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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위앙을 떠나다 - 2008 동남아 삽질 여행 37
    해외여행/동남아 2008 2008. 12. 29. 14:42
    2008 동남아 삽질 여행 37

    왕위앙을 떠나다


    왕위앙(Vang Vieng)에서 루앙프라방(Luang Phrabang)으로 가는 버스는 오전 9시와 11시, 하루 두 편 뿐이다. 왕위앙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오전 11시 즘 나와서 차편을 알아보니, 이미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버스편은 다 끊기고 없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그래도 그 수많은 왕위앙의 여행사들 중에는 조금 다른 형태의 버스표를 판매하는 집이 하나 있었다.다른 집들은 오전 9시, 11시 표만 파는데, 한 여행사에서는 하루 9편 정도 되는 시간표를 보여줬다. 여기는 위앙짠에서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버스편을 이용하는 형태였는데, 중간에 왕위앙을 잠시 들를 때 거기에 승객들을 탑승시키는 방법이었다.

    루앙프라방까지 가는 데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막차인 밤 10시 차를 미리 예매했다. 그리고 동굴 구경도 하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여유를 부렸던 것. 그러다가 밤 열 시 즘 그 여행사를 다시 찾아갔다. 나 말고도 다른 한국인 두 명과, 서양인 세 명이 그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출발시각이 임박했을 때 주인장이 한 통의 전화를 받더니, 위앙짠에서 오는 그 버스가 자리가 꽉 차서 버스 통로에 간이의자를 놓고 거기 앉아서 가야만 한다는 말을 했다.
     
    120,000 낍(약 15달러) 이나 되는 돈을 내고 예약을 했는데 그렇게 불편하게 간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다들 따졌지만, 어떻게 보상 해 줄 수는 없다고 딱 잘라 말 했다. 딱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했는데, 거기 모인 사람들이 모두 승합차를 타고 가는 것. 그럴 경우 버스비보다 더 많은 돈을 내야만 했다. 그것도 한 푼도 깎아 줄 수 없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애초에 이럴 목적으로 속인 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왕위앙에서 하룻밤을 더 묵는다면 또 숙박비가 들어가니까,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 다른 여행자들은 그냥 간이의자에 앉아서 불편하게 가겠다는 선택을 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불편하게 가면 결국 루앙프라방에서도 하루를 숙소에서 잠 자는 데 보내야 하기 때문에 결국은 어떻게하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왕위앙에서 하룻밤을 묵을 생각으로 돈을 돌려받았다.



    그래서 그 깜깜한 밤, 현지인들은 다들 자려고 준비하는 시각에 다시 숙소를 찾아나섰다. 기운도 빠지고 피곤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그리 많이 헤매지 않고 바로 숙소를 잡을 수 있었는데, 동네 구경을 하면서 대충 봐 둔 곳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강에서 떨어진 마을 안쪽에 자리잡은 찬탈라chanhthala 게스트하우스에 40,000 낍을 내고 싱글룸을 잡았다. 쏭 강 강변에 위치한 푸반 게스트하우스도 똑같이 40,000 낍 이었는데, 푸반과 찬탈라를 비교하자면 고시원과 모텔 수준이었다. 

    푸반은 강 가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열악한 시설의 방을 너무 비싸게 받고 있는 것. 푸반은 방에 들어가도 비치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찬탈라는 방 안에 수건, 화장지, 비누, 생수 한 병이 비치되어 있었다. 강변 쪽과 마을 안 쪽이 이렇게 많이 차이가 난다는 걸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찬탈라 게스트하우스에 묵으면서 다음날 아침 9시에 루앙프라방으로 출발하는 버스도 함께 예약했다. 여기서는 버스요금이 115,000 낍. 아까 그 여행사보다 5,000낍이 싼데, 오 천 낍이면 파인애플 쉐이크가 한 잔이다. 주인장에게 내일 아침 9시 버스 탈 수 있게 깨워달라고 부탁하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주변이 아주 조용했기 때문에 오랜만에 만족스럽게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찬탈라 게스트하우스 2층에서 내려다 본 동네 모습. 원래 1층을 주려고 했지만, 사람들 지나다니는 소리에 시끄러울 것 같아서 억지로 2층을 얻어 냈다.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리 시끄러운 편은 아니었지만, 소음에 아주 민감하기 때문에 시끄럽지 않을 만 한 곳을 택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 이 주변은 닭 소리도 별로 없어서 정말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다. 다만, 낮 시간에는 오토바이나 차 소리 때문에 조금 소란스러울 수도 있다.

    왕위앙을 가면 웬만하면 그냥 동네 안쪽에 숙소를 정하라고 조언을 하고 싶다. 강변에 묵어봤자 밤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별 매력이 없다. 물론 낮 시간에 푸반 게스트하우스 마당은 강변 경치 구경하기가 아주 좋다. 하지만 딱히 거기에 묵지 않아도 식당도 함께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주스 하나 시켜놓고 식당에 앉아 경치를 감상하면 된다. 사실 그냥 슬쩍 들어가서 마당에서 노닥거려도 뭐라 하지는 않는다.


    찬탈라 게스트하우스의 딸내미. 잠시도 가민히 있지 못하는 말괄량이 아가씨이지만 아빠를 엄청 따른다. 아빠가 여행자들을 태우고 버스터미널로 가려고 하니까 막 울면서 따라가겠다고 할 정도.
     
    이 숙소에서 아침에 사람들을 모아서 봉고차같은 승합차를 타고 버스터미널로 갔다.


