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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대교 건너서 노들섬 그리고 노들서가국내여행/서울 2019. 11. 4. 19:24
노량진과 용산 쪽을 잇는 한강대교 중간쯤에 노들섬이 있다. 아주 옛날엔 여기서 물놀이나 스케이트를 타기도 했다는데, 십 년 전쯤엔 오페라 하우스를 짓겠다고 하다가 무산되고, 이후 가끔 축제 장소 정도로 쓰일 뿐 별다른 용도가 없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공사를 했고, 2019년 9월 28일에 노들섬 개장축제가 열리면서 누구나 아무때나 가볼 수 있는 곳이 됐다. 아직 완전히 가게들이 입점을 다 하지 않았고, 한쪽에선 조성공사가 계속되고 있지만,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초기 모습을 볼 수 있다.
지하철로 간다면 9호선 노들역에서 나와서 한강다리를 조금 걸어가야 하고, 버스를 이용하면 노들섬 버스정류장에 바로 내릴 수 있다. 그리고 노량진 쪽에 내려서 쭉 걸어가면, 중간에 컵밥거리 같은데서 이것저것 싸게 먹고 구경을 갈 수도 있다.
가다보면 자전거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노들역 1번출구 쪽에 따릉이 거치대가 있어서 이걸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노들섬에는 아직 따릉이 거치대가 없기 때문에, 대여시간 등을 주의해야 한다.
노량진 쪽에서 한강다리를 올라가니 금색으로 빛나는 63빌딩이 보인다. 노량진 쪽에서도 눈에 띄는 건물인데, 언제봐도 황금라이터 같다.
한강다리 난간에도 이것저것 글귀가 적혀있다. 생명! 63빌딩은 한화생명이지.
이런것보다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곳들 연락처를 적어놓는게 좋지 않을까. 개인회생 방법이나 긴급생활자금 요청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적어놓은 홈페이지 같은 거.
어쨌든 노들섬 도착. 노들섬 주차장은 외부인은 사용할 수 없다. 입구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으니, 버스를 이용하면 바로 갈 수 있다. 노들역에서 걸어가도 약 700미터 정도 밖에 안 된다.
노들섬을 누들섬으로 해서 라면의 성지로 만들어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행사가 없으면 다소 휑한 느낌. 강 한가운데 있는 작은 섬이라 겨울엔 좀 추울 것 같다.
섬 끝쪽으로 가면 야외 공연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수시로 공연이 열린다. 공연이 열리는 날 밤이면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안내방송이 나온다 한다. 민원을 넣으면 스피커 방향을 돌린다며 민원을 넣으라는 방송이. 참 대단하다.
뭔가 깨끗하게 조성을 해놨는데, 이게 오히려 위화감이 들었다. 이런 깨끗한 장소는 서울 여기저기에 많잖아. 꼭 이렇게 해야만 했을까.
카페 건물 2층으로 올라가면 노들섬 동편으로 갈 수 있는 데크가 나온다.
섬은 차도를 사이에 두고 서편과 동편으로 나누어지는데, 동편은 아직 공사중이다. 버스정류장을 이용할게 아니라면 딱히 가 볼 필요는 없다.
다시 건너와서, '카페붘(Cafe BoooC)'으로 들어갔다. 작은 카페를 지나면 바로 '노들서가'가 나온다. 2층은 거의 카페 공간과 특별한 사람들(?)의 지정석 등으로 꾸며져 있고, 1층으로 내려가면 서점의 본체를 구경할 수 있다.
행사가 없는 노들섬 야외에선 주변 경치를 구경한다거나, 곧 헤어진 연인들이 사진을 찍는 것 외에는 딱히 할 게 없다.
그런데 노들서가 하나만 보고 가도 괜찮을 정도로, 이 서점은 독특한 구성을 하고 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내부가 일단 눈을 즐겁게 해주고, 나름 호기심이 일도록 큐레이팅 해놓은 책들도 눈에 띈다.
빼곡하게 책을 들여놓은 것이 아니라 큐레이팅을 위주로 하는 공간이라, 아무 생각없이 가서 좋은 책을 만나보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 서점이라기보다는 북카페라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책을 구입하는 것보다는 읽고 가는 용도로 사용할 사람이 많을 듯 한데, 과연 출판사에게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어차피 이런 컨셉이라면, 인디출판 코너를 한쪽에 크게 둬 보는건 어떨까 싶기도 하고.
책을 만들며 제작자들이 메모를 해놓은 '메이킹 북' 코너도 한쪽에 있었다. 책을 만들며 고민했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밖으로 나가니 해가 지고 있었다. 섬 입구에 도착하면 계단을 약간 올라서 바로 2층으로 올가가기 때문에, 건물 계단을 통해서 한 층 내려온 1층이 자하 같은 느낌이 든다.
강변 쪽 길을 돌아서 섬 입구 쪽으로 나가다보니 자전거 카페도 있었다. 자전거를 테마로 꾸미기만 한 카페인지, 자전거 동호회를 위한 카페인지는 잘 모르겠다. 안에 아무도 없어서 무서워서 못 들어가봤다.
마무리로 강변 사진 조금 찍다가 다시 노량진 쪽으로 건너간다. 우리동네보단 비싸지만, 그래도 서울 다른 동네보단 싼 곳이니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갈 요량이다.
돌아가는 길에 한강다리가 내 신경을 긁는다. 물론 바로 옆에는 하면 된다. 이런게 쓰여져 있지만, 여유가 없는 사람이라면 한 구절만 뇌리에 박힌다. 그게 자극이 되어서 엉뚱한 짓을 벌이기도 하고, 버튼이 눌려지기도 한다. 인터넷 세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인데,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조금 떨어져서 보니까 웬지 군함도 같은 느낌도 든다.
너무 깨끗하게만 꾸며놓은 공간이 좀 아쉽다. 섬 외곽쪽은 사람들이 널브러져서 자리 깔고 누워있을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데. 카페 같은 곳에 들어가서 돈을 내야만 쉴 권리가 주어지는 곳은 쉼터라고 하기는 힘들다.
노량진 컵밥거리를 가보니, 늘어선 노점상들 사이에 앉아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작은 공간들이 마련돼 있었다. 물론 좀 더럽기도 하고, 비바람을 막을 수는 없지만, 대충 떡볶이 하나 사서 앉아있으니 그곳이 이쁘장한 카페보다 더 편했다. 노들섬도 이런 쉼터를 좀 더 확충했으면 싶다.
p.s.
노들섬에도 떡볶이, 피자 등을 파는 가게가 있다. 그리고 이마트24라는 편의점도 있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노들섬 주차장엔 외부인 주차가 안 된다. 헛수고 하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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