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금모래해수욕장 무료 야영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았다. 동 트기 전에는 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해서, 아침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끼고 꽤 쌀쌀했다.

 

이름이 꽤 알려진 큰 해수욕장에서 캠핑은 그리 편하지가 않다. 이름값 때문에 늦은 밤이나 아침에도 수시로 사람들이 들락거리기 때문이다.

 

접근성 좋고, 찾기 편하다는 이유로, 길 가다가 그냥 하룻밤 지내기는 좋지만, 똑같은 이유로 밤 늦게도 드라이브하다가 들르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래서 다른 캠핑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좀 불안할 수도 있다. 아무래도 비수기에는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는 작은 해변이 좋다.

 

 

이렇게 캠핑을 하다보면 거의 해 뜨자마자 눈을 뜨게된다. 자연에서 뒹구니까 자연스러워진 것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잠자리가 좀 불안하니까 마음 놓고 푹 잠들 수가 없다. 그래도 대략 6시간 정도는 잠을 잤는데, 확실히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면 노숙을 해도 짧은 시간에 깊이 잠드는 장점이 있다.

 

물론 그렇다고 피로가 완전히 풀리지는 않지만, 잠이 조금 모자라는 상태에서 자전거를 타다보면 어느 순간 비몽사몽, 자전거가 나인지 내가 자전거인지 무아지경에 빠지는 순간이 온다. 도를 닦기도 좋고, 깜빡하다가 천국 가기도 좋으니, 여러모로 좋다.

 

새벽부터 텐트 걷고, 짐 챙기고 다시 길을 나서는데, 여기는 출발점부터 급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경사도 급한 편이고, 몸도 이제 막 깨어났으니, 자전거를 끌고 슬슬 오르막길을 올라간다.

 

화순금모래 해변에서 중문까지는 자전거길이 약간 내륙으로 들어가서 빙 둘러가는 형태다. 바닷가 쪽으로 올레길이 나 있긴 하지만, 산길이라서 짐 많은 자전거로는 좀 힘들다.

 

 

어쨌든 아침도 제주의 맛집 편의점에서 도시락으로 해결. 사실 따지고보면 편의점 도시락도 그리 싼 편은 아니다. 제주에서도 관광객 별로 없는 동네 밥집을 찾아보면 거의 비슷한 가격에 한 끼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 상황에서는 편의점이 가장 편하다. 식당 찾아 헤매는 것도 일이고, 들어가서 한 사람도 받는지 알아보고 기다리고 어쩌고 하는 것도 불편하고. 편의점 도시락이 사실 가격대비 효율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그래도 대충 싸고 빠르게 한 끼 해결할 수 있어서, 여행 갈 때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오르막을 계속 타면서 차도 옆으로 난 자전거길을 달리다가, 어느 순간 시작되는 내리막길을 타고 내려가면 바로 중문으로 들어간다.

 

이번 자전거 여행에서 길 사진을 꽤 많이 찍었다. 여행을 할 때는 자전거 여행자들을 위해서 이 구역 길은 이렇다는 것을 보여줘야지 했는데, 지금 와서 사진을 보니 별 의미가 없다. 특별히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는 길 외에는, 그냥 달리면 되는 길이라 딱히 의미가 없더라. 더군다나 자전거 여행을 이미 시작했다면, 개떡같은 길이 나오더라도 어쩔거냐, 그냥 달려야지. 그래서 길 사진은 최대한 다 빼버렸다.

 

물론 사진 정리가 너무 귀찮아서 대강 뽑아서 올리다보니 점점 성의가 없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기분 탓이려니 해보자.

 

제주 환상 자전거길: 중문

 

제주 환상 자전거길: 중문

 

테디베어뮤지움 옆에 무슨 케이팝 어쩌고 하는 건물도 있던데, 이건 대체 뭘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건물 밖으로 음악을 쿵쾅거리게 틀어놓은 것이 너무 시끄럽더라. 어쨌든 중문은 역시 뭔가 이것저것 돈내놔스러운 것들이 많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중문

 

망망대해의 사이렌 처럼, KFC와 바나나우유 카페의 유혹도 있었지만, 굳건한 정신으로 전진 또는 전진. 나의 앞길엔 오직 편의점 도시락 뿐이다. 물론 일상에서는 저런 것 사 먹기도 하지만, 웬지 여행 나와서는 이런 거 별로 땡기지 않는다.

 

일상에 찌들어 있을 때는 뭔가 보상심리 같은 것으로 특별한 것을 먹고, 조금이라도 색다른 장소를 가보자는 마음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여행을 나오면 하루가 통채로 즐거우니까 굳이 예쁜 카페나 특별한 음식 같은 것에 관심이 안 가는 건지도.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자전거 여행을 하니까 육체적으로 힘이 들어서 어디 들어가 앉고 어쩌고 하는게 다 귀찮은게 가장 큰 이유일 듯 싶다. 자전거 여행 중에는 그냥 대충 빵이나 사서, 경치 좋은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먹는게 제일 좋더라. 정자 같은 데서 잠시 드러누울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고.

