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소깍에서 비싼 감귤주스를 마셨으니, 피로회복이 되고 체력이 회복됐다고 생각하고 빨리 자리를 뜬다. 비싼걸 먹었으면 그런 착각이라도 느껴야 사 먹은 보람이 있다.

 

이 부근에서 그늘은 쇠소깍 인증센터가 있는 곳 뿐이라,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조용히 쉴 수가 없었다. 그늘을 조금만 벗어나면 사람이 별로 없어지지만, 거기는 또 땡볕이라 체력이 쭉쭉 깎인다. 여러모로 즐거운 자전거 여행이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쇠소깍 인증센터

 

제주 환상 자전거길: 쇠소깍 인증센터

 

쇠소깍 근처는 거의 항상 차들이 밀려서 거북이 걸음을 하기 때문에, 배기가스도 엄청나고 별로 즐겁지가 않다. 조금만 상류로 올라가도 차량이 별로 없기 때문에 빨리 벗어나는게 상책.

 

제주 환상 자전거길: 쇠소깍 인증센터

 

제주 환상 자전거길: 쇠소깍 인증센터 - 표선해변 인증센터

 

다시 내륙 쪽으로 들어와서 국도 옆 자전거길을 탄다. 차도 옆으로 난 자전거길이 속력도 잘 나고, 마음도 편하고, 이런저런 귀찮은 일이 덜하기 때문에 달리기 좋긴 한데, 볼 것이 없다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이다. 물론 자전거길이 이런 길 밖에 없으면 어쩔 수 없이 타야 한다.

 

 

쇠소깍에서 남원 사이, 위미 근처에는 큰 길 가에 감귤주스 파는 가게들이 띄엄띄엄 있었다. 보이니까 먹고 싶고, 먹다보니 자꾸 땡겨서 여기저기서 몇 잔 사먹어봤는데, 위미 쪽의 큰 도로 옆 어느 가게에서 사 먹은 주스가 제일 맛있었다.

 

가게 주인이 직접 기계를 만들어서 짰다고 하는데, 한 컵에 귤이 열 개 정도 들어간다고. 정확한 위치는 까먹었는데, 위미 쪽의 1132번 국도변 가게였다. 큰 통에 넣어서 파는 것을 살까말까 망설였을 정도였는데, 이때는 이미 물이 두 통이나 있었기 때문에 짐을 더 늘리는게 부담스러워서 사지 않았다. 나중에는 후회했지만, 샀으면 또 힘들었겠지.

 

제주 환상 자전거길: 쇠소깍 인증센터 - 표선해변 인증센터

 

제주 환상 자전거길: 쇠소깍 인증센터 - 표선해변 인증센터

 

남원 근처에서 다시 해안으로 빠지는 자전거 길을 탔다. 물론 국도를 타고 계속 달려도 자전거길이 있다. 해안길로 빠지면 아무래도 많이 빙빙 둘러가게 되는데, 그래도 차가 별로 없으니까 놀면서 가기 좋다.

 

 

아예 자전거 타고 달리는 것만 즐기려면 국도를 따라서 가는 것이 속력 내기가 좋아서 빠르게 갈 수 있겠지만, 여행으로 자전거를 탄다면 오히려 그렇게 가는게 더 지칠 수가 있다. 바닷가로 경치 구경하면서, 좋은 곳 있으면 땅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잠시 멍때리면서 세월아 내월아 가는게 오히려 힘이 덜 들 수가 있다.

 

자전거로 여행을 갈 때, 하나 확실히 해둬야 하는게 있다. 자전거를 타기 위해 여행을 하는 것인지, 여행을 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는 것인지를 정하는 거다. 이걸 확실히 정하면 이후에 길을 선택하거나 여러가지 결정을 하는 것이 쉬워진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쇠소깍 인증센터 - 표선해변 인증센터

 

 

제주 환상 자전거길: 쇠소깍 인증센터 - 표선해변 인증센터

 

제주 환상 자전거길: 쇠소깍 인증센터 - 표선해변 인증센터

 

놀멍쉬멍 갈 때는 예뻐서 사진 찍은 것들이 많은데, 나중에 여행기로 쓰려니 딱히 글로는 쓸 게 없는 것들이 많다. 현장에서 여행 다닐 때 즐거웠으면 됐지 뭐.

