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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족어 표기에 한글 사용, 인도네시아 부톤섬 찌아찌아족 이야기
    해외소식 2019. 5. 2. 01:04

     

    부톤 섬(Buton)은 인도네시아 슬라웨시 섬 남동쪽에 위치한 섬이다. 제주도 두 배를 약간 넘는 면적이고, 대부분 열대우림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인구는 약 50만 명이다. 찌아찌아족은 인도네시아 전체에서 보면 소수민족이지만, 이 섬에서는 다수를 이루고 있는 부족으로, 인구는 약 7만 명이다.

     

    찌아찌아족은 민족 고유 언어는 있지만 문자가 없었기 때문에, 아랍 문자의 변형이나 로마자 등을 사용했다. 훈민정음학회는 이들에게 한글 사용을 제안했고, 2009년에 부족장 회의를 거쳐서 한글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印尼에 '한글섬' 생긴다, 2009.08.06. 연합)

     

    이때 한글 교사로 파견된 정덕영씨가 최근에도 계속해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중간중간 도움을 받는 듯 하지만, 상시 거주하며 한글을 가르치는 한국인은 한 사람 뿐이라 볼 수 있다.

     

     

    찌아찌아 한글

     

    2009년 말, 부톤 섬의 가장 큰 도시인 바우바우시(市)는 서울시와 '문화예술 교류와 협력에 관한 의향서(LOI)'를 체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부족의 문자로 한글을 도입했다는 사실이 한국 언론들 뿐만 아니라, 해외 언론에도 보도됐고, 인도네시아에서도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2011년 3월, 바우바우시(Bau-Bau City) 시장은 서울시에 이런 공문을 보냈다. "훈민정음학회는 더 이상 협력 파트너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 ...지난 1년 동안 협력관계가 거의 단절됐기 때문"이라고.

     

    이것은 그당시 서울시장이 선심성 약속을 남발해서, 바우바우시 측이 경제적인 지원을 얻고자 훈민정음학회보다는 서울시의 지원을 바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당시 서울시 시장이 바뀌면서 다시 점검하니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

     

    인도네시아는 법적으로 공용어 및 지방 언어를 모두 로마자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는데,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사용하는 것이 문자 침탈로 보는 내부 견해가 있어, 자칫하면 외교 갈등으로 번질 우려가 있었다. 그리고 문화센터를 짓고 도시개발 사업에 참여한다는 등의 내용도 예산 문제 등으로 무산됐다. (찌아찌아족 한글 보급 사실상 무산 위기, 2011.10.09. 노컷뉴스)

     

    그리고 이런 분석도 있다. 당시 바우바우 시장이었던 아미룰 타밈 시장도, 사실은 한류 붐으로 인기가 있었던 한국의 문자를 도입하면서, 그 지역을 외부에 널리 알리고 한국의 도움도 받을 것을 생각했다는 것이다. 조그만 지역이 널리 알려졌다는 점에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는 있겠다.

     

     

    어쨌든 그렇게 훈민정음학회는 결별하게 되고, 이후 세종학당이 현지에 들어갔지만, 몇 개월만에 예산 문제 등으로 철수했다. (印尼 찌아찌아족 '한글섬'에서 세종학당 철수, 2012.10.08. 연합)

     

    2014년에 민간단체인 '한국 찌아찌아 문화교류협회'가 설립되어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후, 찌아찌아는 한글섬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매년 한글날이 되면 언론에 소소하게 소개되고 있다. 2018년에는 한국인 교사는 정덕영씨 혼자이고,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각각 한 군데서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한다. (한글 도입한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 요즘은, 2018.10.08. 매경)

     

    그리고 2018년에는 EBS의 낚시 다큐 프로그램에서 부톤 섬에 참치잡이를 갔는데, 출연자들이 뜬금없이 한글을 가르치고 있는 현지 학교를 찾아가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성난 물고기 - 부톤 섬, 전통 참치잡이의 길을 따라서_#002, EBS)

     

     

    잘못된 내용들

     

    자랑스러운 일이 생겼으므로 각종 교과서에도 이것을 언급했는데, 2012년에 문화체육관광부는 몇몇 교과서에서 오류가 발견되어 교육과학기술부에 오류 시정 권고 공문을 보냈다. 요즘도 언론 기사 등에서 자주 틀리는 부분이니 알아두도록 하자.

     

    * "문자가 없어 소멸할 위기에 처한 찌아찌아어" -> 삭제

    *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공식 문자로 채택(또는 보급)했다" -> "부족어 표기에 한글 교육 실시" 수정

     

    인도네시아는 공용어와 지방어 모두를 로마자로 표기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찌아찌아족은 한글을 '공식 문자'로 채택할 수 없다. 그러면 법 위반이다. 그러므로 부족어 표기 중 한 수단으로 한글을 교육하고 있다고 표현해야 한다.

     

    한글 도입 이전에도 로마자로 표기를 하고 있었으므로, 문자가 없어서 소멸 어쩌고 하는 표현은 옳지 않다. ('찌아찌아족 한글 보급'의 진실은, 2012.10.18. 한국)

     

    (까르야 바루 국립 초등학교 안내판에 한글이 있는 모습. 이미지: 구글 스트리트뷰)

     

    기타

     

    * 찌아찌아어 한글 표기에는 '순경음비읍(ㅸ)'이 사용된다. ㅂ 아래에 ㅇ이 있는 글자인데, /v/를 표기하는데 쓰인다.

     

    * r(알)은 'ㄹ'로, l(엘)은 '을ㄹ'로 표기한다.

     

     

    p.s. 참고

    * 찌아찌아족은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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