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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의 경제보복 1 -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와 일본 국내 정치 문제
    해외소식 2019. 7. 5. 18:06

    일본의 경제보복 1 -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와 일본 국내 정치 문제

     

     

    최근 일본 사회에서 중요한 이슈로 손 꼽히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바로 노후연금 부족, 정년 연장, 소비세 인상 문제다.

     

    언뜻 보면 각각 다른 문제인 것 처럼 보이지만, 모두 궤를 같이 한다. 근본 원인은 '저출산 고령화'이고, 그것 때문에 생기는 연금 문제에서 파생된 것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런 문제들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고, 그래서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로 시선을 돌려보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을 테다.

     

    하지만 경제보복 조치를 이것 때문만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건 어디까지나 많은 요인들 중 하나라고 봐야 한다. 시리즈로 쓸(지도 모르는) 글들 중 가장 기초가 되는 부분이라 먼저 쓰는 것 뿐,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거나,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어쨌든 예전에 행하던 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각종 역사 망언 같은 것보다 훨씬 강한 카드를 꺼냈지만, 연금 문제는 사그라들지 않은 형세다. 보통의 국민들은 웬만한 외교 문제보다는, 당장 내게 닥칠 미래인 노후 연금 문제가 더 중요하니까.

     

    참의원 선거를 코 앞에 두고 있는 아베 입장에서는, 이 부분에선 진화에 실패한 셈이라 여전히 난감한 상황이다. 여기서는 이 연금 문제를 최대한 간략하게 알아보겠다.

     

    (결국 돈이 문제)

     

     

    2007년 사라진 연금 사건

     

    아베 신조는 2006년에 52세 나이로 전후 최연소 총리가 됐다. 총리대신 자리에 오른 이후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설명을 최대한 간단하게 하기 위해서 다 생략하고 넘어가자.

     

    2007년 2월에 큰 사건이 하나 터졌다. 국민연금과 후생연금의 납부 기록에서, 납부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기록이 5천만 건이 넘는다는 사실이 공개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연금에 돈을 내긴 냈는데, 누가 냈는지 알 수 없는 기록이 5천만 건 넘게 있었다는 것이다.

     

    일본엔 주민등록번호가 없는데다가, 여성이 결혼을 하면 남편 성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고, 입양으로 이름을 바뀌는 경우 등으로 생긴 문제였다. 이 사건을 '사라진 연금' 사건으로 부른다.

     

    만약 우리나라 국민연금에서, 국민의 절반 정도가 연금을 냈는지 안 냈는지 기록이 잘 못 돼서 알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면 어떻겠는가. 말 그대로 경악이다.

     

    내가 낸 돈이 무사할지, 나중에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되는 한편으로, 어째 그것도 제대로 관리를 못 하냐는 분노가 일어날 테다. 그 당시 일본 국민들이 그랬다. 5천만 건 이상의 기록을 금방 해결할 수도 없었으므로, 정치적 공방과 해결책 논의 등이 오갔고, 국민들은 이 사태를 계속해서 주목했다.

     

     

    그런데 그해(2007년) 7월 29일에는 참의원 선거가 있었다. 당연히 이 때까지도 사태는 수습되지 않았고, 아베는 선거운동을 하면서 "사라진 연금 문제를 일 년 안에 해결하겠다"고 외치고 다녔다. 하지만 뭔가 대책이 있어서 그렇게 떠들고 다니는게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결국 이 선거 결과,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정권의 의석이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 했다. 역사적 대패였다. 이후 아베는 기능성 위장장애로 건강에 이상이 생겼고, 9월에 사의 표명을 한 후, 바로 병원에 입원했다. 이렇게 아베의 첫 총리 역할은 366일만에 막을 내렸다 (이것을 '연금실각'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 후, 2009년 8월에는 중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전후 최대 의석인 308석을 획득해서 수권 정당이 됐고, 자민당은 119석을 얻어서 1955년 창당 이래 처음으로 제2당이 됐다. 당연히 총리 자리도 민주당이 가져갔다.

     

    이 사건 이후부터, 민주당은 연금 관련 사건이 터지면 공세를 퍼부었다. 아베는 아무래도 이것이 트라우마로 남았는지, 연금 사건이 터지면 북한을 건드린다든지, 한국에 독도 문제나 역사 문제로 시비를 건다든지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자, 그렇다면 이번엔 어떤 일이 터졌을까.

