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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마도 자전거 여행 (2005.08.02) 2/7
    해외여행/대마도 자전거 종단 2005 2007. 7. 2. 02:08

    대마도 자전거 여행
    (2005. 08. 02 ~ 2005. 08. 05)


    2. 이즈하라 -> 아소 베이 파크 (1)



    둘째 날 아침


    새벽부터 다른 방 일본인 여행객들이 씻고 아침 먹으러 가는 소리 때문에 잠을 깼다.
    어젯밤 일찍 잠을 청했기 때문에 이미 잘 만큼 자서 깬 건지도 모른다.

    아침밥 냄새가 솔솔 풍기니 제대로 된 아침을 먹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초코바로 대강 요기를 하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놈의 돈이 뭔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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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밤에 널어둔 빨래와 젖은 물건들은 다 잘 말라 있었다.
    가방과 비옷, 텐트, 침낭 등은 제대로 말리지 못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햇살이 맑으니 가다 보면 저절로 마르겠지 하고 출발하는 수 밖에.

    주인 할아버지께 나간다고 인사를 하고 민숙집을 나섰다.
    아침까지만 해도 여기가 어딘지 몰랐으나,
    내리막길을 조금 내려가서 오른쪽 길로 꺾으니 곧 익숙한 동네가 나왔다.

    바로 이즈하라 시내가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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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깨끗한 동네긴 하지만, 큰 비가 온 뒤라 더욱 깨끗해 보였다.
    하늘엔 아직 먹구름이 약간 끼어 있지만, 빠른 속도로 걷히고 있는 중이었다.
    약간 흐린 날씨에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는데,
    오늘 하루 종일 이런 날씨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어제와는 다르게 가뿐한 몸으로 상쾌한 아침을 맞았다.
    몸풀기 겸 이즈하라 뒷골목 여기저기를 조금 돌아다녔는데,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아직 출근 시간도 안 돼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마쯔리 때문에 시내 호텔에 빈 방이 없을 정도라면서
    왜 이렇게 조용한지 모르겠다.
    다들 어젯밤에 술을 먹고는 아직도 자고 있는 걸까?


    사람 없는 길을 달려 하치만구 신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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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 안내서에는 '녹나무 거목이 많아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라고 소개를 시작하는데,
    보물관에 있는 두루마리 그림이 볼 만하고,
    경내에는 마리아라는 여인을 참배하는 신사가 있다고 한다.
    시대의 흐름에 농락당한 슬픈 이야기가 있다고 하는데, 그 내용은 소개돼 있지 않다.

    그 역사적 가치나 참배 인물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하치만구 신사는 녹나무 숲 그늘 아래 앉아 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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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은 주차장엔 자동차가 세 대 서 있었고,
    이미 계단 한 쪽 구석에 자리 잡고 앉은 커플 한 쌍이
    아침부터 염장질을 하고 있다. ㅡ.ㅡ+
    잠도 덜 깨고 나온 것 같은데, 아침부터 뭐가 그리 좋아서 껴안고 난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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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단에 앉아서 젖은 지도를 조심스레 펴 말려가며 보고 있는데,
    갑자기 어둑했던 하늘이 한 순간에 환하게 밝아졌다.

    얼마 전까지 하늘을 절반 쯤 뒤덮고 있던 먹구름이 모두 사라지고,
    흰 구름 몇 조각만 파란 하늘 위에 떠 있었다.

    날이 개니 따가운 햇살이 쏟아졌는데,
    오늘 하루 땡볕에서 고생 좀 하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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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그늘 아래서 지도로 대충 갈 길을 파악하고,
    얼굴, 팔, 다리에 썬크림을 펴 바르고 나서야 다시 길을 나섰다.





    382번 국도


    낯선 땅에서 길 찾아 헤매는 수고를 줄이는 방법은 큰 길을 따라 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대마도 횡단 시 유용한 길은 바로 382번 국도이다.
    왕복 2차선 정도의 좁은 길이긴 하지만, 갓길이 넓게 돼 있어서 자전거 타기에 좋다.

