 구경을 해놓자.

 

잠실 석촌호수 야간 벚꽃놀이, 꽃놀이 사랑놀이 모두가 순간이라

 

이 동네도 벚나무를 비추는 조명이 시시각각 색깔이 바뀌었다. 그래도 여기는 좀 멀찌감치서 조명을 비춰서 그런지 조명 때문에 눈이 아프지는 않았다. 그런데 밤에도 이렇게 나무에 빚을 쏘는 걸 보면, 벚나무는 꽃 피는 한 철을 희생하기 위해 심어진건가 싶어서 좀 짠하기도 하고. 한 철 화려하게 피어서 주목 받았다가 잊혀지는 꽃들 아래를 걷는 연인들도 역시 다 그렇겠지, 그러니까 한 철 아름다운 꽃과 연인은 아주 잘 어울린다. 곧 사라져버릴 존재들이라 아름다울 수도.

 

잠실 석촌호수 벚꽃축제 야간, 롯데월드

 

잠실 석촌호수 야간 벚꽃놀이, 꽃놀이 사랑놀이 모두가 순간이라

 

잠실 석촌호수 야간 벚꽃놀이, 꽃놀이 사랑놀이 모두가 순간이라

 

잠실 석촌호수 야간 벚꽃놀이, 꽃놀이 사랑놀이 모두가 순간이라

 

사진만 나열하기 심심해서 쓸 데 없는 텍스트를 쓰긴 하는데, 텍스트는 별 의미가 없다. 그냥 가서 한 시간 남짓 예쁘네하면서 산책하면 그만이다. 꽃이 피는데 이유가 없듯이, 꽃놀이에 말은 필요가 없다.

 

잠실 석촌호수 야간 벚꽃놀이, 꽃놀이 사랑놀이 모두가 순간이라

 

잠실 석촌호수 야간 벚꽃놀이, 꽃놀이 사랑놀이 모두가 순간이라

 

잠실 석촌호수 야간 벚꽃놀이, 꽃놀이 사랑놀이 모두가 순간이라

 

한 바퀴 다 돌았다. 이렇게 봄날 밤의 한 순간을 아름답게 장식했다. 버스로 이동하는데만 왕복 두 시간이 걸렸지만, 꽃 피는 계절에는 한 번쯤 멀리 나가서 산책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꽃도 사랑처럼 한 순간 피었다가 사라지고 잊혀질 테니까.

 

잠실 석촌호수 야간 벚꽃놀이, 꽃놀이 사랑놀이 모두가 순간이라

 

* 참고: 주말 낮 석촌호수 벚꽃놀이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