    아침이 시작되는 모습. 해가 떠 있을 때는 노점상이 별로 없는 편이지만, 그래도 하는 사람은 한다. 뭔가 열심히 이고 지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많이 눈에 띄었다.


    어딜 가나 개 팔자가 상 팔자. 아침에는 따뜻한 햇살 받으며 잠 자고, 낮에는 그늘 찾아 들어가서 잠 자고, 저녁 즘에야 어기적 어기적 일어나서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개들.


    왕위앙 버스터미널. 하지만 왕위앙이 아닌 다른 마을에 있다. 왕위앙에서는 약 4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듯 했다(정확한 거리는 잘 모르겠음). 이 터미널에 직접 와서 버스표를 끊으면 조금 더 싸게 살 수는 있다. 하지만 걸어가기엔 좀 힘 든 거리. 썽태우를 타고 갔다온다면 차라리 여행사에서 표를 끊는 게 더 싸게 친다. 

    라오스에서 장거리버스는 주로 아침에 움직이기 때문에, 장거리를 이동하려면 아침부터 서둘러야 한다.


    아침 버스를 타려고 썽태우를 타려고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침 9시에 출발하는 버스도 위앙짠에서 출발하는 버스에 중간에 승객들을 태우는 방식이었다. 결국 왕위앙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없다는 뜻. 이번에도 우리를 태우고 온 기사가 어딘가 통화를 하더니, 버스에 승객이 꽉 차서 버스를 타고 갈 수가 없다고 말 했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달랐다. 버스를 타고 갈 수 없으니 그냥 이 승합차로 루앙프라방까지 데려다 주겠단다. 추가요금 없이. 승합차로 루앙프라방까지 가는 교통편도 정식으로 있긴 한데, 버스보다 1만 낍 정도 더 비싸다. 그런데 버스 요금만 받고 가겠다니 서로 좋은 셈. 승객들은 좀 더 빨리가서 좋고, 승합차 관련자들은 자기들이 돈 다 챙겨서 좋고.

    라오스에서 장거리 운송수단 중에는 승합차가 제일 빠르다. 버스들은 많이 낡았지만, 승합차는 비교적 새 차들이기 때문. 물론 승객들을 꽉꽉 채우기 때문에 버스보다 편하진 않은데, 어차피 버스 의자도 그리 푹신한 편도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편하진 않다. 
     

    루앙프라방 반대편으로 한참을 가서는 기름을 넣었다. 이 주유소와 어떤 관계가 있나보다. 라오스는 주유소가 별로 없다. 그래서 길거리나 구멍가게에서 병에 휘발유를 담아서 파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드디어 루앙프라방으로 출발. 길을 가다보면 조그만 마을들이 가끔씩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고, 허름한 가옥들 몇 채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모습들도 볼 수 있다. 길 가에서 과일 파는 모습들도 볼 수 있고, 아낙네들이 천을 두르고 길 가에서 샤워하는 모습도 간혹 볼 수 있다.


    중간에 잠시 쉬어갔던 곳. 이렇게 인적 드문 곳에 자리잡은 가게들은 주로 여행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 여행객들이 화장실 가려고 잠시 들르는 그 순간이 장사 타이밍. 그 때 잠깐 눈에 불이 켜진다. 그 외의 시간에는 과일 손질이나 손톱손질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그냥 멍하니 무료하게 보내는 편이었다. 아마 시간을 팔 수 있었다면 그것도 팔았을 듯.


    이미 태국의 과일들을 맛 봤다면, 라오스의 과일들은 그리 맛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태국에는 없는 과일들도 있기 때문에, 그런 과일들을 맛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사진 왼쪽 윗편에 저 둥그런 과일은, 큰 귤같은 과일. 귤을 한 스무 배 즘 뻥튀기 해 놓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알갱이 하나하나를 씹어먹을 수 있는데, 똑똑 터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맛은 조금 단맛이 돌면서도 씁쓸한 편.


    점심 먹었던 곳. 십 분 정도 멈추었다 가기 때문에 대부분은 그냥 빠게뜨 센드위치를 먹는다. 빠게뜨 샌드위치는 라오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인데, 말 그대로 샌드위치를 빠게뜨로 만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혼자 다 먹기 벅찬 크기의 빠게뜨를 주기도 하는데, 대체로 한 개만 먹으면 배가 찬다. 여기는 제법 오븐도 갖춰놓고 장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볶음밥을 시켜 먹었다)


    라오스는 공산품을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공산품들 가격이 태국보다 비싼 편이다. 과자도 종류가 별로 없는데, 라오스에서 만든 과자도 있긴 있다. 싼 맛에 오 천 낍인가 이 천 낍인가 주고 라오스 과자를 사 먹어 본 소감은, 맛으로 먹지 말고 그냥 씹히는 느낌만 느낀다면 그럭저럭 먹을 만 하다는 것. 사진에 많이 보이는 레그 감자칩은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아주 맛있는 과자.


    "내가 널 지켜줄께!", "싫어요~ 너는 여자잖아요~" 아마도 이런 대화내용. ㅡㅅㅡ;


    이 가게에서 점심을 먹은 다음에는 휴식시간 없이 바로 루앙프라방으로 갔다. 많은 여행자들이 밤 시간을 이용해서 목적지로 이동하려는 경향이 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활동을 하려는 의도에서이다. 하지만 낮 시간의 장거리 이동도 즐기다보면 재미있을 수 있다. 길 위에 있는 다양한 모습들도 볼 수 있고, 우연히 다음에 가 보고 싶은 곳을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 여행에서 '우연'을 뺀다면, 마요네즈 없는 버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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