 

제주 환상 자전거길: 중문

 

제주 환상 자전거길: 중문

 

중문 지역은 가난뱅이가 뭔가 하기엔 너무 비싼 구역이므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자전거길도 잘 돼 있구나 싶다가도 그냥 인도에 줄만 그어놓은 곳이 나온다. 이 지역은 온 동네가 가난뱅이는 빨리 꺼지라고 말 하는 느낌이라 편하지가 않다.

 

 

이 동네도 아주 작은 무료 야영장이 있다는 소문이 있어서 한 번 가보려 했지만, 내리막길을 내려가야 하길래 그냥 포기했다. 그걸 다시 올라와야 하니까. 어차피 중문에서 야영 할 생각을 하는 사람도 별로 없을 테고.

 

 

 

제주 환상 자전거길: 중문

 

아프리카 박물관에 아프리카 BJ들 물품을 전시해놨으면 대박이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중문을 벗어난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화순 금모래 해수욕장 - 법환바당 인증센터

 

이 동네는 가로수로 귤을 심어놨네. 너무 안 익어서 안타까웠다. 그러고보니 제주에 가서 귤도 하나 못 먹고 왔네. 어쨌든 이런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이왕 심을 나무라면 지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 한 것이 좋지 않을까. 물론 길 가에 난 귤을 누가 먹을까 싶기도 하지만, 혹시 모르지, 죽기 직전의 사람이 가로수 귤을 먹고 살아나서 지구를 구할지도.

 

 

중문에서 서귀포 쪽으로 조금만 가면 강정마을. 이 일대는 길이 좁아서 자전거로 가기는 좋지가 않다. 이 마을은 나중에 어떤 모습을 하게 될까 무척 궁금하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화순 금모래 해수욕장 - 법환바당 인증센터

 

강정마을

 

강정마을

 

강정마을

 

제주 환상 자전거길: 화순 금모래 해수욕장 - 법환바당 인증센터

 

제주 환상 자전거길: 화순 금모래 해수욕장 - 법환바당 인증센터

 

제주 환상 자전거길: 화순 금모래 해수욕장 - 법환바당 인증센터

 

 

제주 환상 자전거길: 법환바당 인증센터

 

범섬이 보이면 이제 서귀포에 왔구나 싶다. 물론 제주 섬 남쪽은 모두 서귀포시이긴 하지만.

 

 

제주 환상 자전거길: 법환바당 인증센터

 

제주 환상 자전거길: 법환바당 인증센터

 

제주 환상 자전거길: 법환바당 인증센터

 

법환바당 인증센터. 법환마을 바닷가 공터에 위치해 있는데, 이 일대가 공원으로 꾸며져 있어서 쉬어가기 좋다. 주위에 카페 같은 것도 있더라.

 

 

전에도 말 했지만, 참 희한한게, 제주도 자전거길을 다니면서는 마주친 자전거 여행자가 거의 없는데, 인증센터를 가면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꽤 있다. 뭔가 다른 시공간을 달리고 있나보다. 별 상관은 없지만.

 

제주 환상 자전거길: 법환바당 인증센터

 

제주 환상 자전거길: 법환바당 인증센터

 

 

이 일대는 관광지 처럼 꾸며져 있고, 아기자기한 가게들도 있었다. 예전에도 이런 분위기였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공원도 그렇고, 주변 가게들도 그렇고, 나름 요즘 관광지로 뜨는 동네 분위기를 하고 있다. 아마 성수기 낮에는 관광객들이 많이 올 것 같기도 한데, 이상하게도 붕 뜬 느낌이 든다. 말로 설명하기가 좀 어려운데, 어렵다, 설명 안 할란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법환바당 인증센터

 

 

제주 환상 자전거길: 법환바당 인증센터

 

인증센터 바로 옆에는 태양광으로 충전하는 자전거 펌프(공기주입기)가 있다. 좀 삐그덕하는 느낌은 있지만 어쨌든 공기 주입이 되긴 되더라. 앞 사람이 몇 번 눌러보더니 웅 하는 소리만 나고, 공기는 안 나와서 포기하고 가더라.

 

진짜 안 되는건가 싶어서 나도 시도해봤는데, 핵심은 빨간 버튼을 오래 누르고 있는 거였다. 인내를 가지고 해 지기 전에는 작동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장인 정신으로 버튼을 눌러보자. 이 비슷한 물건이 다른 곳에도 있기 때문에, 작동방법을 잘 터득해놓으면 가끔씩 도움이 된다.

 

핸드펌프가 있긴 있는데 가방 안에 넣어 다녀서 꺼내기 귀찮은데다가, 이걸로 바퀴가 탱탱할 정도로 공기를 주입하려면 힘이 많이 든다. 그래서 공기가 좀 빠져도 귀찮아서 그냥 다니는 편이라, 이런 펌프가 있을 때마다 튜브에 공기를 주입시켜 준다. 제주도에는 이런 펌프가 은근히 있어서, 거의 항상 타이어에 공기를 꽉 채워서 다닐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도시 냄새가 풀풀 풍긴다. 가히 서귀포 권역이라 하겠다. 중문에서 서귀포 일대는 빨리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이 일대에서 밤을 맞이하면 야영하기가 좀 힘들어진다.

 

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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