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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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선 현지약을 - PINK 24 0618 (인도여행)푸른바다저멀리 2007. 9. 21. 03:00
오이양이 슬금슬금 아프기 시작한 것은 맥그로드 간지에 머문지 얼마 안 된 때 부터였다. 입맛이 없다며 아무것도 안 먹고 있는 오이양을 사람들이 부추겨서 맥그로드 간지에 단 하나 있는 한국식당인 도깨비 식당에 데리고 갔는데, 거기서도 미역국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더니 결국 거의 다 남겼다. 이 식당에서 토라를 처음 만났다. 어떻게 말을 섞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토라가 인도 현지에서 산 약이 있다고 해서 내가 받아 와서 오이양에게 줬다. 물론 나도 조금 덜어 갔다. 나 역시 이 때 즘 부터 물갈이로 설사가 시작됐기 때문. 염소똥처럼 까맣고 동글동글하게 생긴 약이었는데, 그래도 약간 효과는 있었다. 먹고 나면 하루이틀 정도는 괜찮았기 때문이다. 오이양은 그나마도 효과가 없었던 것 같지만. 이 때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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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그로드 간지의 쭐라캉과 코라 - PINK 22 0617 (인도여행)푸른바다저멀리 2007. 9. 11. 03:52
앞서 말 했 듯, 인도 북쪽의 맥그로드 간지는 티벳 망명정부가 있는 곳이다. 그래서 달라이 라마가 거주하는 저택도 있다. 해외 순방 등의 일정이 없으면 그 저택에 머문다고 하니, 생각보다 달라이 라마를 만나 뵐 수 있는 기회는 많은 편이다. 달라이 라마가 머물고 있는 그 저택은 '쭐라캉'이라 부르는데, 궁전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저택 주변은 쇠창살로 굳게 닫혀 있어서, 일반인이 접근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저택 주변을 빙 둘러싼 '코라'라고 불리는 산책로가 있는데, 이 길은 아무나 둘러볼 수 있다. 코라는 돌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티벳인들에게 쭐라캉과 코라는 모두 성지로 취급된다. 그리고 이 길을 따라 돌면 복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길을 돌 때는 시계방향으로 돌아야 하는데, 사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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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은 찢어진 돈은 안 받아 - PINK 21 0617 (인도여행)푸른바다저멀리 2007. 9. 11. 03:30
인도에도 동전이 있긴 한데, 활용도가 높지는 않다. 여기도 슬슬 인플레이션이 시작되고 있는지, 1루피로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볼펜 하나도 2~5루피 정도 하고, 길거리 거지에게도 1루피 던져 주면 화 낸다. 비유법이 아니다. 진짜로 화 낸다. 최소 5루피 정도는 줘야 갈 길 간다. 물론 고맙다는 말은 안 한다. 인도 거지들은 '니가 나에게 적선 했으니 나는 너에게 천국에 갈 기회를 준 거다.'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돈 준 사람에게 고맙다고 하지 않는다. 이에 관한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할 기회가 있다. 이것에 얽힌 다소 엽기적이라 할 수 있는 일을 내가 벌였으니까. ㅡ.ㅡV 인도에서는 주로 지폐를 사용하게 되는데, 100루피 이하의 소액권은 정말 손에 쥐기도 싫을 정도의 상태가 많다. 겨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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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그로드 간지에 도착하다 - PINK 16 0616 (인도여행)푸른바다저멀리 2007. 9. 3. 13:05
델리에서 버스로 약 12시간 걸려 도착한 맥그로드 간지. 아침에 도착했는데 추적추적 비가 오고 있었다. 우기가 시작되기 직전이어서, 머무는 동안 거의 대부분 비가 왔다. 내게 맥그로드 간지는 항상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조그만 마을로 기억된다. 인도의 수도인 델리, 그 대도시의 정신 없는 어지러움에 반해 맥그로드 간지는 유명한 여행지이긴 하지만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무엇보다 호객행위와 사기행각이 없다는 것이 크게 마음에 들었고, 릭샤가 없다는 것과 자동차가 많지 않아 공기가 맑다는 것도 좋았다. 마음 놓고 편히 쉴 수 있는 휴양지, 맥그로드 간지. 아침에 도착해 일행과 함께 숙소를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귤 합류. 귤 양은 혼자서 한국에서 중국을 통해 육로로 인도까지 온 소녀. 안타깝게도 다들 버스에 시달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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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달리기 위한 것, 안전과 쾌적은 필요 없지 - PINK 13 0616 (인도여행)푸른바다저멀리 2007. 8. 29. 14:40
