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인도 전자투표, 전자투표기 EVM 알아보기
    해외소식 2019. 4. 26. 16:14

     

    인도 전국에서 543명의 연방 하원을 뽑는 2019년 인도 총선이, 4월 11일부터 5월 19일까지 치뤄진다. 총 유권자 수가 9억 명에 달하고, 투표소는 전국 100만 곳에 설치되기 때문에, 한 달이 넘는 기간을 두고 선거가 진행된다.

     

    그 기간 내내 투표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고, 지역마다 정해진 날짜에 투표를 한다. 첩첩산중이나 사막 등 시골 깡촌까지 투표기를 둘러매고 가서 투표소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선관위 인력상황 등의 문제로 이렇게 치뤄진다.  

     

    투표일로 지정된 날은 4월 11일, 18일, 23일, 29일, 그리고 5월 5일, 12일, 19일이다. 투표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투표 개시 48시간 전까지는 선거 유세를 할 수 있어서, 아직 투표를 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계속해서 유세를 한다.

     

    개표는 5월 12일이다. 투표가 6주에 걸쳐 진행되는 것과는 달리, 개표는 하루만에 끝난다. 인도 선관위는 전자투표(electronic voting) 덕분에 4-6시간만에 개표를 끝낼 수 있다고 자랑한다. 인도에서 자체 개발한 전자투표기 EVM(Electronic Voting Machine)을 이용해서 100% 전자투표로 투표를 진행하기 때문인데, 이것을 한 번 알아보자.

     

     

    인도의 전자투표

     

    인도의 전자투표는 1997년에 처음 도입되었고, 2004년부터 완전히 전자투표로만 투표를 하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유권자 확인 서류 출력기 VVPAT(voter-verified paper audit trail)가 도입됐는데, 이번 2019년 선거부터는 이 기기도 EVM의 일부로 채택되어 모든 투표소에서 사용한다.

     

    일단 전자투표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 전에 '투표 잉크(election ink)'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가자. 인도에서는 투표를 하면 왼손 검지 손가락 손톱 큐티클 쪽에 특수 잉크를 칠해준다. 투표를 했다는 표시다. 가끔 뉴스에서 투표를 했다며 손가락에 묻은 잉크를 보여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잉크는 질산은 성분의 특수 잉크인데, 손가락에 묻어도 최소 2일 정도는 지워지지 않고, 손톱쪽은 더 오래 색이 남아있어서, 신원 도용 등을 이용한 중복 투표를 방지할 수 있다. 물론 이건 전자투표가 있기 전부터 사용하던 방식이고, 전자투표와는 상관이 없지만, 투표 절차 중 하나다.

     

     

    NOTA

     

    이건 한국에도 도입했으면 싶은 것이라 따로 설명을 한다. 인도 전자투표기는 1번 후보, 2번 후보 등 후보가 표기돼 있고, 그 옆의 버튼을 눌러서 투표를 할 수 있다. 그런데 맨 마지막 항목에 NOTA가 있다.

     

    NOTA는 'None of the above', '찍을 놈 없다'는 뜻이다. 기권표라 할 수 있다. 2009년에 인도 선관위와 인권단체인 시민자유연합(PUCL: People's Union for Civil Liberties)이 '유권자는 아무도 찍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2013년에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공식적으로 NOTA 항목을 표기할 수 있게 됐다.

     

    2014년 총선에는 약 600만 명이 NOTA를 찍었을 정도로 기권표를 행사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특히, 1위와 2위의 표차가 NOTA표보다 적은 경우가 종종 있어서, NOTA를 우리 쪽으로 끌어오면 당선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도 한다. 항의의 표시로 어느정도 작동을 하고는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도 찍을 인간이 없을 때는 백지투표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도장을 경계선에 찍거나 해서 잘못 기표된 것과 똑같이 무효표로 처리된다. 기권표가 따로 처리되지 않는 거다. 한국도 NOTA와 같은 기권표 항목을 도입해야 한다. 정말 찍을 놈 없을 때도 있으니까 말이다.

     

     

    인도의 전자투표기 EVM 개요

     

    이제 본격적으로 전자투표기 EVM에 대해 알아보자. EVM은 크게 세 가지 기기로 나누어진다. 일단 아래 사진을 보자.

