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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 숲의 밤을 걸어보는 특별한 방법, 서울식물원 온실 야간 특별관람서울미디어메이트 2019. 12. 22. 18:53
열대 숲의 밤을 구경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티비나 인터넷을 이용한 간접경험도 있을 테지만 오감을 만족시킬 수 없고, 직접 가보는 방법도 있지만 정글의 밤은 위험하다.
둘을 절충해서 안전하게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야간 개장하는 식물원 온실을 찾아가는 것이다. 보통 여러가지 이유로 낮 시간에만 관람할 수 있는 식물원을 야간개장에 맞춰서 구경가는 이유다.
마침 서울식물원에서 진행한 겨울철 특별 행사로 '온실 야간 특별관람'이 있어서 찾아가봤다.
평소에 흔히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보는 것을 넘어, 밤에 열대의 숲 속을 거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서울식물원 야간 특별관람
'서울식물원'은 강서구 마곡지구에 조성된 도시형 식물원으로, '공원'과 '식물원'이 결합된 서울 최초의 보타닉공원(Botanic Park)이다.
기존의 넓은 식물원들이 대중교통으로 쉽게 접근하기 힘든 외곽지역에 조성된 것에 비해, 여기는 서울 어디서나 전철을 타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큰 공원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6개월간 임시 개방을 거쳐서, 정식 개원은 2019년 5월 1일에 했다. 오픈할 때 서울 시내의 독특한 관광 명소로 많이 소개되기도 했지만, 아직 역사가 깊지 않아서인지 의외로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전체 넓이가 약 50만4천제곱미터에 달하는데, 열린숲, 호수원, 습지원 등 면적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원 구간은 언제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야외 주제정원과 이곳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온실'은, 정해진 입장 시간에 유료로 이용할 수 있다.
동네 주민이라면 매일 공원을 산책하는 것으로 즐길 수도 있겠지만, 멀리서 일부러 찾아간 사람들이라면 아무래도 '온실' 관람이 주요 방문 목적이 된다.
온실은 크게 열대관과 지중해관으로 나누어지는데, 베트남, 인도네시아, 브라질, 스페인, 이탈리아 등 12개 도시에서 들여온 식물들이 도시별로 전시되어 있다.
놀이동산에서 착용하는 것과 같은 팔목 입장권을 부착하고 입구로 들어가면 먼저 열대관부터 관람하게 된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겨울철 바깥 기온과는 확연히 차이나는 온도 때문에 후끈한 열기가 느껴진다. 온도차 때문에 카메라에 김이 서리고, 이내 몸에서 땀이 흐르지만, 마치 겨울에 비행기를 타고 가서 동남아 국가 공항에 막 도착한 느낌이 나기도 한다.
이런 맛이 있기 때문에, 이 온실은 겨울에 가는게 좋다. 내내 움츠렸던 몸을 쫙 펴주면서, 운동을 하지도 않았는데 땀을 뻘뻘 흘릴 수 있으니 말이다.
낮에 온실에 들어가면 도시별로 나열된, 국내에서는 희귀한 식물들을 찬찬히 구경할 수 있다. 입구에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인도 보리수부터 시작해서, 몇 발자국 걸어가면 인공 폭포 근처에 있는 폭탄수, 조금 더 가면 사람들이 기념촬영을 많이 하는 호수에는 큰 연꽃인 빅토리아 수련이 있다.
원래는 땀을 뻘뻘 흘려가며 그런 식물들을 구경하는 것이 주된 관람 목적이었는데, 야간 특별관람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시시각각 변하는 조명으로 낮에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느낌이 있었는데, 조명 색이 변하기 때문에 식물 본연의 색깔을 관찰할 수 없다는 한계는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야간 관람은, '야간'이라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식물 자체보다는 독특한 전체 분위기를 느끼는 것에 목적을 두고, 색다른 체험으로 추억을 남기기 좋다.
이런 인공적인 색깔이 현실감이 없다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내게는 기억 한 편의 추억을 일깨웠다.