     

     

    노후자금 2천만엔 보고서

     

    2019년 6월 3일, 일본 금융청 금융심의회가, '고령 사회에서 자산형성, 관리'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의 지시로, 일본 정부 각 부처의 데이터를 활용해서 작성한 것으로, 고령화 시대에 노후자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다룬 보고서다.

     

    그런데 여기서 한 대목이 크게 논란이 됐다. "둘 다 무직인 65세 남편과 60세 부인이 향후 30년간 더 산다고 했을 때, 연금 부족액이 약 2000만 엔에 달한다"라는 내용이다.

     

    고령 부부의 연금 수급액이 평균 생활비에 못 미쳐서, 매월 5만 엔 정도 적자가 나고, 30년이면 2000만 엔 정도의 적자가 난다는 것이다.

     

    (2천만 엔 보고서)

     

    자민당은 2000년대 초반부터 선거에서 노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 '연금 100년 안심'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연금만으로 100세까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게 노년층에게 잘 먹혔고, 아베 역시 이 슬로건을 사용하며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런데 이게 정부 부처 보고서로 부정당한거다. 당장 야당과 언론의 공세가 시작됐다. "연금만으로 100세까지 안심이라고 한 것이 다 거짓말이었다", "연금만으로 생활하는 노인들이 어디서 2천만 엔을 구하냐" 등의 말들이 나왔다.

     

     

    특히 보고서가 나온지 며칠 후인 6월 10일, 참의원 결산위원회에서는 야권이 아베를 집요하게 추궁했는데, 이것이 끝난 뒤에 아베가 "금융청은 엄청난 바보(大バカ者)다. 그런 것을 적다니"라는 말을 했다고 보도됐다. 얼마나 격노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인데, 총리가 그런 말을 해도 되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사태가 커지자 아소 부총리는 "정부 입장과 달라서 공식 보고서가 아니다"라고 했는데, 이 보고서는 자신의 자문을 거쳐서 발표된 것이었다. 그래서 국민들은 여론조사에서 절대다수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아베 총리는 "금융청 차원의 문제"라며 선 긋기를 시도했는데, 이 보고서는 교수, 경제학자, 금융기관 관계자,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테스크포스가 만든 것이고, 각 부처의 방대한 데이터를 참고했기 때문에 상당히 신뢰할 만 하다는 주장으로 변명이 궁색해졌다.

     

     

    이런 가운데 재무성의 자문기관인 '재정제도 등 심의회'의 보고서도 나왔는데, 초안에는 "공적 연금 수급 수준의 저하가 예상되니 자조 노력을 촉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말이 있었지만, 최종본에는 이 문장이 삭제됐다는 것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리고 6월 28일 아사히 신문은 또 다른 것을 보도했다. 지난 4월에 경제산업성이 자체 조사결과를 자문기구인 산업구조심의회 산하 '2050 경제사회구조부회'에 제시했는데, 여기서는 노후에 2895만 엔이 필요하다는 추정치가 있었지만 나중에 이 수치가 삭제됐다고 한다. 이것은 2018년에 65세가 된 부부가 95세까지 30년간 생활하는 것으로 해서 계산하니, 2895만 엔이 부족하다고 나왔다는 것이다.

     

     

    결국 일본 국민들은, 정부 각 부처에서 노후연금만으로 생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혹을 품게 됐다.

     

    후생노동성이 2018년에 실시한 '국민생활기초조사'에서, 65세 이상 노인가구 중 51.1%가 연금이 소득의 전부라고 답한 것으로 나왔는데, 안정적인 삶을 바라는 국민들 입장에선 큰 관심을 끄는 문제인 것이다.

     

    어쨌든 이번 사건은 2007년의 '사라진 연금' 사건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래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7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계속해서 공세를 퍼붓고 있다.

     

     

     

    정년 연장

     

    2004년에 일본은 연금 개혁을 실행했다. 이전까지는 연금 지급액을 산정하고 납부액을 정하는 방식이었는데,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이러면 부담이 너무 커져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연금 납부액은 일정 선에서 고정시키고, 연금 수급액을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잠깐 현실을 보자면, 일본은 2015년 쯤에는 생산가능인구 3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것으로 나왔는데, 2055년이 되면 생산가능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게 된다. 또한 일본 정부의 부채는 GDP의 240%로, 선진국 중에서도 꽤 높은 편이다. 복지예산이 늘어나면 이 부채가 더 늘어나는데, 이러면 이자만 해도 엄청난 금액이 된다. 이건 소비세 인상으로 연결되는 사안이다.