    이 국도를 타고 가다 보면, 우리나라도 국도 갓길이 이렇게 넓으면 좋겠다는 부러움이 생길 정도다.
    나도 역시 이즈하라에서 시작하는 이 382번 국도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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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은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었고,
    날도 그리 덥진 않아서 중간중간 맘에 드는 골목길로 들어가 보기도 하면서
    천천히 자전거를 몰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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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모를 마을을 몇 개 지나고 대형 할인마트 종류의 가게도 두어 개 지난 다음,
    대마도의 첫 터널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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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마도엔 터널이 많다.
    아무래도 산이 많으니 터널도 당연히 많을 테지.
    하지만 한국의 터널과는 약간 다른 것은, 터널 안에 먼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울릉도의 터널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여름철에 터널 안으로 들어가면 일단은 시원해서 좋다.
    먼지도 그리 많지 않은데다 시원하기까지 한데,
    문제는 자동차가 지나갈 때 소리가 크게 울린다는 것이다.
    그 소리만 아니면 터널 안에서 도시락을 까먹어도 될 정도다.

    더욱 좋은 것은, 터널 안에도 갓길이 꽤 넓게 마련돼 있어서,
    한국에서처럼 무엇에 쫓기듯 급하게 터널을 빠져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햇살이 너무 따가우면 터널에 들어가서 쉬다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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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차도 한 차선에 맞먹는 넓이의 보행 길을 처음 보고는 많이 놀랐다.
    한국에선 절대로 상상할 수 없는 길이 떡 하니 있으니 그럴 수 밖에.

    길이 좋아서 그런지, 터널을 걸어서 지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자동차 소음 울리는 것만 해결하면 더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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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터널들의 외관을 구경하며 지나는 재미도 제법 쏠쏠한 편이다.
    터널이 워낙 많으니, 그냥 보고 지나치는 것보다는 나름대로 감상(?)을 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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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말했듯, 대마도 국도의 갓길은 꽤 넓은 편이다.
    게다가 차도와 같은 아스팔트 길이 대부분이라 자전거로 달리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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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국에서도 자전거 타기 운동이 조금씩 일어나면서,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둥 눈에 보이는 행정을 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제발 그런 자전거 도로는 좀 만들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자전거 도로라고 만들어 놓은 걸 보면,
    대체 자전거를 타라고 만든 건지 타지 말라고 만든 건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만들어 놓고 관리도 제대로 안 해서 울퉁불퉁한 길도 많고,
    맨홀 뚜껑이 자전거 길 한 복판에 있질 않나, 높은 턱은 또 왜 그리 많은지.

    우레탄인가 하는 그 푹신푹신한 소재로 자전거 길을 만들어 놔도,
    그 길 위를 걷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자전거에겐 별로 도움이 안 된다.
    (바로 옆에 사람 다니는 길을 만들어 놔도 꼭 자전거 길로 걷는 사람들이 있다.
     잘 만들어 놓은 자전거 전용 도로는 푹신푹신해서 걷기 편하다는 이유이다.)

    진정 자전거를 위한 길을 만들고 싶다면,
    자동차 길과 똑같은 아스팔트 길로 만들어야 실용적이라 본다.

    즉, 쓸데 없이 돈 들여서 우레탄인가 우라늄인가 깔지 말고,
    자동차 갓길을 좀 넓힌 다음, 자동차들의 침범을 막는 장치나 해 놓으면 된다.

    사람 다니는 길에 색깔만 칠해서 자전거 길이라고 만들어 놓는 행태 좀 그만했으면 싶다.
    사람 다니는 길에서 자전거를 모느니, 차라리 차도로 나가는 게 훨씬 안전하다.
    제주도처럼만 만들어 놓으면 훌륭하다고 칭찬해 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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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자전거 도로 얘기가 나와서 열이 올라 버렸다.
    국내 자전거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사고 낼 뻔 한 일이 워낙 많아서 그렇다.
    난 이제 자전거 도로로는 절대로 자전거 타고 안 올라간다.
    조금만 타 보면 알게 된다, 자전거 도로가 차도보다 몇 배는 더 위험하다는 것을.

    이정도 하고 넘어가자, 얘기할수록 열만 받는다. ㅡ.ㅡ





    대마 공항으로 가는 길


    대마도엔 공항이 하나 있다.
    바로 대마공항.

    이런 조그만(?) 섬에 공항이 있다니 신기하지 않은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여행 준비 때부터 공항에 꼭 가봐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다.
    뭐, 공항이 공항처럼 생겼겠지만, 그래도 궁금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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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아 내월아 하면서 사진 찍으며 놀며 쉬며 쉬엄쉬엄 가고 있는데
    반갑게도 대마공항 5km 라는 표지판이 나타났다.