옛날에 스리랑카 어느 시골 구석을 여행할 때였다. 파란 하늘에 뜨거운 햇볕. 반팔, 반바지를 입고도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길을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먹구름이 잔뜩 덮이더니 스산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파란 하늘에 구름이 끼더니 사방이 남색으로 변했고, 이내 밤 처럼 시커먼 색깔이 됐다.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졌고, 바람과 함께 흩날리더니, 온 사방이 마치 화성처럼 새빨간 색이 됐다. 이 온실에서 본 빨간색 조명보다 더욱 시뻘건 색이어서 그 때도 현실감이 없긴 했다.
그러더니 빗방울과 바람이 잦아들었고, 세상이 자주색으로, 보라색으로 그리고 남색으로 서서히 바뀌더니, 이윽고 다시 파란 하늘이 나왔다. 이 모든 과정이 불과 한두시간만에 펼쳐졌다.
그런 기억이 있기 때문에, 나는 이 온실의 색깔이 비록 인위적이지만 자연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현상임을 알고 있다. 그걸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 사람이나 알까 생각하면 조금 안타깝다. 나중에라도 자연에서 이런 색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 이 온실이 더욱 특별하게 여겨지겠지.
지중해관은 열대관보다 온도가 낮은 편이다. 그래도 바깥보다는 온도가 높아서, 겉옷을 벗고도 따듯하게 관람할 수 있을 정도다.
지중해관에는 유럽의 어느 곳 처럼 꾸며놓은 조그만 광장이 있는데, 여기서 연말 특집으로 짤막한 음악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온실 안 여기저기에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이해서 장식을 해놓았는데, 이 공연이 펼쳐진 '로마광장'에 특히 아기자기한 장식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로마광장 바로 옆쪽엔 정원사의 방이 있다. 마치 방금 작업을 마치고 집에 쉬러 들어간 정원사의 작업장을 구경하는 느낌의 전시관이다.
뭔가 이것저것 놓여 있어서 언뜻 보면 정신이 없기도 한데, 그런 물건들을 구경하는 것이 재미인 곳이다.
여기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뭐가 조금씩 자꾸자꾸 늘어나는 느낌이라, 다음번에는 또 뭐가 더 추가될지 기대가 되는 곳이다.
뒷편에 치즈나 와인 만드는 오크통 같은 것도 몇 개 갖다놓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한데, 여기에 뭘 갖다놓을지 설문조사나 인터넷 투표 같은 걸 해도 재밌을 것 같다.
지중해관에는 바르셀로나에서 들여온 응혈수부터, 샌프란시스코의 변경주 선인장, 로마의 레몬그라스, 아테네의 올리브, 월계수, 타슈켄트의 목화, 무화과 등이 있다.
규모도 열대관보다 훨씬 넓은데, 기후도 온화해서 천천히 구경하며 산책하기 좋다. 공간이 여유가 있으니 여기저기 장식품들도 많은 편이라, 여기저기서 기념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다.
야간 관람에서는, 어쩌면 이탈리아 어느 숲 속을 밤에 걸으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은 기분도 즐겨볼 수 있다.
내가 지중해관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오밥나무다. 몸통에 많은 양의 물을 머금고 있어서 아프리카에서 생명의 나무라고 불리기도 하는 나무.
여기 있는 것은 호주 퍼스에서 들여와서 종이 조금 다른 것이라 그런지 날씬한 편인데, 그래도 바오밥나무가 주는 어쩐지 평안하고 안정감 주는 그 느낌은 그대로 받을 수 있다.
수시로 변하는 조명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순간을 잘 포착하면 마치 아프리카 어느 시골에서 석양을 배경으로 한 바오밥나무 모습도 보였다. 그 순간을 기다려서 사진으로 찍기엔 이제 허리가 아파서 그만.
케이프타운의 아프리카 물병나무를 끝으로 지중해관 관람을 마쳤다. 지상에서 관람은 이걸로 끝이지만, 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가면 스카이워크로 위에서 온실 내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다.
