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입구에 위치한 '갤러리 위안(Gallery We.AN'에서 홍콩시위 고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신문에 보이지 못하는 전인후과"라는 제목으로 열리고 있는 이 전시는, 한국에 있는 홍콩 학생들이 준비한 사진전이다.

 

기성 언론에서 볼 수 없었던, 한국은 더더욱 외신으로 단편적으로만 보도해서 볼 수 없었던 내용들을 사진을 위주로 보여주고 있다. 시위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시간순으로 정리를 하고, 주요 사건들을 설명해놓고 있어서, 단편적인 기억들을 한 번에 쭉 정리해 볼 수 있다.

 

홍콩 시위 과정을 정리한 사진전 - 홍대입구 갤러리 위안

 

'갤러리 위안'은 홍대입구역과 합정역 중간의 골목길 끄트머리 쯤에 있었다. 1, 2층은 '헤이 데어'라는 카페로 운영되고, 갤러리는 지하 1층이다. 카페 입구로 들어가서, 안쪽 바로 옆에 있는 계단으로 내려가면 된다.

 

홍콩 시위 과정을 정리한 사진전 - 홍대입구 갤러리 위안

 

홍콩 시위 과정을 정리한 사진전 - 홍대입구 갤러리 위안

 

갤러리로 내려가는 계단 통로에는 몇 가지 그림이 걸려 있었다. 홍콩 경찰이 쏜 고무탄을 맞아 실명해서 시위의 상징이 된, '오른쪽 눈을 잃은 여성' 초상화를 비롯해서, 홍콩시위를 지지해달라는 그림과, 싸우는 시위대를 표현한 그림 등이었다.

 

홍콩 시위 과정을 정리한 사진전, 신문에 보이지 못하는 전인후과

 

홍콩 시위 과정을 정리한 사진전, 신문에 보이지 못하는 전인후과

 

홍콩 시위 과정을 정리한 사진전, 신문에 보이지 못하는 전인후과

 

홍콩 시위 과정을 정리한 사진전 - 홍대입구 갤러리 위안

 

홍콩 시위 과정을 정리한 사진전, 신문에 보이지 못하는 전인후과

 

그림을 구경하며 내려가면 바로 전시장 입구가 나오는데, 무료 전시지만 입구에서 입장권을 나눠준다. 입장권에 번호가 적혀 있는 것을 보니, 나중에 몇 명이나 왔는지 세어 볼 용도인 듯 하다.  

 

홍콩 시위 과정을 정리한 사진전, 신문에 보이지 못하는 전인후과

 

홍콩 시위 과정을 정리한 사진전, 신문에 보이지 못하는 전인후과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뻥 뚫린 공간에 200여 장의 사진들이 벽에 붙여 있는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바로 오른쪽 벽을 돌아보면, '6월 대행진'부터 시간 순으로 관람을 시작할 수 있다.

 

관람을 시작하려는 순간, 스태프가 다가와서 이것저것 알려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태프의 얼굴은 사진 찍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혹시나 중국 정부 쪽에서 사람이 나와서 찍어갈까봐 그렇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스태프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입장객이 등장할 때마다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눈빛이 스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들은 그냥 사진 전시회를 하는데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또 얼굴을 찍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할 정도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아마 그건 현실적인 두려움일 테다.

 

 

우리도 불과 몇 년 전까지 그렇지 않았던가. 촛불집회나 이런저런 모임에서 사진 찍히는 것을 극도로 꺼릴 때가 있었다. 소위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도 있고, 남발하는 고소 고발에 걸려들 수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들의 두려움은 그것보다 더 심한 것 같다. 말 그대로 목숨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공포다.

 

그러니까 만약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 했다 하더라도, 행사 관계자의 얼굴을 비롯한 특정 가능한 모습이 나오는 사진은 절대로 찍지 말자. 아예 스태프 모습은 안 나오게 사진을 찍는게 좋겠다. 그 외에 전시물은 자유롭게 촬영해도 된다고 한다.

 

홍콩 시위 과정을 정리한 사진전, 신문에 보이지 못하는 전인후과

 

앞서도 말 했지만, 이 전시는 홍콩 시위의 전개 과정을 시간 순으로 나열해놨다. 그래서 어떻게 시작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 훑어볼 수 있다.

 

평소에 관심이 있었다면 사진만 쭉 보면서 넘어가도 정리가 될 테고, 못 봤던 사진들이 있다면 다가가서 설명을 읽으면 된다. 전시장에 있는 스태프가 홍콩 학생이지만 한국어를 잘 하기 때문에, 궁금한 것은 물어봐도 좋겠다.

