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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 유쾌하지 않은 기억
    잡다구리 2007. 6. 23. 14:15
    이번 일본행은 그리 유쾌하지 만은 않았다.
    일행 중에 이상한 사람이 하나 끼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여자들을 일본 술집 같은 곳에 소개하고 소개비를 받아 먹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 조금이라도 부끄러워하거나, 감추려고 했다면 그나마 조금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저번 달에 여덟명을 소개해서 천 몇 백 만 원을 벌었다느니 하면서
    자기처럼 머리를 써서 덜 고생하고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며 수시로 자랑을 늘어 놓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조용히 한 마디 해 줬다.
    나는 아무리 돈을 벌고 싶어도 할 짓 못 할 짓 가려가며 하겠다고.
    그랬더니 되려 자기가 나한테 온갖 욕을 퍼 붓는다.
    정말 기가 막혀 뭐라 해 줄 말도 없었다.

    어쩌면 사람이 그렇게 뻔뻔스러워 질 수가 있는걸까.
    내가 그 상황이 된다면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는 편을 택하겠다.
    어쩔 수 없이 가족부양 따위의 이유로 그런 일을 하게 된다면,
    매일을 죄책감에 시달리며 다른 사람들에겐 무슨 일을 하는지 알리지도 못 할 것이다.
    그게 최소한의 양심을 가진 자가 보이는 행동 아닐까?
    아무리 돈에 환장을 해도 할 짓이 있고, 못 할 짓이 있는 것 아닌가?

    너무 화가 나서, 민중의 피를 빨아 먹는 기생충 따위와는 알고 지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다른 일행들이 있어서 내 성질대로 다 하지는 못했지만,
    정말 성질대로 다 했으면 정말 어디 하나 부러뜨려 줬을 테다.
    그래도 그는 나를 신고조차 하지 못 할 테지.
    그것이 바로 그런 일을 하는 자의 운명 아닌가.

    한국에서 다시 한 번 마주치는 날이 있으면 나는 그렇게 할 생각이다.
    내가 특별히 정의감 따위가 넘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신매매범 따위가 잘 났다고 설치고 다니는 그런 꼴은 못 본다.

    만화로 그릴 가치도 없는 이야기라서 그냥 글로 대충 올림을 이해해 주길 바라며,
    혹시 내 생각에 잘 못 된 점이 있다면 지적해 주길 바란다.

    (200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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