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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환상 자전거길: 제주항 - 이호테우 해수욕장국내여행/자전거2017 2019. 2. 4. 00:01
제주 자전거길은 원형으로 한 바퀴 돈다해서 환상에, 환상적이다 할 때 환상의 중의적인 표현으로 '환상 자전거길'이라고 이름 붙인 듯 하다. 아니면 말고.
옛날에는 제주 자전거길이 반짝반짝 빛 날 때가 있었는데, 요즘은 자전거보다는 올레길이 더 유행이라 그런지, 상대적으로 자전거길은 좀 무관심해진 듯 싶다.
늦여름이지만 여름은 여름이었는데, 옛날에 비해서 자전거로 제주도를 도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였다. 대신, 스쿠터 타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아무래도 자전거보다는 스쿠터가 여러모로 편리하긴 하다. 힘도 덜 들고.
제주 자전거길은 전체적으로, 또 여러모로 한 십 년 전과 크게 바뀌지 않은 모습이었다. 전체적으로 바다 옆 길을 따라 섬을 한 바퀴 크게 도는 형태 자체는 크게 변한 게 없었다. 옛날에는 내륙 쪽으로 들어가는 구간도 많았지만, 이젠 거의 작은 길들을 모아모아 바닷길로 갈 수 있게 약간 바뀌었다.
하지만 자전거 유행이 지나서 그런지 유지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움푹 파이거나 부숴진 채로 방치된 길들이 많았다. 또 그 위를 스쿠터들이 막 지나다니고, 주차 공간으로 쓰이는 경우도 많아서, 한 마디로 좀 엉망이다.
옛 추억을 떠올리며 간 곳이지만 실망만 잔뜩 얻고 돌아왔기 때문에, 자전거길 자체를 언급할 때는 좋은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걸 다시 정비하라고 하기도 좀 그렇다. 앞서 말했듯, 이젠 유행이 지나서 제주 자전거길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그리 많은 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전에 자전거 타기 좋은 곳으로 소문났던 곳이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좀 안타깝긴 하지만, 세월이 흐름에 따라 유행이 바뀌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단지, 제주 자동차들의 난폭운전과 법규 무시는 좀 대대적인 단속을 해줬으면 싶다. 이건 비단 자전거 뿐만 아니라 도보든 뭐든 영향을 받는 문제니까.
그래도 구경을 하며 즐겁게 다녀보자. 어째서인지 옛날엔 커 보였지만 요즘은 좀 초라해보이는 용두암.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오래 있지는 못 했다. 관광객도 너무너무 많아서, 처음엔 용두암 근처에 뭔가 새로운 어떤 것이 생겼나 했는데, 그냥 다 용두암 보러 온 사람들이더라.
용두암 주차장 옆쪽에 있는 '용두암 인증센터'. 이렇게 빙 돌아서 다시 나가도록 돼 있다. 용두암 근처는 사람과 차량이 많아서 정신이 없다. 바짝 긴장하지 않으면 작은 사고가 일어나기 쉽다. 여기서 사람 피하다가 넘어지는 자전거를 보고 나서, 사진 찍고 하는 건 다 포기하고, 빨리 빠져나가는데 집중했다.
용두암 지역을 빠져나와도 제주시 구역이라 한동안은 차들과 함께 달려야 한다. 제주국제공항 옆쪽으로 빠져나와서야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자전거 여행에서 시내 구간은 정말 힘들다.
배 타고 도착한 당일이니까 멀리 가지는 않기로 했다. 배 멀미 때문에 어질어질 한 상태에서 자전거를 오래 타다가는 사고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이호테우 해수욕장에서 일찍 하루를 마감했다.
대책 없이 달리는 것 같아도, 나름 안전에 신경 많이 쓴다. 차라리 죽음이 예약된 곳이라면 과감해지는데, 다칠 가능성은 최대한 줄이려고 애쓴다. 다쳐 본 사람은 알 거야 아마.
이호테우 해수욕장 한쪽 구석에는 무료 야영장이 있다. 여기를 첫날 숙박지로 잡은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 여러모로 적절했다. 제주항에서 그리 멀지도 않고, 무료 야영장도 있고, 바닷가이기도 하면서, 나름 사람 많은 곳이라 편의점이나 식당 같은 것도 있으니까 딱 좋다. 물론 야영장으로 가려면 자전거를 끌고 발 푹푹 빠지는 백사장을 좀 걸어야 한다는 게 문제이긴 한데, 그 정도야 감내할 수 있지.
사실 무료 야영장 이런 건 소문 내고 싶지가 않다. 소문이 나면 이상한 사람들이 찾아가고, 알박기를 하거나 시끄러워지고, 그러다보면 유료로 변하거나 폐쇄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여기는 그나마 꽤 알려진 곳이라서 그냥 쓰지만, 이 여행기 중에는 숙박지를 안 밝히는 곳들도 몇몇 있다.
자전거 끌고 백사장 건너는 것 보다, 나무로 된 다리 건너는게 더 힘들었다. 뭔 다리를 이렇게 굴곡지게 만들어놔서는, 과장 약간 보태서 자전거를 산에 끌고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물론, 다리를 건너면 편해지는 것도 아니다. 바로 자전거 들고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다 괜찮다, 무료 야영장만 있다면.
그런데 여기도 이미 널리 알려져서 그런지, 사람 없는 텐트가 꽤 많더라. 처음에 텐트가 많이 쳐져 있길래, 유명한 곳이라서 야영하는 사람이 많은가보다 했다. 그런데 텐트는 열 개 넘게 있는데, 밤 늦게까지, 그리고 다음날 아침까지 실제로 사람이 들어오는 텐트는 서너 개 뿐이었다. 아, 좀.
일단 텐트부터 치고, 바로 나와서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제주에선 역시 편의점 라면이지. 나름 비싼 관광지 왔으니까 맥주도 하나 사 봤다. 아직도 계속 어질어질해서 빨리 자려고.
그리고 시외버스 노선도를 펼쳐봤다. 왜? 모르겠다. 왜 이걸 봤지. 술 먹어서 그런가. 그냥 옛날에 비해서 이제는 버스도 나름 체계적인 노선도를 가지고 있구나 감탄 할 용도였던 것 같다. 이 노선도는 관광안내소에 있다.
어쨌든 사람이 별로 없어서 더욱 호젓한 밤이었다. 맥주 한 캔을 더 사와서 정자에서 해 넘어가는 것도 구경하면서 멍때리기도 좋았고. 몇몇 텐트에서 잠깐 소란스럽긴 했지만, 밤이 깊어지자 다들 조용해져서 괜찮았는데, 밤 늦게 해변에서 폭죽 터트리는 소리는 좀 거슬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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