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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저작권 지침 법안 통과, 뉴스 링크세, 업로드 필터 시작될까해외소식 2019. 3. 29. 18:14
유럽 현지시간으로 3월 26일, 유럽의회에서 '유럽 저작권 지침(European copyright directive)' 법안이 통과됐다. 이 지침은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싱글 마켓(Digital Single Market) 프로젝트의 하나로, 디지털 마케팅, 전자상거래, 통신 등에서 통합된 정책을 마련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4월 9일에 이사회 표결이 남았는데, 여기서 가결되면 EU 각국은 향후 2년 내에 이 지침에 따라 각국의 저작권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 법이 유럽 내에서 큰 논란이 일고, 독일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수만 명이 시위를 할 정도로 관심을 받은 이유는, 링크세와 업로드 필터라는 키워드로 대표되는 11조와 13조 때문이다(www.savetheinternet.info).
개정된 최신 버전에서는 15조와 17조로 바뀌었지만, 처음 발의 될 때부터 큰 논란이 있었으며 골자가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옛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쨌든 이 조항을 간단히 살펴보면 이렇다.
(이미지: pixabay)
링크세
11조 '링크세'는 구글 뉴스 같은 데서 언론사의 기사 링크를 걸 때는, 해당 언론사에 적정한 돈을 지급하도록 한 규정이다.
처음에는 다짜고짜 기사 링크는 돈을 내라는 식으로 법안이 나왔지만, 향후 개정을 통해서 위키피디아 등의 비영리 사이트는 예외로 한다는 등의 조건을 붙여서 약간 완화됐다. 개정을 통해서 주 타켓이 구글인 것이 확실히 밝혀졌다.
하지만 정작 위키피디아 측에서는 인터넷에서 우리만 예외가 된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반대 표시를 명확히 하고,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How the EU copyright proposal will hurt the web and Wikipedia).
업로드 필터
13조 '업로드 필터'는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업체들이, 유저들이 업로드 하는 컨텐츠의 저작권을 모두 검사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일반인들이 불만을 표시하는 부분은 주로 이 조항이다. 업체에 저작권 감시 의무를 부과하면, 당연히 사실상 검열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한국에서 주로 '짤방'이라고 부르고, 서구에서는 '밈(meme)'이라 부르는 웃긴 사진이나 패러디 이미지, 짧은 동영상 같은 경우는 주로 저작권을 무시한 경우가 많다.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한 번 쯤 봤을 이미지 중에, 한 커플이 길을 걸어가다가 남자가 지나가는 여자를 고개를 돌려서 처다보는 이미지가 있다. 여기에 여러가지 글자를 써 넣어서 웃기는 상황을 표현하기도 하는데, 사실 이 사진도 게티 이미지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 업로드 필터가 작용하면 이제 이런 이미지도 마음껏 올릴 수 없게 되는 것 아니냐며, "밈은 불법이 아니다"라고 항의하는 사람들도 많다 (Article 13: Memes exempt as EU backs controversial copyright law).
유럽의회 측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지켜질 것이라 말을 했지만, 조금만 잘 못하면 저작권 문제에 걸릴 수 있는 업체 측에서 이런 이미지 업로드를 차단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법이 시행되면 자연스럽게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른 문제점
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는 것 외에도 지적되는 문제점들이 있다.
유럽의회는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미국 기업들이, 유럽 창작자들에게는 대가를 별로 지급하지도 않으면서, 유럽에서 많은 돈을 벌어서 미국으로 가져간다는 사실에 분개하고 있다.
