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테우 해수욕장 캠핑장에서 하루를 보내고 찌뿌둥한 몸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 다시 길을 나섰다. 전날 배로 도착해서 어질어질한 기운에, 맥주도 두 캔 먹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더니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물론 일찍 자서 그런 것보다는, 배멀미 기운에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던 이유가 더 컸다. 배만 한 번 타면, 그 기름 냄새가 며칠은 머릿속을 맴돌며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바닷가인데다가 간밤에 이슬비가 내리기도 해서 온통 축축해진 바람에 몸도 찌뿌둥했지만, 그래도 이번 여행에서 했던 캠핑 중에서는 편하게 잘 잔 곳 중 하나다. 텐트만 쳐 놓고 알박기를 해놓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좋은 자리를 잡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흠이다. 이것만 좀 해결하면 좋은 야영장이 될 수 있을 텐데.

 

 

해수욕장 입구가 저 건너편이라 다리를 자주 건너다녀야 했다. 화장실도 저 건너편에 있고, 편의점을 가려해도 저기를 건너가야 하니까. 아침에 일어나서도 화장실을 가기 위해 저 다리 건너 물 건너고 백사장 지나서 머나먼 길을 갔다와야 했다. 그리고 아침부터 자전거를 계단에서 끌어내려서 저길 또 건너간다. 이러니 자전거 캠핑을 하면 살이 안 빠질래야 안 빠질 수가 없다.

 

 

이호테우 해변의 명물 말 등대. 내 취향은 아니고, 유명한 곳이라 많이 소개되기도 했으니 그냥 지나가자.

 

 

제주환상자전거길은 중간중간에 여러갈래로 갈라지기도 한다. 어차피 또 다시 하나로 합쳐지기 때문에 적당히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바다에 가까운 길만 돌면 거의 계속해서 바다를 볼 수도 있지만, 이게 막상 현지에 가서 해보면 또 지겨운거라.

 

바다만 며칠 내내 보다보면 거기가 거기 같고, 재미도 없고, 단조롭기도 하고. 그러다가 조금 변화를 줘야지 하면서 약간 오르막길을 올라서 살짝 내륙으로 들어가보면, 제주 특유의 돌담길이 펼쳐져서 조금 색다른 느낌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엔 큰 길로 나가게 되는데, 이렇게 무리하게 길을 만들어 놓은 곳도 있다. 여기도 정식으로 표시된 제주 자전거길이다. 자전거 들어서 옮기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최대한 큰 길만 선택해서 달리는게 좋다. 동네 좁은 길들을 헤치고 다니면 이 비슷한 길을 심심찮게 만난다.

 

 

큰길은 너무 재미가 없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이런 길을 달려야만 할 때가 많다. 딱히 다른 대안도 없이 이런 차도만 자전거길로 돼 있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나마 주차된 차만 없다면 이런 길도 달릴만 한데, 중간중간에 주차한 차들이 너무 많다.

 

 

중간에 무슨 리조트 편의점에 들러서 간단히 우아하게 브런치를 즐겼다. 오전 시간이라 이제서야 부스스 일어나서 나온 리조트 손님들도 있었다. 어젯밤에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며 아직도 비몽사몽 풀린 눈으로 모닝 캔맥주 사 가는 대학생들이 참 정겨웠다(?).

 

 

 

 

애월 쪽 그냥 그런 길들. 더 멋진 길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어서 이젠 이쪽 길은 별 감흥이 없다. 익숙해지면 눈만 높아진다. 그래도 나름 배도 좀 채웠겠다, 슬슬 기온이 오르면서 따뜻한 바람도 불어오지, 거의 평탄한 아스팔트 길이 계속되니 달리기도 좋아서 자전거 탈 맛은 난다.

 

 

 

 

다락쉼터 가는 길 쪽은 오르락 내리락해서 좀 지치지만, 그래도 차도와 자전거 길을 구분한 막대기를 세워놓은 건 좋더라. 오르막에서 속도가 떨어져도 차가 침범하지 않으니 안심하고 다닐 수 있다.

 

 

고개를 넘는 길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던 '다락쉼터 인증센터'. 다락쉼터에서도 끄트머리 구석 쯤에 위치해 있다. 쉬어가며 사진 찍는 사람들을 피해서 구석에서 잠시 쉬어가기 좋다. 여기까지 일부러 다가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으니까.

 

 

다락쉼터 모습. 부엌의 다락처럼 바위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고 해서 다락빌레라고 한다는데, 역시나 구석자리에 있다보니 제대로 뭔가가 보이지는 않는다. 여기저기 널린 바위 따위 하나도 없고. 예나 지금이나 그냥 길 가의 조그만 쉼터일 뿐인데 이상하게도 최근 들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됐다. 방송에 나왔겠지 뭐.