     

    (인도 전자투표기 구성품. 사진: Shamabopanna)

     

    위 사진에서 가장 왼쪽에 있는 것이 제어기(Control Unit), 가운데가 투표기(Ballot Unit), 그리고 오른쪽이 최근에 도입된 VVPAT이다.

     

    원래 EVM은 제어기(CU)와 투표기(BU)로 이루어진 조합이고, VVPAT는 별도로 취급하는데, 이제 정식으로 도입됐으니 앞으로는 이 기기들 모두를 EVM(Electronic Voting Machines)으로 부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모든 기기는 선으로 연결돼 있는데, 제어기는 5미터 정도 되는 선으로 연결돼서 투표를 관리하는 사람이 조작한다. 따라서 유권자가 기표소에 들어가서 볼 수 있는 것은 투표기(BU)와 VVPAT 뿐이다.

     

    인도 전자투표, 전자투표기 EVM 알아보기

    (이미지: 인도 선거관리위원회)

     

    투표자는 기표소에서 위 그림과 같이 기기가 배치된 모습을 볼 수 있다. 투표기는 딱 보면 감이 오겠지만, 버튼을 누르는 기기다. 왼쪽에 후보자 혹은 정당 번호와 이름, 마크가 인쇄된 종이가 붙어 있다. 인도는 문맹이 아직 많기 때문에 정당 마크 그림을 보고 투표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인쇄된 종이 옆에 버튼이 있다. 칸에 맞는 버튼을 누르면, 누른 버튼 바로 옆의 빨간불이 켜지면서 삑 소리가 난다. 그러면 기본적으로 투표 끝이다.

     

    버튼을 누른 후에는 바로 옆에 쓰레기통 같이 생긴 VVPAT에서, 방금 자신이 투표한 내용이 종이로 인쇄돼 나온다. "1번 김삼순"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 종이는 7초간 투명 창으로 보여진 후, 자동으로 잘라져서 기기 안에 보관된다. 투표자는 확인만 하고 그냥 나가면 끝이다.

     

    VVPAT는 기표 확인의 목적도 있지만, 혹시나 있을 검증을 위한 용도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투표한 내역이 종이로 하나씩 인쇄돼어 기기 안에 보관되기 때문에, 나중에 검증을 해야 할 상황이 되면 이 종이들을 꺼내 보면 된다. 따라서 이 기기는 보조 역할을 한다.

     

    하나의 투표기는 16개의 버튼이 있다. 즉, 16개의 후보자를 표기할 수 있다. 후보자가 이보다 많을 때는 투표기에 또 다른 투표기를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다. 구형 기기는 4대를 붙일 수 있고, 신형은 24대를 붙일 수 있다. 따라서 구형이라도 후보자를 64명까지는 표기할 수 있다. 물론 맨 마지막 항목는 무조건 NOTA 버튼이다.

     

     

    좀 더 자세한 EVM 설명과 전자투표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인도는 완전 촌구석 시골 깡촌도 많다. 전기가 제대로 안 들어오거나, 수시로 정전이 되는 곳도 있다. 그래서 이 기기들은 모두 배터리로 작동한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도 작동할 수 있게 해 놓은 거다. 인도 뉴스를 보면, 이 기기들을 운반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이고지고 물 건너고 산을 걸어 올라가고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런 특성을 고려해서 최대한 가볍고 간단하게 제작한 듯 하다.

     

    이런 상황이니 전자투표기는 통신 기능도 없다. 이건 통신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을 고려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선관위에서는 이런 이유로 해킹이 불가능하다고 자랑한다. 인터넷은 물론이고, 블루투스나 USB 포트도 없다. 다만, 시리얼 포트가 있는데, 이걸로 기기간 연결을 하는 듯 하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전자투표'하면 흔히 떠올리는, 통신망을 이용한 실시간 집계가 되는 그런 방식이 아니다. 컨트롤 유닛(Control Unit)의 메모리에 투표 내역이 기록되는 방식이다. 하나의 제어기에는 총 2,000개의 투표 내역을 기록할 수 있다. 투표 용지 2천 장이라는 뜻이다.

