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동남아 삽질 여행 44
루앙프라방에서 루앙남타
루앙프라방을 떠나는 날, 9시에 출발한다는 버스를 타기 위해 8시 즘에 일어나서 숙소 주인이 미리 불러둔 썽태우를 타고 버스터미널로 갔다.
루앙프라방은 사원이 많은 마을이니만큼, 새벽 6시 즘에 승려들이 마을로 나와서 음식 공양을 받는 '딱밧'(탁발)이 이 마을 분위기와 잘 조화되어 볼 만 하다고 한다. 하지만 아침잠이 많은 나는 애초부터 딱밧은 볼 엄두도 내지 않았다. 아침 9시 버스도 탈 수 있을까 말까 하는데 무슨 새벽 6시. 안타깝긴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정보만 알려주고 다른 누군가는 보길 바랄 뿐.
어쨌든 이제 루앙프라방을 벗어나서 루앙남타로 향한다. 차츰차츰 북쪽으로 올라가서 태국으로 다시 갈 예정.
딱밧(탁발)은 못 봤지만, 아침을 여는 장삿꾼은 봤다. 낮에도 간혹 보이긴 하지만, 아침에 저렇게 바구니를 메고 과일이나 야채 등을 팔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필요한 것 없냐고 물어보고 다녔다.
루앙남타 가는 버스. 루앙프라방에서 약 4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버스터미널까지 썽태우를 타고 와서 버스를 타야 한다. 버스가 휸다이인 것을 알 수 있는데, 아주 오래된 버스에 새 의자를 놓고 색깔을 다시 칠해서 쓰고 있었다. 앞쪽 자리는 기름냄새가 심해서 오래 타고 가기 힘들 지경이었다.
터미널에서 이렇게 직접 표를 사도 되긴 된다. 표가 다 팔리지 않았다면 바로 갈 수 있지만, 표가 다 팔렸다면 대략낭패. 버스편이 별로 없기 때문에 승객이 많이 타는 편인데, 그래도 꽉 차서 가지는 않았다.
버스터미널 한쪽 편엔 용달차를 개조한 썽태우도 보인다. 시내를 오갈 때도 쓰이지만, 비교적 멀지 않은 장거리를 갈 때도 이런 차량이 사용된다. 짐칸 양쪽 옆쪽에 붙어서 2열로 앉는데, 보통 심여 명 정도 타고 간다.
버스는 정확히 9시에 출발했다. 이 버스는 외국인 여행자용 VIP 버스가 아니라, 라오스 일반인들이 주로 타고 다니는 로컬 버스다. 루앙프라방에서 루앙남타까지 110,000 낍 (약 13달러). 약 9시간 걸렸다.
하지만 이 날, 버스 승객의 절반 이상이 서양인들이었다. 로컬버스였지만, 사실은 인터네셔널버스 인 셈.
로컬버스에는 당연히 에어컨이 없다. 선풍기도 없고, 오로지 창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의지해야 한다. 그래도 라오스는 그늘에 가만히만 앉아 있으면 견딜만 하니까 괜찮은 편. 햇볕이 들지 않는 자리에만 잘 골라 앉으면 된다.
로컬버스는 여기저기 정차하는 곳이 많다. 정류소 표지판은 없지만, 나름 약속된 타는 곳이 있는 듯 했다. 물론 길 가에서 그냥 큰 짐 들고 앉아 있으면 버스가 서기도 했다. 내릴 때도 '저 앞 마을에서 세워달라'고 하면 다 세워줬다. 콜버스라고나 할까.
띄엄띄엄 드문드문 집들이 보인다. 야자수가 있다는 걸 빼면 한국의 시골 풍경과도 비슷하다.
중간에 들른 자연 화장실. 남자들도 여자들도 모두 숲으로 뛰어가서 볼일을 본다. 이 때를 틈 타 승무원들은 버스를 점검하는데, 타이어 한 쪽에 바람이 빠져서 너덜너덜했다. 어쩐지 속력이 안 나더라니. 딱히 고칠 방법도 없고, 그냥 강행군. 아주 슬슬 기어갔다. 아마 그래서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린 듯 싶다.
버스는 2시 즘에 우돔사이(Udomxai)라는 곳에 도착했다. 크게 볼 것은 없는 듯 한 마을이었지만, 규모는 제법 큰 곳이었다. 마을 바깥쪽의 한가로운 농촌 풍경들을 즐길만 한 곳. 그래서 어떤 여행자 두 명은, 여기서 좀 지내 보겠다고 결정하고 마을 안쪽으로 가 버리기도 했다. 그런 도발적인(?) 행동도 여행 중엔 좋은 이벤트가 될 수 있다.
나머지 승객들은 우돔사이 외곽, 식당들이 몰려 있는 곳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분위기가 우돔싸이의 버스터미널인 듯 했지만, 딱히 터미널임을 나타내는 표지판이나 건물같은 것이 보이지 않아서 긴가민가하다.