     

     

    어쨌든 연금개혁과 동시에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했다. 법정 최저 정년이 60세이기 때문에 대부분 기업들이 정년을 60세로 정하고 있는데, 노후연금 지급 시작 연령은 65세이다. 은퇴 후 연급 수령까지 5년이 비는 거다. 물론 연금 지급액을 손해보면 앞당겨 받을 수도 있지만, 그러면 이후 계속해서 생활비가 부족하게 된다.

     

    이런 문제도 해결할 겸, 정부의 연금 지급도 좀 늦출 겸 해서 나온 것이 바로 '계속고용제도'이다. 정확히는 '고령자의 고용안정 등에 관한 법률'인데, 정년을 65세 미만으로 정하고 있는 사업주는 의무적으로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 조건은 정년연장, 정년 규정 폐지, 그리고 계속고용제도 도입이다.

     

    여기서 계속고용제도는, 정년 이후에도 계속 회사에서 일 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사람들을 다시 고용하는 것이다. 2004년 개정때는 희망자 전원을 고용하지 않아도 됐지만, 2013년 개정으로 희망자 전원을 65세까지 고용해야 하도록 했다.

     

    그런데 기업들은 대체로, 계속고용제도로 재고용하는 사람들을 비정규직이나 촉탁 계약 등으로 전환했다. 자연스럽게 예전과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월급은 적게 주는 형태가 됐다. 이런 식으로 일하게 된 사람들 중 절반 정도가, 정년 직전 급여의 50~70% 정도를 받는다 한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라도 돈을 버는게 어디냐하며 만족하기도 한다.

     

     

    2015년엔 아베가 '1억 총활약' 플랜을 발표했다. 국민 모두가 사회에서 활약할 수 있게 만들어, 50년 후에도 인구 1억 명 선을 지켜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1억 총활약 담당상'이라는 장관직도 만들었다.

     

    일본이 이렇게 고난의 길을 가는 이유 중 큰 것 하나는, 어떻게든 외국인 노동자의 이민은 막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일본 사회도 단일민족 의식과 우리끼리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민에 대한 반감이 크다.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단기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쓰는 것은 찬성하지만, 장기적으로 이민을 받아들이는데는 크게 반감을 가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결국, 내부에서 어떻게든 노동 인력을 조달하고 연금 문제를 해결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이런 기조로 일본 정부는 각종 정책을 모색했다. 공적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70세 이후로 늦추면 연금을 좀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한다거나, 아예 정년을 65세로 하는 방안 등을 내놓으며 슬쩍슬쩍 운을 띄웠다.

     

     

    2019년 1월에는 공무원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법안을 내놨다. 60세 이상의 급여는 60세 전의 70% 수준으로 억제하고, 관리직에서는 제외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2019년 5월에는 계속고용시점을 70세까지로 높이는 내용의 고령자 고용안정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러면 생산가능 인구를 좀 더 확충할 수도 있고, 고령자 생활비 문제도 해결되며, 일을 하면서 계속 연금을 납부하니 정부 재정 문제도 해결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일정 이상 소득이 있으면 70세 이상 고령자도 연금 보험료 납부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도 나왔다.

     

    그런데 이쯤 돼서는, "도대체 언제까지 일 하란 말이냐"라는 국민들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거의 동시에 '2천만 엔 보고서' 사건이 터지면서, 결국 연금으로는 노후 생활 보장이 안 되니까 계속 정년을 늘려가며 일 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아름다운 인생은 역시 어려운 것)

     

     

    소비세 인상

     

    2019년 6월에는 소비세를 현행 8%에서 10%로 올리는 것을 최종 확정했다. 인상된 소비세율은 10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소비세 인상 문제는 이미 2015년부터 나와서 두 차례 연기된 사안이었다. 과거에 소비세 인상을 할 때마다 일본 경제가 침체에 빠졌기 때문에, 이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최종 확정 됐는데, 이 시기가 연금 보고서 파문 시기와 겹쳐버렸다.

     

    소비세 인상도, 고령화 시대에 사회보장제도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고, 재정 적자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이다. 결국 연금 문제와 연관된 것이다. 그래서 위 문제들과 함께 언급된다.

     

    참고로, 일부에서는 2020년 도쿄 올림픽 때 외국인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재정을 확충하려고 이 시기에 확정한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

     

    어쨌든 이런 문제들로 아베는 수세에 몰렸고, 2007년 사라진 연금 사태의 악몽을 떠올리게 됐다.

     

     

    p.s.

    * 2천만 엔 보고서: 高齢化社会における資産形成・管理

    * ‘고령자고용안정법’ 개정 시행 (2013,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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