 

제주 환상 자전거길: 쇠소깍 인증센터 - 표선해변 인증센터

 

 

이쪽 지역에는 저렇게 공터에 의자를 내놓고 쉬어갈 수 있도록 해 놓은 곳이 많았다. 카페에서 내놓은 좌석은 아무래도 아무것도 안 사먹고 앉기는 좀 미안한데, 그런게 아니라도 내놓은 의자들이 은근히 있었다. 물론 땡볕이라 앉아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는게 함정.

 

그런데 의자를 내놓더라도 자전거가 다니는 갓길을 막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가뜩이나 주차한 차들 때문에 다니기도 불편한데.

 

 

지붕 있는 거대한 쉼터가 있어서 잠시 누워서 쉬었다. 쉬다보니 아까 감귤주스를 큰 병으로 사올걸 하는 생각도 들고, 이대로 여기서 하룻밤 보낼까 싶기도 하고, 오늘은 숙소를 잡을까하는 생각도 들고, 테블릿 피씨가 있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 페라리도 사고 싶고.

 

 

자전거길에 해조류나 농작물을 내놓고 말리는 건 하도 많아서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된다. 여기처럼 그나마 길이라도 터 놓으면 정말 양반이다. 근데 차도 바로 옆에서 이런걸 말리는게 과연 괜찮을까, 차가 막 지나다니는데.

 

제주 환상 자전거길: 표선해변 인증센터

 

제주 환상 자전거길: 표선해변 인증센터

 

어쨌든 그래서 표선해변 인증센터 도착. 뭔가 중간에 너무 많은게 빠졌다 싶은건 모두 기분 탓이다. 대충대충 빨리 해치우기 위해서 사진을 빼다보니 뭉텅이로 확 빠졌지만 별 문제는 없다. 어차피 그걸 못 봐서 안타까울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

 

 

부스에는 '표선해비치해변 인증센터'라고 적혀 있던데, 지도에는 그냥 '표선해변 인증센터'라고 나온다. 해수욕장 입구의 큰 길 가에 부스가 있기 때문에 찾기도 쉽고, 시간 없으면 해수욕장 구경도 안 하고 도장만 찍고 지나갈 수도 있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표선해변 인증센터

 

제주 환상 자전거길: 표선해변 인증센터

 

제주 환상 자전거길: 표선해변 인증센터

 

표선해수욕장은 꽤 큰 규모의 해수욕장이고, 유명하기도 해서, 이 지역은 거의 관광지로 조성되어 있다. 해변에서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게스트하우스나 음식점 등 각종 가게들이 즐비하다. 심지어 만화방도 있더라. 그래서 사람도 많은데, 그건, 이 구역은 꽤 소란스럽다는 의미다.

 

사실 이날은 표선해수욕장 야영장에서 야영을 할 계획이었다. 무료 야영장이고, 바로 옆이 해변이고, 조금만 걸어가면 편의점 같은 것도 있어서 캠핑하기 좋은 조건이었다. 그런데 이날은 딱 봐도 밤에 고기 굽고 술 퍼먹을 것 같은 야만족 무리가 진을 치길래 야영할 마음이 싹 가셨다. 해수욕장 규모에 비해 야영장은 그리 넓지 않은 편이라서, 한 팀이 개판을 치면 여러모로 피곤해질게 뻔했다.

 

조용하기만 하면 여기에 텐트를 치고 해변을 산책하고, 시내로 들어가서 이것저것 구경하며 사먹고 하기는 딱 좋았는데. 어디든 사람 있는 곳이 지옥이라는 말이 딱 맞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애초의 계획을 접고, 해수욕장 구경만 좀 하고 이 구역도 벗어나기로 결정했다. 야만족을 만나지만 않는다면 이 야영장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겠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표선해변 인증센터

 

제주 환상 자전거길: 표선해변 인증센터

 

제주 환상 자전거길: 표선해변 인증센터

 

제주 환상 자전거길: 표선해변 인증센터

 

 

여기서 야영을 했어야 딱 좋은 하루가 됏을 텐데, 돌발 변수로 표선을 넘어갔기 때문에 하루의 마감이 좀 힘들어졌다. 오늘 하루의 하이라이트는 다음편으로 이어지는 하루 마감 전 삽질이다.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