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야솔밭은 정말 우연히 얻어 걸린 좋은 야영장이었다. 캠핑을 위한 데크 같은 것은 없었지만, 나름 식수대도 있고 화장실도 있고, 바닥은 폭신한 솔잎이 깔려 있었다. 몇 팀이 야영을 했고, 마을도 바로 옆이라 안심하고 푹 잘 수 있었다. 물론 두어 팀 정도 밤까지 시끄럽게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적당히 놀다가 잘 때 되니까 차 타고 가더라.

 

이런 작은 공터 뿐만 아니라 유료로 운영되는 야영장도 처음 들어갈 때 사람 많고 시끄럽다고 포기하고 나올 필요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밤까지 대충 놀다가 야영 안 하고 집으로 돌아가더라. 물론 유명한 야영장이나 관광지 근처라면 상황이 좀 다르고, 자전거 여행자라면 시끄러워도 참을 수 밖에 없겠지만.

 

 

이런 좋은 곳에서는 하루 이틀 더 묵으면서 주변 탐색도 하고 도를 닦기도 하면 좋겠는데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또 옮긴다. 자캠(자전거 캠핑) 여행을 하면 가장 문제가 새벽에 떠날 때 텐트가 아직 이슬이 채 마르지 않은 상태라 축축하다는 것. 대충 싸 넣고, 점심 때 쯤 쉴 때 꺼내서 말리는 수 밖에 없다. 물론 귀찮아서 그냥 그대로 다니다가 저녁에 축축한 텐트를 그대로 꺼낼 때가 더 많았지만.

 

어쨌든 자전거길을 따라 조금 남쪽으로 내려가니 진남휴게소가 나왔다. 국도 옆에 있어서 자연스럽기는 했지만, 이런 외진 곳에 있는 휴게소 치고는 너무 번쩍번쩍하게 해놔서 좀 황당한 느낌이다.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은데, 내부 매장을 유리와 거울로 엄청나게 도배를 해놔서, 정말 온 사방이 번쩍번쩍한다. 여긴 자동차로 지나갈 때라도 한 번 구경해보시라. 분위기 참 독특하다.

 

 

이 휴게소에서 아침밥을 먹었다. 일반적인 도로변 휴게소와는 사뭇 다른, 작지만 깨끗한 식당이 인상적이었다. 비빔밥이 칠천 원이었나, 그리 싼 가격은 아니었지만 꽤 제대로 된 밥이 나왔다. 어제는 캠핑을 했으니 숙박비 아낀 돈으로 아침을 거하게 먹었다 친다.

 

남들은 자전거 여행 같은 힘든 여행을 하면 먹는 양이 자꾸 늘어난다던데, 난 힘든 노동(?)을 하면 오히려 입맛이 없어지고 속이 좁아진다. 속이 좁아지면 먹는 양이 줄어든다는 장점도 있지만, 작은 일에도 화가 난다는 속 좁은 인간이 된다는 단점도 있다. 그게 대체 무슨 상관이냐 싶다면 지금 당신이 배고프기 때문이니 고기 앞으로 가라.

 

 

차도는 직선으로 쭉 뻗어있는데, 자전거길은 그 차도를 가운데 두고 만났다 헤어졌다하며 강 따라 빙빙 둘러가게 놓여 있다. 강을 따라서 자전거를 타니 기분이 좋기는 개뿔, 안그래도 속력도 느린데 왜 또 빙빙 돌아가야하는가 싶다. 그나마 이쪽은 평탄한 길을 달리기 때문에 아침 바람 쐴 겸 상쾌하게 달리기는 좋다.

 

휴게소에서 강따라 자전거길을 조금만 달려가면 이내 불정역이 나온다.

 

 

 

문경불정역 인증센터는 불정역 역사 옆쪽 쉼터에 놓여 있다. 불정역은 폐역이라 기차도 다니지 않고, 주변 마을도 거의 침체된 분위기다. 열차 선로를 이용해 레일바이크 같은 것을 운영하는 듯 하다. 열차를 개조해서 숙소나 매장 등으로 이용하는 것 같은데, 이날은 모두 다 꽁꽁 잠겨 있었다.

