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 훼손에 관한, 중국 대사관 훈계의 기막힘
    잡다구리 2019. 11. 19. 00:40

     

    홍콩 시위가 거의 반 년째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이 있었다.

     

    그 이후 홍콩 경찰은 더욱 강경하게 진압과 체포를 하기 시작했고, 시위대도 이에 맞서서 격렬한 저항을 하고 있다.

     

    시위가 격렬해지고, 경찰의 무력 사용이 심각해지면서,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그리고 대학가에는 홍콩 시민들을 지지한다는 대자보가 붙기 시작했는데, 일부 중국 유학생들이 이를 훼손하는 모습을 보여서 한국 학생들과 마찰을 빚었다.

     

     

    고려대, 동국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에서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가 찢어져서 발견되거나, 이를 훼손하려는 중국 유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이 대치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학생들은, 대자보가 찢어지면 다시 붙이고 있지만, 이를 훼손하려는 시도 또한 반복해서 일어났다. 급기야 언론들이 이를 보도하기 시작했고, 홍콩 언론과 중국 언론에서도 이 사건를 다루는 기사가 나기도 했다.

     

     

     

    홍콩 정세에 관한 주한 중국대사관 대변인 담화

     

    급기야 11월 15일, 주한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대변인 담화'가 게재됐다. 이 담화문에서, 홍콩 사태는 "일부 세력의 폭력 사용, 공공기물 파손" 등이 문제라고 했다.

     

    그리고 대자보 훼손에 관해서는 이렇게 써놨다.

     

    "중국의 청년 학생들이 중국의 주권을 훼손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언행에 대해 분개와 반대를 표하는 것은 당연하며 사리에 맞는 일이다."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 긴급 성명

     

    그러자 같은 날,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에서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이들은, "중국 당국과 홍콩 정부는 ...정당한 권리를 외치는 시민들을 폭도로 규정하며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라고 했다.

     

    그리고 대자보 훼손에 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개개인의 의견 개진은 법으로 보장된 권리이다. 그러나 주한중국대사관의 담화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각 대학교에 걸린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대자보와 현수막을 훼손하는 것을 옹호하고 있다. (중략) 이러한 입장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전면적으로 무시하는 행위이다."

     

    이 성명과 주한 중국대사관의 담화문은 모두 한국 언론에서 보도했다.

     

     

    마치며

     

    여기까지가 대자보 훼손 사건에 관한 대략의 스케치다. 내가 처음 주한 중국대사관의 담화문을 봤을 땐, 그냥 황당했다. 이렇게 경솔한 언행을 할 정도의 수준인가 싶어서.

     

    몇몇 언론에서는 담화문의 한 문장을 부각해서, 중국대사관이 중재적인 입장을 취했다고 보도했다. 바로 이 문장이다.

     

    "이웃 국가인 한국의 국민들이 이를 이해하고 지지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 문구는, 시위대가 폭력 집단이어서 이를 단죄해야 한다는 문단에 있는 문장이다. 즉, 홍콩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는 것을 이해하고 지지하라는 뜻이다. 대자보 훼손에 관한 내용이 아니다.

     

     

    그 후에 단락을 바꿔서 대자보 훼손에 관한 건을 언급하는데, 이건 위에서 봤던 그 문장이다. 다시 쓰면, 바로 이 문장이다.

     

    "중국의 청년 학생들이 중국의 주권을 훼손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언행에 대해 분개와 반대를 표하는 것은 당연하며 사리에 맞는 일이다."

     

    즉, 일부 중국 유학생들이 대자보를 찢는 등 훼손하는 행위가 "당연하며 사리에 맞는 일"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한거다. 이건 엄연히 대한민국의 법질서와 한국 국민들과 학생들의 가치관을 무시한 행패다. 넓게 보자면 내정 간섭에 주권 침해까지 언급할 수 있을 정도다.

     

     

    더 가면 격해질 것 같으니,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 성명의 마지막 몇 문장을 인용하며 글을 마치겠다.

     

    "자유를 외치는 시민들을 탄압한 정부는 언제나 역사에서 죄인으로 호명되었다. 우리 대학생들이 배운 양심과 지성은 홍콩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외치고 있다. 이러한 역사를 먼저 겪고 공부한 우리 한국의 대학생들은, 절대로 홍콩 시민들의 투쟁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즉각 역사인식을 재고하고 담화문을 철회하라."

     

     

    p.s.

    * 홍콩 정세에 관한 주한 중국대사관 대변인 담화 (주한 중국대사관)

    *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 긴급 성명

     

    댓글

Copyright EMPTYDREAM All rights reserved /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