 

사진을 설명하는 글자는 조금 더 컸으면 좋았을 텐데. 그냥 책상에 놓고 본다면 문제가 없을 크기이지만, 이런 전시회 벽에 붙은 것을 볼 때는 좀 힘들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사진전이라는 특성상 조명도 어두운 편이니까. 시력 안 좋은 사람들은 안경을 준비해 가는 것도 좋겠다.

 

홍콩 시위 과정을 정리한 사진전, 신문에 보이지 못하는 전인후과

 

정시장 중간에는 시위대가 사용했던 고글과 마스크가 놓여 있었고, 벽에는 비닐 비옷과 각종 시위 문구들도 적혀 있었다.

 

그렇게 관람을 하다보니 어느 순간 신기한 것이 보였다. 스태프가 아닌, 관람객으로 오는 사람들 중에도 검은 옷과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꽤 있다는 사실이다.

 

일부는 한국 사람인 듯 하고, 일부는 홍콩 사람인 듯 했다. 홍콩 시위를 지지한다는 표현도 되겠지만, 이런 곳에 참가해서 사진 찍히는 걸 방지하고자하는 목적도 있을 듯 하다. 좀 서글픈 현실이다.

 

홍콩 시위 과정을 정리한 사진전, 신문에 보이지 못하는 전인후과

 

오대소구 결일불가. '5대 요구'라고 불리는 다섯가지 조건을 하나도 빼먹지 말고 들어달라는 구호다.

 

홍콩 시위대가 요구하는 다섯가지 조건은, 송환법 철회, 경찰 강경 진압 책임자 문책,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한 것 철회, 체포된 시위대 무조건 석방, 행정장관 직선제이다.

 

여기서 송환법 철회만 이루어진 상황인데, 사실 이것도 처음에는 "사실상 철회가 이루어졌다"는 둥 하면서 기만을 했다.

 

홍콩 시위 과정을 정리한 사진전, 신문에 보이지 못하는 전인후과

 

홍콩 시위 과정을 정리한 사진전, 신문에 보이지 못하는 전인후과

 

이 사진은, 비록 사진은 안 나온 곳이 많지만, 한국 언론에서도 약간 보도된 내용이다. 어떤 시위자가 남긴 메시지인데, "7000 홍콩달러 월세로 감방 같은 방에서 사는데, 감방에 갇히는게 두렵겠나"라는 내용이다.

 

7천 홍콩달러는 약 105만 원이다. 홍콩의 부동산 값이 엄청나다는 것은 아마 잘 알 테다. 이래서 어떤 곳에서는 이번 시위의 요인 중 하나가 집값(월세)라는 의견도 있었고, 행정장관이 집을 더 많이 짓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물론 집을 더 많이 지으면 좋다, 부자들이 더 많은 집을 살 수 있으니까.

 

사실 홍콩이 이 지경이 된 데에는 서구 사회의 책임도 있다. 자유경제특구라는 아름다운 이름 아래, 고도의 자본주의 사회를 만들어놓고는 정치체계는 귀족정 비슷하게 해 놓으니 불만이 쌓일 수 밖에. 서구사회(혹은 전세계)도 그걸 묵인하고 중국과의 교역 통로이자 자본 허브로 홍콩을 이용했다.

 

홍콩 시위 과정을 정리한 사진전, 신문에 보이지 못하는 전인후과

 

홍콩 시위 과정을 정리한 사진전, 신문에 보이지 못하는 전인후과

 

참 서글픈 일이다. 사진은 참혹한데 그림은 예쁘다. 어떤 그림은 암담한 현실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또 어떤 그림은 그래도 희망을 노래하고 싶어한다. 벽 한 켠에 붙은 작은 크기의 이 그림을 보니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다.

 

홍콩 시위 과정을 정리한 사진전, 신문에 보이지 못하는 전인후과

 

전시장 안쪽에선 홍콩 경찰의 강경 진압을 고발하는 영상도 상영되고 있었다. 의자는 없지만, 여러 사람들이 영상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중에는 아시아인이 아닌 외국인도 있었다.

 

전시회를 순서대로 둘러보면 파악할 수 있겠지만, 홍콩 시위도 처음부터 폭력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엔 많은 사람들이 평화롭게 대행진을 하면서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경찰의 폭력 진압과 정부의 무대응 혹은 강경 대응 등으로 점점 불꽃이 일어났다 (옛날에 있었던 홍콩 우산 시위 때, 그렇게 평화롭게 해서 얻은게 아무것도 없다는 회의감도 있었을 테다).

