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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명품 브랜드 카탈로그
    리뷰 2007. 3. 13. 00:59
    간단히 말하자면 사회 초년생의 신데렐라 콤플렉스에 가까운 직장과 직업에 대한 환상과, 자신이 원하는 일의 추구라는 또 다른 환상을 융합시킨, 사회 생활 희망 주기 판타지가 되겠다. 내용보다는 오히려 화면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각종 명품 소품들 때문에 가만히 앉아서 아이쇼핑이라도 한 듯, 혹은 패션쇼라도 본 듯 하다. 잠시나마 눈은 호강시켜 줄 수 있다.

    패션계나 패션 잡지계에 대한 자세한 묘사에는 한계가 있었고, 그 세계의 문제점과 병폐도 조금 지적하다가 만다. 그건 아마도 주인공 자체가 그 분야를 전공하지 않았고, 맡은 일 또한 디자이너라든지 영업 같이 좀 더 치열하고도 뼈저리게 그 곳 생리를 파악해야 하는 쪽이 아니라서 그렇지 않나 싶다. 영화 러닝 타임 중 주인공이 한 일은 대부분 각종 명품으로 몸을 치장하고 출근해서 사장 뒤치닥거리 하는 것이 전부였으니까.

    주인공이 이상한 사장 만나 고생을 좀 하긴 했다. 그런데 먹고 살기 위해 일 하는 사람 치고 그런 더러운 꼴 안 보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나마 주인공은 호강스럽게 고생한 편이다. 몸도 이쁘게 치장하고 명품이라도 마음껏 걸치고 다닐 수 있었으니까. 세상에 내동댕이 쳐 진 그 한 몸 건사하기 위해 남 밑에서 일 하는 사람들 중에, 그런 호사 누리며 일 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냐 되겠는가. 게다가 사장이 가끔씩 이상한 요구를 하지 않는 이상은 거의 칼퇴근이지, 연봉도 꽤 쎈 것 같지, 알아 주는 유명한 회사에서 경력도 쌓지, 정말 그 정도면 그 직업을 갖기 위해 살인이라도 할 정도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게다가 주인공은 인복도 터졌다. 입사할 때부터 아무 조건 없이 주인공에게 명품 옷들을 내 주며 코디까지 해 주는 디자이너 아저씨. 그 캐릭터가 그렇게 인정 많은 사람은 아닌 것 같았는데. 단지 불쌍해서 한 없는 아량으로 자비를 배풀고 싶었던 걸까. 또 주인공과 함께 일하는 비서 언니는 어떠한가. 파리에 가기 위해 그렇게 참고 또 참으며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인내를 달게 여기며 주인공보다 더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며 노력했던 여자 아닌가. 그런 그녀가 마침 파리 떠나기 직전에 딱 맞춰서 사고가 나 준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아무리 상황이 그렇다고는 하지만, 자기가 소원하던 그 일을 풋내기인 주인공에게 뺏기고도 적대감은 커녕 순순히 물러나는 쿨 한 모습을 보여준다. 현실 같으면 과연 그게 가능할까. 사장 빼고는 스트레스 주는 인간이 없다. 이건 정말 환상적인 직장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나중에 사장마저도 마음이 기우는 것 보면, 주인공은 은근히 알게 모르게 사람 끄는 매력이 있나 보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사장한테 인정도 받고 나름 탄탄하게 쭉 뻗은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는 길이 쫙 열리자마자 확 걷어찬다. 그동안 명품 좀 입고 꾸미고 다니더니 콧대가 높아졌던건가. 성공 가도가 열리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런 직장 계속 다닐 수 있다면 더러운 꼴 좀 보더라도 다녀야 하는 게 현실이다. 기자가 하고 싶었다고? 그거 막상 하다보면 그 때 내가 왜 그랬지라고 눈물 흘리며 후회할 날이 올 거다. 미국에선 기자라는 직업이 대접 잘 받는 고소득 직종이라면 말이 다르겠지만.

    따라서 이 영화는 사회 초년생들을 위한 직장 혹은 사회생활 판타지라고 할 수 있겠다. 좋은 직장 잡으면 왠만하면 그냥 눌러 붙어 있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서글픈 현실 속에서 다소 위안이 될 수 있을 테다. 아니, 그것조차 생각하지 말자. 그냥 늘씬한 모델이 걸치고 나오는, 매장에서도 볼 수 있을까 말까 한 명품들을 아이쇼핑 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영화를 즐길 수 있으니까. 많은 의미는 두지 않고 보면 최소한 눈은 즐겁다.

    * 만약 연인이 함께 이 영화를 봤는데, 여자친구가 영화에 나온 옷 중 하나에 필이 딱 꽂혀서 가지지 않고는 못 살겠다라는 지경에 이르면 큰 일 나겠다 싶다. 영화에 나오는 부츠 하나만 해도 돈이 얼만가 말이다!

    (www.emptydre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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