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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헤이세이 끝, 레이와 시대 시작
    해외소식 2019. 4. 30. 17:50

     

    2019년 4월 30일부로 일본은 헤이세이(平成) 시대가 끝난다. 아키히토 왕이 물러나고, 장남 나루히토가 즉위하기 때문이다. 2019년 5월 1일부터 새롭게 사용할 연호는 '레이와(令和, れいわ)'.

     

    비록 국왕이 실권이 없는 상징적인 존재이고, 왕의 치세연차를 세는 연호일 뿐이지만, 일본인들은 한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다는 인식을 가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4월 30일 현재 일본은 연호와 관련해서 각종 이벤트가 열리고 있고, 자정 무렵에는 도심에서 카운트다운 행사도 있을 예정이다.

     

    (일본 동전에 평성 연호가 찍혀 있다)

     

    퇴위와 승계

     

    근대 일본 연호는 메이지(明治)(1868~1912), 다이쇼(大正)(1912~1926), 쇼와(昭和)(1926~1989)를 거쳐서 헤이세이(平成)(1989~2019)까지 왔고, 이제 레이와(令和)가 시작된다.

     

    헤이세이 시대의 왕인 아키히토 일왕은 2016년 8월 8일에 공식적으로 퇴위 발표를 했다. 이전에 몇 차례 이를 암시하는 언급은 있었지만, 근대에 들어 200여년 간 생전 퇴위가 없었던 만큼 설왕설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고령인데다가 건강상 이유도 있고, 장남의 나이 등의 문제가 있었다. 또한 이때 아베 총리가 헌법 개정을 밀어부치고 있어서, 브레이크를 걸기 위한 이유도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키히토는 식민지배와 전범 피해자에 대한 사과 등의 언행을 자주 해왔고, 즉위 이후에 한 번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는 등,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는 인물이다.

     

    2001년에는 68세 생일날 "나는 간무덴노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에 기록돼 있어 한국과의 인연을 느끼고 있다"라고 발언했고, 이에 일부 일본 우익들은 "백제를 멸망시킨 신라인들의 한국"이라고 외친 일도 있었다. 속일본기에 그런 기록이 있다는 것 자체는 부정할 수 없었으니까.

     

    어쨌든 왕의 생전 퇴위에 관련된 법이 없었던 관계로, 퇴위 발표 이후에 바로 퇴위 절차를 진행할 수는 없었다. 2017년 6월에야 생전퇴위특례법이 국회에서 통과됐고, 마침내 2019년 4월 30일 정식 퇴위를 하게 됐다.

     

    왕위를 물려받을 장남 나루히토도 아버지와 비슷한 성향이라고는 알려져 있는데, 워낙 왕위 승계 다툼으로 시달린 것이 많아서 앞으로 어떨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레이와 의미

     

    새 왕이 즉위하기 한 달 전인 2019년 4월 1일에 각료회의를 거쳐서, '레이와(令和)'라는 새 연호가 결정됐다. 따라서 2019년 12월 31일까지는 레이와 원년이고, 2020년은 레이와 2년이 된다.

     

    레이와(令和)는 일본의 가장 오래된 운문집인 만엽집(萬葉集, 만요슈) 제5권 매화의 노래에서 따왔다.

     

    初春月、氣淑風、梅披鏡前之粉、蘭薰珮後之香
    초봄의 길한 달, 기운 상서롭고 바람 평온하니, 매화는 거울 앞 가루를 날리고, 난초는 살결 같은 향을 풍기네.

     

    일본 정부는, 예전 연호는 모두 중국 고전에서 가져왔지만, 이번 레이와는 일본 고전에서 가져왔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만엽집이 중국 고전인 문선의 영향을 받은 것이고, 해당 구절도 사실 중국 고전에서 유래한 것이라 하여, 일본 고전 운운은 큰 의미가 없어져버렸다.

     

    어쨌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새 연호를 발표한 후, 아베 총리가 의미를 설명했다. 레이와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마음을 모아 문화가 태어나게하고 키운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이미지: 일본 총리 관저 사이트 캡처)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일본은 정부 문서를 비롯해서 각 기업들의 공식 문서에도 연호를 많이 표기한다. 동전, 면허증 등에도 연호가 표기돼 있다. 일본 정부는 레이와 시대부터는 행정 전산 시스템의 공문서는 서기만 사용하고, 종이로 제출하고 보관하는 공문서는 연호와 서기를 병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사회 각처의 전산 시스템에서 연호를 바꾸는 작업을 꽤 많이 한 것으로 보이고, 정부 부처들 간에도 표기법이 서로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도 일본인들은 연호가 바뀌는 것이, 한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퇴위와 즉위를 앞두고 여러가지 행사가 펼쳐졌다. 홍백가합전을 한다거나, 여러 업체나 관광지에서 연호와 연계된 이벤트를 하는 등으로 말이다. 어쩌면 골든위크와 겹쳐서 더욱 상업적인 성격을 띈 건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감정을 느끼는 듯 하다.

     

     

    p.s.

    * 로마자 표기는 Reiwa

    * 관전포인트: 아베가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으니 새로운 헌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으니, 새 국왕과 일본 국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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