시외버스에 자리가 꽉 찼다고 사람이 더 못 탄다는 고정관념이 인도에선 안 통한다. 사람이 꼭 의자에 앉으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시외버스라고 서서 가지 말라는 법도 없고, 열 시간 넘게 서서 가면 안 된다는 법도 없다. 우리의 고정관념일 뿐이다. 사람 많을 때는 버스 통로와 문 근처 등, 빈 틈 사이 빽빽이 사람으로 들어찰 때도 있다. 물론 서로 불편하지만, 버스 타고 간다는 데 의의를 둬야 한다. 인도에서 여행을 하면, 장거리 버스나 짚차 등을 타고 이동할 때가 많은데, 운전기사들이 돈 벌려고 무리하게 일을 해서 그런지 대부분 눈이 충혈돼 있다. 얼핏 봐도 눈에 잠이 쏟아지는 모양이니, 운전하면서 조는 것은 당연한 일. 옆으로 천길 낭떠러지가 펼쳐지는데, 운전기사는 졸면서 운전 한다. 특별한 일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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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때 되면 오고, 도착할 때 되면 도착한다 - PINK 12 0616 (인도여행)푸른바다저멀리 2007. 8. 29. 14:23
인도의 시외버스는 공영버스와 사설버스가 있다. 사설버스는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버스인데, 버스 시설이 좋지만 각종 횡포가 있다. 가격이 좀 더 비싸다거나, 엉뚱한 데서 내려 준다거나, 시간을 잘 맞추지 않는다는 것 등. 공영버스는 교통편이 잘 없거나 부실하기 때문에 사설버스를 자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실정. 그런데 여행사에서 버스 표를 살 때부터 재미있는 현상이 보이는데, 똑같은 곳으로 가는 똑같은 버스표인데도 여행사마다 가격이 다르다는 것. 게다가 여행사에서 알려주는 출발 시각이 다른 경우도 종종 있다. 인도에서는 출발,도착 시간이라는 개념을 아예 잊고 지내는 것이 편할 정도다. 심지어 열차마저도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상황이니까. 우리나라처럼 10분 정도 연착하는 수준이 아니다. 1시간 연착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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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간염 자연치유 - PINK 10 0600 (인도여행)푸른바다저멀리 2007. 8. 28. 12:52
PINK 8 0600 - B형간염 자연치유 여행 일주일 전에야 각종 질병 생각이 나서 보건소에 들렀다. 간염 예방접종은 한 달에 걸쳐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 문제상 접종 포기. 말라리아는 예방접종은 없고 예방약이 있는데, 알약을 매일매일 먹어야 한다고. 하루 까먹고 알약 안 먹었을 때 운 나쁘면 말라리아에 걸릴 수도 있고, 제일 문제는 약이 독해서 장기 복용 할 경우 각종 부작용이 있다는 것. 머리카락이 빠지고, 두통이나 복통 등이 있을 수도 있고, 우울증까지 올 수도 있다고 한다. 말라리아 예방하려고 약 먹다가 죽겠다 싶어, 아예 말라리아 주의보가 내려진 지역은 여정에서 빼 버렸다. 그렇게 여행을 했는데, 중국 즘에서 몸이 심상치가 않았다. 계속 피곤하고, 입맛도 없고, 설사는 계속되고, 어지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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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하늘로 날아 오르고 - BLUE 2 0614 (인도여행)푸른바다저멀리 2007. 8. 27. 13:14
푸른 바다 저 멀리 BLUE 2 0614 마음은 하늘로 날아 오르고 친구들에게 인도에 간다고 말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도 닦으러 가느냐는 말이었어요. 인도를 신비한 나라로 묘사한 수많은 자료들 때문에 그런 인식이 알게 모르게 박혀 있는 거겠죠. 사실 그걸 확인해 보고픈 마음도 약간 있었어요. 다른 여행지와 다를 게 뭐가 있겠느냐 라는 생각과 함께, 혹시 뭔가 다른 게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던 거죠. 반신반의 하며 떠나온 인도의 첫인상은, 도 닦기엔 별로 적합하지 않은 곳이었어요. 물론 시끄러운 시장 통에서도 도를 닦으려면 닦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도 닦기 적합한 곳이라면, 조용하고 신비로운 느낌이 감도는 목가적인 풍경이 아닌가요. 인도의 첫인상은 그런 목가적인 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