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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이체, 정기예금 사용기 & 잡담잡다구리 2017. 8. 9. 16:50
카카오뱅크(한국카카오은행)가 초기 인기몰이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오픈 초기에 계좌를 개설했고, 그 덕분에 체크카드 배송이 늦어지고 있어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람들도 많다.
언론에서도 이런 초반 흥행에 집중해서 보도하고, 기존 은행들도 의외의 현상에 바짝 긴장해서 자기들도 뭔가를 하겠다고 나섰다. 이런저런 분석들이 있고 혁신이 있었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아무래도 카카오뱅크의 초반 인기몰이는 카카오프랜즈 체크카드가 큰 역할을 한 게 아닌가 싶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상품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기회니까.
어쨌든 체크카드 캐릭터 상품을 모으기 위해서 계좌를 개설했다 하더라도, 일단 개설을 해놨다면 추후에 이래저래 사용할 가능성이 있으니 성공은 성공이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행보를 계속해나갈지가 관건이겠다.
카카오뱅크 정기예금
기존에 사용하던 은행보다 정기예금 이율이 높길래 한 번 이용해봤다. 기존 은행은 1개월 만기면 0.8%. 여기에 뭔가 이런저런 조건을 만족하면 0.1~0.2% 정도 더 붙여주기도 한다. 무슨 돈 수억을 예치하는 것도 아닌데 그런 조건들 다 따져서 만족시키고 어쩌고 하기 귀찮다.
카카오뱅크는 따로 이런저런 조건 없이 1개월 만기 정기예금이 1.2%라고 한다. 사실 영쩜 몇 포인트 차이 해봤자 소액에선 큰 차이도 안 나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높다하니 호기심에 한 번 해봤다.
메뉴에서 정기예금 개설을 눌러서 들어가면 바로 통장개설 화면으로 들어간다. 연이율을 맨 위에 큰 글씨로 딱 써놨다. 기존 은행들에서는 정기예금 이율을 알아보려면 버튼을 눌러서 팝업화면 띄워서 표를 보고 그래야 하는데, 여긴 그냥 간단하게 딱 나온다. 물론 예치기간을 조절하면 연이율 숫자도 바뀐다.
예치기간을 슬라이드로 조절할 수 있게 해놨는데, 이건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내 경우엔 이런 방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숫자로 써 넣는 칸이 더 편하다. 슬라이드는 아무래도 정신없이 하다보면 한 칸 더 굴릴 수도 있으니까. ('직접설정' 버튼을 누르면 달력 화면이 나와서 날짜 지정을 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 정기예금은 최소한도 100만 원 이상만 가능하다. 내 주거래 은행이 10만 원도 정기예금 가능한 것과 좀 비교돼서 이 부분에선 활용도가 떨어진다. 게다가 이자지급은 만기일시지급만 가능하다.
만기시 자동연장을 5회까지 할 수 있게 해놓은 건 큰 특징이다. 기존 은행들은 만기일 지나면 이율을 뚝 떨어트리거나, 그냥 자동해지 해주고 끝이다. 아무래도 이자를 조금이라도 덜 주려는 수법이 아닌가 싶다.
만기를 자동연장 해준다면, 1개월짜리 정기예금이라도 사실상 5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그러면 언제 뺄지 모를 목돈을 큰 부담없이 넣어둘 수 있어서 좋다. 이건 기존 은행들도 도입해야 할 기능이다.
카카오뱅크 앱을 돌려보면 복잡한 것 없이 깨끗하고 간단한 화면들이 아주 인상적으로 와 닿는다. 기존 은행들이 제공하는 정보와 거의 똑같은 정보를 제공하는데도, 간단하게 알 것만 딱 정리해서 알려준다. 기존 은행들은 화면이 왜 그리 다들 구질구질한지.
어쨌든 '정기예금을 가입하시겠어요?' 화면에서 최종확인을 하고 '예' 버튼을 누르면 비밀번호(핀번호) 입력 화면이 나온다. 계좌 개설할 때 만들었던 6자리 숫자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여기서도 재미있는 게, 실수로 이 숫자를 잘 못 눌러서 '오류 2회'가 쌓였는데, 다시 제대로 비밀번호를 입력하니까 이 오류 횟수가 0회로 자동 설정되더라는 것. 다른 은행 경우엔 쌓인 오류는 계속해서 쌓여서 결국엔 은행 창구를 찾아가게 만들기도 한다. 이건 보안과 편리성을 따져봤을때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어서 섣불리 뭐라고 할 수는 없겠다.
어쨌든 비밀번호만 제대로 입력하면 '예금개설 완료' 화면이 나온다. 끝이다. 뭐가 허무하다. 기존 은행들의 복잡한 화면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탓이다. 정말 이렇게 간단하게 끝낼 수 있는 건데, 게다가 정기예금 같은 거는 복잡한 인증을 거칠 필요도 없는 거잖아, 돈 뽑는 것도 아니고.
카카오뱅크 이체
이체도 한 번 테스트해봤다. 일단 우리은행 앱으로 돈을 송금해본다.
우리은행도 앱으로 송금하면 많이 간편해지긴 했다. 하지만 미리 공인인증서를 스마트폰에 복사해 놓아야 한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다. 요즘은 공인인증서를 1년에 한 번씩 새로 발급받도록 하고 있어서, 이 짓을 1년에 한 번씩 해야 한다. 일 년에 한 번 소모하는 그 시간만큼의 보상도 없으면서 말이다.