 

 

 

 

제주도에 들어온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작은 동네 길이나, 바닷가 길을 택해서 달려봤다. 초반엔 제주도에 왔다는 기쁨과 즐거움에 하는 뻘짓인데, 그래도 이럴 때 즐겨놔야 한다. 나중엔 힘들어서 그냥 큰 길이나 최대한 돌아가지 않는 길을 다닐게 뻔하니까.

 

 

어쨌든 오르락 내리락 가다가 곽지 입장. 저 멀리 보이는 건 아마도 비양도겠지. 비양도하면 웬지 비양카가 생각난다. 왜 그런지 나도 몰라.

 

 

 

곽지 해수욕장. 역시 해수욕장은 시즌 끝나고 와야 본 모습을 볼 수 있다. 시즌 끝자락이긴 하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좀 있는 편이라 그리 쾌적하진 못 했지만.

 

 

곽지 해수욕장 백사장 야영은 만 원.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안쪽에 데크가 있는 곳은 2만 원. 

 

 

해수욕장 바로 뒷편이기도 하고, 나름 데크도 넓어서 텐트 치기도 좋을 듯 한데, 성수기엔 거의 밤샘 할 사람들만 가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데크 간격이 좁아서 옆에서 조금만 떠들어도 잠을 못 잘 테니까.

 

분위기가 어떤가 구경만 하러 온 곳이라, 곽지 해수욕장은 이것만 보고 패스.

 

 

다시 나와서 다음 해변으로 가본다. 근데 이 구간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올레길 탐방하는 사람들이 자전거길을 많이 걷더라. 분명히 올레길은 다른 곳으로 잘 표시돼 있는데.

 

버스 정류장을 지나치며 걸어가는 걸 보면, 버스 여행자도 아닌 것 같고. 아마도 자전거 도로를 도보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이런 사람들이 오히려 자전거 여행자보다 더 많이 보였다. 올레길이 내륙으로 쭉 들어가는 길도 있고 하다보니, 그냥 바닷가 길만 걷고 싶은 사람들이 이런 루트를 선택하는게 아닌가 싶다.

 

 

바로 다음으로 들른 곳은 협재 금능해수욕장. '금능으뜸해수욕장'이라고 표기하기도 하는데, 영어로는 Geumneung Eutteumwon Beach라고 돼 있다. 익숙한 사람들은 어쨌든 금능이 들어가 있으니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외지인이나 외국인들은 헷갈리기도 한다.

 

그리고 협재해수욕장과 바로 옆에 붙어 있어서, 협재인지 금능인지 모르고 가는 경우도 있다. 근데 아무래도 협재는 좀 유명해서 이래저래 복잡한 분위기다. 거의 바로 옆이지만, 금능은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물론 이 동네가 전체적으로 사람들이 많은 편이라, 다른 조용한 곳에 비하면 금능도 그리 조용하진 않은 편이다.

 

그런데 금능해수욕장은 비교적 작고 아담한 크기에,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오묘한 분위기가 있다.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한 건 아닌데, 다른 해수욕장과는 사뭇 다른 어떤 느낌이 있다. 안 느껴지면 말고.

 

 

해변 뒷편에, 그리 평탄하지도 않은데 풀밭과 나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료 야영장이 하나 있더라. 소형 7천 원이면 가격 면에서는 괜찮은 편인데, 유료 치고는 시설이 너무 없다. 화장실도 좀 멀고. 여기는 해수욕장과 굉장히 가깝다는 장점 외에는 딱히 특징이 없다.

 

 

 

금능해수욕장에서 조금만 더 구석(?)쪽으로 가보면 훌륭한 무료 야영장이 나온다. '금능으뜸원 해변 야영장'. 여긴 두 명 이상 간다면 아주 추천할 만 하다.

 

 

대략 이런 분위기. 자전거도 들어갈 수 있는 평평한 길이 있고, 야자수도 심어져 있는 바닷가 캠핑장이다. 물론 해변과는 좀 떨어져 있지만, 놀기삼아 슬슬 산책 갔다가 돌아올 만 한 가까운 거리다. 바닷가인데다가 나무가 그리 많지 않아서 바람이 심하게 분다는 것만 극복하면 꽤 괜찮은 야영장이다.

 

그런데 여기를 완전히 추천하지는 않는 이유는, 사람이 없을 때는 살짝 으스스한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위치가 좀 외지기도 하고. 그러니까 내가 노출되기는 쉬운 곳이라, 야영객들이 많지 않으면 혼자서 편하게 잠을 자기는 조금 꺼림칙 한 면이 있다. 물론 하루를 마감할 때였다면 여기서 하루를 묵었겠지만, 아직은 시간이 많이 낭았기 때문에 좀 더 좋은 곳이 있겠지하고 여기도 패스했다.

 

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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