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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지난 후에 동해 바다는국내여행/강원도 2020. 9. 19. 12:49
이곳에 도착한 날 비가 내렸다. 거세게 휘몰아치는 바람은 파도로 마을을 삼켰고, 11월과 닮았던 비는 영혼까지 아프게 때렸고, 마침내 태풍이 왔다. 세상 따위는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버리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나홀로 그렇게 외쳐보아도 비바람에 소리는 메아리도 없이 스러질 뿐이었다. 바람 불면 날아가고, 비가 오면 씻겨가고, 태풍이 오면 쓸려가며, 그 속에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우산을 부여잡은들 무슨 소용이 있나. 아무도 볼 수 없는 세상의 끄트머리 어디에서 태풍을 온 몸으로 맞으며 흔들린 사람이 결국은 생의 한 가운데에 있었음을 너무 늦지 않게 깨달아야 했다. 맑고 뜨거운 여름 하늘처럼 치솟던 분노는 태풍으로 쓸려나가 비바람에 침잠했다. 비로소 나는 실로 오랜만에 어둡고 평화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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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대교 건너서 노들섬 그리고 노들서가국내여행/서울 2019. 11. 4. 19:24
노량진과 용산 쪽을 잇는 한강대교 중간쯤에 노들섬이 있다. 아주 옛날엔 여기서 물놀이나 스케이트를 타기도 했다는데, 십 년 전쯤엔 오페라 하우스를 짓겠다고 하다가 무산되고, 이후 가끔 축제 장소 정도로 쓰일 뿐 별다른 용도가 없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공사를 했고, 2019년 9월 28일에 노들섬 개장축제가 열리면서 누구나 아무때나 가볼 수 있는 곳이 됐다. 아직 완전히 가게들이 입점을 다 하지 않았고, 한쪽에선 조성공사가 계속되고 있지만,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초기 모습을 볼 수 있다. 지하철로 간다면 9호선 노들역에서 나와서 한강다리를 조금 걸어가야 하고, 버스를 이용하면 노들섬 버스정류장에 바로 내릴 수 있다. 그리고 노량진 쪽에 내려서 쭉 걸어가면, 중간에 컵밥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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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대만을 국가로 인정했을까 - 꿈과 희망과 현실해외소식 2019. 9. 24. 04:17
6월 초순경, 몇몇 국내 언론은 미국이 대만을 국가로 인정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해외 언론들도 그와 비슷한 논조의 기사를 쓴 곳도 있어서, 대만인들은 손녀딸을 안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한다. 그런데 이게 과연 사실일까. 한 번 들여다보자. 인도 태평양 전략 보고서 2019년 6월에 나온 언론 보도들은 모두 미국 국방부가 발표한 하나의 보고서를 기반으로 한다. 6월 1일에 발표한 '인도 태평양 전략 보고서'이다. 국내 언론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 같은 해외 언론의 기사를 번역해서 소개하는 정도였는데, SCMP에서는 뉴스 소스 링크도 잘 남겨놨더만 국내 언론은 그런 것 하나도 없더라. 자기네 다른 기사들 링크는 잘만 걸어놨더만. 어쨌든 일단 SCMP 해당 기사와, 미 국방부가 공개한 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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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자카르타'에서 '보르네오' 섬으로해외소식 2019. 8. 27. 18:07
8월 26일,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어서 수도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최종 확정된 새 수도 예정지는 동 칼리만탄 주(East Kalimantan)의 '북 프나잠 파세르(Penajam Paser Utara)'와 '쿠타이 카르타느가라(Kutai Kartanegara)'의 일부 지역이다. 최근까지 동칼리만탄의 큰 도시인 발리파판(Balipapan)과 사마린다(Samarinda) 두 개 도시를 놓고 저울질 한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은 발리파판과 사마린다 사이 일대를 예정지로 결정했다. 아직 도시 설계를 진행중이라 다소 바뀔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쪽 지역이라고 알아두면 되겠다. 인도네시아의 수도 이전 문제는 이미 몇십 년 전부터 제기됐다. 현 수도인 자카르타에 많은 문제가 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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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유도 마시안 해변 얼어붙은 겨울 바다국내여행/경기도 2019. 3. 12. 14:46