출구로 나가는 스카이워크는 열대관 윗쪽으로 놓여 있다. 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 이 다리가 온대관도 한 바퀴 빙 돌 수 있도록 놓여 있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큰 나무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니까, 그런 경험을 좀 더 오래, 길게 하다록 해줬으면 참 좋았을 텐데.
그래도 짧게나마 열대관을 다시 구경하며 나갈 수 있으니 다행이다. 천장에 조금 더 가까워져서 그런지, 조명 색깔이 바뀌는 것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256색으로 변한다고는 하지만, 지상에 있을 때는 몇 가지 색 밖에 느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다리 위에서 청장을 보니, 살짝 중간 색들이 섞여서 변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출구로 나가면 관람이 끝난다. 이렇게 끝나는게 아쉬운 사람들은 스카이워크에 오래 남아서 내부를 지켜보며 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못내 미련을 떨치지 못 한 사람들은 다시 지중해관으로 내려가기도 했고.
아무래도 이 엄동설한에, 이렇게 따뜻한 곳에서 식물들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일 테다. 입장료도 성인 5천 원. 그마저도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30% 할인이다. 여기까지 가는 것만 감내할 수 있다면 한나절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야간 특별관람은 시즌 특별행사로 마련된 이벤트였다. 사전예약을 받아서 일정기간만 운영한 행사여서, 이제는 언제 다시 또 열릴지 알 수 없다. 한동안은 주간 일반 관람만 즐기며 소식에 귀 기울이고 있어야 한다.
그래도 주간에 가면 식물 본연의 색깔과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으니, 이건 또 이것 나름대로 괜찮은 관람이다. 사진도 낮 시간이 더 잘 찍힌다.
야간 관람이 끝났다고 아쉬워하지 말고, 낮에라도 한 번 구경을 가보도록 하자. 특히, 따뜻한 곳으로 여행을 가고싶은데 시간이나 금전적 이유로 갈 수 없다면, 이곳에서 한풀이를 해보자. 어느 정도는 만족할 수 있다.
다음 이벤트 아이디어를 한 번 내보고 싶다. 이 조명을 이용하면, 새벽부터 여명을 지나, 오전의 부드러운 햇살, 한낮의 뜨거운 태양, 저녁의 서늘함을 거쳐서, 석양과 밤, 그리고 완전히 캄캄한 밤까지, 시간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러니 다음 이벤트는 빛을 잘 조합해서, 열대와 지중해의 하루를 일정 시간동안 경험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그냥 무의미하게 조명 색깔을 바꾸면서 비추는 것보다 훨씬 의미있는 색다른 이벤트가 될 수 있을 테니까.
온실 밖 기념품 가게, 카페, 체험 프로그램
아무래도 온실 관람이 메인이기 때문에 비중을 많이 뒀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온실로 출입하려면 바로 옆에 붙어있는 건물인 식물문화센터를 거쳐야 하는데, 이 건물에도 구경할 것들이 있다. 온실을 가지 않고 문화센터만 들어가는 것은 무료다.
온실 들어가는 입구가 있는 곳에는 작은 식물 전시살이 있다. 그리고 쉼터 역할을 하는 곳에는 큰 스크린으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해설과 함께 식물원 투어도 할 수 있는데, 입장권과는 별도로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을 해야 한다.
온실 출구 쪽에는 기념품 판매점이 있다. 출구로 나오자마자 보여서 자연스럽게 발길을 옮길 수 있는데, 열린 공간으로 꾸며져 있어서 접근도 쉽다.
선인장 같은 식물 화분이나, 식물원와 관련된 노트, 달력 같은 기념품, 예쁜 벽걸이 화보 같은 소품들이 잔뜩 놓여 있으니, 들어가기 전에 미리 심호흡을 하자. 길 가에서 내 지갑을 노리고 있는데, 들어가면 탐나는게 잔뜩이니 너무 흉악하지 않은가.
바로 옆에는 관람 후에 팔 다리 허리 어께 아픈 운동부족 시민들이 쉬어갈 수 있는 카페도 있는데, 이 카페도 꽤 독특한 운치가 있다. 모두 소개하자면 너무 길어지니, 이 카페는 예전 포스팅을 참고하자.
