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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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회루의 달을 보고 싶었다 - 경복궁 야간개방국내여행/서울 2011. 5. 21. 14:59
경복궁 야간개방 소식을 듣자마자, 그날 밤 만사 재쳐두고 한 달음에 달려 갔다. 경복궁 야간개방 자체가 자주 열리는 행사도 아니고, 그 기간에 시간 내서 구경 가는 것 또한 언제나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야간개방 기간이 일주일 남짓으로 매우 짧기 때문에, 그 기간에 직장에서 야근 등의 일정이 잡혀 있거나, 여행을 간다거나 하면 놓칠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기회가 있을 때 좀 피곤하고 힘들더라도 부지런히 봐 두는 것이 좋다. 내게 경복궁은 갈 때마다 새로운 곳이다. 아마도 갈 때마다 만나는 방법이 조금씩 달라서 그랬을 테다. 맨 처음엔 언제 어떻게 갔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 다른 사람들 처럼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구경 갔을 테다. 광화문 쪽에 놀러 갔다가 괜히 한 번 발길을 옮겨 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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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의 태양, 건청궁의 석양 - 국가브랜드위원회 이배용 위원장과 함께국내여행/서울 2011. 5. 13. 21:21
그때가 그들이 찬란히 빛나던 때였다. 마침내 자신들을 꼭두각시로 삼고 오랜 기간 섭정을 해 왔던 대원군을 물러나게 하고, 고종은 스스로 서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경복궁 북쪽에 건청궁을 지었다. 오래된 궁궐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조선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자 하는 그의 바램 또한 깃들어 있었을 것이다. 새로운 마음으로 나라를 보살피리라 다짐했을 테다. 처음부터 냉대받고 미움 받았던 왕비는 회심의 미소를 띄웠으리라. 이제 왕과 함께 정말 자신들이 뜻했던 세상을 만들어 가리라는 부푼 꿈으로, 기와 너머 하늘이 그 어느 때보다 더 푸르게 보였으리라. 그때가 바로 그들이 찬란히 빛나던 때였다. 이제 그 누구의 간섭 없이 새로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고자 다짐했을 때다. 경복궁은 임진왜란 때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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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꽃 뒤로 하고 멀리 내 님 떠나시네 - 강화 고려산 진달래 축제, 낙조봉 일몰국내여행/경기도 2011. 5. 9. 19:32
낙조를 기다렸다. 강화8경 중 하나라고 일컬어지는 고려산의 낙조는 고려산 서쪽에 있는 낙조봉에서 보는 것이 좋다 했다. 고려산에서 이어진 등산로를 따라 낮은 언덕 몇 개를 넘다가 마지막으로 가장 높은 언덕을 올랐더니 낙조봉이었다. 억새 밭 펼쳐진 산등성이 너머로 내가저수지(고려저수지)를 중심으로 한 조그만 마을이 보였다. 그 너머로 외포리 앞바다와 멀리 석모도까지 거뭇하게 보여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산 전망대로 손색이 없었다. 낙조봉 바로 아래에는 낙조전망대가 있다. 이 전망대는 적석사에서 낙조를 감상하는 사람들의 안전문제와 편의를 위해 설치해 놓은 것이라 한다. 산의 일부분에 나무로 평평한 터를 만들어 놓아, 낙조를 감상하기 편하게 만들어 놓았다. 아무래도 크게 볼 거리 없는 단조로운 모양새의 낙조봉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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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산 정상에서 낙조봉 가는 길 - 강화 고려산 진달래 축제국내여행/경기도 2011. 5. 9. 18:37
고려산 정상에서 나무로 된 산책로를 따라 약간 내려가면 진달래꽃 군락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북쪽 사면에 넓게 자리한 군락지를 시원스럽게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기에 등산객들의 발걸음 또한 자연스레 이곳으로 옮겨진다. 그래서 전망대 주변은 축제기간 내내 사람들로 북적거리는데, 인파는 나무로 된 산책로가 끝나는 곳까지 줄을 잇는다. 이윽고 편한 산책로가 끝나면 여느 산에서나 볼 수 있는 흙 길이 펼쳐지는데, 이즈음 돼서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길을 택해서 흩어진다. 대부분은 산을 내려가서 다시 출발했던 그 자리로 돌아가는 등산로를 택하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능선을 따라 앞으로 놓인 길을 계속해서 밟아가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만 하다. 아마도 몰고 온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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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꽃 만발한 고향의 봄 - 강화 고려산 진달래 축제국내여행/경기도 2011. 5. 9. 17:57
온 누리에 따듯한 기운이 감돈다. 새로운 생명의 힘찬 박동 소리가 맑은 하늘 저 너머로 울려 퍼진다. 사람들의 옷차림이 얇아지고, 점심 때가 지날 때까지 방금 전에 자다 깬 사람처럼 노곤함이 몸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일이고 뭐고 다 집어 치우고 낮잠 한 숨 잤으면 딱 좋을 듯 한 햇살 속에서 어지러운 아지랑이가 맴맴 맴돈다. 봄이다, 봄. 누가 말 해 주지 않아도, 굳이 달력을 보지 않아도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그 계절, 봄이 다시 찾아왔다. 봄은 그렇게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시나브로 내 곁에 다가와서 어느새 배를 착 깔고 엎드려 있다. 삭막한 빌딩 숲에서 생활하는 신 인류가 봄을 알아차렸을 때, 이미 봄은 중천에 뜬 태양처럼 한창을 맞이하고 있다. 봄은 그렇게 시골을 야금야금 집어 삼키다가 아무도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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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전곡리 구석기축제 & 전곡선사박물관국내여행/경기도 2011. 4. 3. 23:45
'연천 전곡리'하면 뭔가 떠오르는 것 없는가? 옛날 국사시간 때 다들 아마 구석기 유적지와 신석기 유적지를 구별하는 시험문제 한 번 쯤은 풀어봤을 테다. 듣도보도 못 한 지명을 쭉 나열한 다음 이게 구석기고, 이게 신석기고 하면서 달달 외워야 했고, 외워도 시험문제로 나오면 헷갈려서 틀리기 일쑤였던 그 지명들. 그 중 연천 전곡리는 구석기 선사유적지로 유명한 곳이었다. 학창시절 혹은 공무원 시험 같은 곳에서만 잠시 나오는 그 이름. 그리고 먹고 사는 데 별 도움 되지 않아 쉽게 잊혀지고, 잊어버리는 지식. 거기가 구석기 유물로 유명한 곳이다 달달 외우기만 했지, 어떻게 생겼는지, 무슨 유물들이 나왔는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등의 의문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서 쉽사리 뒤로 묻히곤 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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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에서 월미도로 둘러둘러 가는 여행길국내여행/경기도 2011. 3. 8. 15:53
며칠 전, '인천공항 싸게 가기'라는 글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을 공항버스나 공항철도 말고 싸게 갈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했다. 전철과 버스를 이용해서 산 넘고, 물 건너, 옆 마을 재너머 공항찾아 삼만리 떠나는 방법이었다. 인터넷에서 얻은 공식적인 자료들을 토대로 만들었기 때문에 상당히 믿을 수 있는 방법이었고, 시간이 지나 노선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상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문제가 있었다. 바로 검증 작업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 아프리카 대륙에 말리라는 나라가 우기에 아름답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안 가 봤으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 배두나가 화장실에서 똥을 눈다는 소문은 있으나, 안 봤으니 모르는 일. 실험과 경험을 통한 검증 작업은 상당히 중요한 거다. 이러이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