용유도는 원래 영종도 옆에 있는 섬이었지만, 두 섬 사이의 간척지에 인천국제공항이 건설되면서 하나의 섬이 됐다. 그래서 지금은 인천공항에서 서쪽으로 가면 만날 수 있다. 용유도를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공항에서 심심할 때 간단하게 가보려면 인천공항 교통센터의 자기부상열차를 타면 된다. 아직까지는 탑승료도 무료여서 간단하게 바람 쐬러 가기 좋다. 자기부상철도를 타면 대략 16분만에 인천공항에서 종점인 용유역까지 갈 수 있다. 용유역에서 마시안 해변까지는 약 1킬로미터 정도. 각종 식당들이 즐비한 좁은 차도에 차량이 많아서 가는 길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지만, 조금만 참고 걸어가면 바다를 볼 수 있다. 마시안 해변 가는 길목에는 칼국수 집을 비롯해서 이런저런 먹거리 가게와 카페 같은 것들이 들어서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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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카이 재개장 - 숙소 예약해야 섬 입장 가능해외소식 2018. 11. 16. 19:16
보라카이는 면적 10.32 제곱킬로미터에 거주 인구 3만여 명 정도의 작은 섬이다. 이 작은 섬이 아름답다고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점점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했고, 각종 여행 매체들이 추천하면서 방문자 수가 급격히 늘었다. 2017년엔 66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고 한다. 여의도보다 조금 큰 정도의 섬에 이렇게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니 난개발과 함께 환경오염과 쓰레기 문제가 자연스럽게 뒤따라왔다. 최근 보라카이의 1인당 쓰레기 양은 수도 마닐라보다 3배 이상 높을 정도였다. 급기야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이 섬에서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와 하수 등을 보고는 시궁창 같다고 표현하며, 섬을 폐쇄하고 정리를 하기로 결정했다. 섬을 폐쇄하고 정리를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난 시점인 10월 26일, 보라카이는 다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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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 섬 - 지도에는 있었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섬잡다구리 2018. 9. 28. 22:26
호주 동쪽과 뉴칼레도니아 사이에 섬 하나가 지도에 표기돼 있었다. 이름은 샌디 섬(Sandy Island). 그런데 이 섬은 구글어스에 표시된 형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의혹을 품었다. 길이 24km, 폭 5km 정도 크기를 한 이 섬은, 크기로만 보면 태안 안면도와 비슷하다. 섬 치고는 그렇게 작은 크기는 아니다. 그런데 예전 구글어스 이미지를 보면, 이 섬은 시커멓게 칠해져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섬에 뭔가 숨겨야만 하는 것이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미스테리로 자주 소개되기도 했다. 물론 이 섬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다가 2012년에 호주 시드니 대학 연구팀이 이 섬을 찾아서 항해를 했고, 이 위치에 섬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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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종주 자전거길: 목포 - 제주국내여행/자전거2017 2018. 9. 23. 20:07
목포에서 가늘고 짧은 하루를 보내고 아침 일찍 일어나 목포항 국제여객터미널로 갔다. 국제 터미널 하면 뭔가 외국으로 떠나야 할 것 같은 이름이지만, 제주도 가는 배가 여기서 출발한다. 목포항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더니, 자전거를 타고 몇십 분 만에 갈 수 있었다. 근처까지 가서 터미널을 찾느라 약간 돌기는 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중간에 혹시나 문제가 생길까봐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갔더니, 오히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문제였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스마트폰에 나름 책도 몇 권 다운로드 받아 갔지만, 글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냥 멍하니 앉아있었다. 오전 9시에 목포항에서 출발하는 배는 제주까지 5-6시간 정도 걸린다. 배 안에서 하룻밤을 보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제일 싼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