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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제징용 배상 판결, 간단하게 알아보기
    잡다구리 2019. 11. 9. 01:30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사건을 아주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자세하게 정리된 것은 맨 마지막에 링크를 걸어둘 테니, 더 알아보고싶으면 읽으면 된다.

     

    다짜고짜 핵심만 요약하면 이렇다.

     

    - 한일청구권협정이 있지만, 불법으로 강요된 각 개인의 청구권은 인정된다. 따라서 대법원은 해당 일본 기업에게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 그러므로 일본제철(신일철주금) 등의 기업이 각 개인에게 배상을 하면 된다.

    - 그런데 일본 정부가 이를 막아서고, 기업들에게 배상과 화해를 하지 말라고 지침을 내렸다.

     

    이렇게 해서 일본 정부 차원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 배재하는 등의 조치가 나왔다.

     

     

     

    조금만 자세히 알아보기

     

    *

    아주 조금만 자세히 알아보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한일청구권협정(1965)'이다. 이 협정 제2조 3항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제2조 

    1.  ...양 체약국 및 그 국민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

     

    3. ...일방체약국 및 그 국민의 타방체약국 및 그 국민에 대한 모든 청구권으로서 동일자 이전에 발생한 사유에 기인하는 것에 관하여는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

     

    이게 법적으로 모호한 문구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해석이 있다.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1. 배상청구권이 조약에 의해 소멸됐다.

    2. 배상청구권을 주장할 수 없다.

    3. 개인적 배상 청구는 가능하다.

     

    국가의 조약으로 개인의 청구권을 소멸시킬 수 있느냐는 문제는 일본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논란이 되는 문제다.

     

    그런데 2005년에 이해찬 국무총리와 문재인 민정수석이 참여한 '민관 공동위원회'에서는,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기한 배상청구권 주장은 가능하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

    한일기본조약의 내용이 모호하기 때문에, 체결 과정, 상황 등을 종합해서 당시 당사자들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조약을 체결했는지 보충적 해석을 해야 한다.

     

    이때, 일본 정부는 그 이전부터 지금까지, '한반도 식민지배 불법성'을 계속 부인했다. 불법적인 지배가 아니었다는 거다. 그래서 '법적 배상'도 부인했다.

     

    그러므로 이 조약도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배상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재판은 피해자들이 미지급 임금과 보상금을 달라는 것이 아니었다. 강제동원이라는 불법적인 노동 착취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한 것이었다.

     

    만약 합법적으로 줘야 했던 임금과 보상금을 청구했다면 달랐을지도 모르는데, 문제제기 자체가 '불법적'으로 속여서 데려가서, 감금과 감시 속에 노동을 시킨 행위에 대한 위자료 청구인 것이다.

     

    따라서 대법원은 이런 '불법적' 행위에 대한 '개인의 청구권'은 타당하다고 봤다.

     

     

    *

    이건 '개인'이 '기업'에 대해 위자료를 청구한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 개인에게 배상하면 되는 문제다.

     

    이 비슷한 문제가 중국에서도 있었다.

     

    일본에서는 소위 '니시마츠 문제'라고 부르는 사건이다. 중국에서 일제시대 때 강제징용 당한 징용공들이 니시마츠건설에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007년에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피해자들은 패소했다.

     

    그러자 중국 정부가 강력 항의하고, 여론이 들끓어 불매 운동도 벌어졌다. 결국 니시마츠는 '화해' 차원에서 360명의 피해자들에게 총 2억 5천만 엔을 지급했다.

     

    그리고 2016년 6월 1일에는, '미쓰비시 중공업'이 강제 동원됐던 중국인 3765명에게 공식 사과하고 금전적 보상을 해주겠다고 합의했다. 보상금은 1인당 10만 위안(한화 약 1700만 원)이었다.

     

    2018년 11월 29일, 한국에서 근로정신대 피해자 5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도 대법원에서 원심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은 중국과는 다르게 한국에서는 아직 아무런 사과나 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 (참고로, 신일철주금 대법원 판결은 2018년 10월 30일이다.)

     

     

    *

    일본 기업들이 한국에 대해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것은, 무엇보다 일본 정부의 영향이 크다. 아베 정부는 이미 2017년(혹은 그 이전)부터 한국의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대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직접적인 계기는 그해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때문이었다고 한다.  

     

    2018년 10월 30일에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마자, 아베 정부는 배상 문제로 소송 중인 일본 기업들을 불러서 설명회를 했다. 그 자리에서 "배상도 화해도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리고 결국 2019년 8월 28일에는,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기타

     

    * 이춘식 등 4명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2005년에 시작해서 2018년에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중 생존자는 이춘식 1명 뿐이다. 이들 중 2인은 1997년에 오사카에서 손해배상소송을 했으나, 2003년 원고 패소, 상고 기각 판결을 받았다.

     

    * 곽모씨 등 7명은 2013년 소송을 시작했다. 이들은 이춘식 건과 같은 취지로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소송을 했다. 2019년 6월, 2심에서 피해자들에게 1억 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고, 그 다음달에 일본제철은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 양금덕 등 피해자 4명과 유족 1명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했다. 1999년 일본 법원에서 제기한 소송은 2008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패소했다. 2012년 한국 법원에서 시작한 소송은 2018년 11월 29일 대법원에서 5억6천여만 원 배상 판결이 확정됐다. 하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2019년 7월 23일 미쓰비시 국내 자산 매각명령신청을 했다.

     

    * 이들 중 일부가 일본에서 재판을 진행할 때, 일본 시민단체가 도와줬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 이 문제를 좀 더 복잡하게 보려면: 신일철주금 강제징용 소송 (위키백과)

     

     

    참고자료

    *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판결 전문(pdf)

    * 일본, 기업들에 '강제징용 배상 응하지 말라' 설명회

    * 닛케이 "日정부, 작년부터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대책 검토"

    * 아주 쉽게 정리해드립니다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 '강제징용' 중국엔 배상, 한국엔 분통..日 판이한 대처, 왜

    * 한국인 강제징용 배상 거부한 日..中에는 화해금 기금설립

    *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1년..배상은 먼 길

    * 중국은 어떻게 '니시마츠건설'의 배상 받아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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