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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높은 곳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지만, 사실은 만질 수도 가질 수도 없는 환상이다. 사랑이 빛 날수록, 점점 더 빠져들수록 현실에서 멀리 멀리 벗어날 뿐이다.
사랑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선택의 자유가 없다는 것이다.
너무 많이 멀어져도 안 되지만, 너무 많이 다가가도 무너진다.
누군가 우리 사랑을 헤치진 않을까, 방해하진 않을까, 끼어들진 않을까 늘 노심초사하며 경계해야 하는 자연 상태.
벗어나는 방법은 불을 꺼버리는 것 뿐.
둘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사랑은 성립되지 않는다.
그대가 원하는 것은 열 번 찍어 넘긴 죽은 나무였던가. 사랑의 열병에 불을 지피기 위해 희생할 땔감이 필요했던가. 너무 슬퍼 눈물에 찌들고 너무 아파 차갑게 얼어버려 더이상 불이 붙지 않는 나무라 그만 버려야만 했던가.
사랑이 말했어. 면역이 생기질 않아요, 다시는 사랑의 열병따위 앓지 않게 치료 해 주세요. 사람이 말했어. 머리도 마음도 차갑게 식히세요.