     

    2천 개라면 너무 적은 것 아닌가 싶은데, 여기서 인도 선거의 특징이 나온다. 하나의 투표소에 1,500명 이하의 인원만 투표할 수 있도록 배정되는 거다. 그래서 투표소가 백만 개나 설치된다. 따라서 2천명의 투표만 기록돼도 문제가 없다.

     

    종이가 출력되어 보관되는 VVPAT도 2천장의 종이가 인쇄될 수 있도록 설계돼 있고, 중간에 종이를 교체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인도 전자투표, 전자투표기 EVM 알아보기

     

    투표가 끝나면 투표소 담당자는 제어기에서 투표종료 버튼을 누르고, 전원을 끈 다음, 각 기기들을 봉인한다. 위 사진 오른쪽 제어기에서 캡으로 막혀있는 부분을 열면 투표종료 버튼이 나온다.

     

    봉인할 때는 종이띠를 막 둘러 붙이는데, 이 띠에 있는 일련번호를 서류에 기록해서 별도로 봉투에 넣어서 중앙에 전달한다. 이렇게 투표가 끝난 기기들은 24시간 경비가 감시하는 장소에 모아져서 보관되고, 개표날에 개봉되어 집계를 한다.

     

     

    개표

     

    개표에서 재미있는 것이 있는데, 기기에 통신 장치도 없고, 다른 장치를 꽂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개표와 집계를 어떻게 할까. 잠깐 한 번 생각해보자. 나도 이게 무척이나 궁금했다.

     

    제어기의 메모리에 투표 내역이 기록돼 있다. 그래서 개표날은 이 기기에 다시 전원을 켠다. 그리고 봉인을 뜯고, 기기 아랫부분의 뚜껑을 연다. 위 사진에서 'Result button'이라고 적혀 있는데, 저 뚜껑을 열면 'Result'라고 쓰여진 버튼이 나온다. 이걸 누른다.

     

    결과 버튼을 누르면, 제어기 윗부분에 LED로 표시되는 조그만 스크린에서, 1번 20표, 2번 30표, 이런 식으로 결과가 순서대로 나온다. 그러면 이거를, 사람이 종이에 받아 적는다. 이걸 전달하고, 집계하면, 끝이다.

     

    이 영상을 보면 기기에 어떻게 표시가 나오는지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Counting of Votes through EVM (유튜브)

     

     

    좀 (많이) 이상해

     

    그냥 소개하는 정도로 끝내고 싶지만, 그렇지만, 이거 뭔가 좀 그렇지 않은가.

     

    인도 선관위 홈페이지를 비롯해서 관련 뉴스 등의 영상을 보면, "전자투표기는 해킹할 수 없다"라는 것을 아주 강조한다. 뭐, 그건 그럴 것 같긴 하다.

     

    소프트웨어는 롬(ROM)으로 들어가 있어서, 바이러스 같은 것이 아예 먹히지 않는다. 통신도 안 되고, USB 같은 것을 꽂을 수도 없으니, 다른 기기로 조작하기도 어려울 테다. 외부의 접근을 거의 차단한 스텐드어론(stand-alone) 기기이기 때문에, 기기 내부를 정확히 알지 못 하면 해킹이 어려울 것은 틀림 없다.

     

    인도의 큰 IT 회사 두 개가 연합해서 조직을 만들어서 이 기기만 전문적으로 만들고, 관리하고, 그들만 이 기기 내부를 접근할 수 있게 해놨기 때문에 해킹은 절대 안 된다고 하는데, 그렇지만 사람이 가족이 인질로 잡히거나 너무 궁핍해지면 어떻게 될 지 알 수는 없는 일이다. 거기서 일하는 사람중 한 명이라도 정보를 외부로 유출하면 어떻게든 해커들은 방법을 찾아내겠지.

     

    하지만 복잡한 기술적인 이야기로 들어가지 않아도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걸 생각해볼 수 있다. 해킹은 기술적인 해킹도 있지만, 사회공학적인 해킹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IT 기기들을 내세울 때 흔히 저지르는 오류 중 하나인데, 기기가 엄청난 암호화를 해서 절대 해킹이 불가능하면 뭐 하나. 모니터 옆에 포스트잇으로 패스워드 적어놓고 관리하면 언제든 뚫릴 수 있는데.