 

대체로 어느나라든, 시민들은 처음부터 폭력적인 시위를 하지는 않는다. 아니, 애초에 시위 자체가 억눌린 분노의 폭발이다. 평화로운 시위라도, 그 시위가 일어날 때 쯤에는 이미 많은 분노가 축적되어 있는 상태다. 이 불씨를 크게 키우는 것은, 대체로 정부의 잘못된 판단이다.

 

어찌됐든 지금 홍콩은 아무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까지 와 있다. 앞으로 또 어떻게 진행되어 사태가 해결될지 계속 지켜보기는 할 텐데, 부디 모두 살아남았으면 한다. 큰 것을 못 이뤄도 상관없다, 일단 살아만 있어라, 제발.

 

홍콩 시위 과정을 정리한 사진전, 신문에 보이지 못하는 전인후과

 

영상이 상영되는 곳 뒷편에는, 홍콩 시위대에게 전하는 글을 쓰는 공간이 있다. 사진에 보이는 이곳 바로 아래였다. 큰 종이 한 켠에 글을 쓰면, 나중에 홍콩 시위대에게 전달할 거라 한다. 사람들이 많아서 차마 사진은 찍지 못 했다. 관람을 다 하고 글을 남겨보자.

 

홍콩 시위 과정을 정리한 사진전 - 홍대입구 갤러리 위안

 

갤러리 건물에 있는 카페는 나름 아는 사람은 아는 유명한 카페다. 친구들과 놀러가서 카페에서 잡담도 즐겨보자.

 

나중에야 생각났는데, 전시회에 모금함이 없었던 것 같다. 이런 전시회엔 모금함이 있어야 하는데. SNS에서 언뜻 이런 글을 본 적 있다. 홍콩인이 쓴 글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돈 같은 것보다는 우리를 지지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라는 내용.

 

물론 그렇긴 한데, 전시회 비용도 있었을 테고, 돈은 있으면 좋은데. 더군다나 주변에 어떻게든 홍콩을 위해서 뭔가를 하고싶은데, 딱히 할 게 없어서 안타까워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걸 전시회 스태프에게 건의하기도 좀 그렇고. 버스를 타고 나서야, 밥값이나 좀 보태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건 참 느려서 문제다.

 

그러다보니 지난 촛불집회 때, 우리는 외국인들에게 무엇을 바랬는가 생각해보게 됐다. 그런데 사실, 크게 바란 건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은 정치 참여 금지 법조항이 있으니, 나오지 말라고 말렸다. 그래도 관심을 가져주면 고맙기도 하고, 외국인들의 지지글이 SNS에 올라오면 기분이 좋기도 하고 했었지. 아마 다들 비슷한 마음일 테다.

 

 

 

홍콩 시위 고발 전시회는 11월 15일 금요일부터, 17일 일요일까지 열린다. 토일요일은 낮 12시부터 밤 8시까지 오픈한다.

 

오랜만에 홍대 놀러가서, 한국 사람들이 관심이 많다는 걸 한 번 보여주자. 우리가 또 머릿수 보태는 건 잘 하지 않나. 사정상 전시회를 못 간다면, 아래 글을 참고해서 홍콩에 수시로 관심을 가져보자.

 

> 홍콩 시위 관련 소식 웹사이트

 

 

p.s.

* 어쩌면 홍콩이 우리의 미래일 수도 있다는 글을 SNS에서 우연히 봤다. 모두들 홍콩을 한국의 과거와 비교하는데, 어쩌면 정말로 이것이 미래에 닥칠 수 있는 일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홍콩의 자본주의는 한국보다 고도화 된 측면도 있으니까(발전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요새 드러난, 지난 촛불정국 때 군 기밀문서를 보면 참 어이가 없으면서도 하마터면 큰 일 날 뻔 했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위험은 보이는 족족 싹을 잘라야 하는데.

 

* 전시를 보니, 한국 사람의 도움이 많이 없었던 것 아닌가 싶다. 번역에 오류들이 좀 있는데, 제일 크게 걸리는 것은 영상 자막에서 '최루가스'를 '체류가스'로 써 놓았는데, 이게 자꾸 나온다는 거다. 물론 의미 전달에는 별 영향이 없지만, 좀 안타까웠다. 도움 받을 한국인이 없었던 걸까 싶어서.

 

* 나는 사진보다는 그림에 더 관심이 갔다. 미디어에서 볼 수 없었던 그림들이 많았고, 또한 아름답기도 했다. 이런 그림들을 모아서 전시회를 한 번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시위 초기엔 집회 시간과 장소를 알리는 포스터가 예뻐서, 이 그림들이 인터넷에 회자되기도 할 정도였으니 충분히 전시할 가치도 있을 텐데...

 

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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