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 여행자, 고시원을 숙소로 사용하기도 한다잡다구리 2019. 10. 20. 17:01
외국인들도 한국에서 고시원을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외국인 노동자나 유학생 뿐만 아니라, 외국인 여행자 중에도 고시원에서 숙박하는 경우가 꽤 있다.
이렇게 말을 하면, 오히려 고시원이라는 곳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럴 수도 있겠지" 하는데, 고시원을 아는 사람들은 "설마"라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더라. 하지만 이건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외국인 관광객들은 어떻게 한국의 고시원을 찾아낼까. 답은 숙박앱이다.
여러분들이 해외여행 갈 때 많이 사용하는 그런 숙박앱에서, 대상 장소를 서울 정도로 하고 잘 뒤져보면 고시원이 나온다. 다른 숙박앱들도 조금씩 나오지만, 특히 에어비앤비에 많이 올라가 있는 편이다. 아무래도 서비스의 특성 때문일 테다.
위 이미지는 예시로 몇 개 찾아본 것이다. 의심나면 에어비앤비에서 장소를 서울로 하고, 가격대를 3만 원 이하로 해서 한 번 훑어보시라.
물론 외국인들이 고시원이라는 개념을 알 리 없다. 이들은 이런 공간을 캡슐호텔이나, 아주 작은 스튜디오(원룸) 정도로 인식하는 듯 하다. 여행을 좀 다녀본 사람들은 홍콩의 청킹맨션 같은 곳에도 이 비슷한 숙박형태가 있기 때문에,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이들이 이런 공간을 찾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다. 일단은 싸니까. 후기를 보면 싸다는 말보다는, 합리적이다(resonable)라는 표현이 많은데, 아마도 이 가격도 그리 싸다고 느끼지는 않는 듯 하다. 즉, 한국의 숙박 가격 자체가 그리 싸지 않은 편인데, 그나마 고시원이 다른 숙소에 비하면 싼 편인 걸 그들도 아는거다.
물론 게스트하우스의 도미토리를 선택할 수도 있다. 아무래도 게스트하우스는 여행자들에게 특화된 숙소이기 때문에, 여행 정보도 약간 얻을 수 있고, 다른 여행자를 만날 기회도 있다. 하지만 길게 머물수록 공동생활이라는 것이 지치기 마련이다. 간혹 코를 골거나, 이상한 놈이 들어오면 상당히 피곤해진다.
여기서 두 번째 이유가 나온다. 도미토리나 고시원이나 어차피 가격은 비슷한 상황. 혼자 조용히 있고 싶다면 고시원 쪽이 훨씬 편하다. 방 안에서 벗고 있을 수도 있고, 하루종일 그냥 뒹굴거리며 쉴 수도 있으며, 짐을 펼쳐놓고 있어도 되니까.
숙박앱에 올려서 외국인이나 내국인 단기 숙박을 받는 고시원은, 서울에서는 주로 노량진 근처에 많았다. 완전 노량진은 수요가 많아서 그런지 별로 없고, 노량진에서 약간 떨어진 인근 동네에 많다. 그리고 은근히 강남 쪽도 많은 편이다. 물론 강남 쪽은 좀 비싼 편이고.
어쨌든 이런 숙박형태는 대략 위 사진 처럼 생겼다. 위 사진에 나온 곳은 대략 '원룸텔'이라 불린다. 고시원도 형태별로 종류가 몇 가지 있는데, 고시원, 고시텔, 원룸텔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
원룸텔은 위 사진 처럼, 욕실 겸 화장실이 방 안에 있는게 특징이다. 그리고 책상과 의자, 침대, 미니 냉장고 정도가 있다. 이 모든 것이 약 2평 남짓한 공간에 들어가 있다. 위 사진은 방문 밖 복도에서 방문을 열고 찍은 사진이다. 광각랜즈가 아니면 저렇게 밖에 안 나온다. 실제로 매우 좁다는 뜻이다.
고시원은 욕실이 방 안에 없는 형태라 보면 된다. 맨 처음 보여준 에어비앤비 검색 이미지에서, 왼쪽 상단과 왼쪽 하단이 고시원이다. 요즘은 미니 냉장고가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은 듯 한데, 옛날에는 냉장고 없는 것이 기본이었다. 욕실이 없으니 고시텔보다 공간이 좁은 편인데, 대략 1평에서 2평 정도다. 아무리 넓어도 2평을 넘어가진 않는다.