    최종 목적지인 히타카츠까지는 84km나 남았네.
    맘 먹고 페달만 열심히 저으면 하루 만에도 갈 수 있는 거리긴 하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다.
    나는 여행도구로 자전거를 타는 것 뿐이지, 자전거를 타기 위해 여행하는 것은 아니니까.



    자전거로 여행을 하다 보면, 다른 자전거 여행자들이 동행하자는 제의를 할 때도 있다.
    난 항상 그 제의를 거절하는데, 이유는 자전거 타는 스타일이 내 멋대로기 때문이다.

    가다가 사진 찍고 싶으면 어디든 멈춰 서서 사진 찍고,
    뭔가 신기한 것이 있겠다 싶으면 엉뚱한 길을 들어가기도 한다.
    이러니 중간 목적지에 도착할 시간을 미리 예측할 수가 없고,
    심하면 중간 목적지를 건너 뛰고 다음 목적지로 바로 가는 수도 있다.

    그래서 남들과 함께 자전거 여행을 할 수는 없을 듯 싶다.
    어쩌겠어, 계속 혼자 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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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에 마트에 들러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점심때 먹을 도시락도 하나 샀다.

    아무래도 점심을 제대로 된 식당에서 먹을 기회가 없을 듯 싶었고,
    대마공항을 가 보기로 했으니 거기서 도시락을 까 먹을 생각이었다.
    공항에 매점이 있다 해도, 대체로 공항은 비싸니까.


    그나저나 날이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해서 슬슬 걱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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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마도도 일본이라고, 있을 만 한 건 다 있었다.
    규모가 좀 작기는 하지만, 일본에 있을 만 한 가게는 거의 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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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집은 눈으로 볼 때는 예뻐 보여서 찍었는데, 사진으론 그냥 평범하게 나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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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저것 사먹고 노닥거리면서 가고 있다.
    사진 찍을 때만 쉬는데도, 사진을 자주 찍다 보니 쉬는 시간이 꽤 많은 편이다.
    그렇게 많이 찍어봐야 맘에 드는 사진은 몇 장 안 되는 게 문제지만.


    조금 가다 보니 길 가에 은행이 하나 나왔는데, 이름이 참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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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은행이란다. ㅡ.ㅡ;;;
    대마도에선 여기저기 자주 눈에 띄는 은행이다.


    이 은행 근처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또 잠깐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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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이런 버스 정류장이 가끔 나오는데,
    이런 곳엔 화장실이 있어서 여러모로 쉬어가기 좋다.
    여기서 물로 씻고 썬크림을 다시 바르고 그늘에서 잠시 쉬었다.

    쉬고 있으니까 한 꼬마가 지나가면서 내게 인사를 한다.
    근데 뭐라고 하는지 정확한 뜻은 잘 모르겠다.
    난 그냥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줬다.

    여기까지 오면서 이런 식으로 나에게 인사를 한 사람이 한 대여섯 명 쯤 됐지 싶다.
    워낙 사람이 안 보여서 그렇지, 눈이 마주친 사람들은 대부분 인사를 해 준 것이다.
    꼬부랑 할머니부터 대여섯 살 쯤 되는 꼬마까지 인사를 해 주던데,
    가장 확실히 알아 들은 것은 '오하요 고자이마스'였고,
    뭐라는지 뜻을 알 수 없는 인사도 많았다.


    첫날 도움을 받아서 좋은 인상이 박힌 것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것을 대마도 여행을 하면서 느꼈다.
    의외로 젊은 남자들이 적극적으로 친절한 반면,
    젊은 여자들은 무뚝뚝한 경향이 있었다.
    낯가림이 심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내 느낌으론 그랬다.

    말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대마도 사람들의 생김새는 일본인과 한국인의 중간쯤으로 보였다.
    일본인 같기는 하지만, 한국인 냄새가 좀 풍기는 그런 생김새랄까.
    직접 보면 아마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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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 정류소 안에는 이런 종이가 붙어 있었다.
    여름 시즌에 한정해서 1000엔으로 노선버스를 하루 종일 탑승하는 티켓 광고.
    이런 티켓으로 여름철에 버스로 대마도를 여행하는 사람들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는다는 것이 좀 문제긴 하지만, 그런 여행도 재미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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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을 쉬고 있는 이 버스 정류소 뒤편엔 공동묘지(?)같은 게 보였다.
    근처까지 가서 안내판을 읽어 보니 뭔가 역사적인 유물인 것 같기는 한데,
    이런 것엔 큰 관심이 없으므로 그냥 지나갔다.