 

딱히 볼 것은 없지만 쉼터가 넓은 편이라 잠시 쉬어가기는 좋다.

 

 

 

계속해서 문경. 문경시에 가까워질수록 자전거길 포장 상태도 좋아진다.

 

 

 

 

 

문경 쪽 자전거길에서 안타까운 점은, 쉼터에 지붕이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큰 나무가 많아서 그늘로 들어갈 순 있었지만, 비가 오면 피할 데가 없겠다. 딱히 좋은 지붕 만들어주길 바라지는 않는데, 큰 나무를 좀 더 심어주면 좋겠다. 쉼터로 활용할 수 있게.

 

 

문경시, 점촌역 근처로 접어들면 강변에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자전거길도 잘 돼 있다. 여긴 정말 공원을 구경하는 느낌으로 슬슬 달리면 되는 곳이다. 별 건 없지만 아기자기하게 공원을 꾸며놨더라. 여기서 CF 같은 것 촬영해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

 

 

 

 

 

낙동강 따라 쭉쭉 내려가면서 만났던 길 사진들. 시간 지나고 보면 길 사진은 별 의미도 없는데 뭐하러 땡볕에 자전거 멈춰가며 고생스럽게 찍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찍었으니 몇 장 올려본다.

 

여행 할 때는 여기는 이런 길이고, 여기 쯤에는 업힐이 있고, 여기 삼거리에서는 저쪽으로 빠져야 하고 등등 여행 정보를 알려주면 좋겠다 싶었는데, 해보니 그냥 스마트폰 지도 보고 달리면 된다. 하나도 어려운 것 없고, 그냥 페달만 잘 밟으면 되기 때문에 딱히 정보고 뭐고 줄 것도 받을 것도 없다.

 

다른 여행도 마찬가지지만, 처음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다면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많은 정보를 수집하려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막상 길 떠나보면 실제로 쓰이는 정보는 몇 개 안 된다. 그때그때 상황따라 성향따라 대처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정보 찾느라고 시간낭비 하지말고 일단 떠나면 된다.

 

 

 

 

중간중간 말라붙은 우레탄 길이 위험스럽게 방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자전거로 달리기는 무난한 편이다. 경천대 관광지까지 그리 힘든 것도 없다. 문제는 경천대랜드 근처다. 이쪽은 산길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갑자기 이게 뭔가 싶은 생각이 든다. 가파른 경사도 있기 때문에 MTB가 아니면 이 산길을 자전거로 타고 넘는건 좀 위험하다.

 

 

위 지도에서 빨간색 화살표로 표시해놓은게 내가 이용한 길이다. 강 왼쪽 길을 쭉 타고 내려와서 경천대랜드를 지나서 다시 남쪽으로 갔다.

 

그런데 이러면 경천대관광지 주변의 산길을 넘어야 한다. 경천대 관광지를 구경할 마음이 없다면 그냥 상풍교에서 오른쪽으로 다리를 건너서 내려가면 조금 더 편하지 않을까 싶다. 강 반대편으로 말이다.

 

 

 

상주박물관. 여기도 약간 낮은 언덕을 하나 넘어야 했다. 그정도야 별 것 아니었고, 박물관 근처에 매점도 있어서 음료수도 사먹으며 잠시 쉴 수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다. 하지만 이후 길이 문제다. 사진으로 찍지 않았는데 정말 산 고개를 두어개 넘어야 한다. 그리 높지는 않은데 경사가 있어서 여태까지 씽씽 달려온 기분을 망치기에 딱 좋다.

 

 

 

여기는 경천대랜드 안쪽 자전거길. 경천대랜드는 나름 놀이공원이다. 이 일대에서는 꽤 큰 축에 속하는 놀이공원인 듯 하다. 사람도 많고, 놀이기구 타는 비명소리도 막 들린다. 물론 매점도 많지만 당연히 비싸다. 한 번 쯤 구경을 하고 싶다면 가봐도 좋긴 한데, 뭐 그리 크게 볼 거는 없다.

