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변두리인 죽곡리(대구 강정)에서 오랜만에 제대로 된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 길을 나섰다. 오랜만에 사람 꼴을 해봤자 다시 자전거 타고 길을 달리면 이내 거지꼴이 된다. 어느정도 여행을 계속하면 그냥 포기하게 된다. 다시 배고파질 거니까 이번 한 끼는 굶자하는, 뭐 그런 당연한 이치랄까.

 

국토종주 자전거길: 대구 강정고령보

 

강정고령보 인증센터는 대구 강정 유원지 쪽에 위치해 있는데, 여기는 강변의 뻥 빈 공간을 공원으로 조성해놓은 공간이었다. 자전거나 스케이트 보드 같은 것 타기 딱 좋은 넓은 공간. 비가 많이 오면 침수 될 우려도 있을 듯 한데, 아마 그래서 공원으로 조성해놓은 거겠지.

 

여기에 디아크 문화관(The ARC)이라는 건물이 있는데, 마치, 마치 동대문 DDP 축소판 같이 생겼다. 노아의 방주를 형상화 한 것 같기도 해서, 침수가 되면 배가 될지도 모른다. 물 관련 전시관 같은 것으로 쓰이고, 밤에는 조명도 이쁘다 한다. 물론 나는 새벽에 나갔기 때문에 겉모습만 슬쩍 보고 지나칠 수 밖에 없었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대구 강정고령보, 디아크 문화관

 

텅 빈 공간에 손을 맞잡은 두 인간의 형상을 한 조형물과 거대한 디아크가 턱하니 놓여 있었고, 마침 하늘까지 흐리니 어쩐지 세기말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날도 흐리고 바람도 불어서 더더욱 기괴한 분위기였다. 이런 기괴한 분위기 너무 좋아.

 

국토종주 자전거길: 대구 강정고령보

 

자전거길을 따라 강정고령보를 건너서 다시 길을 이어간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대구 강정고령보 - 구지면 무심사 가는 길목

 

으잉. 망나뇽 출물지역. 주위에 다른 포켓몬 표지판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갑자기 느닷없이 이 표지판이 하나 덜렁 나왔다. 이때는 이미 포켓몬고 붐도 많이 사그라든 시점이었는데. 아마 한창 게임이 인기 있을 때 지역 방문자 좀 늘려보자고 만든 표지판이겠지.

 

표지판 하나에 크게 돈 드는 것도 아니니 지역에서 이런 노력은 괜찮아보인다. 진짜 망나뇽이 나오는지 보고싶었지만, 난 이미 포켓몬고를 삭제한지 오래. 신기해서 사진만 찍어둠.

 

국토종주 자전거길: 대구 강정고령보 - 구지면 무심사 가는 길목

 

이 동네 자전거 쉼터에는 제대로 된 자전거 공기주입기도 있었다. 작은 펌프를 휴대하고 다니긴 했는데, 공기압을 알 수가 없으니 맨날 공기를 조금 모자라게 주입하고 다녔다. 혹시라도 너무 많이 넣으면 튜브가 터지거나 타이어가 찢어질까봐. 공기압 나오는 펌프에서 적당하고도 빵빵하게 공기를 주입하니 자전거 주행이 조금 나아졌다.

 

조그만 휴대용 핸드펌프로 공기 주입이 힘들긴 한데, 그래도 잘 하면 큰 펌프만큼 빵빵하게 공기를 주입할 수 있다. 요령은 한쪽 끄트머리를 땅바닥에 대고 상체의 무게로 펌프를 누르는 거다. 대체로 사람들이 핸드펌프를 사용할 때 어깨 힘이나 팔 힘으로만 공기를 넣으려 해서 힘도 많이 들고 공기도 많이 못 넣는 사람들이 많은데, 상체 무게를 사용해서 온 몸으로 누르는 것이 요령이다(팔은 거들 뿐). 펌프질을 좀 많이 해야하는게 힘들기는 하지만, 충분히 터질 만큼 잔뜩 공기를 주입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러다가 타이어가 진짜로 찢어질 수도 있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대구 강정고령보 - 구지면 무심사 가는 길목

 

요즘 웬만한 도시 강변은 자전거길이 잘 돼 있는 편이다. 이 동네도 그랬다. 낮게 구름도 깔리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아침 나절은 상쾌하게 라이딩을 즐길 수 있었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대구 강정고령보 - 구지면 무심사 가는 길목

 

근데 이건 좀 너무 쓸데없이 복잡하게 해놓은 것 아닌가 싶고.

 

국토종주 자전거길: 대구 강정고령보 - 구지면 무심사 가는 길목

 

국토종주 자전거길: 대구 강정고령보 - 달성보

 

국토종주 자전거길: 대구 강정고령보 - 달성보

 

달성군의 낙동강 자전거길 쪽으로 오니까 꽃길이 펼쳐져 있다. 아직 더운데 벌써 가을이 오고 있나보다. 이런 꽃길만 계속 가고싶었지만, 달성군이 끝나면 꽃길도 함께 끝나더라. 어느새 구름도 사라지고 땡볕이 펼쳐지고 있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달성보

 

달성보 인증센터.

 

국토종주 자전거길: 달성보

 

달성보에서 합천창녕보까지 우회길을 표시해 둔 지도가 걸려 있었다. 조금이라도 덜 힘든 길을 가려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인 듯 했다. 사실 이쪽에서 산길을 피해서 우회로를 타려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니까.

