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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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홋카이도까지 배로 가기해외여행 2011. 1. 21. 21:23
겨울이다. 서울에도 눈이 많이 내렸지만, 내리자마자 땅바닥에 드럽게 얼어 붙어서는 시커면 먹물만 찍찍 뿜어낸다. 눈이 원래 이런 거였던가. 오랜 도시생활로 찌든 가슴은 하얀 눈의 아련한 낭만마저도 생활의 불편함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물론 덕유산이나 소백산 정도로 가면 곱게 쌓인 눈밭 위에서 러브스토리 한 편 알싸하게 찍을 수도 있다. '북쪽얼굴' 같은 전문 등산용품들을 변신합체 로봇처럼 덕지덕지 붙이고 챙겨 입고 하지 않아도, 따뜻한 옷 한 벌과 대충 얼음판에서 미끄러지지 않을 정도의 싸구려 아이젠 하나 정도만 챙겨 가도 충분하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게, 그런걸 한 번 보고나면 또 식상하다. 어느새 '아, 나도 사람 키만큼 쌓인 눈밭 속에서 이국적인 낭만을 느껴보고 싶어라'를 꿈 꾸게 된다. 어차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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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랜덤 여행, 친구들은 나보고 바다로 가라 하네잡다구리 2011. 1. 19. 17:47
꼼짝달싹 하기 싫은 겨울. 몸과 마음과 영혼이 함께 꽁꽁 얼어가던 어느 날이었다. 느즈막이 점심 먹으러 갔더니 평소보다 꾸물거리며 반찬은 고사하고 수저도 안 챙겨주는 아줌마. 장사하기 싫으면 됐다고 말 하고 나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회사차를 그 식당 앞에 자주 주차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주일에 두어번은 먹어줘야 하는 상황. 꾹 참고 밥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수천년 묵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찰나, 나는 깨달아버렸다. 이번 설날 휴일은 꽤 길다는 사실을! 그래 내 영혼에 숨결을 불어넣어 줘야겠어! 이대로는 도저히 갑갑해서 더이상 안 될 것 같아. 라는 외침이, 저 아래 어두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용암처럼 용솟음 쳐 나오기 시작. 이미 상황은 엎질러진 화산. 참을 수 없어, 견딜 수 없어, 미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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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없는 날개를 섬에 접었다 - 스리랑카해외여행/스리랑카 2009 2011. 1. 14. 17:30
스리랑카 국제공항은 거의 아무런 제재 없이 그냥 통과였다. 인도의 공항들은 나갈 때도 금속탐지기와 수작업으로 짐 검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리랑카는 그렇게 깐깐하게 굴지 않았다. 단지 조금 귀찮았던 것은, 공항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스리랑카에 왜 왔냐'고 묻는 것. 그 비행편에서 내가 유일하게 인도인도, 스리랑카인도 아닌 외국인이어서 그랬던 건지, 원래 외국인들에게 다 그렇게 묻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귀찮았다. 나도 모르는 이유를 너네가 알아서 뭐 하려고. 그래도 입국할 때 이런 질문을 할 것을 대비해서 준비해 둔 답변이 있었다. 얘네들은 뭔가 이상하면 어떤 꼬투리를 잡을지 모르니까, 준비할 수 있는 건 미리 준비하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그다지 머리 굴리기도 싫었던 내가 준비한 답변은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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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부페와 럭셔리 요트 - 제주 중문마린파크 퍼시픽랜드국내여행/제주도 2010. 11. 25. 16:48
제주 중문 해수욕장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중문마린파크 퍼시픽랜드'. 그냥 퍼시픽랜드로 많이 불리는 듯 한 이곳은, 요트투어, 씨푸드 뷔페, 제트보트, 돌고래 쇼 등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바다와 초록이 어우러진 터에, 한켠에 정박해 있는 요트들을 보면, 마치 외국이라도 나온 듯한 이국적인 풍경이다. 딱히 뭔가 하지 않아도 부페에서 밥 먹고, 잔디밭에서 수다를 떨며, 한적한 낮시간을 게으르게 보내기 딱 좋은 곳. 정박해 있는 요트들, 혹은 끝없이 파란 바다를 내려다보며 맛있는 해산물들을 즐길 수 있는 씨푸드 부페 샹그릴라. 부페라는 이름으로 제공되는 다 말라 비틀어진 정크푸드들을 내놓는 곳들과는 차원이 틀리다. 음식들을 종류별로 딱 하나씩만 먹는다 해도, 배가 불러서 다 못 먹을 정도로 수많은 음식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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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피랑 벽화를 위한 안내서 4/4국내여행/경상도 2010. 5. 25. 21:22
