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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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 백화산 반야사 - 충북 팸투어국내여행/충청도 2010. 3. 14. 04:07
충북 영동 어느 첩첩산중에 산허리를 감아 도는 푸른 물길을 따라 올라가면 '반야사'라는 절이 나온다. 구십 분에 한 대씩 있는 버스를 타고 근처까지 가도, 또 한 시간을 걸어 들어가야 하는 곳. 접근이 용이하지 않아 그런지, 아직은 때를 타지 않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수질이 그리 좋지는 않다고는 하지만 푸른 색으로 빛나는 강을 보니, 물안개 자욱할 때는 더욱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수긍이 됐다. 백화산 반야사는 신라시대 창건한 이후 조선 세조 때 까지 변변한 역사적 기록 하나 남아있지 않는 조용한 곳이다. 그리고 관광지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 많은 사람들에게 낯 선 곳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새롭고 신비롭게 느껴지는 곳이다. 물길을 따라 거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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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산 반야사 문수전을 올라가다가국내여행/충청도 2010. 3. 11. 23:52
반야(般若)란 산스크리트의 prajñā를 음역한 것으로, 글자 그대로의 뜻은 '지혜'이다. 모든 존재는 다른 것들과의 관계(緣起)로 존재하기 때문에, 스스로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無自性). 따라서 존재는 공(空)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존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외부와의 조건과 관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존재하는 상태로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들은 양자역학을 떠올리면 오히려 이해가 쉬울 듯 하고, '색즉시공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이라는 말로 널리 알려져 알게 모르게 친근한 사상이다. 이 말을 대충 해석하자면 이렇다. 어떤 대상은 관계, 연계 속에서 그때 그때 인식되는 것이고, 그 범위에서 벗어나면 또 다른 어떤 것으로 변하므로 대상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그 집착할 필요도 없고,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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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의 밤 - 충북 팸투어 여행기국내여행/충청도 2010. 3. 9. 00:48
2009. 02. 27 # AM 00 아침 7시 까지 서울 삼성동의 집결장소에 도착하기 위해 일찌감치 잠을 청했다. 하지만 평소에 늦게 자는 버릇이, 소풍을 앞두고 있다고 별안간 고쳐질 리 없다. 그래도 눈이라도 감고 있자고 가만히 누워 있자니 그것 또한 고역이다. 눈꺼풀이 이내 들썩이며 가만히 감겨 있지 않으려 한다. 별 볼 것도 없는 작은 방 안에서 다시 눈을 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사물이, 이상하게도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 않아 그 존재를 잊고 지냈던 책이었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 이사를 다니면서 가장 후회스러운 것이 책을 사 모으는 일이다. 부피에 비해 엄청난 무게를 자랑하는 종이뭉치들. 낱장은 잘도 날아가고 흐트러지면서도, 한 묶음의 뭉치는 웬만해선 꿈쩍도 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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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없는 서울, 노숙의 밤 - 충북 노숙여행의 서막국내여행/충청도 2010. 3. 8. 14:19
여러 독자님들, 내 말 좀 들어보소.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 말이 좋아 공주지, 따지고 보면 노숙자 아니오. 나무 우거진 시골에서 잠을 자는 거나, 빌딩 우거진 도시에서 잠을 자는 거나, 나무 숲이냐, 빌딩 숲이냐 차이일 뿐, 어찌됐든 둘 다 숲은 숲이지 않소. 그래서 나도 지나가는 공주의 키스나 받고, 잠에서 깨어 인간 좀 되어 보려 했소이다. 그런데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서울에는 공주가 없더이다. 참으로 안스럽고, 슬픈 일이지 않소. 혹자는 이렇게 말 할 것이오. 공주가 있다 해도 그 꼬라지 하고 있는데 키스 하겠냐고. 그건 이미 동화 속 이야기에서도 나오는 내용이오. 제아무리 공주고, 미녀고 해도, 숲 속에서 뒹굴뒹굴 잠만 자며 씻지도 않았는데 샤방샤방 빛 날 리가 있겠소. 검댕이 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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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벌써 봄이더군국내여행/부산 2010. 2. 11. 15:03