고시텔은 거의 원룸텔과 비슷하고, 혼용되는 단어다. 원룸텔이라는 말이 생기기 전에, 고시원에 화장실을 넣으면서 고시텔이라는 이름을 썼는데, 그 단어가 남았다고 보는게 좋겠다. 고시텔과 원룸텔은 일반적으로 보면 사실상 차이가 별로 없는데, 그 단어가 주는 미묘한 느낌이 있다. 웬지 고시텔은 원룸텔보다 벽이 얇을 것 같고, 시설이 약간 떨어질 것 같고, 약간 더 쌀 것 같은 이미지랄까.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곳에 살고 있다. 노량진 같은 특정 지역을 제외하면, 고시원엔 오히려 공부하는 사람보다 직장인 같은 사람들이 더 많다. 그러니까 이것도 하나의 주거형태이고, 그런 곳을 빌려준다는 측면에서, 공유주거에 외국인 관광객도 투숙한다고 보면 이상하지는 않다.
그런데 간혹 이런 공간을 소개할 때, 영어로 재미있게(?) 소개하는 곳이 있다. 그래서 그런 예를 들면서 이 공간을 조금 더 설명해보겠다. 사진은 예시일 뿐, 여기가 그렇게 써 놓았다는 의미는 아니니, 오해하지 말자.
사생활이 보호되는 프라이빗 스페이스.
이런 공간을 영어로 소개할 때, '프라이빗'을 강조하는 곳이 많다. 아무래도 게스트하우스와 비슷한 가격이라 경쟁을 해야하는데, 가장 큰 무기가 개별 공간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만났던 한 캐나다인은, 도미토리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한 방에서 함께 잠을 자는 것이 너무 신경쓰이고 피곤해서 고시원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좁지만 잠만 자고 나가서 돌아다닌다면, 고시원이 도미토리보다 안전하고 편안하다고.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도미토리보다 고시원을 선택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안심되는 시큐러티.
이것도 도미토리와 비교하며 내놓는 카드다. 게스트하우스에 락커가 있어서 개인 소지품을 보관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냥 방 안에 아무렇게나 노트북을 놓고 나갈 수 있는 것에 비하면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시큐리티를 강조하는 곳에서는, 입구와 복도에 CCTV가 설치돼 있다는 것과, 24시간 관리인이 있다는 것을 써 놓기도 한다. 여기서 24시간 관리인이란 고시원 총무를 뜻하는데, 24시간은 좀 오버다. 고시원 총무도 일정시간 자기 일을 보기도 하니까.
그리고 CCTV가 있다 해도, 도난 같은 것을 책임져주진 않는다. 경찰에 신고할 때 약간 도움이 될 정도랄까.
여행에 도움을 주는 어매너티.
단기 숙박용 고시텔 화장실엔 대체로, 기본적으로 비누와 화장지가 비치돼 있다. 어매너티다. 업소에 따라서는 화장실에 샴푸가 있기도 하고, 방에 공기 탈취제가 있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불과 베개도 미리 구비돼 있다.
참고로, 고시원 장기 투숙 시에 이불과 베개를 사용하려면, 매월 요금을 따로 조금 더 내야하는 경우도 있다.
자유롭게 사용하는 공유 주방.
숙박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유 주방은 거의 어느 고시원에나 다 있다. 작은 곳은 딱 주방만 있는데, 조금 큰 곳은 식탁도 있다. 그래서 형태에 따라, 식사를 각자 방 안에서 해야할 수도 있고, 방에서 음식물 먹지 말라고 하는 곳도 있다.
방에 미니냉장고가 없는 곳은 주방의 공용 냉장고를 사용해야 한다. 방에 냉장고가 있어도, 냄새나는 음식은 주방 냉장고에 넣어두기도 한다. 주방에는 냄비, 그릇, 수저 등이 있는데, 사용 후에는 설거지를 해 놓는게 일반적인 규칙이다.
요즘은 밥과 라면은 기본으로 제공해주는 곳들이 많다. 좀 더 신경쓰는 곳들은 김치나 기타 밑반찬 몇 개를 더 제공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기 싫어서 전자렌지에 냉동 음식만 돌려서 방으로 가져가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 와중에도 꿋꿋하게 기름으로 화려하게(?) 요리하는 중국인도 있더라. 아침과 밤에 후라이팬으로 이것저것 막 볶아대며 맛있는 냄새를 풍기던 한 중국인과 대화를 나눠봤다.
그는 한국에 몇 번 여행을 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원룸텔이 편해졌다고 했다. 처음 한두번 자유여행으로 한국을 왔을 때는, 대림 쪽에 중국인이 운영하는 숙소에 묵었다. 그쪽 동네에 중국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하는 싼 숙소들이 많다고 한다.
대림 쪽 숙소는 대체로, 그리 넓지 않은 방에 침대 없이 바닥에 요를 깔고 누워자는 형태다. 조금만 몸부림 치면 옆 사람과 닿을 정도로 붙어 잔다고. 일반 가정집 같은 것을 그렇게 운영하기 때문에, 아침이면 화장실 전쟁이 일어난다. 혼숙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많이 불편하다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런 숙소가 그리 싼 가격이 아니었다. 그렇게 떼잠을 자는데도 1박에 2만 원 정도였다고. 그래서 다른 곳을 찾기 시작했고, 결국 원룸텔이 자기한테는 제일 잘 맞는다는 걸 깨달은 이후부턴 쭉 이런 곳을 이용한다고.