하지만 '업로드 필터'를 만들어서 돌리려면 많은 돈이 든다. 결국 기존 대기업 밖에 이 문제를 감당할 수 없게 되고, 이러면 비교적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이런 류의 서비스는 엄두도 못 내게 된다. 결국 구글과 페이스북의 독주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줄 뿐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리고 학계 등에서는 예외 조항에 포함되지 않은 사이트들이 많다며, 이대로라면 상업적인 과학 사이트도 문제가 생기고, 연구자와 대중이 뉴스를 쉽게 접할 수 없게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또한 공정이용이나, 저작권이 풀린 컨텐츠 같은 경우, 일괄 필터 적용 방식으로라면 업로드가 거부되거나 저작권 위반으로 걸릴 우려도 있다. 이러면 컨텐츠 제작자들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이 법이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업체를 타켓으로 한 것이라 해도, 큰 커뮤니티 사이트도 단속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데, 이런 곳에서는 제대로 된 필터를 마련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당장 마련하는 정책은 사진과 음악, 동영상 업로드를 막는 것일 테다. 그래서 중소규모 사이트들이 다 비슷비슷하게 재미가 없어져서, 큰 업체가 운영하는 서비스로 사람들이 몰릴 수 있다. 결국 컨텐츠 필터를 잘 적용하거나 벌금을 내면서 유지할 수 있는 큰 업체들만 살아남는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혹자는 이걸로 불법 동영상 유포를 막을 수 있지도 않냐는 의견을 펴기도 하는데, 비영리 사이트나 사설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예외로 뒀고, 개개인이 링크를 주고받는 것은 해당사항이 없기 때문에, 그런 문제의 해결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또 다른 입장과 대응
물론 정치인들과 언론사들 중에는 찬성하는 입장이 많다. 일단 유럽의 정치인들은 미국 기업이 유럽에서 활개를 치는게 싫다는 것이 노골적으로 보일 정도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이렇게하면 가짜뉴스를 어느 정도 저지할 수도 있지 않겠나하는 생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언론사들은 내놓고 좋아하지는 않지만 의견 표현을 삼가거나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데, 그렇다고 그리 반대하지도 않는 모습이다. 2014년에 스페인에서 구글 뉴스를 대상으로 링크세와 비슷한 세금 부과 도입을 추진하자, 구글은 스페인에서 뉴스 서비스를 중단했다. 그러자 스페인 언론사들 유입량이 확 줄어들어서 오히려 언론사들이 불만을 표출했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유럽이라는 큰 시장에서 발을 뺄 수는 없을 거라는 예측도 함께 나오고 있어서, 언론사는 일단 그냥 지켜볼 수 밖에 없을 테다.
어쩌면 최근에 애플이 느닷없이 다시 뉴스 서비스를 강조하고 나온 것이, 이 시장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구글이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스타디아도 이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중 일부가 아닌가 싶다. 저작권이 해결된 게임을 확보하면 유튜브 컨텐츠 문제도 해결이 되니까 말이다.
강 건너 불이 화약고를 터트리면
이사회 표결이 남아있다고는 하지만, 많은 언론들이 이사회도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러면 정말 이 법이 유럽에서 시행되게 될 테다.
아마 그렇게 되면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업체들은, 다른 나라 유저들에게 "지금 업로드하는 컨텐츠를 유럽인들도 보게 하겠습니까?"라는 옵션을 두지 않을까. 그래서 "예"를 선택하면 유럽 기준의 업로드 필터를 돌릴 테고, 아니오를 선택하면 그냥 지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에겐 아무런 영향이 없을까.
어느 때부턴가 영어로 된 사이트, 특히 영어권 언론사들을 방문하면 "이 사이트는 쿠키를 사용하고 어쩌고 저쩌고, 동의해라"라는 창이 뜨는 것 봤을 테다. 이것도 유럽에서 쿠키 등의 사용자 추적 기술을 사용할 때는 그걸 알려주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법이 생겨서 나온 것이다. 이거야 그냥 예스만 눌러주면 끝이지만, 이번 저작권법은 어디서 어떤 문제가 터질지 알 수 없는 큰 사건이다.
평생 한국어 사이트들만 이용한다면 별 문제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세계는 여러모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쪽의 바보짓이 다른 쪽에서 어떤 효과를 일으킬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어쨌든 우리는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니, 혹시나 나중에 유럽의 저작권법 때문에 이런이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대략 이런 배경지식 정도는 알아놓는 걸로 하자.
p.s. 유럽의회가 시킨 웃기는 짬뽕
3월 26일 유럽의회 표결에서 웃기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표결에서 실수로 잘 못 투표했다며 정정해달라고 요청한 의원이 13명이 있었다. 이것을 기록한 문건이 외부로 유출됐는데, 이 문건에 따라 정정해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져서 다시 집계를 했다면, 11조와 13조 조항을 폐기할 것인지를 투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정 요청을 최종 집계에 반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이게 반영되지 않았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중이다 (MEPs accidentally vote wrong way on copyright law).
잘 못 투표한 것으로 알려진 몇몇 의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버튼이 3개가 있는데 당시에 토론하다가 혼란스러워서 잘 못 투표했다거나, 잠깐 혼동했다며 잘 못 투표했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다. 아니 유럽의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버튼을, 그것도 단 세 개 뿐인 버튼을 잘 못 누르고... (갑갑하니 갑인가봐). (하지만 원래는 여기 투표하겠다고 공언한 사람이 실제 회의장에서는 자기 소신(이라쓰고 마음대로) 투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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