 

다람재와 무심사 언덕길은 자전거 국토종주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힘들기로 유명한 곳이다. 어떤 사람은 문경새재보다 더 힘들다고도 한다. 아마 경사가 가파르고 산길이라서 그럴 테다.

 

나도 일찌감치 이쪽 언덕길은 피해서 가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무거운 짐 장착하고 산길을 오르내리는 건 힘도 들지만 위험하기도 하니까. 산길도 산길이고, 강따라 빙 둘러가는 것도 지치고. 여기에 써 붙여진 우회로를 참고로 해서 약간 다른 길로 갔지만, 결과적으론 거의 비슷한 루트를 탔다. 그냥 스마트폰 지도를 보고 적당히 찾아가도 대충 갈 수 있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달성보

 

국토종주 자전거길: 달성보

 

국토종주 자전거길: 달성보

 

자전거길 따라 조금 달리다보면 전방에 MTB 전용 산길이 나온다고 계속 겁 주는 표지판이 나온다. 대체 어떤 길이기에 이렇게 많이 겁을주나 궁금하기도 했지만, 호기심을 참지 못 하면 인생이 망하는 수가 있다. 잘 참고 가는걸로.

 

국토종주 자전거길: 대구 강정고령보 - 구지면 무심사 가는 길목

 

달성교라는 이름표가 붙은 다리를 건넜는데, 지도에서 찾아보니 엉뚱한 위치가 찍힌다. 이 다리는 지도에 나오지 않는 건가 싶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하여간 난 계속 자전거길을 타고 갔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대구 강정고령보 - 구지면 무심사 가는 길목

 

국토종주 자전거길: 대구 강정고령보 - 구지면 무심사 가는 길목

 

MTB코스와 일반도로코스로 나뉘는 분기점에서 일반도로코스로 갔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대구 강정고령보 - 구지면 무심사 가는 길목

 

국토종주 자전거길: 현풍

 

현풍 사거리 쯤에서 별다른 표시가 없어서 길을 잘 못 들었다가 다시 나왔다. 자동차 통행량도 많고, 트럭도 많고 해서 유쾌하지 않은 도로였지만, 혼잡한 구간은 그리 길지 않다. 현풍 사거리만 잘 벗어나면 다시 슬슬 한적한 국도가 나온다.

 

낙동강 우회 자전거길

 

우회길도 이렇게 '낙동강 우회 자전거길'이라는 표지판이 곳곳에 서 있다. 길바닥엔 따로 표시된 것이 없지만, 이런 표지판이 '여기가 맞나' 싶을 때 한 번씩 나와줘서 길 찾기 어렵지 않다. 물론 그래도 GPS와 스마트폰 지도는 필수다.

 

낙동강 우회 자전거길

 

낙동강 우회 자전거길

 

구지, 대리 쪽으로 꺾어서 간다. 이쪽은 국도이긴 하지만 차량 통행이 별로 많지 않은 편이다. 우회로가 국도라고 해서 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낙동강 우회 자전거길

 

소 축사와 이런저런 공장들이 들어선 농공단지 길을 달리는 재미도 있다. 냄새는 좀 나지만, 옛날 구로 공장 길 같은 분위기랄까.

 

낙동강 우회 자전거길

 

국도지만 한적한 시골길. 현풍 사거리만 아니면 이쪽을 정식 자전거길로 해도 괜찮을 듯 하다.

 

 

잠시 쉬면서 소세지를 먹으니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막상 소세지 한 조간 던져주니까 쳐다보지도 않고 무시하고 자리에 드러눕던 고양이. 그냥 자기 자리 찾아서 쉬려고 온 것 뿐인 듯. 완전 시크해.

 

이쯤에서 구지면 시내(혹은 읍내)의 편의점에서 간단히 식사를 했다. 식당도 좀 있긴 한데, 이쯤되니 식당 찾아다니기도 귀찮고, 한 끼에 시간 소비하는 것도 싫고 해서 거의 편의점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굳혀졌다.

 

구지면 국가산업단지

 

구지면 국가산업단지 머시기라고 돼 있는 동네를 가로질렀다. 뭔가 공장 같은 것들이 좀 있긴 한데 아직은 영 썰렁하다. 도로도 닦은지 얼마 안 돼 보이고. 덕분에 잘 닦인 도로를 신나게 달릴 수 있었다. 가끔 트럭들이 지나다니는데, 아주 가끔이다. 시간 지나서 공단이 형성되면 완전 달라지겠지.

 

구지면 국가산업단지

 

국토종주 자전거길: 대구 강정고령보 - 구지면 무심사 가는 길목

 

이노정, 무심사 가는 길로 빠지면 다시 낙동강 자전거길로 나갈 수 있다. 무심사 입구를 지나가기 때문에, 이때쯤 생각이 바뀌어서 무심사 언덕길을 타볼 수도 있다.

 

이쪽 우회길을 타면 국도로 가야한다는 부담이 있고, 현풍이나 구지 쪽에서 길을 좀 헤맬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장점은 구지면이 의외로 큰 편이라, 이쪽에서 최소한 편의점 도시락 정도는 사먹을 수 있다는 거다.

 

이날 내가 간 길을 지도에 표시하면 대략 이렇다.

 

 

마을을 통과하는 길이라서, 아무래도 빙 두르는데다가 산길도 있는 자전거길보다는 덜 힘들고 시간도 단축되지 않았을까 싶다. 자전거길만 계속해서 달려봐도 좋겠지만, 가끔은 시골 마을 구경도 해볼 겸 해서 이런 루트를 타도 재미는 있다. 마을에서 밥을 먹을 수 있고.

 

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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