하지만 아직도 많은 중국인들이 그런 대림 쪽 숙소 같은 곳을 이용하는데, 무엇보다 중국말이 통하는 중국인이 운영을 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편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 했다. 한국에선 게스트하우스나 모텔, 원룸텔 같은 곳을 가려면 중국어로는 의사소통이 어렵고, 영어를 조금이라도 해야 한다며 지가 영어 조금 한다는 걸 자랑했다.
여행에 도움을 주는 편리한 시설.
공용 세탁기 같은 것은 게스트하우스에도 있지만, 어쨌든 있는 시설이니 아름다운 말로 포장해서 소개하기도 한다. 때때로 세탁기 사용도 무료라는 것을 강조하는데,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세탁기 사용도 따로 돈을 내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행에 도움을 주는 편리한 시설 2.
대개 이런데 설치된 정수기는 수돗물을 정수하는 형태다. 편의점에서 물 한 통도 1달러 정도 하기 때문에, 이것도 부담스러운 여행자들은 정수기 물을 받아 마시고, 이걸로 물병을 채워서 나가기도 한다.
근데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정수기라면 필터를 아주 자주 갈아야 할 텐데, 이게 과연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것과 얼마나 다를까 싶다. 심리적 안정 측면이 더 크겠지. 아리수는 파이프 상태만 좋으면 그냥 마셔도 된다 해서, 나는 종종 수돗물을 그냥 마시기도 한다. 수돗물을 마셔도 큰 지장없는 곳에 산다는 것, 여행 다녀보면 하나의 축복인 것을 알 수 있다.
커뮤니티 공간.
식탁 있는 주방이나 흡연공간을 '다른 여행자를 사귈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라고 소개해 놓은 곳도 있다. 옥상 공간을 '탁 트인 전망을 보며 여행을 사색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라고 써 놓은 곳도 있었다. 물론 옥상뷰는 아파트 뿐이지만.
역시 홍보는 포장하기 나름인데, 물론 홍보용 사진은 이렇게 찍어서 보여주지 않는다. 정말 각도를 잘 잡고, 렌즈를 잘 쓰고, 사진 손질을 잘 해서 그럴 듯 하게 보이게 만들어 올린다. 숙소 사진이라며 올려놓은 사진도, 정작 고시원 방 사진은 없이, 인테리어 잘 해놓은 공용공간이나 복도 사진, 건물 사진, 주변 공원 사진 같은 것만 올려놓은 곳도 있더라.
어쨌든 대충 이렇게 여행용(?) 고시원을 알아봤다. 뭐 이걸 어떻게 하자는 건 아니고, 그저 이런 세상도 있다는 정도로 알아줬으면 싶다. 여행인지 뭣인지 몰라도, 의외로 많은 외국인들이 이런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 말이다.
그리고 여행용으로 내놓는 공간은, 장기투숙으로 채워지지 않는 방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이런 곳에서 지내며 생활하는 내국인이 훨씬 많다는 이야기다. 얼마 전에 실평수 5평 짜리 청년추택이 너무 좁다며 논란이 된 적이 있는데, 이런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겐 그마저도 엄천나게 소중한 공간이다.
모쪼록 이 글이, 여러분이 모르는 세상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싶다. 그리고 혹시나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해보고 싶은 분들은, 이런 숙소를 검색해서 하루 묵어보는 것도 좋다. 아니, 이왕 할 거면 딱 일주일만 지내보자. 그리고 이런 곳에서 몇 년을 살면서, 그 생활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p.s.
외국인 여행자들이 이렇게 알아서 묵게 된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숙박앱을 보여줬지만, 사실 고시원 단기 투숙은 옛날부터 있었다. 고시원을 돌아다니면서 단기 투숙도 받느냐고 물어보고 들어가는 방식이다. 국내 여행이나 출장갈 때, 기간이 애매하면 종종 이런걸 사용하기도 한다.
'잡다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 근처 공공도서관 회원 가입해서 전자책을 읽어보자 (0) 2019.10.24 우리나라 고궁 입장료가 너무 싸서 가치가 낮게 평가됐다는 말의 어리석음 - 문화재 입장료는 낮을수록 좋다 (0) 2019.10.24 집 근처 도서관 회원카드 발급받기 (0) 2019.10.19 에코머니 포인트 현금환급, 탑포인트 전환 사용하기 (0) 2019.09.24 판문점 관광, 견학 알아보기 (0) 2019.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