 

경천대랜드 자체가 언덕배기에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렇게 가면 경천대랜드를 가로지르는 업힐을 올라가야만 한다. 구경삼아 한 번 쯤 가는 것은 좋겠지만, 다음번에는 다른 길을 택하련다.

 

 

경천대관광지를 벗어나자마자 급한 내리막. 이쪽 길은 오르막 내리막이 너무 많고 경사가 너무 급하다. 대체로 이 정도 경사는 신나게 내려가겠지만, 짐이 많으면 가속도 안 붙게 하려고 브레이크 잡는 것도 일이다. 난 그냥 평지가 좋더라.

 

 

자전거 타는 사람들에겐 꽤 유명한 상주 자전거 박물관. 이 건물 바로 앞에 강 건너는 다리가 있어서, 반대편 길을 타도 이 박물관으로 갈 수 있다.

 

 

자전거 빌려주는 곳도 있고, 노천 카페 비슷한 곳도 있어서 이용객들이 꽤 많았다. 흔한 박물관 이미지와는 다른 분위기.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도 부지가 아주 넓은 편인데, 여기도 놀려두지 말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뭔가를 하면 어떨까. 자전거는 위험하고 복잡해져서 좀 그렇고, 스케이트 보드 같은 걸 타게 하면 좋지 않을까. 그래서 광개토대왕 스케이트 보드 타기 대회 그런 것도 하고... 싫으면 말고.

 

자전거로 국토종주 하는 사람들이 자전거에 관심이 많다보니 이 박물관도 꼭 한 번씩 들어가서 구경하나보더라. 근데 예전에는 무료 입장이었는데, 내가 갈 때는 유료로 바뀌어 있었다.

 

 

입장료 천 원. 그리 비싸진 않지만 조금 망설이다가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무료 입장이면 기대 없이 그냥 슬렁슬렁 들어가서 빠르게 휙휙 둘러보고 나올 수 있는데, 아무래도 돈 내고 들어가면 뭔가 자세히 봐야할 것 같고, 그러면 시간 소비하게 되고 하니까 아예 안 들어가는 걸로 결정. 이걸 구경하는데 시간을 써야 하는게 부담이었다. 근처에 야영장이라도 있었다면 조금 더 고민해봤을 텐데.

 

이 박물관은 많은 사람들이 포스팅을 해놨으니 궁금하면 검색을 해보도록 하자.

 

 

안타깝지만 떠나는 걸로. 이미 해도 기울고 있고.

 

 

 

상주보를 바로 앞에 두고 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불쌍하다고 아이스크림 주고 가는 예쁜 처자도 있었다. 이쯤 돼선 좀 불쌍하게 다니긴 했지. 물론 이후엔 더 거지꼴이 됐지만.

 

어쨌든 여기가 아마 도남서원이겠지. 나름 유명한 곳 같은데 문이 닫혀 있었으므로 안 유명한 걸로.

 

여기서 조금 내려가다보니 주차장으로 보이는 넓은 공터에 캠핑카 두 대가 캠핑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냅다 그쪽으로 가서 나도 구석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밤이 되자 모두 가버리고 나 혼자만 덩그라니 남았다. 밤에 자동차들이 수시로 드나들어서 그리 추천할만한 곳은 못 된다.

 

이런 곳에선 거의 잠을 못 자고, 잠시 눈을 붙이고 해 뜨기도 전에 희끄무리하게 하늘이 밝아오기만 하면 바로 짐을 싸서 다시 길을 떠난다. 잠은 다음날 보충하거나 낮 시간에 정자 같은 곳에서 살짝 또 눈을 붙이는 걸로 하고. 자전거 캠핑 여행은 생각보다 그리 낭만적이진 않다. 어찌보면 생존 여행일 수도 있다. 그래도 이런 여행을 하는 것은, 먹고 사는 일 보다는 덜 힘들고 재밌기 때문이다.

 

 

 

그렇게 또 밤을 맞이했다.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