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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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먹고 갈래? 동해시에서 - 영화 '봄날은 간다' 촬영지, 은수네 아파트국내여행/강원도 2020. 9. 25. 12:03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영화가 있다. 영화 '봄날은 간다'도 그중 하나다. 이 작품은 딱히 불꽃같이 타오르거나 죽고 못 사는 애절함 없이 사랑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어, 어떻게 보면 밋밋하고 심심할 수도 있다. 그런데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볼 만한, 혹은 겪어봤을만한 일을 담아냈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오래도록 기억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물론 풋풋한 시절의 이영애와 유지태가 나온다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일 테고. 나는 영화보다도 가수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 노래를 더 좋아하고, 요즘도 가끔씩 봄바람 들 때면 찾아듣곤 한다. 어쩌면 내게는 그 노래가 주 모티브이고, 영화는 노래를 듣다가 간혹 떠오르는 곁가지 역할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근 20년이 되도록 기억되는 영화인 것은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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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이에서 삿포로 가는 길 - 홋카이도 자전거 캠핑 여행 18해외여행/홋카이도 자전거여행 2016. 7. 11. 18:21
가미후라노에서 새벽부터 출발해서 비에이 패치워크 로드를 구경하고 삿포로를 향해 달렸다. 패치워크 로드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느라 돌아다닌 걸 제외하고, 단순히 국도를 달린 거리만 대충 계산해봐도 이날은 100킬로미터 넘게 달렸다. 패치워크 로드에서 노느라고 잠깐잠깐 쉰 것 말고는 거의 쉬지도 않았다. 자전거 튜브가 한국 것은 검은색 고무로 좀 너덜너덜하게 돼 있어서 이거 정말 펑크나기 쉽겠다 싶은데, 일본 것은 정말 깨끗하게 돼 있더라. 하얀색 고무에 빨간 색이었나 불룩 솟은 줄무늬가 쭉쭉 가 있어서 눈으로 봐도 잘 찢어지지 않겠다 싶게 생겼다. 그리고 튜브를 바꾸니까 웬지 자전거가 더 잘 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 한국 튜브를 넣고 탈 때는 뭉클뭉클한 느낌이었다면, 일본 튜브를 넣으니 탱글탱글 한 느낌이었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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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지 않은 가난의 기억들 - 인천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국내여행/경기도 2011. 7. 9. 11:41
해가 졌다. 한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어둠구석에 드문드문 흐릿한 가로등 불빛이 길을 비춘다. 동네 어귀마다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이 집 저 집 밥 짓는 냄새가 지친 발걸음을 재촉한다. 어디선가 악을 쓰며 싸우는 소리. 또 어디선가 요란하게 떠들며 노는 소리. 오늘도 달빛은 무심히 골목을 창백하게 비춘다. 70년대 달동네. 누군가는 아련한 기억으로 다 지난 추억으로 곱씹을 수 있을 테고, 누군가는 생각도 하기 싫은 악몽으로 아직 남아 있을 테고, 또 누군가는 지금도 여전히 진행중인 삶의 일부분일 테다. 아마 아직 많은 사람들이 그때 그 시절을 구질구질하다 여기고 돌이키기 싫은 기억으로 생각하지 않나 싶다. 그러니 지금도 낡은 동네를 흔적도 없이 밀어버리고 높은 아파트로 깨끗하게 새 단장하는 것을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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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in Pai해외여행/Love in Pai 2011 2011. 3. 26. 23:51
태국에서도 오지라 불릴 만큼 산 구석에 조그맣게 자리잡고 있는 마을, 빠이(Pai). 빠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빠이, 빠이 외치는 이유는, 그곳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보통의 관광지처럼 눈에 확 띄는 그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한적한 시골마을의 맑은 공기와 신선한 바람만으로도 온 몸이 깨끗해지는 느낌이랄까. 혹은 조그만 마을에서 노닥거리며 사람들을 만나고, 웃고, 하루하루 즐거움을 만끽하는 재미랄까. 아니면 혼자 외딴 방갈로에 콕 처박혀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책을 읽거나 하루종일 멍하니 있을 수 있는 자유랄까. '여행지에서는 여행을 해야 한다'라는 강박관념을 풀어버릴 수 있는 곳,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가 있는 곳. 빠이가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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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카오산의 상인들을 추억하며해외여행/Love in Pai 2011 2011. 3. 11. 13:17
카오산 로드 Khaosan Road 카오산 로드(Khaosan Road)는 태국의 수도 방콕에 있는, 100미터 남짓한 짧은 길이다. 해외여행을 좀 다닌 사람들이라면 다들 알다시피, 지금의 카오산은 전 세계인들에게 유명한 여행자들의 집합지다. 각종 호텔과 게스트하우스, 술집, 상점, 마사지 샵, 여행사 등이 들어차서, 방콕에서도 최고의 유흥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여행자에게 카오산은 단순히 먹고, 마시고, 즐기는 곳 이상의 역할을 한다. 태국 여행의 베이스 캠프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태국과 인접한 여러 나라들을 가기 위한 중간 체류지가 되기도 한다. 게다가 요즘은 더 나아가 유럽, 아랍 등 세계 각국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잠시 들렀다 가는 경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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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으로 흩날리던 오래된 사랑의 느낌해외여행/Love in Pai 2011 2011. 2. 21. 03:04
우리는 조용히 벚꽃 만발한 길을 걷고 있었다. 샴페인처럼 투명한 아침의 향기가 시큼하게 코 끝을 스쳤다. 이른 아침 이슬비처럼 벚꽃은 황홀한 바람에 춤 추듯 날아다녔고, 어디선가 들려온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은 우리의 뺨을 스치며 빈 공간에 수를 놓았다. 저기 언덕 아래로 펼쳐진 바다. 넘실대는 색색깔의 파랑 위로 갑자기 뛰어든, 파도를 타고 질주하는 벚꽃잎 하나. 무심코 그 궤적을 따라가다 문득 마주친 그녀의 눈. 그 눈빛이 어떠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나는 그 시선을 피해 저 너머로 눈길을 옮겼을 뿐. 마침 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한 아침 햇살이 그녀의 하얀 목덜미 위에서 아스라이 부숴졌다. 벚꽃처럼 흩날리던 단발머리 적갈색 고운 머릿결. 그 너머 무심히 이제서야 잠을 깨던 하얀 얼굴의 목련. 붉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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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사랑하지 않았을 뿐사진일기 2010. 9. 23. 04:06
아니야, 아니야, 그렇지 않아! 수천가지 이유와 변명을 갖다 붙이며 나는 거부했지. 우린 분명 사랑했었고, 그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다고. 추억 속에, 기억들이 빛 바랜 사진처럼 변해간다 해도, 아무리 아무리 용서할 수 없는 이별에 분함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버둥거릴 수도 없이 싸늘한 가슴의 텅 빈 구멍에 아픔으로 차오른다 해도, 아니야, 아니야, 그렇지 않아. 수천가지 이유와 변명을 갖다 붙이며 나는 거부했지. 우린 분명 사랑했었고, 그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다고. 세월이 아무리 흘러흘러 흘러간데도 그것만큼은, 그 시간, 그 장소, 그 사람만큼은 진실이었을거라고. 그렇게 외면하고 거부하고 귀를 막고 눈을 막아도 결국은 알고야 말았지, 그건 마치 서서히 스며드는 새벽녘의 이슬과 같아 어떻게 막을 수도 없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