     

    해커라고 하면 막 컴퓨터를 뚜들겨서 멋있게 어째어째 하는 것만 생각할 테지만, 현실에선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한다. 회사 다녀본 사람이면 알 테다. 기획서에 관리자 아이디, 패스워드 적어놨다가 무심코 버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그것 말고도 내부에선 별 것 아니지만, 해커가 보기엔 좋은 정보인 것들도 있고. 이런게 사회공학적 해킹이고, 이런걸 막고자 대기업들은 전문 파쇄 업체를 불러서 파쇄를 하는 거다. 물론 이것 말고도 여러가지 방법들이 있다. 관계자를 매수한다든지 하는, 그런 것들.

     

     

    자, 그런 쪽으로 한 번 생각해보자. 이 EVM 컨트롤 기기와 똑같은 짝퉁을 만들면 어떨까. 정상 작동을 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투표 종료 버튼을 누르면 무조건 1번이 전체 표의 70%를 획득하도록 조작해놓는 거다. 

     

    이걸 어느 시골 구석 투표소에서, 사람들이 작당하고 선관위 직원들이 한눈 파는 사이에, 기기 자체를 바꿔치기하면 어찌될까. 아니 그 전에, 선관위 사람과 일당으로 고용한 사람들이 이 기기들을 등짐을 지고 운반을 하는데, 이때 위협을 하거나 해서 기기를 바꿔치기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기기의 디스플레이에 나오는 득표수를 사람이 받아 적는데, 나름 CCTV로 녹화를 한다고는 하지만, 이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숫자를 조작해버리면 어찌될까. 종이에 받아적은 사람이 있다면, 그걸 또 전산에 입력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어쨌거나 기기 자체는 해킹을 당하지 않았다. 그래서 기기의 완전무결성만 보장되면 되는 건가 말이다.

     

    더욱 경악스러웠던 것은, VVPAT가 최근에 도입된 기계라는 거다. 이 기기가 있기 전엔 근 15년 가까이 EVM은 제어기와 투표기 두 개만 있었다. 투표기는 단순히 버튼 누르는 장치일 뿐이고, 제어기가 투표 기록을 하는 기기이다. 근데 이 기기들, 다음 투표때는 리셋해서 다시 사용한다. 검증할 수 있는 어떤 장치도 없고, 제대로 된 기록도 남지 않는다는 거다.

     

    이 기기는 완전무결하므로 믿으면 된다는 정책 하에, 그런 투표가 십 년 넘게 이뤄지고 있었던 거다. 어쨌든 인도에서 하는거야 나하곤 상관 없으니까, 이걸 부탄과 네팔에 수출했다고 자랑도 하고 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겠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걸 도입한다면 난 반대할 테다.

     

     

    (추가) 물론 이 방식이 인도라는 환경에서는 기존의 종이를 이용한 투표 방식보다 나을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땅도 넓고, 인구도 많고, 전기도 제대로 안 들어가는 오지도 많기 때문이다. 일단 차로 갈 수 없는 오지로 들어갈 때는 이런 기기를 들고 가는 것이, 철로 된 투표함을 들고 가는 것보다 운반이 쉬울 수 있다. 그리고 투표 용지와 투표함 같은 경우는, 조그만 범죄집단에서도 모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비교적 간단한 범죄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런 기계는 그것보다는 유사품을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에, 어느 정도 부정투표를 어렵게 만드는 장치로 작동할 수도 있다. 그것 외에도 나름 인도 정부에서 여러가지로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전자투표 도입에 관해서

     

    한국에서도 전자투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어떤 사람들은 '사회적 신뢰가 부족하다'는 논지를 펴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이 착각하고 있는게 있다. 신뢰가 있어서 관계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신뢰가 생기는 거다.

     

    물론 작은 신뢰가 쌓이면 더 좋은 관계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계속될 수 있지만, 어쨌든 시작은 믿을 수 있는 관계가 우선이다. "일단 나를 먼저 믿으면 우리 사이에 좋은 일이 생길거다"라는 말은 주로 사기꾼들이 하는 말이다. 믿을 수 있게 해줘야 믿음이 생기는 거다.