    참고로, 대마도 곳곳에 그 지역에 대한 설명이라든지,
    그 근처 유물에 대한 설명을 적어 놓은 안내판을 찾아볼 수 있다.
    안내판에는 한국어로도 표기되어 있어, 이런 것들을 읽어 보는 것도 재미있다.
    문제는 안내판이 길 가에 있으므로, 땡볕에 서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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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정오가 다 되어 가는 듯 싶었다.
    시계가 없으니 정확한 시간을 알 수는 없었지만,
    대충 해 위치를 보니 정오쯤 아닐까 짐작한 것이다.
    (정말 자연과 하나가 돼 가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배가 좀 고프긴 하지만, 대마도에선 아무데서나 도시락을 까 먹으면 안 된다고 들었다.
    길 가에서 도시락 까 먹다가 지나는 경찰에게 발각되어 벌금 무는 황당한 일을 당할까봐,
    배가 고파도 꾹 참고 대마 공항까지 가야만 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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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에 나오면 색다른 집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그 분위기만으로도 뭔가 다름을 느끼며 즐거워 지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한국에 유럽풍 주택 같은 것을 짓는 건 좋지 않을 듯 싶다.
    색다른 것들을 보기 위해 외국으로 여행을 가는 것인데,
    유럽 사람들이 한국에 놀러 와서 유럽풍 주택들을 본다면 기분이 어떨까?
    나 같아도 유럽에 한국 전통 가옥들이 들어서 있다면,
    가 보고 싶은 마음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 듯 싶다.



    어쨌든 한적한 마을을 지나고 다시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이 쯤에서 여행 중 내 자전거 모습을 공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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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짐받침에는 배낭과 텐트를 올려 놓고 고무줄로 묶었다.

    뒷바퀴 양 옆으로 달려 있는 저 바구니는 '바이크 박스'라고 부르는 것인데,
    자전거 가게에서 한 개 7천 원, 두 개 만 사천 원에 샀다.

    짐받침에 고리로 매달아 놓는 형태라, 짐받침 쪽에 부담이 많이 가중된다.
    그래도 저렇게 침낭, 카메라, 작은 가방, 지도, 도시락, 물 등
    잡다한 물건들을 던져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편리하다.

    부가기능으로, 바이크 박스가 저렇게 있으니
    자동차가 내 몸 쪽으로 가까이 접근을 못하니 안전상으로도 약간 도움이 된다. ^^;


    '그럼 몸에는 뭐가 있나?'
    몸에는 옷 밖에 없다.
    가방 하나 걸치지 않고 편하게 페달만 밟는 것이다.
    더운데 무거운 가방까지 등에 매고 간다면 구경이고 뭐고 없을 테다.
    오로지 이를 악물고 페달만 밟는, 여행이 아닌 극기훈련이 되지 않을까.

    저렇게 뒷바퀴 쪽에 짐을 많이 두면, 당연히 속력이 잘 안 나는 건 사실이다.
    특히 오르막길에서는 내려서 끌고 가는 게 편할 정도이고,
    내리막길에서는 방향이 잘 틀어지지 않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일장 일단이 있긴 하지만, 난 몸이 홀가분한 것이 좋아서 이 방법을 택했다.





    대마 공항


    대마도에도 빠찡고가 많다.
    혼자 놀기를 좋아하는 일본인의 성향 때문에 일본에 빠찡고가 많다라는 설명을 어디선가 들은 적 있다.
    그럴듯하다 싶으면서도, 선뜻 동의하진 못하겠다.

    나를 비롯해 내 주위 사람들 중에는
    술집, 노래방, 비디오방, 오락실, 카페, 만화방, 극장 등을 혼자 가는 사람들이 많다.
    혼자서도 그렇게 갈 곳이 많은데 왜 하필 빠찡고일까?
    뭔가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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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저 빠찡고 건물 앞의 길을 쭉 달려 가면 산 쪽으로 도로가 나 있고,
    그 도로를 쭉 올라가면 대마 공항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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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마 공항은 꽤 높은 곳에 있었다.
    자전거를 밀고 오르막을 한참 올라가서야 겨우 공항이 보였다.