전시 관람 외에 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시기에 따라 문화산책, 어린이 정원학교, 손뜨개, 복주머니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개설된다. 이런 프로그램은 평소에 수시로 서울식물원 홈페이지를 보다가 예약해야 한다.
운 좋게 특별 프로그램 하나를 체험할 수 있었는데, 비누로 크리스마스 케익 만들기였다. 말 그대로, 수제 비누를 마치 케익처럼 만드는 수업이었다.
베이스가 되는 빵 부분은 한 덩어리 비누였고, 생크림 같은 효과를 내는 것도 모두 비누였다. 장식품은 색소를 넣어서 만들었는데, 이것도 비누이긴 하지만 색소가 들어갔으니 발 씻을때 사용하라고 한 것 같은데 자세한 건 기억할 수 없다.
시키는대로 만들라면 만들지만, 깊이 들어가면 이런게 양자역학보다 어렵다. 양자역학은 몸 건강을 고려해야하거나, 식약처 규제가 있거나, 사람들 트렌드가 있거나 하지 않다. 딱 정해진 법칙을 공부하기만 하면 되니까 얼마나 쉬운가 말이다.
이런 류의 프로그램도 관심이 간다면 홈페이지 교육 프로그램을 수시로 관찰하자. 비누 수업이 관심이 간다면, 안타깝게도 이제는 여기서 진행하는건 끝났으니, 강사님 사이트로 찾아가보자.
마곡문화관
서울식물원에는 또 하나의 특별한 장소가 있다. 바로 '마곡문화관'이다.
식물원 온실 근처, 작은 언덕 하나만 넘으면 보이는 일본풍의 건물인데, 이곳은 과거 양천수리조합 배수펌프장으로 사용된 건물이다.
1928년 준공돼, 등록문화재 제363호로 지정되어 배수펌프장 건축물로는 유일하게 보존되고 있다. 현재는 마곡지역 농경역사와 미술작품 등을 선보이는 전시관으로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2020년 4월 19일까지 미디어아트 기획전, '이이남, 빛의 조우'가 열린다.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아트 작품들이 전시되는데, 특히 1740~1745년에 양천현령으로 지내며 강서지역 승경을 역작으로 남겼던 겸재정선의 '양천팔경첩'을 재해석한 '다시 태어나는 빛, 양천'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그리고 겸재정선의 박연폭포, 인왕제색도, 겸재정선 고흐를 만나다, 그곳에 가고 싶다 등의 작품도 전시된다.
미디어아트 특유의 큰 화면에 화려한 영상도 볼 수 있고, 수묵화나 고흐 작품 같은 그림에서 사람이 마치 애니메이션 처럼 움직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식물원을 찾았다가 현대미술도 구경하는 즐거운 사고를 당할 수 있는 기회다. 게다가 무료이니, 얼어죽을 추위가 아니라면 순순히 가보는게 좋겠다.
지금은 미디어아트 전시 때문에 내부를 어둡게 해놔서 바닥이 잘 안 보이는데, 바닥을 보면 유리로 아래 터를 볼 수 있게 해놨다. 눈이 어둠에 적응되면 찬찬히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이렇게 일반 관람으로 낮 시간만 즐겨도 하루 온종일 즐겁게 돌아다닐 수 있는 서울식물원. 이왕이면 추운 겨울에 따뜻한 온실을 즐기면 일석이조이니, 멀지만 귀찮음을 극복하고 한 번 나가보자. 이불 밖은 위험하지만, 잘 극복하면 즐거울 수 있다.
온실이 있는 식물문화센터 건물은 9호선 양천향교역에서 가깝다. 하지만 9호선과 공항철도 마곡나루역에서 내리면, 식물원을 주제로 한 지하철 통로도 볼 수 있고, 공원을 가로질러 가면서 산책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이해 열리고 있는 식물원의 '윈터가든 축제'에 대해 좀 더 알고싶다면 아래 웹페이지를 참고하자.
> 읏~추워 할 땐 여기! 서울식물원 윈터가든 축제 (내 손안에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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