     

    아직 있지도 않은 신뢰를 요구하면서 어떤 일을 도모해서는 안 된다. 그게 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투표 같은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수많은 의문과 비판에 답하면서 신뢰를 쌓는 작업부터 해야지, 어느날 갑자기 무조건 믿으라며 들이대면 반발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전자투표를 도입하겠다면, 우선 현 시스템보다 더 믿을 수 있는 것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게 안 되면 안 되는거다. 투표제도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고, 여기서 모험을 즐기면 안 된다. 그리고, 부디 전자투표 같은 것을 언급할 때 기술적인 해킹 불가능만 집중해서 이야기하지 말아달라. 보는 사람 정말 갑갑하다. (예: 블록체인 투표 등)

     

     

    여담 1 - 인도의 전자투표 의혹과 선관위의 해커톤

     

    인도에서도 전자투표에 대한 논란이 있긴 있다. 최근에는 2017년에 UP, 펀잡 등 5개 주에서 주의회 총선거가 있었는데, 여기서 BJP가 대승을 하자 야당에서 전자투표기 해킹에 관한 의혹을 제기했다.

     

    비슷하게 생긴 기기를 들고와서 순식간에 표가 0에서 10으로 바뀌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고, 미국 같은 나라도 해킹 우려 때문에 종이 투표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자 인도 선관위는 패기롭게 모든 정당들을 초청해서 해커톤(hackathon)을 열겠다고 발표했다.

     

    날짜를 6월 3일로 정하고 진짜로 해커톤을 열기로 했는데, 각 정당에서 3명만 참가할 수 있게 했다. 기기는 실제로 선거에 사용된 기기들 중에서 아무거나 선택할 수 있도록 했는데, 메인보드나 내부 회로 등은 교체할 수 없다는 제한을 걸었다. 부품을 교체하면 같은 기기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신청을 받았는데, 신청 마감일까지 참석을 통보한 정당은 소수정당인 CPI와 NCP라는 정당 두 개 뿐이었다. 그리고 그 두 정당은, 선관위의 전자투표 프로세스에 관한 상세한 설명을 듣고는 아주 만족하며, 해커톤에는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해커톤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관련뉴스: EC's EVM 'Challenge' Ends up as Just Another Demonstration of the Machines

     

     

    여담 2 - 일본의 백지투표 조작 사건

     

    2017년에 일본에서는 이런 사건이 있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사가현의 한 선거구에서 개표를 했더니, 무효표가 1236표가 나온 거다. 평균 무효표 500표에 비하면 너무 많이 나와서 이상하긴 했지만, 뭐 그냥 그러려니하고 넘어갈 뻔 했다. 그런데 내부자 제보를 통해서 나중에 비리가 드러났다.

     

    현장에서 개표를 할 때, 실제 투표한 사람 수보다 개표 때 집계한 투표용지 수가 500장이나 더 적었던 거다. 그러자 현장에 있던 공무원 3명이 백지 투표용지 500장을 넣어서 숫자를 맞췄다. 어쨌든 숫자를 맞췄으니 됐구나하고 개표를 끝내고 발표도 했는데, 개표가 끝난 후에 진짜 투표함 한 개가 발견됐다.

     

    투표함 하나가 구석에 박혀 있던 걸 모르고, 백지 용지 500장을 넣어서 숫자를 맞춰 조작한 거였다. 이미 결과 발표까지 해버렸으니 이제와서 숫자를 바꿀 수는 없는 일. 그래서 그 투표함에 들어있던 진짜 투표용지를 모두 태워버렸다. 이게 들통나서 크게 뉴스에 보도된 적이 있다. 한글로도 '일본 백지투표' 등으로 검색하면 쉽게 뉴스를 찾아볼 수 있다 (관련기사). 

     

    메뉴얼대로 행동하기로 유명한 일본에서도, 몇몇 사람들의 짬짜미로 이런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p.s. 참고자료

    * The Election Process (knowyourcandidate)

    * Electronic Voting Machine (Election Commission of India)

    * Manual on EVM and VVPAT (ECI)

     

    댓글

Copyright EMPTYDREAM All rights reserved /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