    건물 높이가 워낙 낮아서 올라가는 도중에는 산에 가려서 보이질 않았는데,
    지쳐갈 때 쯤 갑자기 눈 앞에 딱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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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제탑을 비롯해서 모든 건물들이 낮으니 올라올 때 안 보일 수 밖에.
    그런데 공항을 몇 발 앞에 둔, 길 가에 신기한 것이 하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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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야네'가 맞는지 모르겠다.
    책자에는 '일본에서는 쓰시마에서만 볼 수 있는 진귀한 건축물로,
    널판지 모양의 돌로 지붕을 쌓아 올린 고상식 창고'라고 나와 있다.
    관광지도에는 이 쪽 동네에 이런 게 있다는 표시가 전혀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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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형으로 만든 것인지, 진짜 옛날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대마 공항을 온 덕분에 이런 것도 보게 됐다.



    이곳에서 조금만 위로 올라가면 대마 공항 입구가 있는데,
    환영 간판을 봐서는 한국 쪽으로도 비행기가 취항했던 적이 있나 보다.
    지금은 한국에서 대마도로 가는 비행편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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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마공항은 그냥 밋밋한 2층 건물이었다.
    1층은 매점과 안내 데스크, 화장실 등이 있고,
    2층은 대합실과 탑승 게이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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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항 건물 옆 철조망 너머로 활주로를 볼 수 있는데,
    착륙하는 비행기 구경을 할 수 있을까 싶어 기다려 봤지만 결국 볼 수 없었다.
    근 두 시간 동안 단 한 대도 오지 않았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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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안 화장실로 가서 일단 씻었다.
    시계를 보니 벌써 두 시가 다 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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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항 밖에는 수많은 택시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운전기사 아저씨들은 대부분 낮잠을 자거나 신문을 읽거나 하고 있었다.
    저렇게 마냥 있으면 장사가 되기나 할까라는 걱정이 됐지만,
    뭐 대충 먹고 살 만큼은 되니까 하는 거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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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고 있는 택시 기사 아저씨 옆 의자에 앉아, 아까 사 온 도시락을 꺼내 먹었다.

    대마도에서 산 도시락에는 조금이지만 오징어 회가 꼭 들어 있는 게 특이했다.
    아마 오징어가 많이 잡히니까 그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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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저트로 자판기에서 120엔 짜리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 먹었다.
    아침밥이 600엔이라서 비싸다고 먹지도 않았으면서, 120엔 짜리 디저트라니... ㅡ.ㅡ;

    날이 더워서 그런지 아이스크림이 맛있었다.
    아이스크림을 먹었더니 갈증이 생겨서 옆 자판기에서 콜라를 빼 마셨고,
    콜라를 마셔도 갈증이 안 가셔서 자전거에 싣고 다니는 물을 또 마셨다.
    뭐 거의 물배만 채우고 가는 셈이다.



    아마 한 시간 넘게 여기서 노닥거렸지 싶다.
    의자에 앉아서 잠깐 졸기도 했고, 가방정리도 다시 했고, 쓰레기를 정리해서 버리기도 했다.
    이제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이 뜨거운 햇살이 마구 쏟아지는 상황이라,
    가능한 한 조금이라도 해가 기울면 출발하고 싶어서 실컷 늑장을 부렸다.

    여기서 아예 오늘 아침에 세운 계획도 수정해 버렸다.
    아침엔, 일찍 출발하기도 했으니 오늘 저녁까지 '신화의 마을'이라는,
    아소 베이 파크보다 좀 더 히타카츠에 가까운 캠프장까지 가기로 맘 먹었다.

    하지만 더운 날씨에 햇볕을 피해 여기저기서 쉬다가 시간이 많이 흘러버렸고,
    결국 오늘 목적지를 아소 베이 파크로 수정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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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뜨거운 태양이었다.
    공기가 맑아서 더 뜨거운 건가?
    첫 날엔 엄청난 폭우, 둘째 날엔 작렬하는 태양.
    정말 날 한 번 잘 택했다. ㅠ.ㅠ






    만제키 다리


    오르막길이 높았던 만큼, 내려갈 때는 신났던 대마공항.
    대마공항을 뒤로하고 조금 갔더니 빨간 다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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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다리를 지나서 조금 더 가야 만제키 다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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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 아래로 마을이 펼쳐져 있는데, 어느 집에선 꼬마들이 물장난 하는 게 보였다.
    아무 집에나 들어가서 그냥 누워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썬크림을 발랐는데도 목덜미와 얼굴, 손등 등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햇살이 너무 뜨거워서 무조건 빨리 가리라 마음 먹었지만,
    그래도 멈춰 서서 이것저것 사진 찍는 습관은 버리지 못했다.
    여행에서 (물질적으로) 남는 것은 사진 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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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이 특이해서 눈에 띄었던 '부동상사'. 이름이 좀 거시기 하다. ㅡ.ㅡ;
    움직이지 않는 회사? 보통 회사에 저런 이름은 안 붙이지 않나?
    활동상사나 유동상사가 훨씬 잘 어울릴 듯 싶은데...
    부동의 일위를 놓치지 않겠다라는 뜻이라면 좀 이해가 가긴 하지만,
    그래도 부동상사라는 이름은 좀 이상해~