얘네들은 꼬치구이를 꼭 저렇게 탈 때까지 바싹 굽더라. 난 미디엄이 좋은데. ㅡㅅㅡ;
밥 먹고 다시 떠남. 우돔사이는 제법 큰 마을이지만, 조금만 외곽으로 벗어나면 이런 초가집들이 막 나온다. 흙으로 지은 초가집도 있지만, 나무판자로 지은 집도 많이 눈에 띈다. 주로 낮은 평원 지대에서는 초가집이 많고, 산 윗쪽에는 나무로 지은 고상식 집이 많이 보였다.
오후가 되면 버스 안에도 따가운 햇살이 내리쬔다. 버스에 좌석을 선택할 때, 해가 동쪽에서 떠서 정오를 기점으로 서쪽으로 넘어간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버스가 동서남북 어느 방향으로 향하는지 계산을 해 보면 대충 어떤 자리에 앉아야 할 지 답이 나온다.
예를들어, 루앙프라방에서 루앙남타는 북쪽(북서쪽)이다. 그래서 버스는 북쪽을 향해 달린다. 그리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버스를 타고 가야한다. 그러면 버스 안에서 오른쪽, 왼쪽 중 어느 자리에 앉아야 할까?
답은 오른쪽. 오른쪽에 앉으면 처음에는 동쪽 방향이라 3시간 정도 햇살을 참아야 하지만, 나중에 6시간은 그늘에서 갈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오후 햇살이 오전 햇살보다 따가우니까, 오후 그늘을 확보하는 게 낫다. 이해 안 되시면 그림을 그려 보셔요~ (하지만 빈 자리가 없다면 말짱 도루묵. ㅠ.ㅠ)
익숙해서 그런걸까, 꼬마들에게 9시간의 버스 탑승은 정말 참기 힘든 고역일텐데, 별로 칭얼거리지도 않고 잘도 참아낸다. 이상하게 생긴 사람들(서양인들)이 많아서 신기한지 연신 두리번두리번 큰 눈을 껌뻑이는 모습이 귀여웠던 꼬마.
버스 운전기사가 물이나 군것질꺼리를 사고 싶으면 이런 구멍가게에 잠시 서는데, 그 때 승객들도 함께 뭔가 사기도 한다. 때에 따라서는 길 가 과일파는 사람들 옆에 서기도 하는데, 승객 중 어떤 할머니가 "여그 과일 싸다~ 내 과일 사 가야 된다~" 이러면 세워서 과일 사게 해 준다. 그러면 다른 승객들도 덩달아 사고. ㅡㅅㅡ;;; 쉬엄쉬엄 즐기면 재미있다.
이 집 휘발유는 무슨 화염병같다. 사실은 화염병일지도... ㅡㅅㅡ;;;
햇볕을 피해 안쪽 자리로 옮기고, 스카프로 햇볕도 가린 모습. 태국 남부쪽 보다는 덜하긴 하지만, 그래도 라오스의 한 낮의 뙤약볕은 그냥 참고 있기엔 너무나 뜨겁다.
결국 해 질 녘 도착한 루앙남타(Luang Namtha). 루앙남타도 가이드북에서 나온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버스터미널에서 승객들을 모두 내려줬다. 버스터미널은 루앙남타 시내에서 약 6킬로미터 정도 떨어져있었다.
여기서는 썽태우를 탔는데, 외국인들을 열 명 정도 모아서 함께 탔는데도 일인당 10,000 낍을 냈다. 현지인들에 비해 상당히 비싼 가격. 아마 그 썽태우 기사는 한달 치 벌이를 그날 하루에 다 했을 듯 싶다.
시내에 도착하니 해가 져 버려서 좀 당황스러웠는데, 그래도 골목을 돌아다니면서 숙소를 알아보았다.
예전 버스터미널 근처에 숙박업소들이 많은데, 그곳은 시설에 비해 값이 너무 비싸다. 대체로 6만 낍 정도. 그나마도 그쪽은 빈 방 구하기가 어려웠다. 중국과 가까운 곳이라 그런지 중국인들이 많이 묵고 있었다. 한 숙소에 빈 방이 있긴 했지만, 하도 시끄러워서 그냥 나와버렸다.
시장 근처, 서양인들이 많이 묵고, 여행사도 많은 큰 길 쪽에 괜찮은 숙소들이 많았다. 그저 그런 시설에 3~4만 낍 정도. 거기서 골목 안쪽으로 조금만 들어가보면 싸고 깨끗한 숙소가 많다. 대략 4만 낍 정도면 깨끗한 숙소를 구할 수 있다.
야밤에 저녁 먹으러 나온 시장. 루앙남타의 시장은 굉장히 조그만 규모다. 시장 안에 들어서서 눈으로 한 바퀴 빙 둘러보면 그게 전부. 그래서 음식도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래도 쌀국수에 밥 말아먹으면 되니까, 큰 걱정은 없고~
아아 끝없이 열정을 불태우기는 너무 힘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