사진에 보이는 '동피랑2길'은 동피랑 꼭대기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다. 구판장 안쪽, 어린왕자가 그려진 모퉁이로 좁은 골목길이 있는데, 그곳으로 쭉 걸어가면 바로 이쪽 길로 나올 수 있다. 처음가면 조금 낯설어서 당황스러울 수는 있지만, 복잡하지는 않기 때문에 헤맬 걱정은 없다. 동피랑 벽화골목 하면, 사람들은 주로 구판장 쪽으로 쭉 이어진 그 좁은 골목길만을 떠올린다. 사실 여태까지는 벽화가 그 쪽 밖에 없어서 그렇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벽화전을 계기로, 동피랑 뒤편, 아래동네 쪽에도 벽화가 많이 생겼다. 생긴지 얼마 안 된 탓에 아직 표지판 같은 것도 없고, 여기 벽화가 있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태. 그래서 애써 동피랑을 찾아 갔는데, 이 쪽 부분은 하나도 못 보고 돌아가는 사람도 꽤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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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피랑 벽화를 위한 안내서 3/4국내여행/경상도 2010. 5. 25. 21:20
동피랑 마을을 찾는 사람 치고 저 꼭대기에 안 올라보는 사람이 있을까. 이제 거의 동피랑의 심벌마크처럼 돼 버린 저 꼭대기와 구판장. 저 위에 서서 내려다보면, 아래로 강구항의 전경이 쫙 펼쳐진다. 동피랑이 유명해진 것은 벽화골목만 있어서가 아니다. 벽화가 그려진 골목과 함께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경치가 있어서다. 그것이 동피랑이 다른 벽화 마을들과 차별되는 이유이고, 또 다른 곳에서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자연조건이기도 하다. 그 중요한 위치에 서 있는 동피랑 구판장은 원래 전체가 하얀색이었다. 물론 군데군데 때가 묻어서 완전히 하얀색이진 않았지만. 이번 벽화전을 통해 구판장은 전체적으로 파란색 옷으로 갈아입었다. 아래쪽 파란색 바탕의 벽화와 함께 어울리는 바람에, 저 아래 중앙시장에서도 눈에 딱 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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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피랑 벽화를 위한 안내서 2/4국내여행/경상도 2010. 5. 25. 20:51
인터넷에서 주로 보이는 그 유명한 동피랑 벽화골목에 들어섰다. 동피랑 주민인 듯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벽화 속에서 '퍼뜩 오이소' 하고 반겨준다. 여기서부터는 전형적인 달동네의 좁은 골목길을 누비면서 벽화들을 볼 수 있다. 사실 이 부근의 벽화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나는 주로 아래쪽 큰 길 가에서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이 쪽에서 작업하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는 데까지는 한 번 풀어놓아 보겠다. 벽화골목에 들어서자마자 산뜻한 파스텔 톤의 벽화를 볼 수 있다. 모녀가 팀을 이루어 그린 그림인데, 통영의 상징인 '그물'과 '자개'를 소재로 한 것이다. 나 역시 처음 이 그림을 봤을 때는 그물에 왜 나비가 걸려 있을까 했는데, 그냥 나비가 아니라 '자개'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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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피랑 벽화를 위한 안내서 1/4국내여행/경상도 2010. 5. 25. 20:45
통영 동피랑 마을은 벽화로 유명한 곳이다. 딱히 어떤 홍보나 큰 지원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인터넷으로 알음알음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알려졌다. 아직까지 공식적인 통영 관광지도에는 중요한 곳으로 소개되어 있지 않고, 통영 관광 안내를 위한 책자에서도 그리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지 않다. 그렇지만 최근 인터넷을 통한 여행자들의 동향을 보면, 동피랑을 가기 위해 통영을 찾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다. 어쩌면 동피랑은 이미 통영보다 유명한 곳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사실을 증명이나 하듯, 주말이나 휴일에는 어김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동피랑 산동네를 가득 채우고 있다. 좁고 가파른 골목길로 이루어진 동네 자체도 구경거리이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꼭대기도 멋있지만, 주 목적은 마을 여기저기에 그려진 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