    드디어 만제키 다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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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뜨거웠으면 만제키 다리까지 오는데 사진은 겨우 서너 컷 밖에 안 찍었다.
    만제키 다리가 눈 앞에 보이는 순간, 나무 그늘 아래서 휴식을 취했다.
    다리 근처로 가면 다시 땡볕에서 사진을 찍어야 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만제키 다리 바로 앞에는 화장실도 있고, 앉아 쉴 공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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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휴식 공간의 한쪽 구석에는 만제키 다리를 설명하는 안내판도 있고,
    버튼을 누르면 음성으로 만제키 다리를 설명해 주는 기계장치도 있었다.
    물론, 한국어 설명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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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히 소개하자면, 원래 이곳에는 해협이 없었는데,
    1900년도에 일본 해군이 러일전쟁을 하면서 이곳에 인공 해협을 만들었다.
    대마도 이쪽 편 바다에서 저쪽 편으로 이동할 때,
    대마도를 빙 둘러 가는 것 보다는 대마도 중간을 가로질러 가는 것이 유리하므로
    이곳에 해협을 만든 것이다.

    인공 해협으로 갈라진 이쪽 땅과 저쪽 땅을 연결하기 위해 놓은 다리가 이 만제키 다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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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적으로는 러일전쟁때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공해협이라는 가치를 가지지만,
    실제로 가서 구경하면 특별히 이쁘거나 할 것 없는 철교일 뿐이다.
    다리 자체보다는, 이 다리 위에서 보이는 풍경들이 더욱 볼 만 하다.



    여기서도 잠깐 쉬어 갔다.
    어차피 가까운 캠프장으로 갈 것을 결정했으니, 열심히 가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지도를 보니 캠프장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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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제키 다리 앞 쉼터는 꽤 넓은 공간으로 만들어 놨는데,
    여름 성수기인데도 여기서 쉬고 가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어쩌다 화장실 가려고 들르는 차가 있었고,
    랜트카로 관광하고 있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탄 차를 세 대 정도 만났다.

    하긴 대마도를 횡단하려면 지나고 싶지 않아도 꼭 지나야 하는 곳이니,
    차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질릴 정도로 이 다리를 보고 또 봤을지도 모를 일이다.


    혹시나 여기서 쉬고 있으면 다른 자전거 여행자들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있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은 하나도 못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여기서도 벤치에 누워 한 시간쯤 쉬고 있었는데도 자전거 여행자는 하나도 못 봤다.

    여기저기 인터넷을 뒤지다 보면 대마도로 자전거 여행을 한 사람도 꽤 있고,
    자전거 여행을 할 계획이라는 사람들도 꽤 있는데, 왜 아무도 못 만난 걸까?
    만제키 다리는 꼭 지나야 하는 곳인데, 여기도 들르지 않는다면, 다들 바닷길로 다니나? ㅡ.ㅡ;
    어쩌면 생각보다 자전거 여행자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자전거 여행을 하다 보면, 다른 자전거 여행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기도 하는데,
    이번 여행은 끝 날 때까지 한 사람도 못 만난 것이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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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날씨가 덥다는 핑계로 게으르게 페달을 밟고 있다.
    이젠 오늘 일정도 거의 마감할 때가 돼서 더더욱 게을러져 버렸다.
    만제키 다리를 떠나긴 했지만, 아주 게으르게 페달을 밟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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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즈하라를 벗어나서 만제키 다리 쯤 가면 도로가 한적해서 속력을 내는 차들이 조금씩 보인다.
    대마도의 국도는 거의 대부분 제한속도가 시속 50km 인데,
    아무도 없는 빈 도로에서 그런 속도로 달리기는 좀 갑갑하긴 할 테다.

    그 기분 이해는 하지만, 랜트카 여행을 하려는 분들은 제한속도를 꼭 지키기 바란다.
    속도 내기 좋을 만 한 곳에는 꼭 경찰이 숨어서(?) 감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에 따라서는 벌금 낼 거 각오하고 기분 한 번 내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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