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한없이 늘어져간다.
나는 자판을 잡고는 있지만 마땅히 쓸 말이 없다.
희뿌연 하늘처럼 머릿속이 까마득해진다.
그리고 시간은 나를 용서치 않았다.
나도 매일 똑같은 시간 속에서 한 번 즘은 작고 달콤한 솜사탕을 음미할 시간 정도는 가져도 된다고 생각해. 하지만 이상하게도 찾을 때면 보이지 않다가도, 어느날 문득 길 가다가 불현듯 잊고 있던 옛 추억이라도 되는 양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지. 그럴 때면 어쩐지 빛바랜 추억처럼, 그래 나도 달콤한 솜사탕을 먹을 정도의 자격은 있다고 봐 라고 생각하다가도 바삐 발걸음을 옮기지. 사실은 딱히 바쁜 것도 아니야, 사실은 딱히 가야하는 것도 아니야, 사실은 딱히 내가 있어야만 하는 자리도 아니야. 마치 다른 사람들에게 나도 이렇게 바삐 걸어간다는 걸 보여주려는 듯, 마치 다른 사람들에게 나도 이렇게 서둘러 갈 곳이 있다는 걸 내세우려는 듯, 마치 사람들에게 나도 어딘가 속해 있을 자리가 있다는 것을 으시대려는 듯. 하지만 따져보면 별 것 아니야, 사실 너무나 하찮고 사소한 것 뿐이지 단지, 오늘 하루 구걸을 위해 서두르고 있는 것 뿐이니까. 거리에 배급을 타기 위해 줄 서 있는 노숙자들과, 회사로 들어가기 위해 줄 서 있는 회사원들이 전혀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지.
시간이 한없이 늘어져간다.
한두번 겪는 슬럼프도 아니니까 이번에도 잘 넘어가겠지.
그러니까 이제 또 떠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늘어져가는 시간을 부여잡고 안드로메다로 갈 수는 없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