어쨌든 계좌 비밀번호와 입금계좌번호, 이체금액을 써넣으면,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스마트 간편인증과 ARS 인증을 사용할 수 있는데, 스마트 간편인증을 하면 약관 동의만 누르고 다음으로 넘기면 간단하게 인증된다. 스마트폰 기기 자체의 정보로 인증하는 방식이다. 이게 도입되면서 그나마 간단해졌다.
하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보안카드 입력을 해야만 한다. 보안카드나 OTP를 꺼내들고 말이다. 뭐 거기까지만 무사히 넘기면 이체가 되므로, 그래도 PC로 하던 때보다는 편해졌다고 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에 입금이 되자마자 앱에서 알림이 왔다. 돈이 입금됐다는 알림. 딴데서 들어온 돈이었으면 더 반가웠을 텐데.
어쨌든 계좌 잔액이 보이는 노란색 화면에서 '이체' 버튼을 누른다. 이체 방법은 두가지. 카카오톡 친구에게와 계좌번호로 이체하는 방법이다. 여기서는 계좌번호로 이체를 선택해봤다.
다른 은행 계좌로 이체하기다. 금액을 먼저 선택하고, 은행과 계좌번호를 입력한다. 여기서 예약이체 같은 것도 지정할 수 있다. 그냥 이체하려면 그냥 확인 누르고 넘어가면 된다.
그러면 이체 받을 상대방 이름이 나오면서, 이 사람이 받는 것 맞는지 확인하는 창이 뜬다. 이런 부분이 간단하지만 꽤 신경 쓴 화면이다. 확인할 부분만 강조해서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건데, 이것 때문에 버튼 클릭을 한 번 더 하게 되긴 하지만, 실수를 줄이기 위한 장치로 유용하다.
다음 화면은 'ㅇㅇㅇ에게 이체하시겠습니까?' 라며 또 한번 확인하는 화면. 여기서 '예' 버튼을 누르면 6자리 비밀번호(핀번호) 입력 화면이 나오고,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이체가 끝난다.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 OTP 같은 것 필요 없다. 너무 간단해서 불안할 지경이다.
물론 여기서 '추가이체'가 대체 뭘 하는건지 모르겠다는 점과, 완료 화면에서 퍼가기 버튼 같이 생긴게 무슨 기능인지 쉽게 알 수 없다는 것 정도가 좀 흠이긴 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소액 이체를 간편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1만 원짜리 OTP를 구입하면 1회 5억 원까지 이체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내가 OTP 만들어줄게, 니가 내게 5억을 주려므나.
카뱅, 카톡, 그리고 잡담
앞서 언급했지만,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 덕분에 초반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다. 다른 인터넷 은행이었다면 아무리 예금이자 조금 더 주고, 대출이자 조금 낮춰줬어도 그런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을까.
나만 그런지 몰라도, 케이뱅크가 출범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뭐지? 골드뱅크 같은 건가?"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가 만든 은행' 딱 한 마디로 설명이 끝난다. 캐릭터도 카카오프렌즈를 딱 걸어놓고 있어서, 대다수 국민들이 알고있는 카카오톡 그 회사라는 걸 인지할 수 있다. 꽤 큰 회사니까 어느정도 안정성은 있겠구나, 하다못해 사고가 터져도 정부가 공적자금을 끌어넣어 주겠지 정도의 예상은 가능하다.
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을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스마트폰에서만 접근 가능한 은행이라는 것과, 너무 간단한 조작에 은근히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기존 방식에 알게모르게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인식이라는 것도 자주 접근해서 쌓이다보면 어느 순간 와르르 무너지고 바뀌게 된다.
그래서 카카오뱅크가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큰 뭉칫돈을 유치하려고 하기보다는,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소액이라도 사용하게끔 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인터넷 은행이라는 한계가 분명하니까.
그런 면에서 기대되는 것이 바로, 카뱅이 내년 상반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앱투앱(app-to-app) 결제 시스템이다. 중국에서 알리페이나 위쳇페이가 하고 있는 바로 그거다. 길거리에서 닭꼬치 하나를 사 먹을 때도 앱을 이용해서 간단하게 송금하는 방식으로 지불하는 바로 그거.
> 카뱅, 수수료 싼 앱투앱 결제 추진에 카드사도 긴장
한국은 이미 많이 뒤처져 있는 상황인데, 지금이라도 이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건 분명히 큰 의미가 있다. 게다가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카톡 플랫폼이라면 더욱 승산이 있겠다. 그렇게 소액 결제를 일상에서 주고받다보면, 일일이 기존 은행 계좌로 돈을 옮기거나 옮겨오는 게 귀찮아질 테고, 그럼 카뱅을 주거래 계좌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슬슬 많아질 테다.
위쳇페이 소개화면
게다가 상상력을 조금 더 발휘해서, 카뱅페이 혹은 카톡페이가 알리페이나 위쳇페이와 연동하면 어떨까. 한화를 자동으로 환전해서 중국계좌로 넘겨준다든지, 아니면 간단하게 중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을 따로 만들어도 될 테고. 또 중국인 관광객들이 위쳇페이를 갖다대면 카뱅페이로 받을 수 있게 하는 방법도 생각해볼만 하고(사실 위쳇페이 인터네셔널 베타판에서는 한화도 취급 대상에 넣어두고 있다).
아무튼 다른 업체에게 최초 자리를 뺏기기 전에, 최대한 빨리 앱투앱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으면 싶다. 물론 신용카드가 널리 쓰이고 있어서 이런 방식이 한국에서는 크게 인기를 끌지 못 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어쨌든 한 회사가 성장하기엔 충분한 동력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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