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선해수욕장 야영장은 꽤 괜찮은 곳이었지만, 그날 분위기가 안 좋아서 그냥 떠나기로 결정했다. 피곤하게 캠핑을 하느니, 노숙을 하는게 더 편하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길을 떠났다.

 

이 때 쯤엔 이미 해가 기울고 있어서, 두어 시간 안에 잘 곳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자전거와 텐트가 있으니 크게 걱정되진 않았다. 자전거로는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용이하게 비교적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고, 텐트로는 노숙 비슷하게라도 판을 펼 수가 있으니까. 더군다나 여기는 제주도라서 해변이 많다. 그러니까 잘 곳을 못 찾아서 몇 시간을 헤맬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내가 점점 배낭여행에 텐트를 들고 다니기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특히 해외여행 때는 적당한 숙소를 찾을 수 없어서 몇 시간을 뱅뱅 돌며 헤매고 다닐 때가 많았는데, 텐트를 지니고 다니면서부터 그런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대신 죽을 위험이 늘어났지만. 물론 돈이 있다면 택시 잡아타고 호텔로 가면 된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표선해수욕장

 

제주 환상 자전거길: 표선해수욕장

 

제주 환상 자전거길: 표선해수욕장

 

나름 산책하기도 좋았던 표선해수욕장을 뒤로하고, 이제 오늘밤 묵을 곳을 찾아서 떠났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표선해수욕장 - 섭지코지 근처

 

제주 환상 자전거길: 표선해수욕장 - 섭지코지 근처

 

일단 목적지를 섭지코지 입구 정도로 잡고, 중간에 적당한 곳이 나오면 판을 펼 생각이었다. 그런데 신경 써서 들여다봐도 이 일대는 적당한 곳이 잘 없더라. 억지로 판을 편다면 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일단 시간이 있으니 화장실이 있는 곳을 찾고 싶었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표선해수욕장 - 섭지코지 근처

 

간절히 바래서 우주가 도와줘도 잘 된다는 보장은 없음.

 

제주 환상 자전거길: 표선해수욕장 - 섭지코지 근처

 

슬슬 성산일출봉도 보이기 시작한다. 표선에서 성산까지는 해변이 거의 돌밭이고, 너무 관광지 모드여서 노숙 캠핑에 적합한 곳이 별로 없었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표선해수욕장 - 섭지코지 근처

 

제주 환상 자전거길: 표선해수욕장 - 섭지코지 근처

 

제주 환상 자전거길: 표선해수욕장 - 섭지코지 근처

 

제주 환상 자전거길: 신양섭지 해수욕장

 

결국 섭지코지 가는 입구 쪽에 있는 '신양섭지 해수욕장'까지 왔다. 여기는 비교적 작은 해수욕장인데다가, 이쪽 입구를 지나는 차량과 사람들 통행량이 굉장히 많다. 하지만 대부분 여기까지 오면 섭지코지로 가기 때문에, 여기서 머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캠핑 할 요량으로 달려왔고, 대충 생각한 분위기도 맞았는데,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바람이 미친듯이 강하게 분다는 거였다. 텐트를 쳐도 안에 들어가 있지 않으면 금방 날아갈 기세였는데, 그것보다도 바람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운게 더 문제였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신양섭지 해수욕장

 

저런 날개 비슷한 것을 달고 날아오를 만큼 바람이 많이 불었다. 저거 신기하던데, 뭐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신양섭지 해수욕장

 

제주 환상 자전거길: 신양섭지 해수욕장

 

장사를 접어서 정리해놓은 평상 뒷편이라면 바람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가봤지만, 별 도움이 안 되더라.

 

제주 환상 자전거길: 신양섭지 해수욕장

 

안쪽으로 움푹 들어간 초원 맨 안쪽까지 가면 그나마 바람이 덜 불었지만, 말들이 경계하며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이 쳐다봤고, 바닥이 똥밭이라서 여러모로 적합치 않았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신양섭지 해수욕장

 

나름 텐트 칠 수 있는 사이트도 있는데, 바람 때문에 텐트를 칠 수가 없다니 이 무슨 억울한 일이냐. 사진으로는 그 미친 바람이 표현되지가 않아서 안타까울 뿐이다. 물이 반 쯤 차 있는 2리터짜리 생수병이 저절로 슬슬슬 움직여서 이동할 정도로 바람이 불었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신양섭지 해수욕장

 

저 멀리 하늘을 보면, 아까 그 날개옷(?) 입은 사람이 날아오른 것이 보인다. 바다로 무릎이 빠질 정도까지 들어가서 날개를 펼치더니 어째어째 뒤뚱뒤뚱하다가 슈슈슉 날아오르더라. 재밌겠던데.

 

어쨌든 어떻게든 대책을 마련해보려고 머리를 굴려봤지만, 딱히 대책이 없더라. 여기서 야영을 하기는 무리라고 판단하고, 가까운 시내로 들어갔다. 노을 지는 것이 보였기 때문에, 곧 어두워질 시간이라 더 가는 것도 무리였다. 야간 주행은 하기 싫기 때문에, 오늘은 그냥 성산읍 고성리 시내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기로 결정했다.

 

제주도가 여행하기 좋은 것이, 거의 어디서든 지도를 검색하면 가까운 거리에 게스트하우스를 찾을 수 있다. 이걸 알고 있기 때문에 야영지를 찾지 못 할 위험이 있어도 무작정 길을 떠날 수 있었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성산읍 고성리

 

제주 환상 자전거길: 성산읍 고성리

 

어차피 돈 쓰는 날이구나 싶어서, 오늘 저녁은 밥도 제대로 챙겨 먹었다. 이 동네에서 꽤 유명하다는 올레꾼식당. 백반이 8천 원이었나. 혼자 가도 한 상 제대로 차려주는게 마음에 들었다.

 

밥 먹고 이 동네 게스트하우스로 들어갔다. 비수기라 역시나 빈 자리는 많았는데, 딱히 소개하고픈 곳은 아니라서 따로 언급은 하지 않겠다. 나름 삽질을 꽤 했는데, 너무 간단하게 쓰다보니 느낌이 살지가 않는다. 어쩔 수 없지.

 

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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