(2010.02 부산 해운대) 부산은 벌써 봄이더군. 바람만 안 불면 완전 봄 날씨. 옛날에 옛날에 잠시 알바로 일 해 주던 사람 사무실이 해운대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오피스텔. 그 후로 나도 그런 오피스텔에서 작업하는 것이 소원이 됐는데, 가격을 알고 나서는 포기. 그 돈이면 아파트를 한 채 사지... (2010.02 대전) 대전은 하나도 바뀐 게 없더군. 그래도 역시나 갈 때마다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음. 놀라운(?) 발견. 아이팟으로 WiFi 잡아서 skype 쓰니까 (거의)아이폰 되더라는. ㅡㅅㅡ;;; 환불도 해 주지 않는 교통카드들. 윗쪽의 하얀 카드는 서울 교통카드. 어느날 짜증이 솟구쳐서 표면을 막 긁어서 다 지워버렸다. 서울을 벗겨먹은 것 같아서 잠시 기분이 나아지기도 했음. ㅡㅅㅡ; 그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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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작은 데코레이션 - 서울시립미술관, 아시아 현대미술 프로젝트 City_net Asia 2009국내여행/서울 2009. 11. 25. 03:45
지난 (2009년) 9월 30일부터 11월 22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아시아 현대미술 프로젝트 City_net Asia 2009' 전을 개최했다. 이 전시회는 격년제로 열리는 프로젝트로,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이했다. 서구 중심의 미술무대로 점철된 현 상황에 아시아의 현대미술을 소개하고 위상을 확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된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는 서울 시립미술관, 이스탄불 현대미술관, 동경 모리미술관, 북경 금일미술관의 4개 도시가 참여해서 젊은 현대미술가들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선보였다. 작품 수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천 원도 안 되는 저렴한 입장료로 아시아 각국의 현대미술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는 데 큰 의의가 있었다. 각 미술관별로 큐레이터들이 나름의 주제를 가지고 작품들을 선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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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도 8/8 200806국내여행/전라도 2009. 4. 25. 18:06
드디어 우이도에서 2박 3일 일정을 마치고 나가는 날. 우이도에서 목포로 가는 배는 아침 7시 20분 딱 한 편 뿐이다. 이 배를 놓치면 오후 4시 즘에 도초도로 가는 배를 이용해서, 다시 도초에서 목포로 가는 수 밖에 없다. 섬은 기상조건에 따라 배가 뜨지 않을 경우가 있기 때문에, 항상 일정에 여유를 두로 계획을 잡는 것이 좋다. 떠나는 날이라서 일찍 일어났더니, 새벽에는 정말 자욱하게 안개가 끼어서 한 치 앞도 안 보였다. 배가 들어올지도 의문스러운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시간 지나면서 차츰 안개가 걷혔다. 분 단위까지 딱딱 맞춰서 배가 들어오는 건 아니니까, 대강 7시 즘 일찌감치 나가서 기다렸다. 배표는 저 앞에 보이는 작은 집에서 사면 된다. 배 출항 시간에 맞춰서 사람이 와서 표를 판다. 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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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도 7/8 200806국내여행/전라도 2009. 4. 25. 17:33
마무리 정리 겸 우이도의 이모저모. 사실은 분류하기 어려운 짜투리 사진들. ㅡㅅㅡ; 우이도에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염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근데 국적불문하고 염소들은 왜 저렇게 절벽을 기어 올라갈까. 저렇게 올라가서는 나중에 못 내려와서 쩔쩔 매는 경우도 많으면서. 가까이 다가가면 멀리 달아나려고 발버둥 치는 염소들. 묶여 있는 염소들은 목줄이 끊어져라 뛰어가다가 목줄때문에 다시 튕겨져서 되돌아가는데, 저러다가 목 부러지겠다 싶을 정도로 심하게 움직여서 가까이 다가가기 겁난다. 하지만 마을 입구에 묶여 있기 때문에 길을 가려면 꼭 지나쳐야 하는데, 그 때마다 도망치려고 발악하는 염소를 봐야만 한다. 좀 싫은 느낌. 선착장에 나갔더니 민박집 주인 아저씨께서 물고기를 잡아오셨다. 무슨 물고기인지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